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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7화
작성일 : 18-12-05 16:45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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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사슬뱀. 오랜만에 내기나 할까? 썩은 심장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오나 어때?”

 “오랜만이라뇨? 그거라면 어제도 했잖아요.”

 

 고슴도치가 호탕하게 웃으며 건넨 제안을 쇠사슬뱀은 늘 그래왔듯이 퉁명스럽게 거절했다.

 이렇게 셋이 성문을 나선지 세 달이 지났다.

 아마 이들은 외면의 조합에서 가장 오래가는 파티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실력이 뛰어나고 특출 나다해도 그 날의 운세가 나쁘면 죽어 돌아오는 게 이 바닥이었다.

 검은장미로써 파사르가 처음 들어간 파티도 일주일을 가지 못하고 그를 제외한 2명 모두가 죽었다.

 그 중 한 명은 제약이 생기기 전에도 전쟁터에서 몇 번은 마주쳤던 기사였었는데, 계속되는 전투에 칼의 관리를 소홀하게 했던 탓인지 무뎌진 칼날이 악귀를 깨끗이 베어내지 못했고, 간당간당하게 숨이 붙어있던 악귀의 공격에 오른쪽 갈비뼈가 몸통채로 모조리 날아가고 말았다.

 파사르는 그 이후로도 여러 파티에 속했었지만 늘상 같은 이유로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린 끝에 만난 게 고슴도치와 쇠사슬뱀이었다.

 

 “멍청하긴, 이제 하루는 예전의 하루가 아니란다, 꼬마야. 오늘 본 녀석을 내일도 본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야.”

 “알겠어요. 할 테니까 그런 토 나오는 설교는 그만 해주시겠어요?”

 “좋아, 좋아. 그럼 마지막 놈까지 후딱 죽이고 여기서 만나자고.”

 

 파사르는 두 학살자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갑옷의 어깨보호대에 투 핸드 소드의 길쭉한 칼날을 기댄 채 길을 나섰다.

 파사르가 속한 파티는 기간이 오래 된 만큼 각자가 선호하는 장소를 알고 있기에 더 이상 하고 있진 않지만, 외면의 조합에서 탄생한 신생 파티들은 파티원들의 전투 장소가 겹치지 않도록 사전 협상 및 정보 공유를 하고 출발한다.

 워낙 솜씨들이 좋으니 해당 구역의 악귀들이 씨가 말라 다른 학살자들이 손맛을 못 보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대게는 신경이 쓰이는 탓이었다.

 비록 동료인척 하는 파티이긴 해도 근방에 있으면 어떤 연유로든 눈길이 한 번이라도 가기에 일부로 멀찍이 떨어져서 행동하는 배려아닌 배려를 하는 것이었다.

 

 “어? 장미문양 폼멜…… 검은장미다! 저 사람 검은장미 맞지?”

 “제길, 텄네, 텄어. 다른 데로 옮기자.”

 “왜 다른 데로 옮겨? 같이 싸우면 든든하고 좋잖아?”

 “잘나신 외면의 조합 학살자들께서는 잔챙이 같은 우리와 함께하길 원하지 않으셔.”

 

 보란 듯이 비아냥대는 꼴이 거슬렸으나 파사르는 당장 이 자리에서 놈들의 멱을 따버리는 것 대신 입을 굳게 다물기를 선택했다.

 괜한 살생은 전투에서 악운을 부른다.

 죽일려고 한다면 놈들이 오늘 밤을 무사히 치르고 돌아온다는 전제지만 성문으로 복귀하기 직전에 해도 늦지 않았다.

 

 “여기가 좋겠군.”

 

 파사르는 족히 자신의 키보다 세 배는 되 보이는 두 개의 암석이 하나의 기다란 통로를 만들어 놓은 길목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는 드넓은 평야에서 혈혈단신으로 악귀들을 살육하는 멋진 모습을 상상했겠지만, 그뿐 아니라 홀로 싸움을 고집하는 모든 외면의 조합 학살자들도 그런 무식한 행동을 하는 바보는 아니었다.

 뒤를 봐줄 동료도 없는 상황에 여러 마리에게 쉽게 포위당할 수 있는 장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윽하게 일렁이고 있는 횃불에만 의지해 어둠속을 지키던 파사르는 검은 피로 얼룩져 있는 폼멜부터 서슬 퍼렇게 이빨을 반짝이는 칼날의 모서리까지 찬찬히 응시했다.

 비어있는 자, 악귀, 가족, 평범한 사람들…… 참 많은 피가 설여 있는 검이었다.

 그런데도 파사르는 명확하진 않지만 이 검에 묻혀야 할 피가 분명 남아있다고 믿고 있었다.

 

 “시작됐군.”

 

 땅을 울리는 가스의 흐름이 사바튼(철구두)를 통해 느껴졌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서 싸우는 학살자들을 위해 왕실과 귀족들이 만들어 준 거대한 횃불, 지금의 우리가 거인의 손가락이라고 부르는 굴뚝들에 불을 붙이기 위한 준비였다.

 곧이어 300m남짓 거리마다 세워져있는 손가락들 위로 뜨거운 열기가 담긴 가스들이 분출되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금세 가스들은 불기둥으로 바뀌어 과거의 대낮보단 못하지만 사리분별을 하기엔 충분할 정도의 시야를 확보해주었다.

 

 파사르는 천천히 저 멀리, 아직은 어떠한 잡음도 들리지 않는 평야에 시선을 집중했다.

 악귀들은 인간과 같은 평범한 신체구조를 가지진 않았지만 그들도 어찌됐든 하나의 생물이었다.

 흉물스러운 놈들에게도 20km라는 적지 않은 거리를 질서 없는 군중을 이루어 4시간 안에 돌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숨을 헐떡거리는 놈들과 싸울 수 있다는 조건은 학살자들에게 큰 이점이 되어주었다.

 

 “허튼 소리들은 그만하고 빨리 움직여. 우린 소풍 나온 게 아니라고. 서둘러 자리를 잡지 않으면 무기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악귀들한테 멱이 따일 거야.”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이 처음이긴 해도 우린 다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다고요. 훈련소도 수석으로 수료한 엘리트들이니까.”

 “흥,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새파랗게 젊은 너희들보다 유능하고 실력 있는 기사들도 죽어나가는 곳이 여기야. 그렇게 당당한 얼굴들도 금세 겁에 질려 가랑이가 오줌으로 젖을 거다.”

 

 파사르는 서서히 뒷목을 간지럽히는 작지만 소란스런 잡담에 한숨을 내쉬었다.

 테라피노에는 명망 있는─현역으로 활동 중인 학살자들은 인정하지 않는 자칭이지만─학살자들이 세운 사립훈련소가 있었다.

 휘하기사단을 더 이상 전장에 투입하지 않고 성벽경비와 도시내부 치안만을 담당하는 왕실과 귀족연합의 겉치레 형식의 직접적인 후원을 받는 지라 번지르르한 건물들을 세우고 웬만한 학살자들보다 좋은 질을 띄는 무기들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선 어영부영이 아니라 악귀와의 싸움에 있어 검증된 전투방식을 통해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고 장담하고 있었다.

 그러나 훈련소 설립 5주년 기념행사에서 직접 학살자길드들을 초대했을 당시 외면의 조합 대표참관인으로써 훈련소를 찾았던 파사르는 그들이 내세우는 우스운 훈련 내용들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하기야 조잡스러운 목재 건축물에 목검을 든 훈련생들로 잔뜩 살을 붙여 악귀라고 연극을 시키는 꼴이었으니.

 

 “다시 한 번 말하는데 그 잘난 훈련소에서 하는 장난감 놀이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너희들이 얼 타고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난 미련 없이 너희들을 두고 도망갈 거다. 아직 죽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으니까. 제기랄, 분명 저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놓고선 이번까지 부려먹다니. 사지에서 이제 갓 털 자란 애송이들을 달고 다니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나.”

 

 그런 훈련소에서 가장 큰 연례행사로 치루는 것이 오늘과 같이 훈련 성과가 우수한 훈련생들을 차출해 경험 있는 학살자들과 묶어 전장에 내보내는 일이었다.

 우수하다고 해봤자 소꿉장난을 하던 풋내기들 중에 손재주가 좋은 놈들을 선별해낸 것에 불과한지라 열이 나오면 멍청한 다섯은 악귀에게 죽고, 나머지 다섯은 인도자 역할을 하는 학살자가 미리 파놓은 은둔처에 숨어 있다 살아나오는 게 고작이었지만.

 

 여러 명의 질서 없는 발걸음은 아직 전쟁터의 기괴한 통곡소리를 깨닫지 못한 미숙한 청소년들의 상기 된 잡담소리와 함께 파사르의 등 뒤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파사르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선점한 공간에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을뿐더러 그것도 유능한 실력자도 아닌 풋내기들이라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그는 서늘하게 벼려있는 길쭉한 검의 심지를 땅에 꽂아 넣고는 검은 폼멜 위로 오른손을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지긋이 손바닥에 힘을 주어 검을 천천히 대각선으로 뉘였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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