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해에게서 소년에게
작가 : llena
작품등록일 : 2018.12.4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류 도진과 그의 단 하나뿐인 해에 관한 이야기.

 
1화. 신이라 불리우는 남자
작성일 : 18-12-04 15:52     조회 : 387     추천 : 0     분량 : 427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멈춰 섰다. 기대감에 두 손을 모은 사람들과 긴장된 손으로 카메라를 든 기자들의 시선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문이 열렸다. 길쭉한 다리가 밖으로 나오더니 곧 상체도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네이비색의 양복과 깔끔하게 뒤로 넘겨 고정한 머리는 아주 클래식했다. 특별한 건 남자, 그 자체였다.

 

  훤칠한 키에 어깨 노출 신 하나로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한 다부진 몸은 그 어떤 시시한 옷도 브랜드로 만들 수 있었다.

 

  짙은 눈썹 아래 쌍꺼풀 없는 눈매와 누구라도 깊게 빠뜨릴 것 같은 어두운 갈색 눈동자는 동양적이었지만 높은 콧대와 날렵한 턱 선은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Wow.”

  “Here! Look at me!”

 

  이 자리에서 그를 향한 환호성을 제거한다면 심장 소리만 울릴 것이다. 열렬한 팬들에게 응답하듯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면서 도톰한 입술을 끌어 올려 웃자 함성은 한층 더 커졌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자랑스러운 영화배우 류 도진씨를 저희 연예통신에서 지금 담고 있습니다.”

 

  리포터는 또박 또박 말을 전했으나 흥분이 영상 너머까지 느껴졌다. 외국의 유명한 영화제에 와 있는 신기함과 기쁨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이 화려한 세계에 위화감 없이, 오히려 관중을 압도하는 한국의 남자 배우를 보고 있자니 감격스러웠다.

 

 “도진씨! 도진씨!”

 

  레드 카펫을 유유히 걸어가던 그가 익숙한 한국어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리포터는 순간 떨어뜨릴 뻔한 마이크를 꾹 쥐었다. 고갤 돌린 그가 카메라를 지그시 바라보다 더욱 진하게 웃었다.

 

  입술에 이름을 한 번 머금는 것만으로도 경배를 자처하게 되는, 태양 같은 배우.

  그가 바로 류 도진이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001

 

 

  “오늘 좋던데?”

 

  감독이 도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지나갔다. 모두들 그 모습에 경악했다. 감독은 까다롭고 냉정하기로 광고계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수염이 덥수룩한 데다 찢어진 눈매 때문에 안 그래도 무서운 인상인데 촬영만 시작했다 하면 불호령을 내렸다.

 

  그를 ‘광고계의 거장’이라고 칭할 때 거장의 뜻이 사실 ‘거친 장인’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런 까칠한 감독의 칭찬에 더욱 기뻐하는 건 매니저였다.

 

  “너 되게 잘했단 뜻이야.”

 

  역시, 내 배우. 매니저의 눈에서는 하트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 말에도 우쭐하는 법이 없는 도진은 탈의실로 들어가기 전 잠시 몸을 돌렸다. 정리하는 스텝들을 향해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장 곳곳에서 일이 끝났음에도 괜히 어슬렁대던 여자스텝들이 홍조빛 도는 얼굴로 "아, 네. 수고하셨어요."라며 너나 할 거 없이 인사했다. 그가 모습을 감추자 팬클럽 정모마냥 수선스러워졌다.

 

  “와, 진짜. 사람이 어쩜 저렇게 완벽해? 매너까지 좋아. 지져스.”

  “사람이 아니지. 신이야, 신. 갓도진님.”

  “이거 광고 비하인드 컷 옴므 잡지에 실린대.”

  “대박. 바로 사야겠다.”

 

  손을 붙잡고 한마음 한뜻이 된 여자들을 보며 남자들은 신의 불공평함을 탓했다. 그에 대한 어떠한 흠이라도 잡아 꼬투리를 물어 늘어지고 싶지만 같이 일해 본 그는 부족한 게 없었다.

 

  시간보다 일찍 나와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물론, 부탁할 때는 정중한 말투를 썼고 쉬는 시간에는 스텝을 먼저 챙겼다. 감독의 무리한 요구에도 최선을 다해 작업에 임했고 오히려 당황해서 허둥대는 코디를 배려했다.

 

  게다가 까탈스러운 감독을 만족시킬 정도로, 피사체로서의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멋있었다. 여자들이 왜 입이 닳도록 그렇게 그의 이름을 노래하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오늘 친목회 있는데 안 갈래? 오늘은 가자. 다들 너 축하하고 싶어하는데.”

 

  한껏 전화통화로 자랑하던 매니저가 낯을 많이 가려 그런 자리엔 거의 참여하지 않는 도진을 향해 물었다.

 

  “가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자야 할 거 같아요.”

  “아, 맞다. 너 비행기에서도 못 잤지. 내가 잘 둘러댈게. 얼른 가자.”

 

  스케줄 조정이 안돼서 귀국과 동시에 촬영장으로 와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얼굴이 내색하지 않던 아까와 달리 조금 지쳐 보였다. 3일째 수면 시간이라고 해야 기껏 예닐곱 시간에 불과해 지금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뒷자리에 올라탄 도진은 전화를 걸었다. 밋밋한 연결음이 끝날 때까지 응답이 없었다. 액정화면에 뜬 시간을 확인하고는 수긍했다. 일찍 저문 해와 비틀어진 시차 감각 때문에 헷갈렸다. 젖은 낙엽처럼 힘없는 몸은 피로라는 물에서 잠겨서 빠져나올 줄 모른다.

 

  눈을 감으면 광휘가 다시금 재현되었다. 세계는 온통 금박으로 물들어 있고 모두들 자신이 휘황찬란한 연금술사라도 된 것처럼 찬미했다.

 

  “다 왔어.”

 

  매니저가 다시 그를 현실로 잡아당겼다.

 

  “감사합니다. 고생했어요.”

  “나보다 네가 훨씬 힘들었지, 올라가서 푹 쉬어. 그리고 이건, 새로 들어온 대본들인데 다 읽어볼 거지?”

  “네.”

 

  수북한 대본을 챙겨서 차에서 내렸다. 여름이면 한창 환할 시간인데, 싸늘해진 온도만큼이나 일찍 밀려 온 밤은 하늘을 어둡게 물들였다.

 

  엘리베이터의 흔들림마저 평소보다 더 심한 진동으로 울렸다. 빈속에 수면부족에 의한 두통이 그를 괴롭혔다. 마지막 던전을 깬 용사처럼 그는 너덜너덜해진 손가락을 들어 지문 인식했다. 띠리링. 그 음이 축하 폭죽처럼 들렸다.

 

  당연히 마주할 거라고 생각했던 어둠 대신 빛이 쏟아졌다. 설마. 그는 재빨리 신발을 대충 벗고는 뛰어 들어왔다. 그는 눈을 껌벅거렸다.

 

  “일찍 왔네. 손 씻고 와.”

 

  식탁 위에 음식을 올려놓던 그녀가 단조로운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우두커니 서 있는 그와 달리 그녀는 분주히 움직여 수저까지 놓았다. 된장찌개, 김이 들어간 계란말이, 불고기, 오이소박이.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려진 밥상과 불이 켜진 집, 끝만 살짝 묶은 머리에 손끝에 송골송골 맺힌 물들을 탁탁 앞치마에 털어내는 그녀까지. 그는 이 풍경이 그리웠다.

 

  “해야…….”

 

  그녀의 이름을 늘어뜨리게 부르며 그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렁그렁 해진 눈동자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걸 막아보려 약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 진짜, 진짜, 엄청 힘들었어.”

  “응.”

  “잠도 못 자고, 입맛도 안 맞고, 계속 똑바로 걸으라 그러고, 막, 주변에서는 영어로 말 걸고.”

 

  누가 믿을까.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섹시한 배우 류도진이, 엄청난 어리광쟁이라는 사실을.

 

  “일어나서 얼른 밥 먹고 한숨 자.”

 

  그녀가 탁탁 식탁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는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씻고 식탁 앞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한 입 가득 떠먹고서는 신이 나 바닥에 닿는 발을 들어 팔랑팔랑 흔드는 모양새가 어린 아이처럼 천진했다. 두 그릇을 뚝딱하고 비운 도진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팔을 걷었다.

 

  뽀득뽀득 그릇을 씻고 나선 뜨거운 물에 제 몸을 씻었다. 온 몸이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지만 그는 제 방보다 그녀를 더 찾았다. 침대에 앉아 책을 읽는 그녀 옆으로 뛰어드는 게 몸은 성견인데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어린 강아지 같았다.

 

  침대가 출렁거리자 그녀가 콩, 하고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침대 부서져.”

  “나 그렇게 안 무거운데.”

  “네 방 가서 자.”

  “해 옆에 있어야지 잠이 잘 온단 말이야.”

  “얼른.”

  “으응, 한 번만? 나 진짜 잠 못 자서 다크서클 내려온 거 봐봐.”

 

  빨갛게 충혈 되고 살짝 어두워진 눈 밑을 가리키며 웅얼거렸다. 그녀가 절레 절레 고갤 저었다.

 

  “하여간, 류도진 엄살은.”

  “엄살 아니야. 얼마나 고생했는데. 다신 안 갈 거야.”

  “얼마나 영광스러운 자리인데. 가야지.”

 

  짐짓 엄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삐죽삐죽 입술을 내밀고 있던 도진이 토라진 얼굴을 이불에 비볐다. 언제쯤 제가 다 컸다는 걸 알려나. 그의 뒤통수에 손바닥을 올려 쓰다듬었다.

 

  “수고했어.”

 

  짧고 건조한 한 마디임에도 도진은 가슴에 사는 귀뚜라미 때문인지 찌르르했다. 칭찬에 인색한 그녀의 말에 평소 같았으면 고갤 올려서 진짜? 진짜? 하고 물어 답을 또 한 번 들어야 직성이 풀리지만, 그녀가 얼굴을 못 들게 누르는 바람에 도진은 그대로 이불에 파묻혀야 했다.

 

  연약한 손가락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졸음이 쏟아져왔다. 두피에 닿는 그녀의 살결에 그는 다시 한 번 감사했다.

 

  “해야.”

  “왜?”

  “보고 싶었어, 진짜.”

  “지랄.”

 

  새침한 그녀의 대답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가졌다. 정확히는 그 집에 그녀가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꿈에도 네가 나오면 좋겠다. 아니, 악몽을 꿔도 좋으니 눈을 떴을 때 네가 있으면 좋겠다ㅡ 그 말을 채 전하지 못하고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8화. 인터뷰. 2018 / 12 / 31 236 0 8800   
17 17화. 특별한 건 오늘일까, 너일까. 2018 / 12 / 31 235 0 6849   
16 16화. 너를 그리다. 2018 / 12 / 31 216 0 6713   
15 15화. 너의 꿈, 나의 꿈. 2018 / 12 / 31 236 0 7028   
14 14화. 오빠라고 불러줘. 2018 / 12 / 31 247 0 7228   
13 13화. 백야 2018 / 12 / 28 224 0 7362   
12 12화. 배우로 산다는 것-3 2018 / 12 / 27 225 0 6433   
11 11화. 배우로 산다는 것-2 2018 / 12 / 27 224 0 5752   
10 10화. 배우로 산다는 것-1 2018 / 12 / 27 213 0 6337   
9 9화.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 2018 / 12 / 27 225 0 5220   
8 8화. 빛나지 않는 해. 2018 / 12 / 24 205 0 7132   
7 7화. 나는 그대가 아프다. 2018 / 12 / 24 229 0 4747   
6 6화. '너'라는 색. 2018 / 12 / 13 212 0 4064   
5 5화. 해야 할 일. 2018 / 12 / 10 220 0 3916   
4 4화. 세상에 단 하나뿐인. 2018 / 12 / 8 234 0 5923   
3 3화. 사고 치는 사람은 따로. 2018 / 12 / 8 256 0 4568   
2 2화. 결심 2018 / 12 / 5 245 0 4676   
1 1화. 신이라 불리우는 남자 2018 / 12 / 4 388 0 427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유해화합물
llena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