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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5
작성일 : 18-12-06 23:15     조회 : 308     추천 : 2     분량 :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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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5.

 

 

  - 팬더맨 (9)

 

  설마 오늘 올까 싶었는데, 그 설마가 맞았다. 메일로 보낼지 아니면 문자로 보낼지 물어보는 고아 씨의 질문에 메일로 받겠다고 답장했다. 어떤 식으로 보든 그림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기왕 보는 김에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다. 체할 정도로 급하게 삼각김밥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쓰레기를 버렸다. 정작 돈을 보냈을 땐 그림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는데, 잘생기게 그려 드렸어요 라는 애교 섞인 문자에 한 통에 굉장히 중요해졌다(내가 잘생긴 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덤으로). 고아 씨가 보는 승아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돈을 받은 만큼 미화는 시켰겠지만, 사진 찍을 때 입히는 필터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대단치 않은 사실이다.

 

  한적한 골목에 새카만 복장의 승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얼핏 보면 저 골목에서 사람은 없이 거친 숨소리만 쌕쌕거리는 것 같다. 걸음 중에 두 번이나 발이 꼬일 만큼 바쁘게 움직인다. 매일 다니는 10분 남짓한 골목길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걸음은 점점 빨라지다 못해 뛰는 정도가 됐다. 이어폰이 자꾸 귀에서 떨어지길래 아예 주머니에 대충 쥐어 넣어버렸다. 아마 나중에 풀 때 고생 좀 하겠지만 지금 집으로 가는 것 외에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잠금장치 해제 알림이 울리고 벌게진 얼굴의 승아가 들어왔다. 달빛만으론 밝아지지 않는 좁고 어두운 방이 이상하게 설렌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허파의 숨을 다 뱉을 기세로 쭉 뱉어버린다. 가슴이 잘 진정되질 않는다. 이제 보게 될 것이다. 막상 그림을 볼 수 있게 되니 오늘 친 난리가 그리 아깝지 않다. 노트북을 열고 메일 서비스에 접속한다. 승아님 그림이에요 에 붙은 귀여운 이모티콘. 기본 이모티콘인데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메일 하나에 고백이라도 받은 기분이다.

 

  감사해요, 잘 그려졌는지 모르겠어요, 수정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 밑에 딸린 첨부 파일이 그림인 모양이다. 파일 이름이 특이하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 (9)

 

  본인이 생각해도 퀄리티는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중간부터는 사진을 띄우고 흘끗거리며 그릴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진 느낌. 그래도 결국 끝마무리를 할 때쯤엔 승아의 얼굴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았다.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면서 저도 모르게 예쁘고 잘생긴 것들만 중심으로 그렸는지, 도리어 평범한 얼굴을 그리는게 꽤 힘들었다.

 

  하루의 시작에 비하면 나쁜 마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문제없이 돈을 갚은 것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딱 하나 걸리는 건 이제 이 팬에게 어떻게 태도를 해야 할 지이다. 수정작업이 더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나면 다시 갑을 관계에서 벗어날 텐데, 그때도 지금 태도를 유지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속물같을진 몰라도 고아 씨는 승아에게 친절한 척 하는 게 꽤 힘들었다. 회사관계자 같은 정식 클라이언트면 모르겠는데 애초부터 팬인 사람에게 그런 태도를 유지하려니 손발이 오그라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물론, 일이 끝나자마자 안면 몰수하는 모습이 그리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이다. 그냥 저쪽에서 연락을 더 이상 안 해준다면 마음이 참 편할 텐데, 지금 반응을 봐선 앞으로 연락을 더 하면 더 했지 안 할 것 같진 않다. 의무적인 친절함을 호감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딱 질색이다. 최소한의 눈치가 있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놈은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고아 씨가 본 사람 중 가장 눈치가 없을 것 같은, 그런 징그러운 느낌이 든다.

 

  알게 뭐람.

 

  적어도 당장 고민할 거리는 아니다. 당장 수정사항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다음 일을 걱정해봤자 자신만 피곤하다. 그런 결론을 내리자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마지막으로 답장을 받은 게 20분 전쯤인데, 그림 하나 보는 것치곤 꽤 오래 걸렸다. 승아가 유심히 하나하나 뜯어 보며 깐깐하게 굴 사람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늘 혹시나 싶은게 있다. 수정하기 진짜 귀찮은데. 어쨌건 고아 씨는 빨리 끝내버리자고 마음먹었다.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작가님, 보내주신 그림 제가 요청한 그림 맞나요?

 

  예상 못 했던 말이다. 이해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곤 등 뒤부터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눈은 절로 크게 벌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설마 그럴 리가. 일을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7년을 일하면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설마 다른 그림을 보냈을까.

 

  다른 그림 정도면 괜찮다. 그 정도면 고양이 그림이나 다른 사람 인물화가 간 정도로 끝나겠지. 절대 아까 낙서하며 놀았던 그 사진일 리가 없다.

 

  자신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면 끝날 일이다. 개인적인 사진이라면 조금 민망해지는 선에서 끝나겠지. 그러고 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늘어져 안심하고, 다시 신중하게 그림을 보내면 된다. 분명 별 일 아닐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차마 확인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몇 번이나 오타를 내며 간신히 되묻는다.

 

  무슨 말이에요 승아님?

 

  잠깐 세상이 멈췄다. 시계도 똑딱거리는 소리를 멈추고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고양이 소리도 차 소리도 없이 그렇게 몇 초, 읽음 표시가 뜨자마자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승아와 대화하며 이렇게 긴장된 적은 없었다. 긴장할 일이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되돌아오는건 대답 대신 사진 한 장이다. 지저분하게 낙서 된 평범한 얼굴과 그 옆에 난잡하게 적힌 자신의 글씨.

 

  팬더맨. 존x 웃겨. 못생겼는데 귀여움.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ㅋㅋ.

 

  오늘 저녁, 고아 씨의 비명은 온 세상 사람이 다 들었을 것이다. 아랫집 노인은 501호 아가씨가 바퀴벌레라도 봤겠거니 하며 안쓰러워했다.

 

 

 - 옛날 일 (3)

 

  승아가 고아 씨의 팬이 된 지 1년쯤 지났을 때, 어렴풋이 고아 씨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눈치 없는 승아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아 씨는 작품에서만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고아 씨는 슬픈 날엔 보기만 해도 우울한 그림을 그리고, 눈물 나는 글을 곁들였다. 또 긍정적인 말과 귀여운 그림이 있는 날엔, 누가 생각해도 기분 좋은 날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직접 고아 씨를 보지 않아도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절절하게 만드는 감각이 담겨있다.

 

  도대체 왜 더 유명해지지 않는지 모를 정도로 대단한 사람. 자신의 감정이 어떻든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게 프로의 덕목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승아에겐 자기 감정을 노골적으로 짙게 표현하는 고아 씨가 훨씬 더 멋지게 보였다. 거기에 실제로는 말 없고 까칠한 사람이라는 점도 잘 어울린다. 고아 씨는 승아에게 있어 가장 예술가다운 예술가다. 더 없는 선망의 대상이자, 짝사랑일지 존경심일지, 혹은 둘 다 섞였을지 모르는 애증의 대상.

 

 

 - 강승아 (10)

 

  팬더맨이란 파일 이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 얼굴위에 덧씌워진 먹칠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어이없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 옆에 몇 개나 적혀있는 글씨는 승아가 4년을 보아온 확실한 고아 씨의 필체다. 비단 필체를 감정하지 않더라도 고아 씨가 한 일이란 걸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당장은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이 고아 씨가 말한 내용을 잘못 이해한거고, 이게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승아도 잘 알고 있다. 다른 해석이 끼일 여지도 없이, 고아 씨가 자신의 얼굴에 낙서하며 조롱한 게 사실이다. 열렬히 좋아하던 연예인의 추악한 사생활을 목격한 듯한 기분이다. 봐선 안 될 것을 누군가 승아의 눈을 벌리고 억지로 들이밀었다.

 

  사람에겐 다양한 면이 있다. 그 다양한 면이 모두 이상적인 면일 리가 없다는 건 승아 자신만 봐도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엔가, 고아 씨는 '그럴리가'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고아씨도 평범한 사람인데.

  조금도 화가 나지 않았다면 어폐가 있고, 굳이 따지자면 작가님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저 한숨 푹 쉬며 머리를 싸맬 뿐이다. 고아 씨는 대답이 없다. 읽음 표시가 뜬지도 몇 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다.

 

  지금 작가님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도 승아가 만든 고아 씨의 모습엔 어울리지 않는다. 본인이 받은 모멸감보다도 자책하고 있을 고아 씨가 더 신경 쓰이는 자신이 낯설 정도로 멍청해 보인다. 대체 자신에게 작가님이 뭐길래.

  집 전체에 울린 것처럼 큰 진동소리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놀랐다. 조금 기다려봐도 휴대폰의 진동이 멈추질 않는다.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확인한다.

 

  오늘은 정말 특이한 날이다. 작가님에게 이모티콘도 받아보고, 칼답도 받아보고, 처음으로 전화도 받아보는 날이다. 받더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는 사이, 전화가 끊겼다. 부재중 전화가 처량맞게 떠 있다. 살면서 작가님이 전화를 걸고, 자신이 받지 않는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해봤다. 정말, 정말 특이한 날이다.

 

  오늘처럼 특이한 날이라면 승아도 조금 특이한 일을 저질러도 괜찮을 것 같다. 걸기 직전에 망설인 것에 비해 전화는 시원스럽게 걸린다. 휴대폰이 거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 줬다면 적어도 10초는 늦게 걸렸을 텐데. 뚜르르 하는 신호음이 스틱으로 두들기는 심장 소리 같다. 토할 것 같다. 잠시만 긴장을 풀어도 온 바닥에 위액을 쏟을 것 같다.

  신호가 멎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지금 같은 경우엔 한쪽이 다짜고짜 화를 내며 윽박지르는 게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말이 없었다. 그렇게 그 둘은 잠시동안 거친 심호흡 소리를 내거나 헛기침을 하기도 하며 조용히 대치한다. 정적을 먼저 깬 건 승아였다.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전화하는건 처음이네요."

 

  머리채를 잡아 끌어올린 목소리다. 억지스러운 헛웃음과 덜덜 떨리는 끝마무리가 더할 나위 없다. 그 긴 시간 동안 전화 한 번 해본 적 없지만, 적어도 처음 하는 전화는 다정하게 해보고 싶다고 승아는 생각했었다. 김칫국 마시는 것 같아 머쓱한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고아 씨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할 말을 찾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할 말을 찾을 여유도 없는 건지.

 

  승아가 생각하는 고아 씨 성격이라면 도리어 당당할 줄 알았다. 장난이었다고 뻔뻔하게 말 하면 주눅드는 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아무 말도 없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를 고아 씨는 당당하지도 까칠하지도 않다.

 

  일 분, 이 분, 삼 분이 지나고 전화가 연결된 지 약 6분 만에, 목이 졸리는 듯한 목소리가 승아의 귀에 확실하게 꽂힌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

 
작가의 말
 

 내일부터 한파니까 따뜻하게 입으세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8-12-07 20:50
 
귀엽게 시작하는 커플이네요. 잘 돼야 할 텐데... 팬더씨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바울 18-12-07 23:02
 
원하는 결말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ㅎㅎㅎㅎ..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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