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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헌팅쉽
작가 : 별미르
작품등록일 : 2018.12.6

통칭 헌터, 현상금 사냥꾼 이자 사실은 정착을 꿈꾸는 백수들이 떠돌아 다니는 근미래의 우주 개척 시대.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 병기로 키워진 우주가 헌팅쉽 더블에스(Strong Star) 호에 승선하였다!
"죽이지 말고 살리라고!"
"아..."
2140년. 2020년생 우주의 우주 적응기!

 
1. 우주 속의 우주 (1)
작성일 : 18-12-06 15:15     조회 : 381     추천 : 2     분량 : 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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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팅쉽 1. 우주 속의 우주 (1)

 누구나 자유를 사랑하지만, 우주 속에서도 자유를 사랑하는 이는 없다. 이 드넓은 우주 속에서의 자유란 방황 일 뿐이고, 우주를 건너 어딘가로 향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주의 어딘가에서 차가운 죽음으로 잊혀갈 뿐이니까.

 구식 우주모함은 각진데 없이 모든 면이 둥글둥글 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선미가 없는 여객선을 닮았다. 앞으로 넓게 갑판이 나와있고, 갑판과 가까운 선루에는 주기장이 해치를 앙다물고 있다. 그 뒤로는 일반적인 우주선의 형태이지만, 넓적한 갑판은 행성 진입시 공기저항을 유발한다. 그 비효율적인 형태는 큰 규모의 행성을 뜨고 내리는 것은 상당히 버겁지만, 모험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보다 적합한 형태와 가격은 찾을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 근처에서 구식 우주모함을 본다면, 그들은 마음 속으로 염원하곤 한다. 그들의 여정이 부디 행복하기를, 그리고 부디 내 옆에서 구조신호를 보내지 않기를.

 가니메데와 목성 콜로니 C-024 사이. 목성의 주변을 돌고 있는 운석 하나에 자리잡은 인공도시를 향하는 궤도 안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 자그만 구식 우주모함을 보는 이들을 지나는 비행선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방열 도료는 제대로 발라져 있는지 의심되는 잿빛의 선체에는 여기저기 잔기스가 나 있고, 선체의 옆에는 유독 선명한 글씨로 SS 이라는 글씨가 반쯤 겹쳐 적혀 있다. 보통의 우주선은 위 아래가 명확하지 않지만, 유독 위아래가 명확한 형태의 이 우주모함의 갑판 위로 솓은 선루 안 쪽에서, 한 남성이 냄비에 이런저런 재료를 섞어 넣으며 요리를 하고 있다.

 웤에서부터 후라이팬. 전자레인지와 오븐까지. 우주에서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각종 장비들이 한편을 차지한 부엌. 위에는 무중력상태나 충격에 비산하지 않도록 디자인된 탈착식의 후크에 이런저런 조리도구들이 매달려있다.

 '딸깍'

 남자가 국자를 잡고 누르자 거미가 다리를 벌리 듯 후크가 벌어지며 국자를 놓는다.

 '후르릅.'

 깎은지 오래 된. 듬성듬성 난 수염 사이로, 입매가 호선을 그린다. 만족스러운 요리를 들고, 그가 부엌을 나서며 소리친다.

 "첸!"

 우주의 한복판에 있는 이 작은 우주모함 안에서 내지른 그의 목소리는 기체의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선루 안을 맴돌았다.

 "여."

 그러나 선루의 동료에게는 충분히 좋은 울림이었는지, 첸이라 불린 호리호리한 체형의 남자는 맑게 웃으며 통로를 건너 대합실에 들어섰다.

 첸이 다가오자 냄비를 상위에 두는 그의 몸집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키는 비슷하지만, 한 뼘은 더 넓어 보이는 어깨, 얇은 반팔 안으로 비치는 근육은 그를 더욱 강인해 보이게 만들었다.

 "먹자."

 그들은 말없이 식탁에 앉았다. 식탁의 한편에 놓인 TV에서는 끊임없이 소리들이 나오고 있었으나. 둘의 입에선 음식을 먹는 소리 외에는 나지 않았다. 밥을 먹던 첸이 어느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한별."

 "왜."

 "한국식 김치찌개는 돼지고기가 생명인걸로 알고 있는데."

 두부를 밥에 얹어 먹던 첸이 말했다.

 "고기가 없어."

 한별이 국물을 밥에 젹셔 입에 떠 넣었다.

 "……"

 필요가 혁신을 낳는다. 재앙을 피해 인간들이 지구를 떠나오기 전, 인류는 우주 안에서의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인류는 제대로 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결국 지구를 떠난 인류는 사라질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류는 필요 앞에서 불과 수십년 전에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혁신을 해냈다. 한별이 고기 없이 꽤나 훌륭한 김치찌개를 만들어낸 것처럼. 지구를 떠난 문명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영 심심하긴 한데 먹을만 했어."

 빈 그릇을 내려놓는 첸의 평가에 한별의 이마에 핏줄이 솓았다.

 "너 이놈 애초에 우리가 왜……"

 "어헛! 화내지 말라고 이번엔 제대로 큰 한탕이니까. 다음에는 고기를 넣은 꼬치구이를 먹게 해주겠어. 그냥 꼬치가 아니라고!"

 첸의 빠른 변명에 한별은 피식 웃었다. '그래 나무껍질이 아닌 고기란 말이지.'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왔으나 첸은 가볍게 무시했다.

 "너가 요리하는 동안 다 알아뒀지. 지금 이미 그쪽 좌표로 가고 있어."

 휴. 한숨을 한별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우주 한복판이야. 이번엔 주변에 지나는 사람도 없고 건물도 없다고. 절대로 수리비 변상해줄 일 없으니까 걱정마."

 "그래, 그리고 제발 죽이지 좀 마."

 "불살! 헌터의 미덕이지!"

 "오호, 그래서 하론을 죽인거냐? 배상금만 잔뜩 물어주고?"

 침묵. 첸이 뒷머리를 긁었다. 설거지나 해. 한별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첸은 일어나 그릇을 정리했다. 그가 그릇들을 들고 부엌으로 사라지며 말했다

 "하론은… 정말 나쁜 놈이었어."

 첸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며,

 한별이 덧붙였다.

 "알고 있어."

 

 * * *

 

 인간에게 자유란 불가능한 개념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디엔가 매여있으며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은 인간은 죽은 인간뿐이다.

 그런 점에서, 목성 주변의 파편들과 함께 유영하는 이 작은 기체는 살아 있는 인간 중에서도 가장 자유에 가까운 인간을 싣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

 꽤나 힘겨운 듯한 작은 한숨은 조금 뇌쇄적인 느낌을 흘린다. 계기판 구석에서 연료 표시등이 깜빡이고,

 오른편의 미니 건은 부서져 있다. 날개 여기저기에 총알자국이 박힌 기체는 가니메데의 대기층에 닫기만 해도 불타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을 빛내고 있다.

 조종석에 앉아 아련한, 혹은 초탈한 듯 한 눈으로 기체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그녀는 다시 조종석에 기대어 새카만 우주를 바라보았다. 한국의 언어로 자신의 이름은 이 우주와 같다고 했다.

 "신우주."

 '꼬로록'

 배에서 민망한 소리가 들려오자, 자신의 이름을 뇌까리던 그녀는 저 혼자 피식 웃으며 조종석 구석을 뒤졌다. 이윽고 조종석 구석을 뒤지던 그녀는 주스 팩을 하나 발견하고는 조용히 빨대를 꽂아 빨아먹기 시작했다.

 

 자유.

 

 그녀는 자유가 고팠다. 언제나 매여있는 삶이었고, 언제나 풀려나고 싶은 삶이었다. 실험실에서 눈을 뜬 이후로,

 그녀는 무기로 키워 지고, 다시 무기로 이용당했다. 그녀의 신분을 밝혀주는 것은 동면장치에 붙어있던 그녀의 이름뿐이었고, 그녀를 깨운 이들은 그녀의 과거를 찾아주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녀를 쓰는 이들은 그녀에게 꽤 많은 돈을 주기도하고 좋은 말을 해주기도 하였으나, 정작 그녀에게 자유를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미처 연료를 채우지 못한 채 도망치다.

 우주 한복판에 멈추고 나서야,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눈을 뜬 이후 처음 있는 일 이었다.

 임무실패.

 그녀는 약 16시간 전의 일들을 떠올렸다.

 식민 방위 연합. 목성 주변의 식민지들 사이의 폭력조직들이 연합한 식민 방위 연합은 이름과는 달리 마약과 도박 인신매매를 통해 먹고 사는 흑막 조직이다. 그저 목성의 얇은 띠를 이루는 중소형 행성에 자리잡은 식민지들 사이에서 세력을 키운 연합이 확장을 노리며 가니메데의 조직 살리파의 분점을 공격하면서 생긴 분쟁. 조직 칼리파의 수장 쿨란 살리파는 우주에게 식민 방위 연합의 수장 달룸을 제거할 것을 주문했다.

 ‘퍽’

 '딱'

 총알이 선사하는 죽음은 그 자신의 발소리 보다도 빠르다.

 우주를 위해 만들어진 병기, '슈팅스타'는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 2000m밖, C-024 외에는 불려지는 이름조차 없는 조그만 중형행성의 낮은 중력과 기압 덕에 믿기 힘든 거리에서의 저격을 성공한 그녀는 평소처럼 조용하게, 슈팅스타를 쌍권총형태로 분리하고는 빠져 나오려 했었다.

 저격을 위해 올라선 건물이 식민 방위 연합의 세이프 하우스 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총소리를 듣자마자 세 명이 달려 올라왔고, 달룸의 죽음이 알려지자 식민 방위 연합 전체가 따라붙었다.

 암살에는 성공, 도주에는 실패. 암살자가 드러난 암살은 실패다. 그것은 애초에 암살이라 불릴 수 없다. 그녀에게는 첫 실패였지만, 그녀와 함께 눈뜬 동료들 모두 첫 실패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자유가 그녀가 그토록 싫어했던 실패에서 도출되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꽤나 유머러스 하게 느껴졌다.

 방위 연합은 연료탱크에 구멍이 난 채 날아가는 기체가 가니메데에 도착할리가 없다 생각했던 것인지. 혹은 그녀가 이 악물고 뿌려댄 폭탄 덕에 그들의 기체가 부서졌기 때문인지. 혹은 어차피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인지.

 연합의 기체가 따라오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어찌됐든 그녀와 기체는 죽음과 잊힘이라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목성의 궤도를 맴돌 뿐이었다.

 "으윽."

 주스를 빨던 그녀는 문득 통증을 느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전투슈트는 하나의 여벌목숨과 같아서, 근거리에서 폭발한 경량 폭탄에서도 목숨을 구해주지만, 그 반발력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 고통이 죽음보다 낫다고 해서, 결코 고통이 기꺼울 수는 없기에, 그녀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크게 숨을 크게 들이쉰 것을 후회했다.

 뼈가 부러지면 그 부분이 단단하게 경화되어 뼈를 대신하여 몸을 지지해주는 이 슈트는 그녀의 등, 우측 다리 등에서 부풀어 그녀의 몸을 지지하고 있다.

 만약 이 슈트가 아니었다면 우측 허벅다리가 부러진 순간 그녀는 기동력을 잃고 기체에 타기도 전에 죽었을 것이다.

 물론 부러진 뼈가 따로 놀며 신경을 찔러대는 고통은 오직 그녀의 몫이었기에, 그녀는 다리가 부러진 채 도망치던 순간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스를 모두 마신 그녀는 눈을 감고 누웠다.

 고통이 익숙해지자 그녀의 입에는 미소가 걸렸다. 드디어. 그녀는 그녀가 갈 곳을 찾은 것 같았다.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예전에 받아둔 노래가 있다.

 "free~"

 목소리 좋네. 박자에 따라 손가락을 미세하게 까닥이며 온몸의 통증을 잊기 위해 애쓰다.

 그녀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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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나 19-05-1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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