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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이 보낸 자
작가 : 동화1278
작품등록일 : 2018.12.6

나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왔다.

 
ep.1 - 회귀
작성일 : 18-12-06 18:30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3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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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강산은 침대에서 곧장 일어나지 않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머리맡의 핸드폰으로 시간과 날짜를 확인했다.

 2022년 12월 24일. 토요일. 오전 8시 29분.

 

 “하하···”

 

 이상하게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번 임무를 완수하는데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하나의 문명을 말살시키는데 7년.

 그들이 거기까지 문명을 일구어내는데 걸린 몇 천년, 아니 어쩌면 몇 만년이란 세월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임무를 완수하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 지금, 이곳에서 흘러간 시간은 고작 7분에 지나지 않았다.

 강산은 문득 생각했다.

 

 ‘난 지금 몇 살인거지?’

 

 원래의 세계에선 고작 18년을 살았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억을 되돌려보면 그 십 수 배나 되는 삶을 살아왔다.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하는데 걸린 시간은 19년.

 두 번째는 13년.

 세 번째는 23년.

 네 번째는? 몇 년이었더라?

 다섯 번째는?

 기억이 확실치 않았다.

 지금까지 완수한 임무만 스무 번에 달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갔던 그 세계에서의 기억은 마치 꿈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희미해진다.

 기억의 단편만 머릿속을 맴도는 느낌이랄까.

 사실 굳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곳에서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짓거리들을 원래 세계까지 가지고 와서 고통스러워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강산아! 밥 먹어라!”

 

 엄마의 목소리가 방문을 뚫고 들려왔다.

 8시 29분.

 맞다. 이 세계에선 이때쯤 아침을 먹는다.

 그런데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학교에 가야 하나? 아 맞다. 오늘 토요일이었지.

 7년이나 다른 세계에서 살다 오니 현실의 시간관념이 전무했다.

 

 쾅쾅!

 

 “야! 주강산!”

 

 강산이 뭉그적대며 빨리 나오지 않자 누나가 방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빨리 텨 나와서 밥 쳐먹어!”

 “주샛별! 말 예쁘게 안 쓰지?!”

 “아 씨! 엄만 맨날 나한테만 뭐라 그래!”

 

 누나가 볼멘 목소리로 엄마한테 반항했다.

 밖에서 “아 씨! 나 밥 안 먹어!”라는 누나의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엄마한테 꿀밤이라도 한 대 맞은 듯했다.

 그런데 누나와 엄마의 그런 승강이가 강산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게 했다.

 

 “나. 돌아온 거 맞네.”

 

 

 

 

 냠냠 쩝쩝.

 밥 안 먹는다더니 누나는 식탁에 앉아있었다.

 

 “아 새끼. 쩝쩝거리면서 좀 먹지 마.”

 

 7년만의 집밥에 강산이 열렬한 자세로 먹어대자 누나가 밥맛 떨어진다는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얘. 넌 왜 그렇게 항상 동생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

 “아니 쟤가 쩝쩝거리잖아. 짜증나게.”

 “배가 많이 고팠나 보지. 강산아 많이 먹어?”

 “엉. 맛있어. 냠냠. 쩝쩝.”

 

 탁.

 

 샛별이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엄마가 반도 안 비워진 딸의 밥그릇을 보더니 말했다.

 

 “왜? 더 안 먹고.”

 “밥맛 다 떨어졌어. 엄마 나 물.”

 “네가 갖다 먹어.”

 “에이 씨.”

 “이게 또 말버릇 봐.”

 “아이 씨!”

 

 엄마가 꿀밤을 먹이려 하자 샛별은 냉큼 일어나 도망치듯 냉장고로 달려갔다.

 강산이 힐끗 쳐다보자 샛별은 주먹 감자를 먹였다.

 강산은 피식 웃었다. 4살이나 누나인데 귀엽게 보였다. 하긴 내가 살아온 세월이 몇 년인데 22살이면 애다.

 그러다 강산은 잠깐 고갤 갸웃했다.

 

 ‘내가 미쳤나?’

 

 누나가 귀엽게 보이다니.

 아직 현실적응이 안 끝났나 보다.

 강산은 다시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현실적응에는 원래 세계의 음식을 위장에 밀어 넣는 것만 한 게 없었다.

 한창 그렇게 엄마의 흐뭇한 시선을 받으며 현실적응을 하고 있을 때였다.

 누나의 목소리가 바락 들려왔다.

 

 “엄마! 내 목걸이 어디 있어!”

 “무슨 목걸이?”

 

 누나가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준현이 오빠한테 받은 거 있잖아! 은색 십자가 목걸이!”

 “니 남자친구한테 받은 목걸이를 내가 어떻게 알아 이것아!”

 “에이 진짜!”

 

 누나는 도로 우당탕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조금 지나자 누나가 다시 나타났다.

 

 “샛별아! 너 또 어디 나가!”

 “나 데이트!”

 “하여튼 저게 남자친구 생기더니 집에 붙어있질 않아요.”

 “남이사!”

 “으이구.”

 “갔다 올게요!”

 “빨리 들어와!”

 “싫지롱.”

 

 누나는 엄마가 벌떡 일어날 자세를 잡자 후다닥 집 밖으로 도망쳤다.

 

 “아이고 속 터져. 딴 집 애들은 벌써부터 토익이다 뭐다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쟤는 애인이란 놈이랑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밖에 싸돌아 다니기만 하고. 에휴.”

 “엄마. 나 밥 한 그릇만 더 줘.”

 “응~”

 

 

 

 

 임무를 완수하고 원래 세계에 돌아왔을 때의 습관이 생겼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는 것이다.

 닥치는 대로 뉴스를 읽는다. 임수를 수행하러 떠나기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뉴스들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안심이 되었다.

 

 ‘내가 사는 세계는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다른 세계를 멸망시키고 온 지난 7년동안. 아니 7분동안. 이 세계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고, 무사하다.

 강산은 뉴스를 읽으며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이런 일이 있었지. ······맞아. 이때 이런 사건으로 한창 시끄러웠어. ······그렇지. 100년만의 한파. 매년 찾아오는.’

 

 강산에게 이것은 일종의 자위행위였다.

 나와 내 가족과 나의 세계는 안전하다.

 내가 다른 세계를 멸망시킨 대가로.

 강산이 그렇게 한참을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다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로 나왔을 때였다.

 

 “어? 우와. 엄마 예쁘다. 어디 가?”

 “아, 으···응?”

 

 엄마가 웬 일로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안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낌새가 수상했다. 깜짝 놀란 눈에 볼을 붉게 만들고, 어딘가 떳떳하지가 못했다.

 

 “어, 저기. 엄마 누구 좀 만나고 올게.”

 “누구?”

 “아···응. 있어. 저기, 그러니까.”

 

 열여덟 소녀같이 수줍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강산의 뇌릿속에 문득 7년 전 이맘때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강산은 엄마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와. 엄마. 내가 봐도 형석 아저씨 되게 좋은 분 같더라.”

 “어, 어머. 아냐 얘. 그 아저씨 만나러 가는 거···”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치는 걸 보니 확실했다.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강산은 엄마를 새엄마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엄마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였고, 아빠가 돌아가시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남매를 당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들처럼 사랑해주었다.

 그래서 엄마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엔 조금의 섭섭함이 없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엄마도 이젠 자식들 뒷바라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도 좀 챙겼으면 좋겠으니까.

 강산은 엄마에게 손을 흔들어주곤 화장실로 향했다.

 

 “다녀오세요~”

 “어, 응. 식탁에 점심 차려놨으니까 먹어? 엄마 저녁 땐 돌아올 거야.”

 “응. 알았어요~”

 

 띠리릭. 탁.

 

 화장실에 들어가니 현관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아아!

 

 시원스레 오줌발을 뿌리기 시작했다. 고놈 힘 참 좋네.

 나이를 제일 많이 먹어본 게 아마 마흔 여덟이었나 아홉이었나 그랬을 거다. 확실히 그 나이가 되면 남자의 남자가 죽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강산은 10대의 흘러 넘치는 젊음을 마음껏 만끽했다.

 화장실에 간 김에 샤워까지 하고 나온 강산은 외출 채비를 차렸다.

 7년 전 자신이 책상에 남겨 놓은 메모를 봤기 때문이었다.

 

 <천연아. 여자친구. 동갑. 같은 학교. 12월 24일이 300일. 광화문 오전 11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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