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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서와, 우리의 동아리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11.1

학교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 그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 그것을 해결해주는 밴드 동아리가 있다.

 
18. 삶을 이어나갈 힘이 없어
작성일 : 18-12-05 21:14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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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1학년 셋이 어느 정도 보통이라고 불리는 실력에 도달했을 때부터 선배들의 주도 하에 합을 맞춰 가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악기를 배울 때보다 훨씬 즐겁다.

  역시 무언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수인 걸까?

  잡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박자를 놓쳐버렸다. 자연스레 이호 선배가 내게 눈짓을 해왔다. 괜찮으니까 계속해서 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눈짓을 말이다. 선배에게 알겠다는 고갯짓을 보여준 뒤에 다른 사람들을 살짝 쳐다봤다. 다들 굳건하게 자신이 맡은 파트를 다 하고 있었다. 아니, 나의 공백을 메워주기 위해 자신들이 맡은 것 이상의 열심을 보였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순식간에 다가왔기에 다시 드럼 스틱을 들고 뒤쫓아 가려던 찰나, 동아리실의 문이 열렸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를 포함한 동아리원 다섯 전원이 연주를 멈추고 문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원래 이 동아리 소속이었던 것 마냥 자연스레 들어온 사람은 이쪽을 보고 손을 올려 흔들었다. 선배들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고 우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이네, 둘 다. 여전하구나?”

  이름표를 보아하니 현재 동아리와는 인연이 없을 3학년이다.

  “선배……. 어쩐 일로 왔어요?”

  지민 선배가 선배라고 부른 것을 보면 틀림없을 터. 과거에 이 동아리와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안으로 들어올 때 나온 자연스러운 발걸음, 선배들의 태도를 통해 짐작해보면 그녀는 작년 밴드부의 일원이었던 사람인 것 같다.

  “흠……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어딘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이름 모를 선배는 대답했다. 지민 선배와 이호 선배는 눈을 잠깐 맞추더니 우리를 향해 뒤돌아 말을 건넸다.

  “미안한데 오늘은 여기서 끝내도 될까?”

  우린 우리끼리 눈을 맞췄고 상문이 대표로 지민 선배에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악기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평소보다 조금 더 급하게 짐을 챙겼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 1학년 전원이 그러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누군가의 명령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야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선배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곤 먼저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와 문의 양옆으로 쭉 뻗어있는 먼지가 잔뜩 묻은 벽 한쪽에 기댔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나밖에 없는 고요함은 그래야만 했던 기분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저 곳은 선배들의 자리. 지금과는 달리 화려하진 못 했어도 찬란했던 과거 밴드부의 일원들의 자리. 난 어울리지 않는다.

 

 

  오랜만의 재회인 것 치곤 떠들썩하지 않았다. 인원이 셋뿐이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찾아온 이가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지민과 서이호는 각자 들고 있던 악기를 내려놓고 과거에 자신들을 이끌어 준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 사람은 시선을 무시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은 채 드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것을 가볍게 두드렸다. 표정만으로도 전부 느껴질 만큼 그녀가 현재 그리움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윤지 선배.”

  이지민의 부름에 이윤지는 고개를 들어 소리의 발생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어지는 대답.

  “응, 미안. 조금 갑작스러웠나?”

  “그건 괜찮은데요……. 무슨 일 있으세요?”

  “글쎄……. 그리운 옛 생각이 문득 들어서 왔지.”

  “그것만이 아니죠?”

  “이호는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눈치가 빠른 것 같아.”

  이윤지는 몸을 빙글 돌려 둘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치던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던 기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윤지는 둘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그 모습은 대화라기 보단 혼잣말에 가까웠다. 예전엔 이런 모습이 없었기에 이지민과 서이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본 뒤에 앞에 있는 존경했고 존경하는 선배를 바라봤다.

  “참 학교도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동아리 활동을 막다니 말이야. 덕분에 너네도 고생이 많고 나도 많고……. 고민 해결을 통해 부원을 끌어 모으려는 아이디어는 참신했다고 생각해. 아마 아까 걔네들이 새로 온 부원들이겠지? 너넨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구나.”

  기타에서 눈을 떼고 이젠 자신을 놔달라는 듯 약한 빛을 깜빡이는 형광등을 바라보며 이윤지는 말을 이었다.

  “난 아직 과거에 묶여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책상 앞에 앉아 볼펜을 아무리 움직이면서 필기를 해대도 정신을 차리면 우리가 합주했던 노래의 악보를 쓰고 있었어. 영어 듣기 평가 때엔 공연 때의 소리가 더욱 더 크게 들려왔고……. 내 삶이 너무나도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것 같아. 내 존재 가치가 희미해져가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말하면 조금 오글거리나?”

  말을 잠깐 끊고 이윤지는 발걸음을 옮겨 자신을 존경한다고 말했던 두 후배에게 다가갔다. 두 후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선배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선배가 기화해버릴 것 같은, 없었던 것이 되려고 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작년에 말했었을 거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취미로도 하지 못 하는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그런 의미 없는 인생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말이지……. 근데 지금 난 그런 인생을 살고 있어. 너흰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의미가 없는 인생은 존재할 가치가 없어.”

  쭉 유지하고 있던 어색한 웃음을 거두고 무표정으로 이윤지는 말을 맺었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 하지만 고민 해결이라는 포스터를 보고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어. 어떡하지, 얘들아? 삶을 이어나갈 힘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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