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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밸런스
작가 : 을해
작품등록일 : 2018.11.2

태어나서는 안 됐어야 할 남자의 끔찍한 반란.

세상의 불공평에 맞선 한 남자의 몸부림.

한날한시에 태어난 10명의 사람.각기다른 운명. 최악과 최고의 공존.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 아니다. 운명은 빼앗는 것이다.

 
5. 의심(1)
작성일 : 18-12-04 16:27     조회 : 250     추천 : 2     분량 : 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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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의심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어머니의 유골함이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에서 빠져나온 현도민의 다음 목적지는 미래병원이었다. 핸들을 꽉 잡은 현도민의 표정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이었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현도민의 차는 빨간불이던 한 교차로에서 잠시 멈추게 되었다. 이깟 정지선 따위 넘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현도민의 차가 앞장서 멈추자 뒤따라오던 자동차들도 빨간불에 맞춰 속도를 줄였다. 네 방향의 교차로. 각자 달려 나갈 길은 서로 다르지만 잠시 멈춰서야 할 정지선은 공평했다.

 

 현도민은 잠시 꽉 붙잡고 있던 핸들에서 손을 잠시 떼어냈다. 혈액순환이 원할 해지자 손바닥이 잠시 찌릿찌릿했다. 조그마한 통증이 몸에서 반응하자 지난 날, 임원회의가 있었던 그 날이 떠올랐다.

 

 “부… 부회장이요? 아니요 저는 그런 자리는 조금… 저에게는 과분합니다.”

 

 “하하… 저는 지금 있는 자리만 해도 만족스럽습니다. 회장님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나… 지금은…….”

 

 “아유… 저는 감당 할 수 없는 몸인걸요. 저는 그럴 그릇이 되지 않습니다.”

 

 미래그룹 부회장 자리의 공백. 누구나 원하던 자리였지만 지금은 아무도 원치 않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서로 떠밀어 가며 그 자리에 앉는 주인공이 자신만이 되지 않기를 바라던 때. 미래그룹의 회장 현대철은 마땅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임원이 현대철에게 좋은 방안을 제시하는데. 아직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부족하지만, 현대철 회장의 아들. 현도민이 부회장 자리를 맡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요! 원래 그런 자리는 다 핏줄이 섞인 자식들이 물러 받는 거죠! 아드님은 현재 미래건설 쪽에 계시다고 하지 않으셨나? 그 분야가 성공한 게 다 아드님 덕분이지 않나요? 그런 업적이면 부회장자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철은 잠시 고민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이름이 튀어나오자 인상이 쓰였지만, 듣고 보니 부회장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 같았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자리이긴 하나, 엄연한 미래그룹의 부회장 자리였기 때문에 섣부른 선택은 후회를 부르기 마련이었다. 더군다나 현도민도 다 듣고 있는 소식통에 순순히 부회장 자리에 앉을 것 같지는 않았다.

 

 “현재로선 그 자리에 누가 앉기 보단 누구라도 앉혀 놔야 하니까… 회장님. 결정해 주시죠.”

 

 의견은 현도민을 앉혀야 하는 걸로 통합되는 듯 했다. 현대철은 어쩔 수 없이 현도민에게 연락해 회의에 잠시 참석하라고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도민이 회의실에 도착했고, 수많은 임원들은 현도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에서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지만 현도민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아버지, 현대철에게 다가갔다.

 

 “임원회의 중에… 저를 무슨 일로?”

 

 현대철은 거두절미하고 현도민에게 미래그룹의 부회장자리를 맡아 달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눈치를 보는 임원들과 현대철의 목소리에서 무슨 속셈이 숨겨져 있는지 단숨에 알아차리긴 했지만, 현도민은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생각하고 흔쾌히 알았다고 답했다.

 

 “그럼 미래그룹 부회장의 모든 권력은 지금부터 다 제가 맡게 되는 건가요?”

 

 현도민의 말에 현대철이 깜짝 놀랐다. 어쩔 수 없이 현도민을 부회장 자리에 앉혀놓긴 했지만, 그가 무슨 짓을 할지 가장 두려운 건 현재로서 현대철 밖에 없었다. 재빨리 추가 사항을 현도민과 임원들에게 알렸다.

 

 “그렇다고 오늘 바로 결정을 하는 건 너무 섣부른 것 같고… 이제 막 연말이기도 하니까… 내년에 공식적으로 발표도 하고 지금은 미래건설에 있으니까 그 쪽 일도 잘 마무리 하고… 그런 뒤에 정식 절차를 걸쳐 임명을 받아야 하지 않나… 다들 무슨 말인지 아시죠?”

 

 현대철은 현도민이 부회장 자리를 임명받기 까지 최대한 기간을 늘리기 위해 수를 썼다. 임원들이 서로 거부하여 현도민에게 자리가 주어졌지만 역시나 보고 있자니 탐탁지 아니하였다.

 

 현도민은 그게 언제라도 상관없었다. 무슨 속셈이 숨겨져 있다 하여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현대철의 지난 업적과 함께 묶어 비밀을 폭로해 내기 위해서는 미래그룹 부회장만큼의 높은 자리가 필요했다.

 

 “앞으로 한 달… 어머니를 위해서 참자…….”

 

 빨간 불이던 신호가 다시 초록 불로 바뀌고, 핸들을 다시 꽉 붙잡는 현도민. 누구보다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

 

 빠른 속도로 달려온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 병원 앞까지 도착한 현도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VIP병동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병동 입구에 도착하자, 앞을 지키고 있던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명의 남성들이 현도민을 보자마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누가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병원에 들어가 있는 중에도 경호원들을 세워놓다니. 여기 숨어 있다고 광고라도 하는 모양이다.

 

 “아, 병실 안으로는 못 들어가십니다.”

 

 병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호원들이 현도민의 앞길을 막아섰다. 매뉴얼에는 분명 취재를 하려고 달려드는 기자들만 막아서라고 교육을 받았을 텐데 본인까지 막아서니 어이가 없었다.

 

 “비켜. 연락하고 온 거야. 아니면 아프신 몸으로 직접 나와 달라고 전해줄래?”

 

 사실 정말로 연락을 하고 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낱 경호원들이 현도민의 말에 의구심을 품을 리는 없었다. 경호원들은 서로 멀뚱히 쳐다보다가 사인을 주고받더니 하는 수 없이 길을 열어 현도민이 지나가도록 비켜주었다.

 

 현도민은 일부로 발자국 소리를 크게 내며, 병실 안에 숨어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고 있다고 알리듯 쿵쿵거리며 다가갔다. 병실 앞까지 오니, 안에서 들려오는 TV소리에 맞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밖은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안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나 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문고리를 잡아 힘차게 여는 현도민. 갑작스러운 방문에 깜짝 놀랄 법도 했지만, 역시나 강심장을 소유하고 있는지 고개만 돌려 누가 왔는지 확인해 보는 그 사람. 환자복을 입고 누구보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TV를 시청하고 있는 현대철의 모습이었다.

 

 “오… 요즘 꽤나 바쁠 녀석이 여긴 어쩐 일이냐?”

 

 현도민의 방문을 예상하지 않고 있던 건 아니었는지 현대철은 고개를 다시 돌려 TV를 시청하며 말을 했다. 자리가 꽤나 편안했던 모양인지 곳곳에 평소 즐겨 먹던 술병들도 나뒹굴고 있었다.

 

 현도민은 병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침대 옆에 놓여 진 의자에 앉아 현대철을 빤히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온 것인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현도민의 시선에 결국 현대철도 그에게 눈을 맞추었다.

 

 “그래도 아버지란 사람이 병실에 누워 있는데 빈손으로 온 것이냐?”

 

 “언제까지 회피만 하실 겁니까? 회장으로서 책임을 지셔야죠.”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책임을 지란 말이야? 나는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를 한 사람이야. 기껏 실수 몇 개 가지고 내가 쌓아온 경력을 한 순간에 무너트리려고 하면 안 되지. 국민들이 편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게 다 누구 덕분인데? 그게 다 미래그룹. 내가 해낸 일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홀로 도망치듯 병실에 누워 있는 다고 일이 저절로 해결 될까요? 지금까지 잡혀간 사람들이 몇 명인데…….”

 

 미래그룹의 논란. 여러 손을 걸쳐 이루어져있는 비리 사건. 하지만 현대철은 모르는 일이라 단정 지었고, 모든 건 임원들의 단독행위일 뿐이라는 변명을 내질렀다. 대통령 다음으로 대한민국을 뒤 흔들 수 있는 존재인 미래그룹이었기 때문에 임원 한 명의 권력도 대통령만큼이나 막강하였다.

 

 그런 사람들이 비리사건의 숨겨진 내막이라는 사실에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는데, 정작 미래그룹의 회장인 현대철은 사건과 연관이 없다는 말에 모두가 의아해했다.

 

 회장마저 사건과 연루되어있다면 미래그룹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혹시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날이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덕분에 미래그룹의 중요한 임원들이 차례로 잡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회장만큼은 정말로 결백하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현도민은 현대철에게 그만 책임을 지고 떠나라고 부추기는 중이었다. 임원 몇 명이 죄 값을 치루는 것으로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들이닥쳐서 이상한 소리를 하니 현대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내가 그랬다 하면 더욱 충격이 클 텐데? 네 편이 아닌 사람들이 잡혀가는 건… 너한테 좋은 일 아니더냐? 때문에 네까짓 게 부회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말이다. 아랫사람이 하나씩 잡혀 들어가 주면… 이 일도 점차 마무리 될 테지.”

 

 “그래놓고… 미래그룹의 회장으로 떳떳하게 살 수 있습니까?”

 

 “무얼 말이냐? 내가 잡혀 들어갈 순 없잖니? 내 수족들이 사라진 건 안타깝지만… 그게 다 나를 위한 일이란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으니 순순히 따라준 거겠지. 이렇게 사건을 잠재울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굳이 너를 부회장 자리에 앉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기자 놈들이 확정이라도 난 듯 이미 기사를 써내는 바람에… 뭐, 어미와는 다르게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내가 높게 평가해주마.”

 

 대화를 나누던 중, 현대철의 입에서 ‘어미’라는 말이 나오자 현도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대철도 현도민의 표정변화를 인지하고 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 년만 생각하면… 내가 아들을 갖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렇게 배신을 때리다니. 없는 년 데려다가 씨받이로 쓴 내가 잘못이지. 내가 잘못이야.”

 

 어머니에 관해. 어떠한 말을 들어도 참아 내려고했지만 현도민은 더 이상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현대철에게 일렀다.

 

 “어머니께… 그런 말 하지 마시죠.”

 

 현대철은 그런 모습에 웃음이 나기만 했다.

 

 “누구 아들 아니랄까봐. 지금 감싸주는 게냐? 난 네가 태어났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단다. 4명의 딸이 태어났을 때 보다 더! 내가 아들을 얼마나 낳고 싶어 했는지 알아? 그런데 알고 보니 내 아들이 아니라니… 그때의 그 실망감이 어땠는지 너는 모를 테야.”

 

 “그 배신감에… 어머니를 그렇게 만드셨던 모양이군요.”

 

 “만들었다니 무얼? 내가 배신감은 크게 느끼긴 했으나. 그래도 널 키웠다. 설마 아직도 어미가 죽은 게 다 내가 꾸며 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냐? 그 일은 사고라고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듣는 거야? 사고가 아니라면… 정말 내가 그랬단 말이냐? 난 너를 버리지 않고 보살펴 줬어! 내 아들도 아닌데 말이다! 진정 내가 꾸며낸 일이라면 그때 널 어미와 같이 보내버렸을 텐데 왜 너만 살려 뒀겠나!”

 

 누워있는 상태로 평온함을 유지하던 현대철이 끝내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현도민의 눈가가 동시에 붉어졌다.

 

 들은 바로는 현대철의 아내였던 홍영란이 불륜으로 임신을 해 현도민을 낳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힘겹게 하나 낳은 아들이었지만, 몇 년이 지난 후 현도민에게서 자신의 유전자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현대철은 크게 분노하여 곧바로 홍영란을 집에서 내쫒았다. 쫒견나 홍영란은 며칠 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전해졌는데, 현도민은 모든 게 다 분노한 현대철이 꾸며낸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너는 나랑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다. 그런데도 난 너를 키워줬어! 한 때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유일한 아들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여전히 날 의심하고 있다니. 이제 가 봐라. 더 이상 할 말 없다.”

 

 현대철은 다시 침대에 누워 고개를 돌렸다. 정황상 현도민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게 맞아 보이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뻔뻔스러운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과거, 4명의 누나들과 달리 현도민은 현대철의 무관심 속에서 자라왔다.

 

 그게 딱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로부터 계속해서 이어졌다. 화라도 내주면 고맙겠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관심은 계속 되었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학교에서 혈액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현도민은 자신의 부모에게서 절대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이유를 묻자, 비밀을 숨기던 현대철은 어쩔 수 없이 현도민에게 자신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토했다.

 

 현도민은 큰 충격을 받았고, 사실을 들킨 현대철은 숨길 비밀이 더 이상 없자 무관심으로 바라왔던 시선이 이제는 대놓고 자신의 친딸과 비교해가며 차별을 하기 시작했다.

 

 “근본도 없는 유전자라 배움이 뒤떨어지는 것 봐. 이제야 티가 나기 시작하네. 내 진짜 아들이었으면 벌써…….”

 

 그러나 차별의 이유를 알게 된 현도민은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가며 길을 밝혀냈다. 처음에는 지 까짓 게 무엇을 하든 절대 성공을 하지 못할 거라며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점점 빛을 발휘해 가는 현도민의 능력들이 무시할 수 없음을 느꼈고 결국 다른 기업에 비해 뒤떨어져있던 건설부문에서 으뜸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새로이 발굴해 내었다.

 

 자신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만 빼놓으면 현대철이 그토록 원했던 절대 놓칠 수 없는 인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괘씸한 건 여전했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친근하게 대할 순 없는 노릇이라 현대철은 여태껏 거리를 두고 있는 중이었다.

 

 “무시하실 땐 언제고… 제가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그제야 관심을 가지셨으면서…….”

 

 현도민은 의자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애초에 긴 대화를 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시간을 소비할 순 없었다. 현도민이 곧 나갈 거라는 걸 눈치 챘는지 현대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의 능력이 잠재되어 있을 때에도 널 버리지 않고 키워준 건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내가 부회장이라는 자리까지 앉혀줬으니… 미래그룹과 나를 위해서 큰 일 하나는 해야지? 법적으로는 내 아들이니까 말이다.”

 

 현도민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언제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닌 말속에 의미를 숨겨 놓는 그였지만, 지금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보였다. 무관심과 차별을 둘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달라붙어 봤자 현도민은 그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의 밑에서 한 평생 자라왔으니. 현대철의 성격은 누구보다 잘 알았따. 오로지 능력만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을 새긴 어머니를 떠나보낸 건 그가 한 짓이 분명해보였다.

 

 그가 여태껏 저지른 죄와 어머니 사건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아직 증거가 부족했다. 증거를 모으기 위해서는 현대철이 병원에 묶여 있을 때가 기회였다.

 

 모든 죄가 저절로 사그라질 때 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그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다.

 

 “들어가십쇼.”

 

 병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니 아까 전 길을 막던 경호원들이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현도민은 가볍게 그들을 지나쳐갔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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