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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이 보낸 자
작가 : 동화1278
작품등록일 : 2018.12.6

나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왔다.

 
ep.1 - 여자친구
작성일 : 18-12-06 18:31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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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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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아. 여자친구. 동갑. 같은 학교. 12월 24일이 300일. 광화문 오전 11시30분.>

 

 지난 7년간 너무 많은 인물들과 섞이다 보니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한 여자친구였다.

 더군다나 300일이면 그 사이에 예닐곱 번은 임무를 수행하러 다른 세계에 갔다 온 시간이다.

 감정 같은 건 남아있지 않는 여자친구이지만 어쨌든 강산은 7년 전의 자신이 남겨둔 메모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건 철칙이었으니까. 자신은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기 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을 때 해야 할 행동을 메모해두는 습관을 기르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강산은 약속시간보다 10분쯤 일찍 광화문에 도착했다.

 

 ‘근데 왜 광화문이지?’

 

 고딩들끼리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왜 이런 곳을 약속장소로 잡아놨나 모르겠다.

 솔직히 천연아라는 여자친구와의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아주 단편적인, 학교 뒤편에서 편지를 받는 자신의 모습과 고갤 푹 수그리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어떤 여자애의 모습.

 같이 손을 잡고 어딘가로 걷고 있는 모습. 얼굴은 희뿌옇다. 오히려 그때 봤던 저녁 노을이 기억에 더 선명할 지경이다.

 

 ‘왜 7년 전의 난 걔와의 관계를 끊어두지 않은 거지?’

 

 이럴 거면 말이다. 이렇게 남보다 못한 어정쩡한 관계일 거면 차라리 헤어지는 게 속 편할 텐데.

 강산은 한동안 하얀 입김을 흘리며 주위로 지나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핸드폰도 한 번 뒤적거려봤다. 새로 온 문자 따윈 없고 갤러리에는 누나의 엽기 사진 정도밖에 없었다.

 다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코트에 손을 푹 찔러 넣고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어떤 남자. 남친 패딩 속에서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커플. 그 커플을 지나치는 뽀글이 파마 아줌마. 눈꼴시다는 듯 커플을 힐끗 한다.

 그리고 어떤 하얀 입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검고 길며 샴푸 모델을 해도 좋을 정도로 결이 좋은 머리카락. 입고 있는 새하얀 코트보다 더 새하얀 얼굴. 그 속에 또렷한 색깔을 가진 붉은 입술. 곧게 뻗은 아미.

 강산의 시야는 그대로 정지되었다.

 

 “강산아 미안! 많이 기다렸지?”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마지막 남은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다.

 첫눈에 반하지 않은 건 아직 현실적응이 끝나지 않아서일까. 확실한 한 가지는 7년 전의 자신이 왜 얘와의 관계를 끊지 않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 오랜만이야. 연아야.”

 “응? 푸훗. 뭐가 오랜만이야. 어제도 봐놓고.”

 “아. 하하. 그랬지.”

 

 연아는 생글거리며 강산에게 팔짱을 꼈다. 향기로운 샴푸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고마워. 강산이 넌 경복궁 같은 고궁 데이트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내 부탁 들어줘서.”

 

 ‘아. 그래서 약속장소가 광화문이었구나.’

 

 강산은 연아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아냐. 네가 좋아하는 건데 뭐. 더군다나 우리 오늘이 300일이고.”

 “헤헤. 기억하고 있었네?”

 “당연하지. 들어갈까?”

 “응!”

 

 강산은 여자친구와 함께 경복궁을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겼다.

 연아의 말이 맞았다. 자신은 이런 곳엔 영 흥미가 없었다. 아니 없을 수밖에 없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봤던 마왕의 성이나 미래 문명의 우주 도시 같은 걸 통해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때문이었다.

 그래도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천연아라는 애 얼굴 구경하는 것만 해도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으니까.

 단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왜 얘 얼굴이 이렇게 생소한 거지?’

 

 아무리 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얼굴을 보면 함께 있었던 기억들도 다 되살아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우와! 강산아 경희루야. 되게 예쁘다 그치?”

 “어. 그렇네.”

 “아이참. 그냥 저녁에 올 걸. 저녁에 왔으면 더 예뻤을 건데. 그치?”

 “어. 맞아. 우리 다음엔 저녁에 와보자.”

 “응!”

 

 강산은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우와우와 거리며 즐거워하는 여자친구에게 적당히 맞춰주며 쟤가 기억나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는데 골몰했다.

 임무는 불시에 하달된다. 임무와 임무 간의 텀은 한 달이 될 때도 있었고 일주일이 될 때도 있었다. 길 땐 반년이었던 적도 있고 짧을 땐 하루를 걸러 임무가 하달됐을 때도 있었다.

 

 ‘이번 임무랑 그 전 임무 텀이 얼마였지?’

 

 일주일이었나? 2주일?

 확실하게 기억이 안 났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그 전번 임무도 꽤나 기간이 길었다는 사실이었다. 대략 20년 가까운 세월을 들여 그 세계를 멸망시켰다.

 

 ‘아마 임무가 연이어 들어와서 그런가 보네.’

 

 강산은 여자친구와의 기억이 가물거리는 이유를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경복궁 구경을 실컷 끝마쳤을 땐 오후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어, 벌써 두 시네? 강산아 배 안 고파?”

 “응. 좀 고프네. 연아 너는?”

 “나두. 우리 밥 먹으러 갈까?”

 “어. 뭐 먹고 싶어?”

 “강산이 너는?”

 “난······”

 

 내가 뭘 좋아했지?

 강산은 순간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 걸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였지? 아니, 난 뭘 먹어왔지?

 

 “······!”

 

 강산의 눈동자가 돌연 파르르 떨렸다.

 

 ‘피.’

 

 그들의 피.

 그곳에 사는 자들의 피.

 

 “가, 강산아?”

 “우웁!”

 “강산아!”

 

 강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되었다.

 후유증. 일거에 밀려오는 그곳에서의 기억들.

 그곳에서 자신이 저지른 짓들. 피. 그리고 피. 샛붉은 피. 또다시 피.

 머릿속이 온통 피칠로 범벅이 되었다.

 마치 지난 7년간 봐온 모든 피가 머릿속으로 쑤시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탁탁!

 

 “강산아! 괜찮아?! 강산아!”

 

 연아는 놀라서 어쩔 줄 모르며 남자친구의 등을 두드려주기 바빴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지나가던 대학생 커플이 놀라서 다가왔다.

 하지만 강산은 다른 누군가가 다가온 것도 깨닫지 못하고 연신 아침에 먹은 것을 뱉어냈다.

 강산의 구토가 조금 진정된 뒤로는 부끄러움의 연속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 났어?”

 

 처음엔 그저 몇몇 사람일 뿐이었는데 구경꾼 숫자가 점점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강산은 타인으로부터의 불쾌감과 놀람의 시선들을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다.

 그때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뭘 봐요? 구경 났어요?!”

 

 연아가 바락 고함을 지른 것이다.

 강산과 같이 있는 내내 나긋나긋하고 천상여자스러운 연아였기에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연아의 극히 드문 미모가 먹혀 들기라도 한 건지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사람들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하얗게 뜬 강산은 이쯤 돼서야 구역질을 간신히 멈췄다.

 

 “으으, 후우.”

 “강산아 괜찮아? 좀 진정됐어?”

 

 마치 강산을 보호하듯 어깨를 안은 연아가 가만가만 다독여주며 말했다.

 강산은 입가를 훔쳐 닦으며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어. 미안해. 아침을 너무 급하게 먹었나 봐.”

 “아아, 체했구나. 어떡해. 많이 아프겠다.”

 “여기에요!”

 

 그때 처음 다가왔었던 대학생 커플이 경복궁 관리소 사람을 데리고 왔다. 관리소 사람은 얘기를 다 들은 건지 삽과 쓰레받기, 흙포대를 들고 있었다.

 

 “의무실에 가보세요. 관리소에 있어요.”

 

 커플 중 여친이 궁내 한 켠을 가리켰다. 연아는 어여쁜 얼굴에 울상을 지으며 고갤 조아렸다.

 

 “고마워요 언니.”

 “아니에요. 남자친구 데리고 얼른 가봐요.”

 “네!”

 

 강산은 묵묵히 자신이 뱉어낸 토사물을 치우고 있는 관리인에게 고갤 숙였다.

 

 “죄송합니다. 수고를 끼쳐 드려서···”

 “아니야. 얼른 가봐.”

 

 관리인 아저씨는 염려스런 얼굴로 강산을 보며 고갤 가로저었다.

 의무실은 관리소 1층 구석 편에 있었다.

 남자친구가 체한 것 같다는 말에 의무실 의사는 심드렁한 얼굴로 약을 주곤 의무실 옆방을 가리켰다.

 

 “회복실에서 좀 쉬다 가든가 해요.”

 “아,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회복실로 들어갔다. 침대 하나와 의자 하나, 캐비닛 하나가 전부인 단출한 회복실이었다.

 

 “이제 좀 괜찮아?”

 

 의사가 내준 약을 먹고 조금 지나자 나자 하얗게 떴던 강산의 얼굴도 혈색이 좀 돌아왔다.

 사실 약 따윈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서 후유증이 좀 진정이 되었을 뿐이다.

 

 “미안해 갑자기. 하하. 데이트 완전 망쳤네.”

 “으으응~ 괜찮아. 난 오히려 강산이 널 내가 보살필 수 있어서 기뻤는걸? 아, 미안. 기뻤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

 

 수줍고 조심스런 미소가 사랑스러웠다.

 강산은 얼굴만큼이나 예쁜 연아의 마음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냐.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기쁘네. 고마워.”

 

 강산은 그녀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그러자 연아는 볼을 살짝 붉게 물들이며 마주 방긋 미소 지었다. 참 어여쁜 소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냥 지금 줄까?’

 

 책상엔 메모와 함께 또 하나의 물건이 놓여있었다. 조그만 곽이었는데 열어보니 은반지 두 개가 들어있었다.

 7년 전의 자신이 연아에게 주라고 준비해둔 것.

 그녀의 미모와 연애 감정이 일어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나 강산은 이 아무런 감정도 기억 속에 없는 여자에게 반지를 주는 쪽을 선택했다.

 이건 철칙이니까.

 

 “있잖아. 연아야.”

 

 강산의 손이 패딩 주머니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그때였다.

 

 “꺄아악!”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싸움이라도 났나? 강산의 손이 그냥 빠져 나왔다.

 

 “으악! 사, 살려줘!”

 

 그런데 비명소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강산은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연아야.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어! 강산아!”

 

 강산은 연아를 회복실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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