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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느루 가는 길
작가 : 윤비꽃
작품등록일 : 2018.12.3

신규 간호사 여 운. 고 삼 수험생 오 늘.
힘들고 외로워도 의지할 곳 없는 원룸, 느루빌.
그 안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의지하며 사는,
오늘을 여운있게 사는 두 여자의 이야기.

 
2화 - 답답하고 숨이 막힐 때
작성일 : 18-12-05 17:15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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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이 근무하는 병원은 소아과 단과 병원이었다. 5층인 건물에 2,3,4층은 입원실이 있고, 1층에 검사실, 영상의학과, 외래 진료과가 있으며 6층에 식당, 행정실, 관리실이 있는, 단과 병원치고는 조금은 큰 규모의 병원이었다.

 병동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로비와 간호사 스테이션이 보였다. 간호사들은 그 곳에서 PC업무를 하고 인계를 들었다. 스테이션에는 두 가지 문이 있었는데 한 곳은 탈의실과 통하는 문이고, 다른 한 곳은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소아들에게 IV(정맥주사), IM(근육주사), CBC,LFT(혈액검사)검체 채취 등 입원과 관련된 모든 처치들을 행하는 처치실과 통하는 문이었다. 엘리베이터 양 옆으로 쭉 늘어선 복도에는 1인실 병실과 다인실 병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인계가 끝이 나면, 근무자들 중 액팅들은 처치실에 들어가 루틴 업무를 준비해야하지만 웬일인지 여운은 잔뜩 위축된 모습으로 현아와 수연 앞에 서있었다. 수연은 화가 많이 났는지 여운을 보지도 않고 있었고, 현아는 그 옆에서 여운이 정리해간 액팅노트만 뒤적거리고 있었다.

 “너 이거 정리 왜 하니?”

 “.....”

 “우리가 하라고 하니까 그냥 하는 거니? 넌 이걸 우리가 왜 하라고 하는 거 같은데?”

 “공부, 하라고..”

 “말 좀 똑바로 끝내, 그렇게 어영부영 끝내는 거 나 진짜 싫어해.”

 “공부해야 해서 정리합니다.”

 “근데 왜 안 해?”

 현아의 말에 여운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영부영, 이도저도 아니었다. 울다 지쳐 자울자울 감기는 눈으로 해간 숙제로는 수연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거 정리만 하면 끝이야? 아 다 썼다. 끝. 머리에는 아무것도 없고. 넌 그게 맞다 생각해?”

 “죄송합니다.”

 “너 내가 어제 그 죄송합니다, 지겹다고 했지. 죄송할 짓을 왜 계속 해? 너 그거 그냥 상황 모면하려고 하는 거지?”

 근무 첫 시작부터 좋지 않다. 아주, 좋지 않다.

 “일을 잘하지 못하면 이론적으로라도 알고 있어야지. 일도 못하고 이론적으로도 아는 거 하나도 없고. 도대체 왜 아무것도 안 해? 너 면허만 따면 끝이야? 네가 도대체 학생이랑 다를 게 뭔데? 학생이 너보다 많이 알겠다. 학생이 너보다 낫겠어.”

 수연의 일침에 여운은 벙어리마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이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보호자가 됐던 입원환자가 됐던 누군가가 와서 나를 이 상황에서 구원해주기를.

 여운의 바람대로 시간은 계속 지나갔다. 하지만 순탄히 지나가지는 않았다. 입원환자가 왔다. 수연과 현아는 혼자 해보라며 여운만 혼자 처치실로 들여보냈지만 아주 장렬히 실패했다. 거기까지는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 환아의 보호자가 주사에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너무 하잖아요, 이 어린 아이를! 도대체 몇 번을 찌르는 거예요! 실력이 없으면 하지를 말아야지, 지금 우리 아이가 연습용이에요?”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붙잡고 보호자는 여운을 쏘아보며 자신의 마음을 쏟아냈다. 한 번 밖에 안 찔렀는데, 서 너 번은 한 것처럼 말을 하는 보호자에 여운은 조금은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저 보호자처럼 자신도 그 마음을 쏟아내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 뒤로도 여운은 선생님들 앞에서 약을 설명해야 하는데 조금 버벅거려서, 주사 앰플을 따다가 손을 베어서, 행동을 빠르게 하지 않아서 계속 한숨 소리와 눈총을 얻어냈다.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입원 환자 검체를 내리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대로 굴러서 한동안 일을 안 할 수 있다면 구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곳에 굴러서 아픈 것보다 저 병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더 무섭고 아팠다.

 퇴근을 했다. 하지만 퇴근을 한 기분이 아니었다. 내일이 쉬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설레지 않았다. 누군가가 툭 치면 눈물이 바로 흐를 것 같은 기분에 애꿎은 한숨만 계속 내쉴 뿐이었다. 이 시기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다음 출근 때, 쉬는 날 공부 안하고 뭐했냐는 핀잔을 들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공부를 한다면 전혀 쉬지 않은 것 같은 피로감을 안고 출근을 해야 했고, 쉬게 된다면 불안하고 답답해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하루가 될 것이었다. 아, 다음 출근을 생각만 했는데도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벌써 출근을 하기가 싫어졌다. 출근은 이틀 뒤인데. 한숨을 푹 내쉬며 느루빌의 계단을 올랐다. 여운의 앞에서 올라가는 여학생은 근처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고등학생이라니. 참 힘들지만 좋을 때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학생 때는 등교하는 것이 무섭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출근이 너무 무섭다. 아니지, 어쩌면 등교가 무섭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로 축복받은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증거였을 수도 있다. 학창시절에 모든 축복을 몰아 받아 지금 이렇게 무섭고 두렵나 보다. 만약 저때로 돌아가 다시 축복 받은 학창시절을 보낸다면, 그때는 죽어도 간호학과 안 가야지. 재수든 삼수든 해서 꼭 다른 과를 가야지. 이렇게 가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숨이 막히는 곳으로는, 절대로 가지 않을 거야.

 만약 평소 같았으면 ‘그래도 그때의 내가 가진 최선의 선택지였어. 후회하지 말자.’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겠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두렵고, 숨이 막힐 뿐이었다.

 

 *

 

 6월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왔다. 자신의 성적은 그대로였다. 어느 과목의 등급도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떨어진 애들에 비하면 괜찮은 것이긴 한데, 그 경우는 늘이에게 어떤 위로도, 자극도 주지 못했다.

 “나 이번에 성적 올랐다.”

 “진짜? 잘 됐네.”

 그렇게 말해주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꺼내 보이면 새까말 것이고, 냄새를 맡아 보면 악취가 날 것이다. 친구들의 잘 됨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 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성적에 변화가 없어 전전긍긍 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더 싫었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자신 역시 성적이 올랐다면 이런 추한 모습은 잘 숨겨져 있었을 텐데.

 자습 시간이 주어졌지만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성적표가 나온 날은 누구를 만나던 성적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몇 반에 누구 점수 몇 점이라더라, 등급 몇이라더라. 누가 이번 시험 대박 쳤다더라. 누구 완전 망했다더라. 이번에 어려웠던 과목, 누구는 만점이라더라.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들린다. 남의 이야기가 들리니 자신과 비교를 하게 된다. 성적이 오른 친구들은 목표한 대학뿐만 아니라 더 높은 대학까지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자신은 어불성설일 것만 같다. 불안하고 두렵다.

 “그래서, 그냥 이런 게 좀 불안하고 그래. 엄마, 나 목표한 대학에 갈 수 있겠지?”

  ‘굳이 목표한 대학이 아니더라도 네가 노력한 것이 가치가 있는 거지.’

 나도 안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고삼이면 누구나 들어봤을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론상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과반수는 결과에 가치를 둔다.

 “그래도. 이왕 보는 거 잘 보는 게 좋은 거잖아.”

  ‘그럼 수능 때 잘 보려고 지금 운 다 모아놓는 기간인가 보지.’

 “그게 뭐야. 그건 내 실력이 아니잖아.”

  ‘운도 실력이야.’

 “아, 그냥.. 불안하고 우울하고, 좀 그래. 별로야.”

  ‘지금이 그런 시기이고, 다들 그런 시기를 보내잖아. 우리나라가 지금 이런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자. 우리 딸은 할 수 있어.’

 정석이지만 전혀 힘이 되지는 않는다. 의지가 되지도 않는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다. 잘은 들어주시지만 끝이 좋지는 않다.

  ‘뭐 필요한 건 없어? 용돈 남았니?’

 그래도 그 마음을 알기에 그저 속마음을 꾹꾹 담아둔다. 전화를 끊고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열었다. 자주 먹으면 질려도 밥 먹기 귀찮을 때 이만한 게 없다. 그래도 가끔은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긴 하다. 반찬이 적어도 여러 사람과 대화 섞인 밥이 먹고 싶다. 이번 방학 때 잠깐 집에 갔다 올까. 아니지, 방학까지 갈 것도 없이 다음 주말에 다녀올까.

 “시간이.. 될까.”

 하지만 집에 내려갔다오면 공부를 거의 못할 것이 뻔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때에는 사치다. 결국 고개를 살래살래 저은 늘이는 반찬을 뒤적였다. 아는 맛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당기지 않는다. 아, 부모님이랑 사는 애들은 이런 걱정 없이 공부만 계속 하겠지.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다. 괜히 속상해지는 마음에 얼른 반찬과 밥을 한 입에 넣었다.

 아, 맛이 없다.

 주말 저녁. 아무 소리 없는 저녁은,

 

 맛이 없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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