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나 철이 왔다
“여기 있다, 넌 죽었어!”
“여기 있다 어쩔래!”
잡았던 손잡이를 힘껏 밀쳤다. 사각형이 문에 걸려, 어, 어, 비명을 질렀다. 사각형의 발을 잡아 당겼다. 사각형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각형이 일어나 나 돌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가격했다. 으! 윽! 비명을 토하며 뒤로 쓰러졌다.
“죽었어, 자근자근 씹어 죽인다. 쫍밥아!”
나 돌의 귀에는 사각형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몸이 축 늘어졌다. 사각형이 발로 가격하던 걸 멈추었다. 나 돌의 심장에 손을 갖다 댔다.
"아직 안 죽었네, 죽은 척 하지 말고 눈 떠, 쫍밥아!“
사각형이 옆에 있던 양복에게 데려가라고 눈짓을 던졌다. 양복이 나 돌의 머리카락을 잡아 상반신을 일으켜, 어깨에 둘러맸다. 건물을 나와 시게이가 있는 뒤쪽으로 가려는데, 수복이 달려와 양복을 발로 갈겼다. 사각형과 양복들이 수복을 둘러싸고 공격했다.
“다 덤벼 쫍밥들아!”
수복은 여유 만만하게 소리치고, 양복들을 공격했다. 양복들은 수복의 발이 스치면 한 바퀴 돌고 쓰러졌다. 구경하는 사람들 환호와 비명을 질렀다. 사각형이 수복의 등을 향해 칼을 꼽으려다, 수복의 팔꿈치에 면상을 맞고 한 바퀴 돌면서 쓰러졌다. 수복이 나 돌을 어깨에 둘러맸다. 양복 둘이 칼을 휘두르며 수복을 공격하다, 수복의 발에 차여 동시에 쓰러졌다.
“또 누구야?”
멀리서 구경하던 사람들 수복을 향해 우~~~ 환호를 질렀다. 바닥에 쓰러진 양복들 꼼짝도 하지 않았다. 건물 뒤쪽에서는 요코가 내지르는 기합소리가 들렸다. 수복이 나 돌의 목에 손을 대고 맥을 잡았다.
“형, 장난 아니네....”
수복이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나 돌을 어깨에 둘러매고 사라졌다. 구경꾼들 요코가 싸우는 골목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
수복은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택시들은 그냥 지나쳤다. 나 돌의 상태가 시간을 지체하면 위험할 수도 있어, 가까운 원서 공원 하회나무 밑에 나 돌을 내려놓았다.
“형, 형!”
수복은 귀에 대고 나 돌을 불렀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수복은 나 돌의 몸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눈을 감고 몸을 감지하며 손가락으로 치료를 시도했다. 맥이 가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손바닥을 마주 잡고 맥을 이어가게 하려고 기운을 불어 넣었다.
“당황스럽네..... 할아버지 형 살려 주세요....”
하회나무를 향해 기도를 올렸다. 바람도 없는데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수복의 핸드폰이 울렸다. 갸웃하며 받았다.
“나야, 어디 있어?”
핸드폰에서 종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원서공원 화회나무에요... 형이 많이 아파요...”
수복은 더 이상을 말을 잊지 못했다. 울컥하니 목으로 뜨거운 것이 복받쳤다. 맥을 이어주는 손바닥을 놓는 순간 나 돌의 심장은 멈출 것 같았다. 순전히 느낌이었지만, 틀림없는 느낌이었다. 종운은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끊었다. 나 돌의 맥이 거의 느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당황스러웠다.
“대길상 밀고, 위장관료아 날매료자아 마데지불애 파내유검 배달구모 아즉가시니 하둔항라도 부조실 주기심하쇼 불전이 각학급이 오라!”
종운이 신성한 기운을 부를 때 읊조리던 밀고를. 수복이 계속적으로 읊었다. 긴 숨을 몰아쉬며 연속적으로 ‘밀고’를 읊었다. 하회나무 가지가 소리 내어 흔들렸다.
“수복, 어딧어?”
수복은 나 돌과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만일을 대비해 화회나무 뒤로 나 돌을 옮겼었다. 종운이 숨을 몰아쉬며 왔다. 수복이 나 돌의 손바닥을 잡고 밀고를 읊조리고 있었다.
“많이 안 좋아요, 화회나무가 마구 흔들리더니 아버님 오시니까 멈추네요.”
“돌이야, 돌아!”
종운은 나 돌의 얼굴과 목을 만지며 맥박이 뛰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맥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게 뛰고 있었다. 종운이 수복의 옆에 앉아 밀고를 읊었다.
“대길상밀고 날매료자아, 마데지불애 .....”
두 사람이 한마음으로 밀고를 외쳤다. 화회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바람도 없는 한 밤에 옆으로 길게 뻗은 화회나무가 밀고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우리 아들 데려가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오셔서 우리 아들 살려 주세요, 제발!”
“할아버지 돌이 형 살려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종운과 수복이 간절하게 외쳤다. 종운은 김회장 집에서 원혼을 부를 때 보다 더 간절함으로 나 철을 불렀다. 화회나무 가지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빛이 화회나무에 떨어졌다. 종운과 수복이 번쩍임에 놀라 고개를 숙였다.
“애가 말썽이냐...”
엄한 꾸지람이 들렸다. 종운과 수복이 고개를 들었다. 하얀 도포를 입은 나철이 화가 난 표정으로 나 돌 옆에 섰다. 두 사람은 나 철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무릎을 꿇어 허리를 굽혀 절을 올렸다. 나 철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고집은.... 애가 철이 없어 걱정이구나....”
나 철은 종운을 향해 나 돌을 걱정하고 있었다. 수복은 나 돌과 나 철을 번갈아 보았다.
“너희 할아버지는 나라가 위태로운데 도 닦는다고 안 온다고 하더라.... 그 놈의 도는 왜 닦냐? 나라가 이지경인데 도는 닦아 뭐한다고....”
나 철은 수복에게 수복의 증조할아버지인 서 일을 원망했다.
“넌 그러지 마라!”
나 철은 수복에게 타이르듯이 던졌다. 수복이 머리를 조아렸다.
“우리 할아버지가 잘못했네요, 형을 살려 주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에게 그러면 못 쓴다고 일러라, 알았지? 나이 먹더니 말을 안 들어, 큰일이야...”
“아, 예, 그러면 안되지요, 나라를 위해 도를 닦아야지요.”
“암, 고놈 쓸 만한 놈이구나,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애비라고, 쯔쯔.....”
나 철은 종운을 향해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해서 아들놈이 엉망입니다, 살려서 엄하게 꾸짖어 주세요.”
“말을 듣게 생기지를 않았어, 어디서 이런 애가 나왔나 몰라...”
나 철이 수복 옆에 쓰러져 있는 나 돌 옆에 앉았다. 나 돌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우째, 나를 이리 쏙 빼닮았냐? 고 놈 참!”
고개를 끄덕이는 나 철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종운은 나 철의 표정으로 기분이 좋아진 걸 알았다. 나 철이 종운을 향해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나 돌의 몸에 기대는 듯 스스스... 사라졌다.
“어, 이런...”
두 사람이 동시에 놀라는데, 누워있던 나 돌이 눈을 번쩍 뜨더니 일어났다. 무릎을 꿇고 있던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올려 보았다.
“몸이 새털처럼 가볍다. 이럴 수가.....”
나 돌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더니, 발을 허공에 휘둘렀다. 몸이 붕, 떠서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았다. 나 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원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고, 쎄네.....”
“형, 멀쩡해?”
“응,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아, 날아다닐 것 같아...”
종운이 옆에서 거들었다.
“할아버지가, 나 철 할아버지가 너의 몸에 들어갔어, 너도 봤지?”
종운은 나 돌이 믿지 않을까 봐, 수복에게 동의를 구했다. 수복이 그렇다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 돌은 멍하니 화회나무를 올려보았다.
“돌이야, 몰라?”
“모르겠는데, 몸이 너무 가볍다는 것 밖에는....”
“형 몸이 가벼워진 건 할아버지의 공력 때문이야, 일본 여자 만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으니까 만나지 마!”
수복은 덧붙여 설명했다. 일본 여자를 만나면 나 돌이 위험에 빠진다고 믿었다. 나 돌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안에서 삼년 도를 닦았더니, 원혼을 부르는 능력이 생겼어... 밀고를 간절하게 부르면 원혼이 오거든, 아마도 할아버지를 모시려고 그런 능력이 생겼나 봐...”
종운은 좀 전에 나 철이 온 게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에는 화회나무가 흔들리기만 했거든, 아까도 심하게 흔들렸었는데, 아버님이 밀고를 읊으니까, 할아버지가 나타나셨어, 대단해요...”
수복은 종운과 합세해서 밀고를 읊고 난 후에, 화회나무가 심하게 흔들렸던 것을 떠올렸다.
“할아버지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주셨네, 아빠가 모셔오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할아버지가 주신 능력일거야, 함부로 안써야지...”
종운은 나 돌의 손을 잡아서 얼굴에 비볐다. 그리고 수복에게 전화 한 과정을 설명했다. 엄마랑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절대 안 된다고 고함을 질러, 경비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단다. 할 수 없이 아파트에서 쫓겨났는데, 갑자기 수복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 전화를 했다고 늘어놓았다.
“모든 건 우연 같지만, 운명의 계시로 이루어지고 있어.”
“저도 형한테 전화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했었어요, 운명 같아요.”
수복이 종운의 말을 거들었다. 나 돌은 요코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요코는?”
수복이 싫어 할까봐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도 몰라, 형이 너무 급해서 그냥 왔어, 골목에서 싸우는 소리는 들리던데....”
나 돌은 구해 주지 그랬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수긍을 표시하느라 고개를 끄덕였다. 종운이 잠시 기다리라 하고 공원을 뛰어나갔다. 수복과 나 돌은 화회나무를 올려보다,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종운이 막걸리와 오징어를 봉투에 담아왔다. 정성스럽게 화회나무 아래 넓적한 돌 위에 올려놓았다.
“돌이를 살려 주셨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자!”
종운이 두 사람 앞에서 절을 두 번 올렸다. 두 사람 뒤에서 따라서 절을 했다. 세 사람은 공원을 걸어 나오면서도, 고개를 돌려 화회나무를 보았다.
“공력이 올라서 개구리 권법을 제대로 할 수 있음 좋겠다.”
나 돌이 두 발을 구르면서 뛰어오르는 준비를 했다. 수복이 웃으며 그러라고 끄덕였다. 나 돌이 기합을 질렀다.
“얍!”
종운과 수복의 머리 위를 지나쳐 뒤에 섰다. 나 돌이 깜짝 놀라서 눈이 커졌다.
24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