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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프롤로그
작성일 : 18-12-05 08:56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5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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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 눈을 감았다 뜨니 자취를 감췄다 할 정도로 갑작스레, 아주 빠르게 말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었던 그 날, 항상 제일 높은 곳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태양은 하늘을 뒤덮는 검은 장막에 집어삼켜졌다.

 당시 학사들은 여태 보지 못했던 개기일식의 한 종류라고 사람들을 안심시켰으나, 태양은 그 날 이후로 대지를 비추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고 사람들은 이제 태양이 뜨던 낮을 밤이라 불렀고, 달이 땅을 비추는 밤을 낮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양이 삼켜진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록했다.

 

 해가 타락한 날 이후로 세상은 이상하게 뒤틀렸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림자들을 뺏겼다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세상이 흉흉하니 별 미친놈들이 나타나는 구나’정도로 여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미친놈들은 진실로 광인(狂人)이 되었다.

 환한 횃불에도 그림자 한 톨 보이지 않는 그들은 눈이 뒤집혀진 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죽였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헛소문인줄로만 알았던 것이 사실이 되어 들이닥쳤을 때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 종교였다.

 왕국건립 때부터 국교로 채택되었던 ‘태양교’의 대교주는 타락한 태양을 정화시키기 위해선 지상에 있는 올바르지 못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 날로 태양교의 신자, 성사, 각 지역의 교주는 그림자가 사라진 이들을 붙잡아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종교가 내세운 ‘정화의식’으로 상황이 좋아질 기미는 없었다.

 그림자를 잃은 사람이 버틸 수 있는 날은 평균 7일이었고, 더 짧다면 바로 당일이거나, 더 길다면 10일이 될 때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림자를 잃고 끝내 정신마저 잃은 자들을 ‘비어있는 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을 놓고 살육을 즐기는 미치광이가 되어갔기에 멀쩡한 사람들이 보기엔 그림자와 함께 영혼을 빼앗겼다 생각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몰랐던 건 아니었으나, 국왕 팔토 3세는 민심이 들끓기 시작해서야 대대적으로 ‘비어있는 자’ 색출하고 치료 방법을 시급히 모색 하도록 명령했다.

 왕실의 신임을 받는 명예로운 왕실기사단이 각 지방도시에 황급히 파견되었고, 지방 도시의 영주소속기사단은 왕실기사단과 함께 밤낮을 구분하기 힘들어진 거리를 쉴 새 없이 순찰했다.

 그들은 남들이 기피하는 곳─하수도 따위─까지도 수색하여 ‘비어있는 자’들 뿐 아니라 ‘그림자가 사라진 자’들까지도, 새롭게 차려졌다는 학사들의 연구소에 보냈다.

 

 우습게도 ‘치료연구’라는 명분하에 끌려간 이들이 향한 곳은 ‘연구소’란 이름의 어둡고 쓸쓸한 감옥이었다.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의사들의 부질없는 치료를 받으며 그들은 하염없는 시간을 보냈고, 이윽고 미치광이가 되면 가차 없이 죽임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거짓으로 뒤덮인 이 사기극 역시 태양교가 행했던 ‘정화의식’과 같이 ‘비어있는 자’들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이가 없자 그림자를 뺏긴 이들은 위병대를 피해 더욱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갔다.

 

 일련의 실패들로 인해, 여러 도시에서 ‘비어있는 자’들로 인한 피해가 끊임없이 속출 했고, 작은 마을 단위는 손 쓸 겨를도 없이 폐허가 됐다.

 현재의 방안으론 감당키 어려운 문제가 돼버리자 국왕은 그림자가 사라진 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그들의 정신이 아직 온전하든 그렇지 않든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거리는 금방 핏빛과 잔혹함으로 물들었다. 국민을 무시하는 부당한 대우라며 항의하던 이들도 두루 있었지만, ‘비어있는 자’들로 인한 피해를 신랄하게 겪었거나 소문을 통해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국왕의 선택이 옳다고 주장했다.

 

 즉각사살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주민들의 투철할 신고정신과 맞물린 위병대의 발 빠른 조치는 잠시 동안이었으나 거리를 안정시키는 데 충분했다.

 단, 그것들이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해가 사라진 어느 밤, 악취를 풍기는 흉측한 것들이 담을 넘어 민가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칠흑 같은 어둠을 틈 타 살아있는 모든 것을 극악무도하게 살해했고, 살아있는 자들은 그것들의 형체를 본 따 ‘악귀’라고 불렀다.

 악귀의 외관은 모두 달랐지만 하나같이 기괴하고 보기 역겹다는 것은 똑같았다.

 어떤 것은 사지가 뒤틀린 인간이었고, 어떤 것은 온갖 부위가 뒤섞인 짐승이었으며, 어떤 것은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징그러운 모습이었으니, 생전 처음 보는 것과 맞닥뜨린 기사단과 위병대는 감히 싸워 볼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도망 칠 수밖에 없었다.

 

 해가 타락한 해부터 5년이 지났을 때, 번영했던 모든 도시와 성들은 악귀들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함락됐다.

 그간 가졌던 대부분을 잃은 인간에게 마지막 남은 땅은 바다 위에 세워진 바다의 거대 요새 테라피노였다.

 ‘천연의 요새’라고도 불리는 별명을 증명하듯 요새의 주변 해역은 원체 험하고 거셌다.

 온종일 파도가 언덕을 이뤘고, 바다를 집어삼킬 듯 커다란 소용돌이가 하루에도 수차례씩 생겨났다.

 그렇기에 배로 이 요새를 오간다는 것은 확실한 자살행위였고, 오로지 썰물 때 생기는 길목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끊임없는 패배 속에 최후의 요새에 도착한 국왕은 테라피노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을 보수하도록 명령했다.

 고된 피난길에 피폐해진 국민들을 동원한다는 것에 대해 항의가 있었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바다와의 경계선을 나타내던 절벽위로 잿빛으로 이루어진 시멘트와 돌들이 차례로 솟아올랐다.

 몇 년이 지나 마침내 성벽 보수가 완료되었을 때, 테라피노는 인간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신들을 가둔 거대한 감옥이 되어있었다.

 마침내 낙공불낙의 모든 요소를 갖추게 된 테라피노와 더불어 더 이상 잃을게 없어진 인간들의 매서운 저항은 악귀들의 침범을 허용하지 않았다.

 비록 반격의 발판이 될 만한 승리는 아니었으나, 인간들은 오랜 패배의 사슬을 끊어냈다.

 우습게도 인간은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희망적인 가능성이 피어났다.

 그것은 바로 악귀들이 죽일 때 남기는 썩은 심장의 효능이었다.

 그것을 알아낸 건 위병대의 날선 추격을 피해 지하도에 숨어 살다 붙잡힌 한 부랑자였다.

 양 팔과 목덜미에 포박이 묶인 채, 포장되지 않은 우둘투둘한 흙바닥 위를 끌려가는 도중에도 그는 자신이 무려 일 년 이상 ‘비어있는 자’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온갖 미친놈들이 들끓는 시대인지라 당연히 믿어주는 이가 없었으나, 우연히도 도서관을 오가던 학사 무리의 눈에 띄게 된다.

 당시 불철주야 치료방법을 강구하고 있던 학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고, 그는 고향 페디안테에서 그림자를 잃어 쫓기던 당시 배고픔을 못 이기고 썩은 심장을 처음 먹었다는 내용과 그곳을 떠나 테라피노로 오고 난 후에는 그간 틈틈이 소금에 절여 보관해 놓았던 썩은 심장을 먹었다는 말을 해주었다.

 

 학사들은 곧장 국왕에게 달려가 보고했고, 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국왕 팔토 3세는 믿기로 했다.

 국왕 또한 사람인지라 언제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그 날이 오기 전에 대비책을 세워두길 바랐기 때문이 컸다.

 국왕은 그날로 그림자가 사라진 자들을 사살이 아닌 다시 체포하라고 명했고, 수감되어 있는 모두에게 썩은 심장을 먹이도록 했다.

 실험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썩은 심장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것이지 완전한 치료제가 아니었다.

 즉, ‘비어있는 자’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아무리 썩은 심장을 먹여도 본래의 정신을 되찾진 못했다.

 더군다나 섭취를 하루라도 중단한다면 반나절도 되지 않아 ‘비어있는 자’가 되어버리니, 일단 먹기 시작한다면 좋든 싫든 하루에 한 개의 썩은 심장을 먹어야 했다.

 의아하게도 그 사실은 당장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눈앞의 문제만을 타파하는 데 골머리를 썩고 있는 윗분들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귀족들은 가뜩이나 없어진 살림에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휘하기사단이 해가 사라진 밤이면 요새 수비에 차출돼 죽음으로 돌아오는 게 달갑지 않았다.

 아무리 난공불낙의 요새라고 한다지만, 이곳을 공격하는 것은 일개 병력들이 아니지 않은가? 그들은 흉측한 괴물들이 언제 성벽을 넘어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밤잠을 설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에게 기사단은 오로지 자신들의 저택을 지키는 존재여야 했다. 귀족조합은 곧장 소문꾼들을 풀었다.

 살아있는 자 중에 가장 입담이 탁월한 소문꾼들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빠지지 않고 자연스레 군중에 섞여 들었다.

 그들이 던져준 이야깃거리는 금방 화두에 올랐다.

 우스갯소리도 사지(死地)에 있다면 진실이 된다고, 이야기는 벌의 날갯짓보다 빠르게 입과 입을 타고 도시 곳곳에 전파됐다.

 

 소문이 지하 수로에 닿을 때 쯤, 위병대는 순찰을 도는 대신 길목마다 크고 작은 배급소를 설치했다.

 처음으로 검을 감추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썩은 심장을 나눠준 것이다.

 못해도 일주일은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란 귀족조합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벼랑 끝에 서있던, 그림자가 사라진 자들은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배급소에 나타났다.

 이윽고 썩은 심장과 관련 된 소문은 사실이 되어갔다.

 개미굴과도 같은 축축한 지하수로에서 옆에 있던 놈은 눈깔이 뒤집히는데, 그 옆에 있는 놈은 썩은 심장을 먹었단 이유로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 둘씩 지하수로를 벗어났다.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도가 생겼으니, 더 이상 도망치는 신세도 아니었다. 그들은 이별해야 했던 가족들을 찾아 되돌아갔다.

 

 「썩은 심장을 원하는 자, 직접 쟁취하라. 해가 사라진 밤이 오기 전, 위병대 막사를 찾아온다면 무기를 나눠 줄 것이다.」

 한 달 후, 배급소가 있던 자리에 걸려 있는 문구였다.

 그림자가 사라진 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썩은 심장을 달라며 화를 내기도 하고, 호소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있을지 모르는 배급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들은 썩은 심장을 하루라도 먹지 않는다면 ‘비어있는 자’가 된다는 걸 알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악귀들과 직접 대면해야 했고, 썩은 심장을 얻어내야 했다.

 

 세상은 또 다시 변화했다.

 이제 해가 사라진 밤에 악귀와 싸우는 것은 군대가 아닌 그림자가 사라진 자, 이제는 우리가 ‘학살자’라 말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언제 미치광이가 될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었고, 그들에겐 악귀가 가진 썩은 심장만이 가엾은 삶을 연장시켜주는 재료였다.

 학살자들은 새롭게 붙여진 별명 그대로, 또 다른 미치광이의 모습을 띈 채 악귀들을 사냥했다. 한 편, 발길이 끊겼던 시장엔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심장들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곳을 찾는 것은 사냥에 나서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 힘이 약하거나 몸이 불편한 자, 늙어 칼을 쥘 수 없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수공업품을 만들거나, 요새 후미에 조업을 위해 마련 된 낚시터에서 생선들을 잡아와 썩은 심장과 교환했다.

 도시는 옛날의 호화스러운 분위기가 아닌 음침하지만, 사람 사는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위태로운 평화는 작디작은 돌멩이에 깨질 만큼 무척이나 얇은 것에 불과한 것을. 하지만 그것마저 똑바로 직시한다면 깊은 절망 밑바닥에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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