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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저 전직하면 안될까요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아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스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그러니? 그레이스?"

"있잖아요. 아빠. 혹시... 혹시말이예요.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에요?"

그레이스에게 '죽음'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운명같은 존재였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

"그레이스, 그거 아니? 세상에는말이야. 정말 많은 언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단어가 있단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단다. "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래. 그건 바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부르는 호칭이란다.
세상 그 어떤 단어도, 그 어떤 소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단다.
그 슬픔의 깊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메인 크리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 아빠가 널 보고있을테니. 아빠가 말 했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거라고..."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레이스의 옆에 있던 그레이스의 모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모자를 향해 손을 뻗은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라져가는 손을 흔들며 그레이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피곤해졌습니다.
작성일 : 18-12-06 20:23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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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 떨어졌던 빵으로 배를 채운 그레이스는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눈을 비볐다.

 

 "하아암~"

 

 무심결에 튀어나온 하품

 

 그레이스는 깜짝 놀라 입을 가렸다.

 

 게임 안에서 하품이 나올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그레이스였다.

 

 튜토리얼 안내에서도 잠을 자야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었다.

 

 물론 그 튜토리얼 자체가 중간에 끊기긴 했었지만 말이다.

 

 

 

 "졸려"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레이스는 지금 확실히 눈꺼풀이 무거웠다.

 

 그레이스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수면 시스템이 있다면 분명 여관이나 호텔처럼 돈을 지불하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곳은 밤에도 분명 문을 열었을것이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서 있는 골목에 그런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스는 메뉴룰 불러와 지도를 열어보았다.

 

 지금까지 돌아다닌 스타티니티의 골목들이 지도에 그려져 있었다.

 

 "음~ 그러니까 여관... 여관이 어디...."

 

 북쪽에서 들어온 스타팅포인트 초원의 입구 남쪽의 토끼와 다람쥐가 있던 초원으로 뚫린 입구

 

 서쪽 공동묘지가 있던 입구까지

 

 골목골목까지 전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중앙 광장에서부터 이어진 큰 길 4개 중 3군대는 이미 많이 밝혀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돌아다닌 길에 여관이나 잠을 청할 수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는 건물은 없었다.

 

 "뭐지? 동쪽 입구쪽에는 있으려나?"

 

 여기저기 안개로 가려진 샛길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여관이 있다면 큰 대로변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레이스는 지도를 닫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마을의 동쪽

 

 어딘가에 있을 잘만한 공간을 찾아서

 

 

 

 

 

 ----

 

 [ 스타티니티 : 동쪽의 어느 어두운 골목 ]

 

 

 "없어....."

 

 다시 한 번 지도를 열어 본 그레이스는 졸린 눈을 비볐다.

 

 꽤나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녀봤지만 불이 켜진 건물같은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레이스가 서 있는 골목의 끝은 커다란 벽으로 막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혼잣말을 내뱉은 그레이스는 막다른 골목에 굴러다니는 신문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모은 신문지를 한쪽 구석에 펼쳐놓았다.

 

 -노숙

 

 그레이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선택한 선택지는 바로 노숙이었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평범한 18살의 소녀가 쉽게 선택 할 선택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레이스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음! 좋아 까는 이불은 이정도면 됐고, 이거는 덮고 자면 되겠다."

 

 뚝딱뚝딱 만들어낸 안락한(?) 잠자리를 보고는 그레이스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푹신한 메트리스 대신 깔아놓은 신문지는 불어오는 얕은 바람에도 나풀거리고 있었다.

 

 

 

 

 

 "어이~어이~ 거기 동작그만!"

 

 잠자리를 펴고 누우려던 그레이스의 귀에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낮에 토끼가 뛰어오는 평원에서 세루리안과 함께 있던 남자들 중 한 사람인 란제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꽤나 허접해보이는 장비를 몸에 두른 20~30명 정도의 건장한 남성들이 란제를 따라오고 있었다.

 

 "어이~ 이게 누구야? 여기서 어슬렁거리는 멍청이가 누군가 했더니, 너 낮에 봤던 그 애구나?"

 

 란제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레이스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어...저기...어...."

 

 생각치도 못한 인파의 등장에 그레이스는 얼른 뒤돌아섰다.

 

 시선을 피하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가면을 쓰려는 이유가 더 큰 행동이었다.

 

 '으.. 빨리 가면.. 가면...'

 

 인벤토리창을 연 그레이스가 순식간에 가면을 꺼내 얼굴에 쓰고는 뒤돌아섰다.

 

 검은색 바탕에 여기저기 부서진 '여신 아카네의 칠흑의 가면'

 

 그 가면을 얼굴에 쓴 그레이스가 란제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뭐야? 그 이상하게 생긴 가면은, 아무튼 여긴 애들 노는 곳이 아니야~ 훠이~훠이~ "

 

 란제가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저리 가라는 손 제스처를 취했다.

 

 "싫어요."

 

 가면을 쓴 그레이스가 당당하게 란제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뭐?"

 

 "싫다구요. 여긴 제가 먼저 찜한 자리예요."

 

 그레이스가 바닥이 펼쳐놓은 신문지들을 가리키며 앙칼지게 말했다.

 

 "하아~? 뭐?"

 

 "신문지 좀 나눠달라고 해도 소용 없어요. 제가 모은거라구요"

 

 그레이스가 덮으려던 신문지를 돌돌 말아 손에 쥐었다.

 

 오늘 밤 안락한 잠자리를 위한 도구들을 빼앗길수는 없었다.

 

 

 

 

 "대장. 그녀석 좀 이상해. "

 

 "그래 맞아. 머리가 어떻게 된 애인거 같아"

 

 "옷도 이상하고, 이상한 가면에다가 머리에 있는 저 이상한 고글같은건 또 뭐야?"

 

 란제에 뒤에 있던 남성들이 각자 한마디씩을 내뱉었다.

 

 

 "어이~어이~ 꼬맹이 미안하지만 오빠들이 오늘 밤 좀 바쁘거든?

 좋은말로 할 때 여기서 사라지지 그래?"

 

 란제가 허리춤에 찬 칼집에서 검을 꺼내들며 말했다.

 

 그리 좋아보이는 검은 아니었지만, 꽤나 예리한 날이 그레이스를 겨누고 있었다.

 

 그레이스의 입장에서는 코웃음이 나오는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토끼와 참새따위를 잡던 같은 초짜였던 NPC가 주제도 모르고 자신을 협박중이었으니 말이다.

 

 

 

 

 

 "지금 그 행동 후회 안하겠어요?"

 

 그레이스가 란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게 어디서 또박또박 말대답이야!"

 

 란제가 오른발을 한발작 뒤로 빼더니 그레이스를 향해 힘차게 내질렀다.

 

 그레이스는 당황하지 않고 날아오는 다리를 붙잡아서는 그대로 몸을 반바퀴 빙글 회전하며 벽쪽으로 란제를 집어 던졌다.

 

 

 

 자이언트 스윙을 연상시키는 동작

 

 란제보다 체급이 한참이나 작은 그레이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란제를 벽으로 집어 던졌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막다른 벽에 부딪친 란제는 그대로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야말로 한방에 넉다운

 

 장비가 주는 엄청난 능력치로 괴력을 뿜어내고 있는 그레이스였다.

 

 

 

 "이 꼬맹이가 감히!"

 

 란제가 벽에 쳐박히는걸 본 란제의 부하로 보이는 남성들이 그레이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란제처럼 검을 빼들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손인 상태였다.

 

 그레이스는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힐끔 쳐다보았다.

 

 

 - 폰틴의 반지 -

 

 

 폰틴을 부르면 쉽게 끝낼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폰틴에게만 기대서는 단 한발자국도 더 성장 할 수 없다.

 

 그레이스는 자세를 확 낮춰 휘두르는 주먹을 피한 뒤 무게 중심이 무너진 상대의 턱을 사정없이 발로 올려찼다.

 

 퍼억~!

 

 태권도 선수가 돌려차기로 헤드기어를 찬것 같은 엄청난 타격음

 

 그레이스에게 주먹을 휘두른 남성은 골목의 입구쪽에 지금 대자로 뻗어 있었다.

 

 

 

 '좋아. 이 정도라면'

 

 그레이스는 비록 몸이 안좋아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었지만, 게임상에서 그레이스는 쌍검을 휘두르면서 전장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검투사 클레스를 즐겨왔었다.

 

 즉 공격의 회피와 빈틈 가격은 그레이스의 특기 중 하나인 셈이었다.

 

 문제는 머리가 알아도 몸이 못따라가면 공격을 예상하고 반격을 꾀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지금 그레이스의 몸은 체감상 깃털만큼이나 가벼웠다.

 

 

 현실의 신체능력을 그대로 가져오는 'Epic Tales'에서 왜 자신의 몸이 이토록 가벼운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그냥 장비가 주는 스텟빨 덕분일 거라고 그레이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그래요? 여긴 제 잠자리니까"

 

 그레이스가 덤벼드는 또 한명의 남성을 가볍게 제압해 발밑에 깔고는 말했다.

 

 

 

 

 

 - 쉬익~! 챙!!

 

 

 

 

 앞을 주시하고 있던 그레이스의 뒤쪽에서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런 소리에 그레이스의 시선이 뒤쪽을 향했다.

 

 등 뒤에는 방금 전 자신이 집어 던졌던 란제와 후드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수수께끼의 인물이 검을 맞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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