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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혼치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4

부딪히면 몸이 바뀌는 세상. 남의 몸을 욕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혼치기.

 
23. 현정
작성일 : 18-12-05 18:12     조회 : 239     추천 : 1     분량 : 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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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오른손으로 화장실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이쪽으로 덩치가 쫓아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바짝 긴장이 됐다. 심장이 목구멍으로 넘어올 것처럼 세게 요동쳤다. 진우와 맞잡은 손바닥이 땀으로 끈끈해지는데 진우의 땀인지 자신의 땀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자, 갈게요.”

 “잠깐만요.”

 

 진우의 말에 깜짝 놀라 쥐었던 손을 놓았다.

 

 “한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가기 전에 분위기부터 보죠.”

 

 현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조금만 열었다. 그리고 문틈으로 밖을 살펴봤다. 검진센터의 옷을 입고 지나가는 중년 남성과 바쁘게 지나가는 간호사 말고 수상한 사람은 없어보였다. 화장실에서 저층용 엘리베이터까지의 거리는 5미터 정도였다.

 

 “괜찮은 거 같아요. 가요.”

 

 현정과 진우는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때 마침 4층에 와 있던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현정은 진우의 손을 잡은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데,

 

 “같이 가요!”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안경 쓴 청년이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어떡하죠?”

 

 현정이 진우에게 물었다.

 

 “같이 가죠.”

 

 진우가 투명한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덩치와 힘으로 맞대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있는 편이 진우에게는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고, 고마워요.”

 

 할머니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현정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바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진우는 묵묵히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자놀이에서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현정도 진우의 시선을 따라 1층을 내려다봤지만 덩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우의 말대로 어디에 같은 편이 잠복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현정은 조마조마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 1층입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할머니와 청년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현정은 진우의 손을 꽉 쥐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저녁 시간이라 로비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지나다니고 있었다.

 

 “진우씨, 뛸 수 있죠?”

 

 현정은 묻는 것과 동시에 진우를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우가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 기침을 터뜨렸다. 현정이 어쩔 줄 몰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동관 로비에서 두리번거리던 덩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진우씨, 놈이 저기 있어요!”

 

 현정이 진우를 부축하고 질질 끌다시피 앞으로 나아갔다. 덩치는 이미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정문까지 남은 10미터 정도의 거리가 100미터처럼 멀게 느껴졌다. 덩치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거의 잡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와장창,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놈을 미처 피하지 못한 휠체어가 넘어지는 소리였다. 방금 전 할머니와 청년이었다. 청년은 할머니를 안아 일으켰다. 바닥에 고꾸라진 덩치의 발은 쓰러진 휠체어 바퀴 밑에 깔려있었다.

 

 현정은 넘어진 할머니를 걱정할 겨를도 없이 진우를 끌고, 정문으로 향했다. 마침내 유리문을 열고 나가는데 등 뒤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어디 가십니까?”

 

 덩치였다. 진우와 현정이 못들은 척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려는데, 덩치가 택시 문 앞에 가로 막아섰다. 진우는 여전히 마른 기침을 하느라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했다. 상황에 적절한 대응은커녕, 그대로 숨이 넘어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회장님, 안정을 취하셔야죠.”

 

 덩치가 이겼다는 듯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의 눈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아 끌고 가겠다는 듯 앞으로 내민 손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비켜요.”

 

 현정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꼬마 아가씨가 끼어들 일이 아닌 거 같은데.”

 

 덩치가 여전히 느물거리며 말했다. 그때 중년 여인이 택시로 다가왔다.

 

 “저 이 택시 타실 건가요?”

 

 중년 여인이 물었다.

 

 “네.”

 “아니오.”

 

 현정과 덩치가 동시에 답했다. 중년 여인은 어이없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저희 할아버지랑 저랑 탈 거예요. 이 사람은 일행 아니에요.”

 

 현정이 재빨리 덧붙였다. 택시 기사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조수석 창문이 내렸다.

 

 “거기 손님, 타실 거면 빨리 타세요.”

 “네, 기사님.”

 

 그러자 덩치가 현정의 팔뚝을 꽉 쥐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가긴 어딜 가.”

 “이거 놔요!”

 

 현정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덩치의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가격했다. 상대방의 급소를 노린 한방, 의지와 상관없이 ‘가희의 몸’이 먼저 반응한 결과였다.

 

 “으억!”

 

 덩치가 몹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어머나, 중년 여인은 소리를 지르고는 뒤쪽으로 달아나듯 사라졌다. 그 사이 현정은 택시 문을 열고 밀어 넣듯 진우를 태웠다. 그리고 자신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역삼동이요! 아저씨, 빨리 출발해 주세요!”

 

 택시기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 사이 덩치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택시 문을 잡아채려하고 있었다.

 

 “기사님, 빨리요!”

 

 현정의 다급한 외침에 택시기사가 엑셀을 밟았다. 덩치의 손이 택시문손잡이에 스치듯 닿은 순간이었다. 덩치는 현정과 진우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고, 현정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멀어지는 놈을 백미러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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