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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15화] 누구보다 뜨거운-회상2
작성일 : 18-12-06 12:10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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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앉은 엄기만과 최태성. 최태성 주위로 건장한 사내들이 눈을 부라리며 뚫어져라 엄기만을 쳐다보고 있다. 그런 똘마니들과 차례차례 눈을 마주친 엄기만이 같잖다는 표정을 짓자 한쪽 눈썹을 올린 최태성이 거만하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관리도 하고, 사정 얘기도 들어주고 그러는데 와~~, 사람들이 겁나게 독해. 막 쳐들어와서 다 때려 부순다니까. 엊그저께는 나 머리채 잡히고 난리도 아니었어. 불쌍한 우리 애들……, 몇 명은 다치고 몇 명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고……. 그래서 사람을 좀 경계하는 거니까 이해 좀 하쇼.”

 “뭐 됐고! 그냥 몇 가지만 묻고 가겠습니다. 나도 여기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거슬렸는지 엄기만이 비꼬아대자 최태성은 잠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는 뒤에 대기 중인 수하 하나를 찾는다.

 

 “아, 그전에 잠깐만……. 야! 일구야. 그것 좀 갖고 와. 아, 얼른!”

 

 아둔해 보이는 부하 한명이 비단으로 정성스레 포장된 꾸러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퉁명스럽게 서류하나를 엄기만에게 건넨다.

 

 “자, 그 서류를 보시면 우리 엄기자님이 원하시는 답변이 거기에 다 적혀있어. 어지간한 것들은 금방 아시게 될 겁니다. 아, 우리도 데이터 뽑아서 이거 준비하느라고 아주 혼났어. 다른 기자 분들도 다들 좋아하면서 우리더러 고맙다고 하더라니까. 하하하하! 아, 그리고 이것은…….”

 

 서류를 받아 넘겨보는 엄기만 앞으로 최태성이 포장된 꾸러미를 스윽-하고 밀어 넣는다.

 

 “이게 꿀인데, 시장에서 파는 그런 꿀이 아니야. 천연꿀 중에서도 야생벌, 응. 걔네 집 털어서 얻은 꿀인데, 이게 어디 가서 함부로 구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거든. 무지하게 귀한 거라고 이게……. 우리 기자님, 기운 없고 그러실 때 드시라고. 자, 자.”

 

 밀어준 꾸러미에 엄기만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최태성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만연해있었다. 보는 사람 기분 더러워지게 만드는, 그런 미소였다.

 

 “하여튼 남의 집 터는 거 참 좋아해. 아주 재미 붙으셨나봐? 그래서…… 당신 눈에는 저기 저 사람들도 야생벌쯤으로 보이나 보지? 그렇게 다 내쫓고 또 꿀을 빠시겠다?”

 “……?”

 “이 서류만 해도 그래. 어디 이따위 걸 답변이라고 내밀어. 전부 당신들 입맛에 맞게 양념뿌린 거잖아. 안 그래?”

 

 생각지도 못한 답변, 거기다 겁 없이 덤비는 말투까지……. 확실히 이전에 만나왔던 기자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야심차게 준비한 서류뭉치까지 보잘 것 없이 내팽개쳐지고 있으니 최태성의 얼굴에 웃음기가 남아있을 리 없다. 그런 똥 씹은 면전에 대고 엄기만의 도발이 이어진다.

 

 “당신,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내가 싹 다 밝혀낼 거야. 당신뿐 아니라 당신 뒤에 있는 놈까지……, 내가 모조리 다 파버릴 거라고. 알아?”

 

 시건방진 태도로 약을 바짝 올린 엄기만이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 할 때였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최태성은 침묵을 깨고 “겁이 없는 친구네.”라며 엄기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고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는 것이 보통 위협적인 게 아니었다.

 

 “어이, 자네가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도 하는 것 같지? 설설 기어주니까 사람 우습게 보이고, 그치?”

 “글쎄,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당신이 우습게 보이는 건 맞아.”

 “새끼가…….”

 

 엄기만이라고 해서 어찌 이런 상황이 두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찌됐건, 둘 사이에는 그렇게 강렬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내가 너 그냥 내보낼 줄 알았냐? 병신. 너 이제 큰일 났어.”

 “…….”

 “그러게 애들도 보는데 내 체면 좀 세워주지 그랬냐. 에이~, 안타까워라. 아, 뭣들 하고 서있어? 이거 얼른 안 치우고!”

 

 만사가 귀찮은 듯 툭 내뱉은 말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다들 하나같이 ‘후후후!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보겠군.’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무리들에게 둘러싸인 엄기만. “어? 이거 이러면 곤란한데…….” 라며 어쩔 줄 몰라 한다.

 머리채를 잡힌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비굴하면서도 애처롭기까지 한 얼굴이었다. 건달 하나가 퍽! 하고 주먹을 날리자 이때다 싶은 무리들이 사방에서 신나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엄기만의 얼굴과 몸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고 말았다.

 필사적으로 버티던 엄기만이 손사래를 치며 “잠깐만! 아, 잠깐만 좀 기다려 봐!”라며 소리를 지르자 한참 재미에 들린 무리들이 멈칫하며 최태성의 눈치를 살핀다.

 

 “뭐야.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뭐 어쩌자는 거야? 재미없게……. 계속 지랄해봐. 아까 보니까 잘하더만.”

 “아니, 이정도면 딱 적당한 것 같은데. 누가 오기로 해서 말이야.”

 “웃기고 자빠졌네.”

 

 코웃음을 치던 것도 잠시,

 

 “너 같이 수작부리는 놈, 내가 여러 명 봤어.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

 “하도 괘씸해서 병신 만들어 놨어. 아주 죽을라고 하더만. 소리나 꽥꽥 지르고 말이야. 어떻게……, 너도 그렇게 만들어 줘?”

 

 겁만 주려는 건지 몰라도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말이었다. 보통 이정도 협박으로 사람을 몰아붙이면 열이면 열, 무릎 꿇고 살려달라며 애원해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남자,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 확실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창가에 서있는 한기주에게 밖을 내다보라는 눈짓을 했다. 그러자,

 

 “형님. 밖에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왜? 뭔데 호들갑이야?”

 

 창밖을 내려다보는 한기주의 눈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기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화창한 봄 햇살을 받으며 감미로운 자판기 커피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안의 상황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평온하기만 했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늑장을 부리던 기자들이 ‘슬슬 들어가 볼까?’라는 듯 기지개를 켠다. 그 모습에 똘마니들은 우왕좌왕,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그건 최태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도 엄기만은 “아이 씨, 더럽게 아프네. 조금만 일찍 오지.”라며 엄살을 떨고 있었다.

 

 “그러게 내가 곤란해질 거라고 했잖아.”

 “너 이 새끼. 처음부터…….”

 “잘 들어. 나는 여기 주민도 아니고 재개발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놈이야. 너희들 지금 취재하러 온 기자를 상대로 다구리 놓은 거라고, 알아?”

 

 최태성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야비한 남자일 수밖에 없다. 치를 떠는 최태성에게 엄기만이 또 한 번 불을 지핀다.

 

 “그러게, 줄 건 주고, 받을 걸 받으셔야지. 가격은 왜 후려쳐서 애먼 놈 배 불리냐고, 이 깡패 새끼들아.”

 

 

 이런 사실을 전혀 알 리 없는 기자들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기자들의 대화가 복도에 울린다.

 

 “안에서 보기로 한 거 맞지?”

 “응. 뭐 재미있는 거라도 보여주려나? 엉뚱한 구석이 많잖아, 그 친구.”

 “들어가 보면 알겠지. 응, 여기네. 아이고, 고생들 하십니다. 여기 혹시 M저널에서 나온 엄기만 기자라고…….”

 

 문을 열고 들어선 기자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시커먼 덩치들의 모습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바쁜 척 전화통화를 하는 남자는 수화기를 거꾸로 들고 있었고, 지적도 앞에서 괜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원이 꺼진 깜깜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무리들도 보인다. 테이블위에 빈 종이컵을 내려놓는 건지 치우는 건지 모를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남자 너머로 엄기만과 최태성이 사이좋은 척 어깨동무를 하고 앉아있었다.

 얼굴은 물론이요, 입고 있는 옷까지 너덜너덜 걸레짝이 되어있는 엄기만을 본 기자들이 “엄기자. 꼴이 왜 이래?”라고 묻자 당황한 최태성이 엄기만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나 맞았어. 엄청 맞았어.”

 

 야, 이 새끼야. 말 안한다며?!!…….

 좋게 합의 보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잘도 일러바친다. 어금니를 꽉 깨문 최태성이 사납게 노려보자 엄기만은 세상 꼴 보기 싫은 표정으로

 

 “이것 봐. 또 때리려고 하잖아. 나 너무 무서워.”

 

 분노로 일그러진 우리의 열혈기자들. 동료애와 연대감이 미친 듯이 폭발하더니 저마다 카메라를 들며 봉기를 일으켰다.

 

 “요 새끼들 봐라?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어디 감히 언론을 탄압해. 이것들 다 죽었어. 뭐해? 다들 셔터 눌러!!”

 

 무더기로 울리는 카메라 소리가 마치 청량음료의 탄산처럼 엄기만의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그와는 반대로 엄기만을 노려보는 최태성의 눈빛은 무섭도록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눈빛도 강력하게 터지는 플래시세례 앞에서는 보잘 것 없이 느껴질 뿐이다. 환하게 노출된 불빛을 그대로 받으며 엄기만의 얼굴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

 ·

 ·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틀 후, 최태성이 경찰에서 풀려났다는 소식과 함께 엄기만은 관할경찰서로부터 출두명령을 받았다. 조사 중인 형사의 얼굴에 짜증이 섞여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쪽에서 먼저 싸움을 걸었더구먼. 아니, 거기를 그렇게 차버리면……, 에이 진짜. 하여튼 지금 골치 아프게 됐다고. 사내구실을 하네 마네 난리도 아니라니까.”

 “난 싸움을 건 게 아니라 방어를 한 거라니까. 걔네들 깡패야, 깡패……. 아니, 깡패 놈들이 달려드는데 그럼 가만히 맞고만 있으라고? 그러다 잘못되면, 아저씨가 책임질 거야?”

 “아니, 왜 반말을 해요?”

 “그러게. 왜 반말을 하실까? 언제 봤다고.”

 

 ·

 

 마룻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온몸으로 흡수되는 것 같았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담요는 아예 덮을 생각이 없나보다. 유치장 안 구석에서 홀로 쭈그려 앉아있는 엄기만. 음습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게 무기력하고 허탈감에 젖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이 얼마나 작고 미약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지쳐갈 때 즈음 철컹-소리와 함께 유치장 문이 열리면서 담당형사와 서로 목례를 주고받는 장연성의 모습이 보였다.

 

 “와~, 진짜 환장하시겠다. 너 사람이 말을 하면 그게 머리에 저장이 안 돼? 그럴 거면 인마. 진즉에 나랑 같이 경찰이나 하든가. 경찰도 아니면서 왜 자꾸 깡패들 건드리고 다녀, 왜? 아니, 기자가 말이야, 기사를 쓸 생각을 해야지. 왜 허구헛날 주먹질이냐고. 야, 거기 안서?”

 “에이, 진짜. 그만 좀 하라고! 꺼져버려!”

 

 경찰서 밖으로 나온 장연성이 한바탕 퍼붓기 시작하자 만사가 귀찮았는지 엄기만은 양손으로 귀를 막고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못했다. 어디선가 “이야압!”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날아온 이단옆차기에 그만 고꾸라지고 만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동생 엄기동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참 나, 내가 경찰서를 다 와보네. 창피해서 진짜.”

 “저 놈이 뭐라고 하든 절대로 믿으면 안 돼. 기자들이 유치장 몇 번 드나들고 그러는 건, 그러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 모양이지만 가늘게 뜬 엄기동의 눈빛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란 힘들어 보였다. 이럴 땐 그저 잘못했다고 비는 게 상책일 것이다.

 

 “미, 미안하다. 동생아.”

 “뭘 그런 것 같고 미안해하고 그래. 괜찮아, 괜찮아.”

 “……정말? 정말 괜찮아?”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 눈치 볼 필요가 뭐 있어, 안 그래? 나도 이제부터 막 살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누가 걱정을 하건 말거,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형이 잘못했다고 하잖아. 내가 다시는 안 그럴게, 다시는. 응? 약속!”

 

 동생이라면 끔벅 죽는 엄기만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전포고에 양손을 싹싹 비벼가며 새끼손가락까지 내밀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듣는 둥 마는 둥 “누구세요? 저 아세요?” 이렇게 딴청만 부리고 있으니 엄기만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이놈의 자식이, 형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한번만 봐주라잖아, 한번만. 내가 어떻게 할까, 네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으리? 이렇게?”

 

 큰소리를 내던 엄기만의 모습이 순간 아래로 꺼지며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밑을 내려다봤지만…… 설마는 그냥 설마였다.

 

 “그게 뭐야.”

 “뭐가?”

 “그냥 쭈그리고 앉아있는 거잖아.”

 “어쨌든 접은 건 맞잖아. 그러니까 너도 그만 좀 해. 내가 쪽팔려서 진짜.”

 

 말없이 지켜보던 장연성에게 엄기만은 ‘보고만 있을 거야? 네가 나서서 어떻게 좀 해봐.’라는 눈치를 줬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라 ‘뭐라고? 나 먼저 가라고?’ 이렇게 입모양만 뻐끔뻐끔하던 장연성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동아. 기만이가 다시는 안 그런다잖아. 우리가 한번만 눈감아 주자. 이렇게 깊이 뉘우치는데 설마 또 그러기야 하겠어? 이젠 정신 차렸을 거야. 응?”

 

 장연성이 이렇게까지 나서주는데 여기서 더 고집을 부렸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것 같았다. 엄기동은 뾰로통한 얼굴로 작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라는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엄기만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평한 소리를 해댄다.

 

 “출출하지 않냐? 어디보자, 시간이…… 아이고, 벌써 저녁때가 다 됐네.”

 “그래,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이 근처에 해장국 잘하는 데가 있는데…… 아, 기동이는 그런 거 싫어하는구나. 맞다. 거기 ‘어린이 돈까스’도 먹을 만 해. 양도 많고.”

 “왜 자꾸 날 어린애 취급해?”

 “너 어린애 맞거든. 짝사랑이나 하는 주제에.”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렇게 서로 짓궂은 장난을 치며 돌아가는 것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엄기만의 휴대전화가 다급히 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걸음을 멈춘 엄기만이 액정화면을 들여다봤다. 대형신문사에 다니는 기자였다.

 

 “엄기자, 지금 어디야?”

 “밖에 나와 있는데, 왜?”

 “아직 소식 못 들었구나. 지금 큰일 났어. 안원동, 곧 강제진압 들어갈 거래. 나도 방금 얻은 정보야. 하여튼 나 지금 그리로 가고 있으니까 엄기자도 바로 와. 알았지?”

 

 통화가 끊겼는데도 한참이나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하는 엄기만. 정신이 멍해지면서 온 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저 멀리 해맑게 손짓하는 엄기동과 장연성의 모습만은 선명하게 비쳐졌다.

 
작가의 말
 

 그랬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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