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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에게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어린시절 장난스런 약속 하나로 엇갈리게 된 인연.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닿은 그의 마음.

첫사랑 그녀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
그녀에게.

 
03. 혹시 사랑을 믿으세요?
작성일 : 18-12-04 21:55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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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겨울 날씨치고는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수영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이라도 오려는지 따뜻한 기온에 비해 하늘은 흐릿했다.

 

 한동안, 아니 3년이란 시간을 사람들과 부딪칠 기회조차 없이 혼자 남은 집에서 칩거하듯 지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원했던 건 아니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흘러 있었다.

 

 3년이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일 텐데 수영에게 3년은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는지 거리의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했다. 혼자 고립되어 있듯이 보낸 시간이 길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영의 단절되어 있던 시간 속에서 그나마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참고 기다린 사람이 있었다. 바로 대학선배였던 지숙이다.

 

 작은 문화예술 잡지사의 편집장 겸 대표를 맡고 있는 지숙은 동면에 들어간 동물처럼 잠에 취한 수영을 끊임없이 어르고 달래다가, 화를 내었다 풀어주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그녀가 잠에서 깨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지금 수영이 이렇게 새로운 집을 구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수영은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다시 저 자신을 지우고 싶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사치처럼 여겨져 그럴 수가 없었다. 내리사랑이라고 어미에게 자식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오늘 오후, 수영은 지숙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응답기의 자동안내멘트를 들어도 화를 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지숙은 당 때문에 꼼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인터뷰 하나만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빙자한 강요를 했다.

 

 수영은 이제 그런 거는 못한다고, 손을 놓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며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지숙의 쇠심줄 같은 설득에 마지못해 수락을 해버렸다. 지숙은 이러려고 자신의 명함을 제게 한 아름 쥐어 준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지숙이 이러는 건 세상 밖으로 꺼내 놓았으니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걸 갖고 있는 걸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지숙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알겠다고 수락을 했지만, 어쩌면 이건 핑계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이미 수영의 마음은 ‘그녀에게’라는 전시회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때 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영은 궁금했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 절절한 마음을 가진 그 사람의 이야기가.

 

 그 그림속의 아이가 그 작가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림 속 아이들의 사연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다시 찾은 갤러리 앞에 선 수영은 갤러리 앞에 부착되어 있는 포스터를 찬찬히 바라봤다. 하얀 포스터 위에 아련하게도 쓰여 있는 글씨가 마음 한 구석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수영의 머리를 흩날렸다. 겨울이었음에도 바람이 너무도 따뜻하게 느껴져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이제는 흘릴 눈물 따위는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수영은 다행히 흘러내리지는 않은 눈물을 정리하고는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인포메이션으로 다가가 지숙의 명함을 내밀며 오늘 인터뷰가 있어서 찾아 왔음을 알렸다.

 

 인포메이션의 그녀는 친절한 미소로 사무실의 위치를 알려주고는 다시 제자리를 지켰다. 그녀의 안내를 따라 갤러리 안쪽의 복도를 따라 가니 그녀가 말한 공간이 나왔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소리가 났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창으로 쏟아지듯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수영을 본 남자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수화기 한쪽을 막으며 테이블에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아 준비해 온 수첩과 볼펜 그리고 휴대용 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수영이 준비를 다 마쳤을 때 쯤 통화를 마친 남자는 책상 위에 놓인 명함을 들고 와 수영에게 건네며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사진작가 최현석입니다.”

 

 수영은 현석이 내민 명함을 받아들며 그에게도 준비해온 명함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수영입니다.”

 

 현석은 명함을 쳐다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영은 그제야 자신이 내민 명함이 지숙의 명함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설명을 이었다.

 

 “아, 제가 프리랜서라 아직 명함이 없습니다. 원래 오늘은 최지숙 편집장님이 직접 하기로 했던 인터뷰인 거 아는데요. 혹시나 인터뷰 기사 관련해서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실 것 같아 편집장님 명함을 드렸습니다.”

 

 조곤조곤 설명하는 수영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현석은 서글서글한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네. 사실은 저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편집장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다른 기자분이 오실 거라고 전화 주셨거든요.”

 

 “아, 네.”

 

 현석은 자리에 앉으려다, 수영을 보며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아, 커피나 차 뭐 드시겠어요?”

 

 수영은 거절하려다 망설이며 대답했다.

 

 “그럼 그냥 물로 주세요.”

 

 현석이 한쪽에 놓인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수영의 앞으로 컵을 내려놓았다. 수영의 맞은편에 앉은 현석은 수영이 건넨 명함을 한참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미드나잇 블루라... 사실, 인터뷰 같은 건 생각도 안했는데, 잡지사 이름 때문에 응한 거예요.”

 

 수영은 현석이 먼저 말을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꺼내 놓은 소형 녹음기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아, 네. 잡지사 이름이 좀 일반적이진 않죠? 인터뷰 내용을 녹음해도 괜찮을까요?”

 

 “네. 그런데 지금부터 시작인가요?”

 

 “아니요. 지금은 분위기 적응하기 위한 수다타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편하게 말씀 하세요.”

 

 “왠지 그 말 들으니까 긴장이 되는데요?”

 

 현석은 자신보다 더 긴장을 한 것 같은 수영에게 실없는 농담을 건넸다.

 

 “그런데 아까 잡지사 이름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셨다고 했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건가요?”

 

 “아, 사실 여기 전시된 그림을 그린 작가가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그래서 거절을 할 수 없었나 봅니다.”

 

 수영은 그 순간, 시종일관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였던 현석의 눈빛이 무언가 그리움을 담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그림과 사진은 작가님이 다르신 건가요?”

 

 “네. 그림은 다른 작가의 작품이고, 사진은 제 작품과 그림을 그린 작가가 찍은 작품이 섞여 있습니다.”

 

 현석의 말에 수영은 처음 전시된 그림과 사진을 봤을 때가 생각났다. 사진과 그림은 같은 구도의 비슷한 느낌을 표현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어쩌면 작가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진에서는 현석의 성격만큼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주로 느껴졌다면, 그림에서는 뭔가 차분하고 아련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도 찍는다고 했는데, 이수영 기자님께서 직접 찍으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사진은 다른 기자가 찍을 거예요. 같이 왔어야 하는데, 제가 다른 곳에 있다 보니까...”

 

 이때, 타이밍 좋게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현석의 대답과 함께 카메라 가방을 멘 정우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죠?”

 

 “아닙니다. 수다타임이었습니다.”

 

 정우가 무안할까봐 현석이 먼저 배려하듯 대답을 했다.

 

 “안녕하세요. 사진기자 한정우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최현석입니다.”

 

 “뵙고 싶었습니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시라 한번 꼭 뵙고 싶었습니다.”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정우는 현석의 비위를 적절하게 맞추어가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말씀 나누시면 제가 그때그때 사진을 찍을 겁니다.”

 

 “네. 사진을 찍어만 봤지 이렇게 찍히는 입장이 되니 굉장히 어색하네요. 이제야 모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우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는 현석으로 인해 인터뷰 현장은 곧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그 틈에 수영이 현석에게 질문을 했다.

 

 “전시회가 참 독특한 것 같아요. 요즘 융복합이라든지 콜라보레이션으로 문화, 전시 쪽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는데요. 혹시 그림과 사진을 함께 전시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으신 건가요?”

 

 수영의 질문에 장난기로 가득했던 현석의 얼굴이 다시 진지하게 바뀌었다.

 

 “혹시 사랑을 믿으세요?”

 

 수영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현석은 오히려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수영이 난처해하며 대답을 하지 않자, 정우가 현석의 질문을 반문하며 먼저 대답을 했다.

 

 “사랑이요? 이게 작가님 질문에 답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진심은 통한다.’라는 진리를 믿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건 거기에 간절함을 담으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말을 끝낸 정우의 시선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수영에게 향해있었다. 평소의 정우답지 않은 목소리에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그러자 현석은 소탈한 웃음을 짓고는, 수영의 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얼굴로 수영을 쳐다봤다.

 

 수영이 저를 쳐다보는 두 남자의 시선에 마지못한 대답을 했다.

 

 “저는 ‘영원한 건 없다.’는 진리를 믿습니다. 사랑이든 뭐든요.”

 

 역시나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지은 현석이 몸을 의자의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더니 말을 꺼냈다.

 

 “인터뷰 전에 사랑 얘기 하나 들려 드려도 될까요?”

 

 수영을 쳐다보던 현석의 눈이 반짝거렸다. 수영은 어쩌면 그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 이 전시회 제목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말
 

 여러분은 사랑을 믿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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