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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3
작성일 : 18-12-04 22:31     조회 : 250     추천 : 2     분량 : 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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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옛날 일 (2)

 

  저녁 일곱 시 반쯤, 승아는 지하철에 올랐다. 어안이 벙벙하다. 작가님이 왜 자신에게 번호를 찍어줬는지 생각해본다. 의견 하나가 제시되었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서? 그럴 리가. 본인이 생각하면서도 농담이라고 밖엔 안 보인다.

 

  작가님이 그 대학생에게만 번호를 줬다면 그놈은 오늘 모인 팬 중 본인이 꽤 특별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자신에게까지 번호를 줌으로써.. 그러니까, 번호 교환을 별 거 아닌 팬 서비스로 치부하기 위해서. 말하자면 그놈이 싫어서 승아를 쓴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고아 씨가 유일하게 먼저 번호를 준 사람은 승아뿐이다. 작가님이 승아가 모르는 사이에 흡연하러 간 남자 세 명에게 번호를 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사람 마음이란 게 얼마나 멍청한지, 아니란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는 때가 있다. 열여덟의 고등학생에겐 특히나 더 자주 있는 일이다.

 

  승아는 뭔가 반응이라도 있길 기대하는 듯, 손끝으로 고아씨의 번호를 툭툭 건드리다 전화를 걸 뻔했다. 잘 들어가시라는 문자라도 남겨야 할까 생각하다가, 소개팅 한것도 아닌데 너무 오버스럽다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반대로 문자 한 통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괜스레 유난 떠는 것 같기도 하다. 팬으로서 잘 가란 말 하나 남기는 게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분명 작가님은 관심도 없는 나한테 번호를 준 건데 부담스러워 하면 어떡하지.

 

  결국 자기 집 앞에 도착했을 때쯤에야, 승아는 머리를 쥐어짜며 짧은 문자 하나를 보낼 수 있었다. 고아 씨의 답장도 그리 길진 않았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 고아 씨 (6)

 

  한 시간 만에 서너 명 정도의 신청을 받았다. 사실 연재처를 구한 지 꽤 오래된 상황 때문에 걱정을 좀 했었다. 아주 아주 만약에, 신청을 부탁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 남은 자존심마저 부스러기가 되었을 것이다.

 

  선착순이라고 적어두었으니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다. 받아야 할 신청은 글을 올리자마자 연락이 온 내 오래된 팬. 다른 사람들은 전부 인스타그램 내 메시지로 신청을 보냈지만 이놈만 내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올린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바로 연락이 오길래 솔직히 섬뜩했다. 무슨 스토커처럼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라도 했는지 빨라도 너무 빨랐다. 가끔 나눈 문자에서마저도 어버버하던 놈이 웬일로 그렇게 빠르게 행동했는지 의문이다.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이 제일 빨랐을 테니 다른 사람을 선택하면 배신감 느끼겠지.

 

  나머지 신청들도 한번씩 훑어보기로 한다. 하나는 안면식 없는 여자 하나. 승아가 빠르게 신청하지 않았다면 이 여자가 신청을 타내 갔을 것이다. 그 다음은, 우웩. 두 달 정도 전에 메시지로 성별을 물어보기에 별 생각없이 대답해줬더니, 잊을 만하면 수시로 접근하는 남자다.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정성도 이런 정성이 없다. 부디 그 정성, 미래 마누라 될 분에게 쏟아주시면 좋으련만. 마지막은 대뜸 자기 여자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낸 남자. 두 사람을 그리려면 돈도 두 배로 받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어차피 못 받을 건이니 넘어가기로 한다.

 

  평소 습관처럼 승아에게 짧게 답장을 보내려다 멈칫한다. 그저 팬이었다면 서로 높고 낮고의 관계는 없겠지만 당장은 아니다. 일시적이지만 승아가 돈을 내고 자신이 받는 갑을 관계가 되었다.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몇 번이고 고쳐줘야 할 처지임을 상기하자 평소처럼 승아를 대하기가 쉽지 않다. 고아 씨는 고민에 빠진다. 평소에 좀 친절하게 대해 줄걸.

 

 

 - 메세지 (2)

 

  오랜만이에요 승아님. 잘 지내셨어요? 요즘은 연락이 뜸하시네요(웃음).

 

 

 - 강승아 (6)

 

  연락이 뜸하시네요? 웃음 표시?

 

  경직. 혼란에 빠진 승아의 얼굴에 누구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아주 살짝, 홍조가 올라왔다. 연락이 뜸하시다니 무슨 뜻일까. 작가님이 내 연락을 기다렸다는 뜻인가?

 

  4년 동안 나눈 둘의 대화의 수는 대충 열 손가락을 간신히 넘는다. 대화의 끝은 항상 똑같았다. 승아가 멍청한 말을 던지면 고아 씨가 씹었다. 그게 다였다. 그런 고아 씨가 과연 승아의 연락을 기다렸을까.

 

  애처로운 남자의 상상은 발목에 매달린 이성을 뿌리치고 잠시 하늘에 닿았다가 슬그머니 내려온다. 고아 씨가 적당히 던진 한 마디에 들뜬 자신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 한다. 말실수든 뭐든 멍청한 짓을 하지 않으려면 늘 침착해야 한다고 머릿속에서 되뇌곤 한다. 작가님은 도움이 되는 사람한텐 관심있게 대답해 주는구나. 라는 당연하지만 우울한 생각과 작가님이 그런 사람일 리 없다는 생각이 양쪽에서 떠올라 툭툭 부딪친다.

 

  물론 승아는 한 쪽이 혼자 들떠서 다른 한 쪽에게 다 갖다 바치는, 소위 호구 짓을 하는 데에 늘 경계하는 남자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저지르는 진짜 호구 짓은 기가 막히게 자기 합리화를 하는 데에도 도가 터 있다. 표현은 까칠하지만 결국엔 좋은 사람. 승아에게 있어 고아 씨는 무조건적으로 좋은 사람에 포함되어 있다.

 

  승아가 고아 씨에게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사이, 고아 씨에게 한 번 더 문자가 왔다. 필요한 사진과 추가로 원하는 외형, 구도, 의상 같은 그림에 필요한 내용을 물어보는 질문이다. 덧붙여 고아 씨가 승아에게 두 번 연속 문자를 보내는 일도 처음 있는 일이다. 승아는 어안이 벙벙하다. 혹여나 한 글자라도 잘 못 이해할까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한 글자씩 이해하려 해 본다. 그런다고 뜻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승아는 저도 모르게 필사적이다. 사진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그리기 위해선 당연히 사진이 필요하다. 그 당연한 사실을 승아는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한 마디로 자기가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고아 씨에게 보내줘야 한다.

 

  젠장. 젠장. 젠장. 자신은 이래서 문제라며 꽉 막힌 신음을 간신히 비틀어낸다. 최근에 한 번이라도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줬다면 그거라도 괜찮겠지만 가지고 있는 사진 중 어떤 것도 자신이 들어간 게 없다. 참 음울하게도 살았다. 아니, 자기연민은 둘째치고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다. 셀카는 정말로, 정말로 잘 못 찍는데, 4년 전 봤을 때보다 아마 살도 더 쪘다. 어색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담긴 사진을 작가님한테 보낸다니, 심지어 그 사진을 유심히 보면서 그림을 그릴게 당연한데. 생각만 해도 오그라들다 못해 부서지지 않을까 싶다.

 

  사진이 꼭 필요한 거죠?

 

  멍청한 질문은 할 땐 멍청한질 모른다. 승아가 늘 성급히 말해놓고 후회하는 이유다. 정말 생소한 일이지만, 칼같이 답장이 도착했다. 네 승아님 있는 사진 아무거나 괜찮아요 (웃음). 또 웃는다. 작가님이 또 웃는다. 미치겠다. 한 번도 못 겪어본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좀.. 그러니까, 센스있어 보일까.

 

  승아는 답장을 잠시 미루고 서둘러 머리부터 감는다. 머리로는 부족한 것 같아 세수에 면도에 아예 샤워까지 해버렸다. 데이트 처음 나가는 중학생처럼 승아는 안절부절못한다. 안 그래도 짧던 샤워시간을 더 짧게 끝내고 물기만 대충 털어낸다. 바닥에 떨어진 물이 흥건하다. 화장실과 방을 분주히 왔다갔다하던 승아는 자신이 흘린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옷도 골라야 한다.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멋있는 옷이 뭐 있더라. 승아는 속옷만 입고 서랍의 옷이란 옷은 다 헤집어놓는다. 이건 구겨져서 안 되고, 이건 색깔이 촌스럽고, 이건 또 어때서 어떻고.. 축축한 머리카락에 물기가 말라갈 때쯤에야 와이셔츠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것저것 고민하느니 제일 무난한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의 결과다. 바지까지 고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차피 상체까지만 나올 거라면 바지는 필요 없을 거란 생각이었다. 괜히 땀이나 더 나서 머리스타일이 망가지면 그게 더 문제였다.

 

  왁스를 바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머리를 올릴지 말지 결정하다 깔끔하게 올리기로 마음먹는다. 생각보다 왁스를 많이 짜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머리 전체에 치덕치덕 발라본다. 그를 비추는 거울마저 이 남자를 안쓰럽게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 고아 씨 (7)

 

  이 팬은 굉장히 곤란한 상황인 모양이다. 보낼 사진이 없는지 사진이 꼭 필요하냐고 물어봤다. 나도 네 사진 안 보고 내 맘대로 그리면 편해. 고아 씨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걸 그대로 옮겨 적지는 않았다. 진상을 대하는 공무원처럼 웃는 낯짝을 가장해 대답을 보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니 대면하는 것보다야 훨씬 쉽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미리 그릴 준비를 해 놓는다. 돈은 어차피 시작할 때 받겠지만, 작업은 오늘 안에 끝낼 생각이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대답이 없다. 고아 씨는 의자에 눕듯 비스듬히 앉아 끼익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진을 준비하려고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사진관 대여라도 하는 모양이지 하며 고아 씨는 크게 하품한다. 긴장이 풀리니 졸음이 쏟아지려는지 몸에 힘이 없다.

 

  돈은 갚았는데 당장 내일부터는 어떻게 한다지. 고아 씨는 일정을 확인한다. 3일 뒤에 이전에 일을 받았던 외주 처에서 계약금을 보내주기로 했다. 이 금액이 그리 적지 않다. 적어도 살려고 적금을 깰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은 3일이 문제인데, 사흘 동안은 아예 밖에 나가질 말아야지 싶다.

 

  스무 살에 처음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가 자퇴하고 나서까지, 고아 씨는 본인이 정한 일에 불만은 없다. 하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이쪽 일이라는 게 회사에 취직하는 게 아니면 전부 불안정하다고 얘기야 많이 들었지만, 듣기만 하는 것과 직접 겪어보는 것엔 생각보다 차이가 있었다. 어쩌면 이제 슬슬 자신도, 자존심은 그만 세울 때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오만 원이 그리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큰돈도 아니다. 그런 것에 휘둘려 안절부절 하는 자신에게 자존심이란 건 어쩌면 ..

 

  띠링. 자기반성을 끝내는 알림이다. 아까 답장을 보내고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사진 속 승아는 입꼬리만 간신히 올리고 눈가는 파들파들 떠는 것 같다. 얼굴엔 뭘 발랐는지 희끄무레하다. 그나마도 제대로 펴발리지 않아 군데군데 붉은 기가 도는게 어리숙함을 강조하려 했다면 성공이지 싶다. 고아 씨는 사진은 대충 훑어보고는 자신의 계좌와 예의 웃는 표정을 보낸다.

 

  이 놈 살쪘네.

 

  그 한마디가 고아 씨의 사진에 대한 유일한 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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