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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2화
작성일 : 18-12-05 08:59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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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형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믿기지가 않아. 오늘 아침, 솔라가 다급히 학교를 찾아왔었어. 엊그제부터 우리에게 편지를 써 보냈었다고, 왜 대체 답장도 해주지 않았냐고 눈물을 흘리기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솔라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보았거든. 겨우겨우 그녀를 달래 집으로 돌아왔을 땐, 그림자가 사라진 어머니가 날 반겨주셨어. 순간 내 모든 사고가 멈췄어. 어머니가, 어머니, 다름 아닌 엄마가 그렇게 되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거든. 난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일이 우리 가족에겐 빗겨나갈 줄 알았어. 내가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아직 정신을 잃진 않으셨지만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계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끊임없이 손에 무언가를 쥐시려고 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봐온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것 같아. 만약에 어머니가 그들처럼 변한다면…… 난 자신이 없어, 형. 아버지에게도 편지를 보냈는데 아마 받지 못하실 거야. 영주가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진 성문을 일체 봉쇄한다고 했거든. 행여 받으셨다 해도, 쉽게 영주성을 빠져나오진 못하실 거야. 형이 꼭 와줘야 해. 제발, 부탁해. 이 글을 읽는─

 

 평소 프레시오의 단정한 필기체를 찾아볼 수 없이 급하게 휘갈겨 쓴 편지는 마무리도 짓지 못하고 끝나 있었다.

 파사르는 피곤함에 찌든 눈을 의심했다.

 그는 밤낮이 바뀐 이후부터 잠 한 번 제대로 자지 못하고 위병임무에 나서고 있었다.

 원래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겹겹이 쌓이면 헛것을 본다고 하지 않았는가? 파사르는 자신도 끔찍한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얼굴에 물을 퍼붓고 양 손으로 세차게 비벼댔다. 부디 눈앞의 편지가 사라지길 기도하면서.

 

 “제기랄……”

 

 짧은 욕을 내뱉은 파사르는 재빨리 조장을 찾아갔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이틀 전에 썼을 편지 내용은 벌써부터 극악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침 순찰임무에서 되돌아 온 조장은 어째선지 다급한 표정에 파사르를 보고 기겁을 했다.

 하도 표정이 심각해 '비어있는 자'들의 습격이 있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곧장 면전으로 내미는 양피지를 집어 들어서야 무슨 연유로 그리 주인 잃은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네 어머니뿐만이 아니야. 당장 오늘만 해도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통곡소리가 거리를 채우고 있어. 위병대에만 해도 5일 동안 알렉시아, 리브, 드리콩이 가족을 잃었지. 안타깝게도 그들이 소식을 들었을 땐 너와 같은 상황이었고, 그들이 본 건 생전의 모습 일부만을 간직한 채 죽어 있는 시체였다. 네게 그런 비극은 없길 바란다. 어서 가 봐. 오늘 네 순찰 당번은 내가 대신 나갈 테니."

 

 그렇게 조장은 투구 안에 고인 땀을 닦지도 못하고 다시 거리로 향했다.

 유독 넓어 보이는 조장의 어깨에 힘껏 고개를 숙인 파사르는 다시 한 번 뜀박질을 시작했다.

 이미 많이 늦었단 건 사무치게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절망할 때가 아니었다. 아직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공포에 떨고 있을 프레시오와 솔라를 지켜줘야 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에 해가 사라진 어두운 하늘, 길에 짙게 스며든 피비린내, 간간히 들리는 경악스러운 비명소리까지 모든 것이 집을 가리키고 있는 것만 같아 심장이 터질 듯 죄여졌다.

 파사르는 자연스레 최악을 가정했다─가정 속에서는 두 동생이 처참하게 죽어있고, 눈이 뒤집힌 어머니가 보였다. 애정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광기의 미소만을 띄우는 그녀에게, 그는 어쩔 수 없이 시퍼런 칼날을 들이밀어야 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니 날씨가 서늘한데도 갑옷 안은 땀으로 흥건했다.

 몸에 열기가 올라오자 그는 문득 지금 시기가 봄이란 걸 깨달았다.

 비록 봄을 장식하는 알록달록한 꽃들은 피어나지 않고, 겨울의 미련이 담긴 서리를 녹이는 따뜻한 햇살도 사라졌으나 지금은 봄이었다.

 지금 지나는 이 길도 원래의 봄이 왔을 적엔, 이리 황폐하고 적막하지 않았다.

 그 때의 이 거리는 양 옆을 수놓은 꽃과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봄에만 맞을 수 있는 아름다운 눈이 내리는 곳이었다.

 향긋한 잎사귀로 된 눈이 바닥부터 하늘을 가득하게 채우고, 눈에 보일 듯 진한 꽃들의 향기는 콧속을 천국으로 만들 정도였으니, 만개한 꽃들로 절정을 이룬 벤투라의 봄은 다른 어느 지역의 도시보다 유명했었다.

 시인이었던 프레체로니가 ‘벤투라의 봄은 신이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빚어낸 장소이다.’라고 할 정도로 거리마다 손을 붙잡은 연인들의 풋풋한 사랑이 또 다른 꽃이 되어 피어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 거리는 그때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들개와 고양이들의 번뜩이는 눈만이 어둠속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안타깝긴 했지만 회상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었다.

 파사르는 투구 가리개를 들어 올려 입에 모인 침인지, 콧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들을 뱉어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이 아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골목들을 지났다.

 어머니에게 꾸중과 걱정을 들을 정도로 뛰어다녔던 게 이리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다행히 세월이 10년 넘게 흘렀는데도 그 간에 큰 규모의 공사는 없었는지, 앞에 있을 모든 길들이 선명했다.

 피 칠갑에 잔뜩 때가 낀 갑옷의 무게 따위도 잊은 지 오래였다.

 머리 위로도 한참은 높이 있어 둘이 있어야 넘을 수 있었던 담들을 혼자서도 가뿐히 뛰어 넘었고, 밑에 난 개구멍으로 드나들었던 문이나 울타리 따위는 갑옷을 벗는다 해도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작으니 몸으로 부딪쳐 깨부쉈다.

 그럴 때마다 작지 않은 소음들이 나긴 했지만, 세상이 흉흉한 만큼 구태여 바깥을 살펴보는 이는 없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꾸며 놓은 담벼락이 보였다.

 의외로 손재주가 있던 아버지가 조화로 만든 장미와 넝쿨들로 집 주위의 담을 장식해 놓은 것이었는데, 아버지는 어머니를 닮은 장미가 4계절 내내 지지 않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던 담벼락이었다.

 

 “어머니!!! 프레시오!!! 솔라!!!”

 

 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파사르는 숨이 헐떡거림에도 또박또박하고 크게 이름들을 소리쳤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언제 깔렸는지 모를 옅은 안개 덕에 음산하기까지 한 주택가는 저 멀리서 들리는 위병대들의 치열한 함성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어, 아버지?!”

 

 파사르는 집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굵은 나무 기둥에 대충 매여 있는 아버지의 말을 발견했다.

 ‘말은 기사의 소중한 발이다.’라며 평소에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말씀과는 정 반대되는 일인지라, 파사르는 첫 생각에 다른 이의 말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단단한 근육질에 회색빛 위로 검은색이 얼룩진 털이라던가, 말에 관련 된 장비라면 아끼지 않으시던 아버지의 소가죽으로 된 매끄러운 안장과 그 밑에 깔린 양털로 된 안장깔개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을 보았을 때, 파사르는 편지를 받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일체 없었던 희망이 생겨났다.

 

 항상 윤기가 흐르도록 기름칠이 되어 있는 현관문에 다다른 파사르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부셔져 있는 문고리였다.

 백합나무로 만들어 흑갈색의 무게감이 있고, 중후한 멋을 뽐내던 현관문은 바깥에서 누군가가 거세게 걷어 찬 흔적들을 사방에 흩뜨려놓고 있었다. 파사르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었다.

 

 “아버지……?”

 

 최대한 조심스레 문을 당겨 열은 파사르는 불빛 하나 비춰지지 않는 복도를 살펴보았다.

 너무나도 조용했다.

 가끔씩 바람이 불 때면, 어딘가에 창문이 열려있는 것인지 기괴한 고음을 내는 찬바람이 복도를 타고 다가와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났다.

 

 “프레시오, 솔라?”

 

 그는 허리춤에 매달린 롱 소드를 뽑아들었다.

 여태 뜀박질을 한 탓에 이마와 미간,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린 땀들이 자꾸 눈을 괴롭혔다.

 

 “젠장할.”

 

 건틀릿의 차디 찬 끝으로 눈가를 훔쳐 낸 파사르는 그래도 눈이 계속해서 침침하자 짧은 욕설로 화풀이를 대신했다.

 어둠에 삼켜 진 공간은 여전히 낯선 침묵만을 토해냈다.

 ‘비어있는 자’와 처음 대면했던 순간보다 더욱 큰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킨 그는, 촉감을 곤두세우고 캄캄한 복도 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목재구조로 된 바닥 위를 덮어놓았던 카펫들이 제자리를 벗어나 엉망이 된 터라 사바튼(철구두)이 맨몸을 드러낸 부분에 닿을 때마다 또각 거리는 울림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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