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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화
작성일 : 18-12-05 08:58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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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사라진 밤이 되면 등부터 팔을 잇는 닭살이 돋았다.

 파사르는 언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머니를 죽였던, 해가 사라진 밤의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비록 정신을 잃고 미치광이가 된 어머니였지만, 자신을 낳아준 혈육의 심장에 칼날을 쑤셔 넣었다는 건 불가피했지만 아직까지 후회되는 선택이었다.

 

 과거 그의 가족은 부족한 것이 없던 부유한 중산층에 속했다.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청년 시절, 평판이 자자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 검사는 아니었으나 나름 검의 손잡이가 헤져 있을 만큼 숱한 경험을 한 무서울 것 없는 방랑 기사였고, 어머니는 지방 도시 벤투라에서 소문 난 미인이었다.

 영주를 섬기는 집사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백옥 같은 피부에 짙고 곧게 뻗은 눈썹을 가졌으며, 그 밑으로 고양이처럼 크고 동그란 눈매와 오뚝한 코, 적당히 두툼한 입술로 뭍 남성의 마음을 본의 아니게 훔쳐 냈었다.

 게다가 잘 숙성 된 레드와인의 빛이 도는 긴 생머리에선 향긋한 포도향이 난다고 할 정도였으니, 우연히 벤투라를 방문했던 아버지의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함락되었지만, 파사르의 고향이기도 한 벤투라는 해가 대지를 비추던 시절까지만 해도 큰 규모의 토너먼트가 매해 열리고, 심지어 겨울을 포함한 사계절 내내 도시를 장식하는 각각의 매혹적인 꽃들로 인해 왕실 가문이 여행을 오기도 하는 장소였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얘기지만, 아버지는 그런 벤투라에서 여름을 뒤덮은 장미들보다 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고 했다.

 어린 나이엔 그것이 단순히 어떠한 꽃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랑에 대해 깨달을 나이가 되고 나서야 파사르는 어머니가 왜 그 때마다 얼굴을 붉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만남이 있었던 그 해, 여름의 무더움이 사그라지는 선선한 가을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직후 아버지는 대대로 집사 가문이었던 외조부의 도움을 받아 방랑 기사를 그만 두고 벤투라에 정착할 수 있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벤투라를 다스리는 영주의 기사단에 정식 입단하게 돼 친위대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도시를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볕과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꽃들처럼 가정은 평화로웠다. 유독 금술이 좋았던 그의 부모는 다음해에 파사르를 낳았고, 그 이듬해에 동생 프레시오를 낳았다.

 

 파사르는 날 적부터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다.

 같은 또래의 아기들이 기어 다닐 동안에 두발로 일어섰으며, 남들이 첫 발걸음을 뗄 적엔 이미 그는 집 안을 휘젓고 다녔다.

 유년기에는 항상 골목을 누비며 대장 노릇을 하거나 싸움질을 하는 통에 어머니는 걱정이 많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내심 자랑스러워했다.

 동생 프레시오는 형과 완전히 반대였다.

 그는 걸음은 늦게 배웠으나 말하기와 읽기는 누구보다 빨리 터득했다. 책을 좋아했고,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도시 내에 있는 도서관의 문지방이 닳도록 방문했다.

 서로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에 부딪칠 일도 많았으나, 커가면서는 오히려 이점이 되었다. 행여 난관에 부딪쳤을 경우, 먼저 찾는 것은 자신의 형제였다. 도와주는 방법도 물론 제각기였다.

 형 파사르의 도움은 강한 주먹이었고, 동생 프레시오의 도움은 쉽게 이해 못할 단어들이었다.

 

 파사르와 그의 동생이 각각 6살, 5살이 됐을 때, 그의 부모는 그들에게 예쁜 여동생을 선물해 주었다.

 어머니를 닮아 고운 눈매와, 매끄러운 콧날, 싱그러운 미소를 가졌던 그녀는 햇빛의 따스함을 품었다 하여 ‘솔라’라고 불렸다.

 솔라는 어린 나이에도 무척이나 눈부셨다.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마치 미의 여신의 유년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두 형제는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여동생을 지키려 부단히 애를 썼다.

 어디를 가든 길을 헤매지 않을까 뒤따랐고, 무엇을 하든 다치지 않을까 주시했다. 솔라는 그런 두 오빠가 거슬릴 법도 할 텐데, 오히려 행복하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솔라는 어린 나이부터 어머니를 따라 요리를 배우고, 꽃꽂이와 바느질을 즐겨했으며, 가끔씩은 오빠들을 따라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별하다고 해봤자 얕게 흐르는 하천에 발을 담구거나, 벌레들을 잡거나, 달달한 빵으로 군것질을 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은 흘러 프레시오는 13살의 나이에 학사학교에 입학했고, 2년 뒤에는 파사르가 견습 기사가 되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다.

 훈련소란 기숙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거리가 아무리 가까워도 파사르가 집에 올 수 있는 날은 많아야 달에 두 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책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을 좋아했던 프레시오 또한 국립도서관 보다 더욱 심도 있는 책들을 읽을 수 있는 학교도서관을 다닐 수 있게 되자, 수업 이외의 자투리시간이라면 주말에도 찾아가는 게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언제가 한 번, 도서관에선 진열 돼있지 않은 책을 교수에게서 빌렸다며 신나하는 동생에게 “따분한 게 왜 그렇게 좋아?”라고 물으니 그는 “형은 훈련이 왜 좋은데?”라고 되물었다.

 그 말에 파사르는 깨달았다. 그가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몸에 좀이 쑤셔 뭐를 하든 움직이는 게 적성에 맞았고, 누구와 맞붙게 되도 싸움이 벌어진다면 코가 부러져도 이기는 것이 좋았다.

 대강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레시오는 ‘그 봐?’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그런 우리를 보며 솔라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많아지게 된 솔라가 오빠들과 함께 뛰놀았던 때를 많이 그리워했다고 했다.

 

 또 다시 몇 해가 지났다.

 17살이 된 파사르는 견습 기사의 신분으로 벤투라 영주의 직속 기사단에 입단하였다.

 학사학교에 입학했던 동생은 보통 10년 이상을 거치는 이론교육을 4년 만에 수료했고, 예비학사로써 여러 갈래의 실무교육을 이행하는 중이었다.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두 아들은 부모가 불과 몇 년 전에 보았던 어린 아이들이 아니었다.

 장소와 상황에 맞춰 예의를 차릴 줄 알았으며 성숙한 단어들을 사용할 줄 알았다.

 쉽사리 화를 내려 들지도 않았다. 또한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기 보단 남을 배려할 줄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솔라 앞에서는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갔다.

 솔라를 웃기기 위해 바보 같은 표정을 지을 때마다 둘은 남들 눈에 자신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지 신경 쓰지 않았다.

 

 부모는 마지막 남은 솔라가 반듯한 신붓감으로 자라길 바랐지만, 그녀에게 신부 수업과 같은 숨 막히는 것들을 강요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솔라가 그런 곳을 다니는 아이들보다 100배는 더 나은 신부가 될 것이라 자부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솔라의 손기술은 이미 어머니와 같은 수준이었다. 태도는 항상 정갈하고 우아해 나비와 같았고, 버릇없는 남성들에겐 날카로운 가시를 세울 줄도 알았다.

 웬만한 성인 여성들보다도 고고했던 그녀는 아직 11살이었다. 그러나 벌써부터 약혼을 바라는 각 지역의 귀족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다.

 밤낮으로 부귀영화와 휘황찬란한 미래를 약속하는 마차들이 집 앞을 들렸다가 언제나 그렇듯 쓸쓸히 돌아갔다.

 부모는 솔라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한 그녀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는 사내와 만나기를 바랐다.

 겉의 아름다운만을 쫓는 자는 또 다른 것에 변하기 십상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얼어붙은 봄바람에 말라비틀어진 꽃잎처럼 색이 바래버렸다.

 

 검은 장막에 태양이 가려진, 태양이 타락 한 날이 도래했다.

 그림자를 뺏겼다는 이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하루아침에 딴사람이 되어 눈깔을 뒤집고 온 골목을 뛰어다녔다. 덕분에 견습 기사에서 갓 벗어나 위병대에 발령을 받았던 파사르는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를 따라 친위대가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이번에 승급 된 기사들은 영문 모를 난리통에 모두 위병대로 긴급 보충이 되어버렸고, 그 탓에 그는 지옥과도 같은 광경과 보다 일찍 마주했다.

 파사르는 첫 순찰근무에서 조장에게 ‘눈깔이 뒤집힌 자들은 주저 없이 죽여라.’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먼저 죽을 거라는 독설까지도.

 당시까지만 해도 위병대에 갓 발령 된 새내기들은 상관들의 유치한 장난일 것이라 생각했다.

 

 “해가 숨어서 뒤숭숭한 건 이해하겠는데, 웬 미치광이들이 날뛰고 있다니? 우릴 너무 겁쟁이로 보고 있는 거 아니야?”

 

 같은 위병조에 편성 된 동기 중 하나가 했던 말이었다.

 그는 그 말이 유언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나선 순찰 임무에서 광인들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뒤늦게 쫒아온 파사르와 동료들이 둘러싸고 있던 광인들을 모두 걷어냈으나, 큼지막한 바윗돌에 갑옷이 있는 대로 뭉개진 그를 살려낼 순 없었다.

 그제야 신출내기 기사들은 조장의 말을 깨달았다. 눈깔이 뒤집힌 놈들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 날 이후로 파사르는 ‘비어있는 자’라고 명명된 광인들을 묶고, 때리고, 심지어 죽이는 일까지도 서슴없이 행했다.

 그렇다. 그 때부터 무언가를 벤다는 일에 단 한 치의 주저도 없어질 만큼 대단히 익숙해져갔다.

 생전 처음 보는 노인도, 분명 한 번은 마주쳤을 낯익은 여인도, 서로의 속사정까지 알 정도로 친했던 이웃들까지도……영혼까지 빼앗겨 버린 ‘비어있는 자’가 되었을 땐 가차 없이 죽여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건 피가 섞인 혈육이라도 마찬가지여야 했다.

 

 갑옷에 얼룩진 피를 닦아 낼 겨를 도 없이 바삐 지내던 파사르는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건네받았다.

 아직 읽지도 않은 봉투가 너덜너덜해진 걸 보니 배달꾼의 해묵은 가방 안에 여러 날 묵혀있던 게 분명했다.

 파사르는 겉을 봉인한 밀랍에 찍힌 인장이 너무나도 익숙했기에, 행여 안에 담긴 양피지가 찢어질까 조심스레 굳어진 밀랍을 떼 내었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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