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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키스하는 사이
작성일 : 18-12-06 00:18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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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들어오세요.”

 

 다나는 대답과 동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매트리스 끝에 걸터앉았다.

 

 “생각해보니까 내일 월요일인데 어떻게 할지 얘기를 못 해서요.”

 

 효성이 다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네. 저도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네요.”

 

 “일단은 일곱 시 삼십 분이 되기 전까지 집에 오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려울 거 같으면...”

 

 “지난번 말씀하셨던 도서관 맞은편 야외 화장실에서 봐요.”

 

 “그래도 좋고, 일곱 시쯤에 상황 봐서 연락하는 걸로 하죠.”

 

 “아, 그럼 되겠네요.”

 

 “그리고 세욱이랑 만난 건 그냥 모른 척합시다.”

 

 “정말요? 시치미 떼란 말씀인가요?”

 

 “지금 상황에선 그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요.”

 

 하긴, 직접 말을 나눈 것도 아니니 잘못 본 거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긴 했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먹힐까?

 

 세욱이 은근 끈질긴 성격이라는 건 이미 두 번 - 효성의 향수에 대한 얘기나 병원에서 돌아가지 않고 버티던 일 - 이나 경험했다.

 

 “계속 캐물으면요?”

 

 “계속 발뺌하는 수밖에요.”

 

 후우, 난 감정이 금세 얼굴에 드러나는 스타일인데...

 

 다나가 길게 한숨을 쉬며 손으로 앞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미안해요. 도와주지 못해서.”

 

 효성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 진실함이 묻어나서 다나는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도와주지 못하긴요. 저 공짜로 이 방에 살게 해 주셨잖아요.”

 

 다나가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효성이 그런 다나를 품에 안았다.

 

 다나도 뿌리치지 않고 그의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쿵, 쿵, 일정한 속도로 뛰는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포근함,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

 

 “그럼 쉬어요.”

 

 효성은 다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분명 실험 따위와는 상관없는, 애정이 담뿍 담긴 입맞춤이었다.

 

 *

 

 월요일 아침, 오랜만에 사무실에 일찍 출근했다.

 

 8시를 막 넘은 시간이라 내가 일등이겠지 생각했는데, 사무실 문이 열려있었다.

 

 박 비서가 무슨 바람이 불어 일찍 왔나 했는데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세욱이었다.

 

 “안녕하세요, 이 비서님.”

 

 다나는 그와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자리에 앉았다.

 

 “일찍 오셨는데 커피 마시러 가요. 제가 살게요.”

 

 세욱이 다나의 자리 앞으로 와서 말했다.

 

 “저... 지난주 내내 너무 늦게 다녀서 오늘은 다른 직원들 출근할 때까지 사무실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오 비서님, 저한테 할 말 있지 않으세요?”

 

 “네? 저는 별로...”

 

 “저는 오 비서님한테 할 말 있거든요.”

 

 “네?”

 

 “걱정 마세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얌전한 성격의 세욱이 이렇게 저돌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다나는 무거운 걸음으로 회관 2층의 커피숍에 갔다.

 

 “어제 점심에 식당에서 저희 부모님이랑 저 보셨죠?”

 

 “네에에? 무슨 식당이요?”

 

 발연기를 하고 말았다.

 

 쓸데없이 눈을 크게 뜬 거 같아.

 

 “시치미 떼지 마세요. 강효성 의원이랑 같이 있는 거 봤습니다.”

 

 “아닌데요. 저랑 닮은 사람이랑 착각하신 거-”

 

 “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저도 알고 다나씨도 아는 사실이잖아요.”

 

 “저는 이 비서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게 최선이다. 일단 인정하고 나면 빠져나갈 길이 없을 테니까 밀고 나가자.

 

 “그래요. 어제는 제가 잘못 본 거라고 쳐요. 솔직히 이 얘기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겠네요. 토요일 날, 향수 냄새 때문에 설마 했었어요. 근데 그날 저녁 병원에서 효성이랑 오 비서님이 손 붙잡고 가는 걸 봐버렸네요. 저는 응급실 입구에 차를 대놓고 오 비서님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앗, 토요일 저녁에 기습적으로 몸이 바뀌는 바람에 세욱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것도 어쩌면 자업자득이겠지.

 

 다나는 입을 꼭 다문 채 세욱을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오 비서님 곤란하게 만들 생각 없으니까요. 두 사람이 어떻게 사귀게 됐는지는 몰라도 비밀은 지켜드릴게요.”

 

 “저희 사귀거나 그런 사이 아니에요.”

 

 다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세욱이 그런 다나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평상시에는 사람 좋은 웃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아 소름이 끼쳤다.

 

 “사실 오 비서님이 효성이랑 어떤 관계든 관심 없어요.”

 

 “그럼 굳이 아침부터 저한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저한테 기회를 주세요.”

 

 “기회요? 무슨...”

 

 “오 비서님, 아니 오다나씨의 남자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요.”

 

 “네?”

 

 “당장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에요. 그러면 너무 협박하는 거 같으니까. 주말에 만나서 밥이나 먹고 영화나 보면서 좀 더 친해졌으면 해요.”

 

 “싫어요.”

 

 다나의 단호한 대답에 세욱의 얼굴이 굳어졌다.

 

 “와, 일 초도 생각 안 해 봐요? 너무 섭섭하네. 나는 오 비서님 배려하려고 엄청 양보한 건데.”

 

 “이건 배려나 양보의 차원이 아니죠. 저는 이 비서님하고 사귈 생각이 없습니다.”

 

 “강효성 하나만 있으면 된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랑 강효성 의원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에요.”

 

 “오 비서님은 사귀지도 않는 사람하고 손잡고 다니세요?”

 

 “이 비서님!”

 

 “제가 소문낼 것도 아닌데 사귄다고 인정하면 어때서요?”

 

 “저 그만 일어날게요.”

 

 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침없이 돌아서는데,

 

 “오 비서님은 효성이랑 안 어울려요.”

 

 세욱의 목소리가 뒤통수에 꽂혔다.

 

 “뭐라구요?”

 

 “효성이 전 여자친구가 누구였는지 알아요? 가영이었어요.”

 

 “강효성 의원 여자친구가 가영이든 나영이든 관심 없어요.”

 

 “SBC 한가영 기자요.”

 

 “무슨 말씀 하고 싶으신 건데요?”

 

 “강효성 의원이라면 여친이 한가영 정도는 되어야 그림이 나온다는 말이죠. 아시잖아요. 등급이란 게 있다는 거.”

 

 “하.”

 

 “그러니까 오 비서님은 저랑 딱 어울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예요.”

 

 “이거 어쩌죠? 저는 이 비서님처럼 금수저가 아니라 흙수저라 안 어울릴 거 같은데요.”

 

 다나는 자기 앞에 있는 커피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굵은 빨대로 시원한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 얼음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었지만 갈증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기계적으로 질의서를 작성하면서도 머리 한편으로는 계속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세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웠지만, 그것보다 한가영이라는 이름 석 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세욱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효성의 전여자친구가 한가영이라는 사실은 나름 충격적이었다.

 

 국회 직원 중에 한가영 기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SBC의 국회 출입기자로 본회의가 끝나면 국회의장 멘트를, 의원총회가 끝나면 당대표의 멘트를 가장 먼저 따내는 능력자.

 

  미모, 지력, 재력의 삼박자를 갖춘 대한민국 여대생이 뽑은 워너비 1위.

 

 연예기획사의 프리랜서 제의를 수도 없이 받는 엄친 딸.

 

 그런 유명인이 효성의 여자친구였다니...

 

 그러고 보니 효성도 민국당의 비례대표가 되기 전에는 SBC의 기자였다.

 

 그때부터 사귀던 사이일까?

 

 아님 세욱이 가영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고등학교 동창일 수도...

 

 다나는 머릿속에 강효성과 한가영을 나란히 세워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가영 자리에 다나 자신을 세워보았다.

 

 세련된 단발에 키도 크고 늘씬한 한가영이 자신보다 효성과 훨씬 어울리는 것 같았다.

 

 잠깐, 내가 왜 한가영과 나를 비교하고 있지?

 

 지금 내가 강효성과 키스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건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고, 우리가 진지하게 사귀기로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세욱의 말에 휘둘리고 있는 거 아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바람에 다나는 질의서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여섯 시가 넘었지만 안 보좌관도 박 비서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국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효성에게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그쪽에서 먼저 메시지가 왔다.

 

 [오늘 야근합니까?]

 

 [네.]

 

 [그럼 7시 28분까지 407호로 와요.]

 

 [사무실? 직원들 있는데 괜찮아요?]

 

 [야외 화장실보다는 내 사무실이 더 안전할 듯.]

 

 [그래도 뜬금없이 가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법안 발의할 거 있으면 가져오세요.]

 

 아하, 그런 거였군.

 

 [네!]

 

 7시 25분. 다나는 343호에서 나와 강효성 의원이 있는 407호로 갔다.

 

 효성이 있는 안쪽 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입구에는 행정 비서가 떡 버티고 앉아있었다.

 

 짙은 눈썹과 굳은 표정 때문에 마치 염라대왕을 알현하려면 거쳐야 하는 수문장 같아 보였다.

 

 “저... 조인아 의원실에서 왔는데요. 법안에 도장 좀 받으러...”

 

 “무슨 법안이요?”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요.”

 

 “보좌관님한테 얘기 못 들었는데...”

 

 “아, 그게 의원님들께서 상임위장에서 직접 말씀하신 거 같아요.”

 

 제법 거짓말이 늘었다.

 

 “의원님들이 직접요? 저희 의원님이 조인아 의원님하구요?”

 

 하지만 잘 안 먹히는 것 같다. 등에서 진땀이 배어 나오는데 의원실 문이 열리고 효성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의원님.”

 

 다나는 최대한 깍듯이 예의를 차려 인사했다.

 

 “배 비서, 무슨 일이야?”

 

 “조인아 의원실 직원인데요, 법안 발의 때문에 왔다고.”

 

 “아, 조인아 의원실, 잠깐 들어와요.”

 

 다나는 ‘배 비서’의 눈총을 받으며 의원실 안으로 들어갔다. 강효성이 의원실 문을 잠갔다.

 

 “벌써 시간이-”

 

 쉿, 강효성이 눈짓으로 문밖을 가리키며 입술을 포개왔다.

 

 솔직히 우리도 의원이 자기 사무실 문을 닫고 통화를 할 때나 외부인과 특별한 회의를 할 때면 문에 귀를 대고 엿듣곤 하니까, 배비서가 밖에서 엿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팔이 다나의 허리를 힘 있게 감쌌고, 그의 혀가 다나의 입안에서 부드럽게 굴렀다.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인지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느낌이었다.

 

 그도 다나와 똑같이 느꼈는지 다른 때보다 거칠고 집요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오래, 일 분이 훨씬 넘었을 것 같은데도 키스는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아주 부드럽게...

 

 안 돼, 그만... 무너질 것 같아.

 

 탁, 다나가 법안 서명 용지가 들어있는 서류철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제풀에 놀라 그에게서 한발 물러났다.

 

 “저 이만 갈게요.”

 

 다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이따 보자.”

 

 효성도 거의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의원실에서 나온 다나는 배 비서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407호를 나왔다.

 

 후우, 입술이 아직도 불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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