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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저 전직하면 안될까요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아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스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그러니? 그레이스?"

"있잖아요. 아빠. 혹시... 혹시말이예요.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에요?"

그레이스에게 '죽음'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운명같은 존재였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

"그레이스, 그거 아니? 세상에는말이야. 정말 많은 언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단어가 있단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단다. "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래. 그건 바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부르는 호칭이란다.
세상 그 어떤 단어도, 그 어떤 소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단다.
그 슬픔의 깊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메인 크리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 아빠가 널 보고있을테니. 아빠가 말 했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거라고..."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레이스의 옆에 있던 그레이스의 모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모자를 향해 손을 뻗은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라져가는 손을 흔들며 그레이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벌과 상 사이
작성일 : 18-12-05 19:59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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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의 마을 : 스타티니티 ]

 

 

 한 밤중에 걷는 시장길은 그레이스가 생각 한 것 이상으로 쓸쓸한 풍경이었다.

 

 아무도 없다.

 

 어떤 가게에도 불이 들어와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

 

 게임에서 상점이나 잡화점의 NPC들이 24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일 중 하나였다.

 

 게임 상에 프로그래밍 된 그들은 잠도 자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는다.

 

 개인 생활도 하지 않고, 자리를 뜨지도 않는다.

 

 허수아비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곳에 그런 NPC는 없었다.

 

 

 

 

 꼬르륵....

 

 하지만 그런걸 알아차렸다고해서 그레이스의 배고픔이 가시는것은 아니었다.

 

 그레이스는 인벤토리를 열어봤다.

 

 먹을거라고는 여전히 처음에 지급되었던 물과 빵 뿐이었다.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즐거운 그레이스였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똑같이 빵과 물만 먹으려니 뭔가 질리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해서 달라지는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 어디~"

 

 남은 빵과 물 중 하나씩을 꺼낸 그레이스가 얼굴이 쓴 가면을 벗기 위해 음식들을 잠시 자신의 치마 위에 올려놓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걸 안 이상 불편하게 가면을 쓰고 식사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면을 벗어 인벤토리에 집어 넣은 그 때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이 그레이스를 덮쳤다.

 

 

 

 

 "으~ 이게 갑자기 무슨 바람이야~"

 

 펄럭거리며 춤을 추는 치마를 그레이스는 얼른 붙잡았다.

 

 돌풍이 지나가자 나타난 것은 검은 갑옷을 두른 흑기사였다.

 

 

 

 "여신님의 첫번째 창 폰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앉아서 치마를 부여잡고 있던 그레이스 앞에 폰틴이 무릎을 꿇었다.

 

 세루리안과 그녀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들의 유해를 처리해 달라는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폰틴이었다.

 

 

 "좋아요~ 폰틴, 제 생각보다는 깔끔한 일처리였습니다. "

 

 가면을 쓰지 않았지만 폰틴 앞에서 그레이스는 여전히 아카네 여신님의 말투를 흉내내었다.

 

 얼굴을 보여도 폰틴의 충성심에는 변화가 없다는건 처음 만난 그 때 이미 파악했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폰틴의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것과 달리 얼굴을 드러내고 있어도 창피하지 않았다.

 

 

 

 

 "영광입니다. 여신이시여"

 

 "이제 가봐도 좋아요~"

 

 그렇게 말한 그레이스는 치마 위에 올려두었던 빵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런데 그곳에 잡혀야 할 빵이 잡히지 않았다.

 

 "어라?"

 

 그레이스는 빵을 올려놓았던 치마를 쳐다보았다.

 

 

 

 

 빵은...

 

 그곳에 없었다.

 

 

 

 

 그레이스는 불길한 마음에 서둘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레이스의 치마 위에 있던 조그마한 빵은 그레이스가 앉아 있는 곳에서 3m나 떨어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폰틴! 잠깐만요!"

 

 바닥을 굴러다니는 빵을 본 그레이스가 급하게 사라지던 폰틴을 불러 세웠다.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지던 폰틴은 그레이스의 부름에 다시 형태를 갖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신이시여. 더 시키실 일이라도..."

 

 "이리와서 엎드려뻗치세요"

 

 그레이스가 자신의 앞쪽 바닥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내지른 그레이스의 한마디였다.

 

 

 

 "분부대로..."

 

 그레이스 ,즉 아카네 여신님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폰틴은 그레이스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이었다.

 

 철그럭 거리는 육중한 갑옷의 소리와 함께 폰틴이 바닥에 엎드렸다.

 

 

 

 "뒷짐지세요"

 

 바닥에 엎드려뻗친 폰틴을 향해 그레이스가 강한 명령조로 말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레이스의 명령대로 땅에 머리를 박고 뒷짐을 지는 폰틴

 

 군대에서 행해진다고 전해지는 무자비한 가혹행위를 지금 폰틴이 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바닥에 머리를 박은 폰틴의 등을 의자삼아 그레이스가 앉아버린 것이다.

 

 그러자 길바닥에 머리를 박은 흑기사의 등에 교복을 입은 소녀가 앉아 있는 특이한 그림이 연출되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아시겠나요? 폰틴"

 

 폰틴의 등에 앉아 물 한모금을 들이키며 그레이스가 물었다.

 

 "물론입니다. 여신이시여"

 

 땅에 고개를 박고 엎드려뻗친 폰틴이 대답했다.

 

 "호오~? 그래요? 그럼 대답해보세요. 내가 왜 당신에게 이런 일을 시켰는지"

 

 "그건. 저에게 상을 주시기 위함이 아니신지요. 여신이시여"

 

 

 ......

 

 

 .......

 

 

 '에.....?'

 

 폰틴의 대답을 들은 그레이스는 약 5초간 '엥?' 하는 표정을 지었다.

 

 상이라니... 뒷짐지고 엎드려뻗치는게 말인가?

 

 당황한 그레이스는 물을 한모금 더 들이켰다.

 

 아카네 여신님은 대체 폰틴을 어떻게 다뤄왔길래 이런 반응을 보이는건지 그레이스의 머리로는 도저히 파악 할 수가 없었다.

 

 

 

 

 "뭐... 좋아요.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죠"

 

 황당함을 숨긴 그레이스가 폰틴의 등에서 내려왔다.

 

 일용할 양식을 날려버린대에 화가 좀 났었지만, 벌을 받으며 좋아하는 폰틴을 혼내봐야 화가 풀릴 것 같지가 않았다.

 

 "그만 돌아가도록 하세요"

 

 그레이스가 내려왔음에도 여전히 머리를 땅에 박고 있는 폰틴에게 그레이스가 말했다.

 

 "받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땅에 그대로 고개를 박은채 폰틴은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혼자 남은 그레이스는 바닥에 떨어진 빵을 후후 불고는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 냠 -

 

 세계 최정상 갑부 중 한 사람의 딸이라면 보통 빵 한조각을 이렇게까지 소중히 하지 않는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그레이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었다.

 

 

 

 '자, 이제부터 어떻게 한담?"

 

 전직을 하면 이쪽 세상에서 탈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계의 모험을 벌써부터 그만두고 싶고 싶지도 않다.

 

 아직 이쪽으로 넘어온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살아 움직이는 이런 생생한 느낌을 더 느끼고 싶다.

 

 

 

 '전직은.... 조금 나중으로 미룰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18년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자유로움을 더 느끼고 싶었다.

 

 

 

 '그래. 딱 일주일만 더 즐기다가 전직 하는거야~ 그레이스. 어때 좋지?'

 

 빵을 오물오물 거리며 그레이스가 자기 자신에게 대화를 걸었다.

 

 그리고 빵을 꿀꺽 삼키고 물을 한모금 들이킨 그레이스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딱 1주일만, 더 바라지도 않고 딱 1주일만 지금 이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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