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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6화
작성일 : 18-12-05 09:02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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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검은장미. 이봐!”

 

 오랜만의 덧없는 회상이 끝났을 때, 파사르의 눈앞에는 빛이 바랜 건틀릿이 왔다갔다 거렸다.

 굳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통칭 ‘고슴도치’라고 불리는 학살자는 예정 시간을 넘긴 게 마음에 안 드는 지 투구 안에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벌써 밤이라고.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다른 팀들은 진작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어.”

 

 그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악귀’라고 불리는 정체모를 것들로 인해 벤투라는 함락되었고, 파사르는 날마다 항전을 벌이면서도 끝끝내 살아남아 최후의 도시 테라피노에 도착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제 도시를 지키는 건 기사단들이 아닌 일개 사람들로 지금은 학살자로 불리는 이들이었다.

 그 중에는 자의 또는 타의로 기사단을 그만둔 이들도 있었고, 그저 싸움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자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칼 한번 잡아본 적 없는 평범한 소시민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끼어든 그림자가 사라진 자들이었지만.

 

 “얼마나 모였습니까?”

 “흠, 글쎄? 그게 뭐가 중요해? 성문을 나서자마자 머리통이 날아갈 놈들인데.”

 

 파사르의 질문에 고슴도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어깨를 들썩였다.

 별명답게 스파이크드 클럽(머리 부분에 방사형의 날카로운 가시들이 박혀 있는 곤봉)을 들고 있는 그는 무기 외에도 한 가운데 원추형 가시가 돋아나 있는 라운드형 청동 방패라든지, 특수제작으로 만든 갑옷의 파울드론(어깨보호대)과 백플레이트(등받이)에 매섭게 돋아난 가시로도 유명했다.

 

 “어이, 사슬뱀. 검은장미도 일어났어. 얼른 준비하라고, 근질근질 거려 죽겠으니까.”

 

 고슴도치는 작은 화롯불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학살자 무리에 다가가 소리쳤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학살자들은 점차 다른 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길 꺼려했다.

 악귀들에게도 명예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에 유명세가 있는 놈을 노린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인 것 같은데, 여느 전쟁터에서나 하나씩 생겨나는 우스운 소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저 바깥에서 썩어 문드러진 놈들 중에 이름을 아는 녀석보다 모르는 녀석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학살자들은 굳이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재수가 없으려면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죽음에게 괜한 트집이 잡힐까 두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되니 성문을 나서 전투가 시작되면 야, 어이, 거기, 저기, 이봐 등 누굴 부르는 지도 모르겠는 신호들이 남발됐다.

 누구를 부르는지 명확하지 않은 신호들은 어이없는 죽음들을 남발했는데─악귀의 기습을 인지하지 못 한 동료를 불렀으나, 정작 동료가 아닌 전투 중인 다른 이의 시선을 빼앗아버려 결국엔 두 명의 목숨을 잃는 등의 경우였다.

 이처럼 잇따른 사고들로 인해 학살자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갑옷의 외관, 움직임 등을 본 따 별명을 지어 부르기 시작했다.

 파사르 본인은 검은 장미라고 불렸고, 그 이유는 그가 들고 다니는 검의 장미 문양 폼멜이 피에 얼룩져 검은색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명목상일 뿐이지 같이 간다 해도 진짜 팀이 아니에요. 얼쩡거리면 같이 베어버릴 겁니다.”

 

 꽤나 거추장스러워 보일 법한 체인 메일(사슬 갑옷)을 얼굴을 포함한 몸 전체에 둘러싸고, 그 위로 녹색과 붉은색의 가로줄이 새겨진 호버크(조끼 모양의 롱코트)를 걸친 ‘쇠사슬뱀’이 혀에 날을 세워 말했다.

 

 “어련하겠어.”

 

 고슴도치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다섯 달 전, 갑작스레 악귀와의 전투에 참가하기 위해선 3명 이상의 파티를 이루어야한다는 제약이 내걸렸다.

 개인으로 나서기 보단 동료가 있어야 생존확률이 높다는 당연한 논리에서 태어난 정책이었다.

 갓 전쟁터에 나서는 신입들이나 평소 동료들과 함께 했던 이들은 적극 찬성했지만, 고독하게 생사를 넘나들던 이들은 반발했다.

 그들은 혈혈단신으로 악귀들과 싸우는 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는 이들이었고, 동료란 등을 기대긴 커녕 등허리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라고 여기는 자들이었다.

 생전 모르는 놈과 함께 하라는 건 그들에게 지옥 중에서 가장 뜨거운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란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이봐, 그렇게 투덜거리면 쫒아 오질 말던가.”

 “당신들의 실력이 그나마 나으니까요. 같이 간 사람들이 못 돌아오면 어쨌든 마음이 불편하잖아요.”

 

 그래도 왕실과 귀족이 직접 정한 강경한 규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국왕 팔토 3세는 테라피노에 내몰린 이래로 법률과 법도, 규칙 등의 제도를 대단히 강조했다.

 악귀들에게 대항할 수 있어졌다 해도 기초가 무너진다면 소용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럼에도 고독한 학살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사단과 똑같은 갑옷을 제작해 눈속임을 하거나 성벽 밑으로 몰래 땅굴을 파는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기도 하고, 경비대에게 적지 않은 뇌물을 줘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일주일 동안의 감금형이었다.

 결국 학살자들은 최후의 방편으로 조합을 만들었다.

 이름은 ‘외면의 조합’으로, 외면상으로만 팀과 동료 일뿐 성문 밖을 나서면 개인으로 활동하길 원하는 자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왔다. 왔어.”

 “쉿, 눈 마주치지 마. 조용히 있어.”

 

 검은장미와 고슴도치, 쇠사슬뱀으로 구성 된 파티가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수군거림이 일렁였다.

 다른 학살자 파티들은 외면의 조합에서 나온 학살자들과 마주치기를 꺼려했으나, 그 중에서 가장 기피하는 건 저 셋으로 구성 된 파티였다.

 월등한 실력차이로 인한 시기와 질투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내뿜고 있는 살기 때문이었다.

 인간보다는 악귀에 더 가깝다 할 정도의 피비린내와 분위기, 또한 전투가 벌어질 때면 볼 수 있는 그들의 광기어린 살육은 ‘학살자’의 본뜻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파사르는 성문이 열리기 전, 아버지에게 이어받은 검을 정성스레 닦았다.

 본래 롱 소드였었지만, 칼은 손잡이와 폼멜을 제외하고 길쭉한 투 핸드 소드를 탈바꿈을 해 있었다.

 벤투라에서부터 5년 동안을 밀려 테라피노에 도착했을 때, 단지 ‘비어있는 자’를 한 명이라도 더, ‘악귀’들을 한 마리라도 더 베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장간을 찾았다.

 나이가 들어 의뢰가 끊길 때까지 왕실에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어 납품했다던 대장장이는 좋은 검을 망칠 까 두렵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오히려 이전의 검보다 더욱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투 핸드 소드를 벼려내 주었다.

 덕분에 방패를 들 수 없었으나 상관은 없었다.

 검신의 길이가 길어지니 더욱 공격적이고 맹렬한 동작을 취할 수 있었다.

 

 “달이 지고 있다. 종을 울려라.”

 

 경비조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성문을 사이에 둔 두 개의 아성(방어를 위해 만들어지는 요새화 된 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달이 뜨는 낮이 지고 해가 사라진 밤이 도래하면 해수면이 낮아지고 테라피노와 대륙을 연결하는 20km정도의 길목이 약 4시간 동안 생겨난다.

 대륙에서 테라피노로 넘어오는 경우, 저 길목을 지나면 성문의 입구까지 5km내외의 평야 위로 거칠고 암습한 지대가 펼쳐져 있는데, 매일같이 끼는 자욱한 안개 안에 발을 잘못 딛으면 그대로 집어삼켜지는 늪들이 존재했고, 사방에 널려있는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이 천연의 장애물 노릇을 해주어 주요 격전지가 되는 곳이었다.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열어라!”

 

 경비조장의 명령과 그를 따르는 경비대의 우렁찬 복명복창이 성문 아래까지 들려왔다.

 곧이어 각각의 아성에 달려 있는 두 개의 수레가 경비대의 손에 의해 돌아가며 도르래에 감겨있던 굵직한 줄들이 풀어졌고, 성벽의 일부분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높은 성문이 천천히 내려 앉아 절벽과 절벽을 잇는 넓은 다리가 되었다.

 

 여러 학살자 파티들이 칼날을 부딪치거나 방패를 때리고, 갑옷와 투구를 두들기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흉측한 괴수들과 대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혹시 굳어있을 몸을 풀고, 용기들을 쥐어짜내 북돋기 위한 행동들이었다.

 검은장미와 고슴도치, 쇠사슬뱀은 소란스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학살자들을 지나 묵묵히 성문을 나섰고,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자들 또한 요란스럽지 않게 파티원들을 격려하거나 의지를 다잡았다.

 악귀들과의 전장이 익숙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힘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성문을 나서기 전에 힘껏 목소리를 내질렀던 힘을, 거세게 방패를 두들겼던 힘을 아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거라는 후회를 가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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