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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이 보낸 자
작가 : 동화1278
작품등록일 : 2018.12.6

나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왔다.

 
ep.1 - 신의 기사
작성일 : 18-12-06 18:32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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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째서? 어째서?’

 

 밖으로 나온 강산의 주먹은 꽉 쥐인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시체들은 참혹하게 짓이겨져 있었고 사람들은 울부짖거나 도망치거나, 곧 시체가 되었다.

 그들이었다.

 

 “신의 기사···”

 

 온통 새카만 갑주로 전신을 가린 그들은 피의 날개를 펄럭이며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왜? 왜? 왜?”

 

 내가 7년을, 아니 수백 년을 고생해서 이 세계를 지켜내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들, 신의 기사는 자신이 다른 세계로 갔을 때 수족이 되었던 자들이다. 자신은 저들을 부려 그 세계를 멸망시켜왔다.

 그런데 지금 저들은 바로 자신의 세계를 멸망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지금 제대로 호흡이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꺄아악!”

 

 강산이 그렇게 분노와 좌절감, 배신감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음성이다.

 고갤 돌려보자 연아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벌벌 떨고 있었다.

 강산은 일단 연아에게로 달려가 손을 덥석 잡았다.

 

 “연아야! 빨리 와!”

 

 연아를 데리고 의무실 안으로 돌아온 강산. 오면서 근무자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이 보였다.

 

 “괴물이 나타났다고요옷!”

 

 회복실 문을 걸어 잠근 강산은 연아를 침대에 앉혔다. 연아는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지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봉긋한 가슴을 내리 눌렀다.

 

 “연아야 잘 들어.”

 

 연아가 커다랗게 뜬 눈을 그대로 강산에게 향했다.

 잠시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입술을 달싹이던 강산은 결국 진실을 말하는 걸 포기했다. 말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테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이 세계는 멸망 당하게 될 것이다.

 

 “저어, 강산아. 무슨 말 하려고 했어?”

 

 강산이 자신의 어깨만 짚은 채 말을 하지 않자 연아가 물어왔다.

 강산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냐.”

 

 연아의 황망한 눈동자가 강산의 표정을 살폈다. 강산은 여자친구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내가 널 지켜줄게.”

 “아······”

 

 연아의 눈이 멍해졌다. 그러나 강산의 눈엔 연아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 남자가 반드시 나에게만 찾아왔다는 보장은 없다. 즉 그 자식이 다른 세계로 가서 누군가에게 나에게 했던 제안과 똑같은 제안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 했다.’

 

 그러니까 지금 밖에서 신의 기사들이 저 난리를 치고 있는 거다.

 아무리 이전 임무들의 기억이 희미해졌어도 확실하게 기억하는 게 있다. 아니 확실하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게 있다.

 패턴.

 

 ‘내가 멸망자로 갔을 때 각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보통 한 달, 길면 일 년. 반면 멸망 대상이 된 세계에서 구원자들이 각성하기 시작하는 건 멸망이 시작되고 일주일 후부터. 즉 이 세계는 아직 최소 한 달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멸망자가 각성한 순간부터 그 세계가 멸망 당하는 건 시간문제가 된다. 그만큼 멸망자에게 주어지는 능력은 절대적인 것이고, 해당 문명이 얼마나 발달한 것이든 멸망자 앞에선 무의미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구원자들이 각성하기 시작하면 그들을 결집시켜 멸망자가 각성하기 전에 찾아내 죽이는 것이다.

 

 ‘일단은 살아남아야 하는 게 우선이겠군.’

 

 강산은 회복실 창문 블라인더 틈새로 바깥 상황을 엿봤다.

 고요했다. 살아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학살을 끝마친 신의 기사들은 피의 날개를 퍼덕이며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있었다. 수효는 대략 20~25기. 이 나라 전체로 보면 대략 200기 정도가 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선발대에 불과하다.

 

 ‘한 쌍의 날개.’

 

 달라진 패턴은 없었다. 멸망이 시작되고 즉시 투입되는 신의 기사는 최하급들로, 저렇게 한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우리 문명의 무기 발달 수준이라면 선발대에게 멸망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군대는 어디까지나 구원자들이 등장할 때까지만 버텨주면 되고, 그때부턴 쌍익 정도의 신의 기사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게 된다.

 문제는 멸망자가 각성한 뒤부터였다.

 그때부터 투입되는 신의 기사는 4익(翼)에서 8익, 16익까지 올라가며, 강산은 문명 발달 척도가 2단계에 이른 문명을 16익 신의 기사들로 멸망시켰다.

 현재 인류의 문명 발달 척도는 0.75다.

 

 “강산아?”

 

 연아가 걱정 반 궁금함 반인 얼굴로 다가왔다. 강산은 살그머니 벌리고 있던 블라인더 살을 도로 닫았다.

 

 “왜···? 어떻게 됐어?”

 

 강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아. 아아!”

 

 그때였다. 회복실 밖에서 숨 막히는 비명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강산은 눈을 홉 뜨는 연아에게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붙여 보이며 살며시 침대 아래로 이끌었다.

 강산과 연아는 침대 아래로 숨었다.

 

 촤악!

 

 비명 소리는 없었다. 어떤 액체 한 무더기가 벽을 적시는 소리만 들려왔다.

 

 저벅. 저벅.

 

 그리고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쉬······”

 

 강산은 눈동자를 가늘게 떨고 있는 연아에게 일부러 빙긋 웃어주었다. 연아는 남자친구의 그런 모습에 억지로 입 꼬리를 올리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철컥. 철컥.

 

 회복실 문 손잡이가 도중에 걸리는 소리였다. 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강산은 연아의 눈에 간절함이 떠오르는 걸 봤다. 그러나 아름다운 두 눈동자는 금방 꼭 감기게 되었다.

 

 쿠작! 퍽! 끼이이···

 

 문 손잡이가 부서지고, 서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발소리가 회복실 안으로 들어섰다.

 강산의 긴장된 눈빛이 침대보 아래의 틈새를 주목했다.

 

 “쉬익···쉬익···”

 

 투구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숨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윽고 거무튀튀한 판금 장화가 강산의 시야로 나타났다.

 

 “쉬익···쉬익···”

 

 강산은 연아에게 부여 잡힌 옷깃의 떨림을 통해 그녀가 지금 얼마나 떨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진정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저 녀석이 빨리 나가주길 마음 속으로 빌 뿐이었다.

 

 “쉬익···”

 

 몇 년처럼 느껴지는 몇 초가 지났다.

 

 저벅. 저벅.

 

 강산의 바로 옆에서 잠시 머물러 있던 판금 장화가 발걸음을 돌렸다.

 

 ‘눈치채지 못했다.’

 

 강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쉬려던 찰나였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강산의 핸드폰이 울렸다.

 

 ‘제기랄.’

 

 누나다.

 

 “쉬익, 쉬익!”

 

 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강산은 커다란 눈망울을 파르르 떨고 있는 연아의 손을 부여잡았다.

 

 벌컥! 쿠당탕!

 

 단번에 들쳐 올려진 침대가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2미터 크기의 거대한 흑기사 아래로 두 인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연아야! 뛰어!”

 

 왜 그랬을까. 강산도 이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산이 연아를 힘껏 밀치곤 신의 기사에게 온몸 박치기를 했다.

 

 퍽!

 

 “큭!”

 

 그러나 튕겨난 건 강산이었고 연아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쉬익!”

 

 신의 기사가 피로 물든 대검을 들어올렸다.

 

 ‘제기랄! 이렇게 허무하게!’

 

 차라리 연아를 미끼로 던지고 도망을 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런 선택지 따윈 강산의 머릿속에 없었고, 이젠 죽게 되었다.

 

 ‘나는 죽으면 안 된다. 진실을 알고 있는 건 나 뿐이니까.’

 

 자신은 반드시 살아남아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진상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말해줘야만 했다. 이 세계의 멸망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멸망자가 각성하기 전에 그를 죽이는 것뿐이란 걸.

 그러나 강산은 이를 빠득 사려 물며 연아의 앞을 막고 섰다.

 

 ‘빌어먹을. 왜 쓸데없이 지켜준다는 말을 해가지고.’

 

 “연아야. 둘에 도망치는 거야. 하나. 두···”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

 “쉬익···쉬익···”

 

 힘껏 치들어 올려진 대검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놈은 잠시 두 남녀를 응시하더니 이내 발걸음을 돌려 의무실을 빠져나갔다.

 

 “아아······”

 

 털썩, 연아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강산은 눈매를 가늘게 만들고 있었다.

 

 ‘어째서? 왜 안 죽이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띠링!

 

 그때였다. 문자가 왔다.

 

 <어디야! 괜찮아?! 나 지금 동대문쪽이야! 여기 지금 난리 났어!>

 

 누나였다. 누나는 곧장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괴물들이 나타났어!>

 <지금 나 혼자야! 무서워 죽겠다고!>

 

 남자친구는 어쩌고?

 경복궁을 떠난 놈들이 동대문 쪽으로 날아간 모양이었다.

 강산은 곧장 답장을 보냈다.

 

 <일단 근처에 아무 건물 안에나 들어가있어>

 <알았어! 종로5가역이야!>

 

 누나의 답장을 확인한 강산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제길.’

 

 제발 현석 아저씨가 엄마를 이 근처 말고 딴 데로 데리고 갔길.

 강산은 엄마에게 어디시냐고 문자를 보냈다.

 한편 연아는 연아대로 누군가와 통화를 끝마치고 있었다.

 

 “······응. 어디 딴 데 가지 말고 집에 있어! 꼭이야!”

 

 각자의 상대와 연락을 끝낸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연아가 먼저 조심스런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강산아. 나 무서워. 미안한데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

 “응? 아. 너네 집이 어느 쪽이었더라?”

 “나 신촌에 살잖아.”

 

 동대문과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강산은 눈썹을 긁적였다.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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