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R 에이전시-
" 오늘 신이 그렇게 많았어?"
" 도입부 쪽은 율이랑 같이 찍는 부분도 혼자 찍는 신도 많아."
" 그랬던가 미안하네 한국 들어와서 정신없단 핑계로 신경 못 썼어. 근데 인터뷰 뭐야? 촬영 들어가서는 그렇게 하자고 해도 안 하면서."
" 오랜만에 고향 들어와 좋아서 그런가? 후후후"
" 싱겁기는. 아역은 어때? 연기 좀 해? 6살이랬나? 6살이면 뭐 어느 정도는 다 알겠네?"
" 6살이긴 한데 생일이 늦어서 아직 아기 같아."
" 오호~ 벌써 생일까지 아는 사이야? 아역이랑 호흡 제일 걱정하더니 다행이네."
" 잘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래서 말인데....... 율이가 아직 소속사가 없다는데 우리 쪽에서 스카웃하는 게 어떨까?"
" 흠. 우리 소속사에서 아역을 따로 케어한 적은 없긴 한데. 그 정도로 실력 있단 말이야? 노감독 말로는 이번작품이 처음이라며."
" 키워볼 만해. 노감독님이 어떻게 스카우트했다는 소리 못 들었어?"
" 그거야. 외적인 이미지가 리안이랑 잘 맞아서 뽑은 거 아니야?"
" 외적인 거도 무시 못 하지만 다른 애들하고 다른 흡입력이 있어. 만나고 나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야. 날 이렇게 찾아낸 대표님이면 안목은 믿을 만 할 테니."
" 내 칭찬인듯하면서 듣고 보면 결국 자기 자랑이란 말이야. 후후 알았어. 조만간 한번 보자. 그것보다 송애란 얘기 어느 정도 대충은 알고 있지?"
" 뭐. 이런 식으로 투입되는 건 나도 달갑진 않은데 그래도 실력은 있다며."
" 그게 문제가 아니지 사생활이 문제라고 지금 봐. 이런 식으로 투입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은석은 솔직히 사생활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촬영할 때 중요한 건 성실함과 실력이라고 생각했기에 지 대표가 이렇듯 싫어하는 이유도 이해는 했지만 송애란의 투입이 은석에겐 대수롭지 않다. 한편으로는 수현과의 관계를 지 대표가 알 때 반응이 안봐도 뻔할듯해 갑갑하기까지 하다.
" 사생활 부분은 말 그대로 사적인 부분이야. 그런 것까지 따지고 들면 이 바닥 청렴결백한 사람 어디 있어.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그리고 안 작가님하고 통화했는데 최대한 작품 손 안 대고 긴장감만 줄 정도로 들어오게 손보고 있다더라. 너무 신경 곤두세우지 마."
" 너도 조심해."
" 뭘?"
" 송애란 같이 작품 했던 남주랑 그냥 넘어간 적이 없어. 연예뉴스 특종은 항상 그 애 차지였다고."
" 하하하 간만에 나도 스캔들 나는 거야?"
" 웃지 말고 정말 조심해. 괜히 걔랑 엮여서 리안 이미지만 더러워질까 난 노심초사니."
" 스캔들 신경 쓰면 작품 어떻게 찍어. 그리고 성인인데 그런 거 문제 될 거 없잖아. 혹시 지 대표님은.........내가 연애하는 게 싫은 건 아니지?"
" 설마~ 지금 리안 나이가 몇인데 여자 생긴다고 이상할 일이야? 전혀 그런 건 상관없어. 다만 송애란은 안돼. 스캔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노는 물이 더럽다는 게 문제라고. 그런 애한테는 리안 못 줘. 내가 어떻게 키운 넌데."
" 아주 시어머니 나셨네."
" 진짜야. 리안은 정말 멋진 여자 만나야 해. 그렇고 그런 사람 데려오면 나 정말 꼭지 돌 거야."
" 대표님 나 믿지?"
" 믿으니까 지금까지 그 고집 참고 함께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 그럼 내가 사랑하는 여자도 믿어줘. 나 알잖아. 절대 대표님 실망시킬 사람 아니란 거."
" 맞아 리안이 누군데......... 내가 늙었나 봐 괜한 걱정만 많아지고."
" 그리고 고마워. 이건 진심이야. 그렇게 나 받아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초짜 뭐 믿고 기다려준 건지....... 자식 믿고 기다려주는 엄마 같았어."
"(시큰) 뭐야 갑자기 사람 눈물 나게."
" 정말 대표님 시집도 가기 전에 늙은 거 아니야?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어."
" 뭐야! 내가 누구 때문에 시집을 못 가는데 너 뒷바라지 하다 이렇게 된 거 아냐!!"
" 하하하 알았다고 평생 잘 모시고 살겠습니다~"
" 너 그말 진심이지? 재계약할 때 딴소리하면 가만 안 둔다"
" 어련하시겠어. 후후후"
누가 그랬던가 이 세상 이 넓은 지구에서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 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라고 (-번지점프를 하다 中)
모든 사람의 인연이 그러할 것이다. 사랑하는 수현과 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을 누구보다 아껴주는 사람들을 옆에 둘 수 있는 것도 이런 말도 안 되는 확률로 이뤄진 아주 소중한 인연들.
은석은 다짐한다 누구보다 값진 이 보석 같은 인연들을 꼭 잘 지켜내겠다고.
****
" 늦었구나."
" 네."
" 내일 정 의원댁 둘째 딸하고 약속 잡아놨으니 늦지 말고 나가도록 해."
" ............. "
" 왜 대답이 없어?"
" 제 대답이 중요하셨던 분 아니시잖아요."
" 또 하나 엔터 쪽 사업확장을 해 볼 생각이다."
" 갑자기 왜........"
" 투자만 하니 영 성과도 미비하고 성에 차지 않아. 투자하더라도 조금 더 알고 제대로 하려면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지. 사람이 상품이라면 질 좋은 걸 찾아 기업 이미지를 제대로 살려내는 게 진정한 투잔인 게야."
" 사람이 상품이라........ 정말 아버지다운 발상이시네요."
" 얼마나 내 성의 차는 성장을 가져올지 두고 보마. 그 정도도 못하는 놈이면 더 볼 필요도 없는 놈 아니겠니?"
" 그렇죠. 어떤 분이신데 어련하시려고요.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죠. 올라가 보겠습니다."
" 가봐. 그리고 내일 정 의원댁 약속 잊지 말거라. 훗"
멀어지게 하려 할수록 점점 더 권 회장이 수현의 목전까지 다가간다는 생각에 민영은 초조해진다.
" 정 의원댁이라.........."
잠시 후 민영은 박 실장에게 전화를 건다.
" 네 박 실장님 혹시 정 의원댁 둘째 딸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 정 의원 둘째 따님이면 그 혼외자를 말씀하는 건가요?"
" 혼외요?"
" 네 일단 호적상 올라가 있지만 정 의원의 혼외자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 소문은 이미 암암리에 펴져 있기는 하지만......"
" 힘 앞에선 없던 일도 만들고 있던 일도 없었던 일로 만드는 사람들인데 놀랄 일은 아니네요."
" 어쩌실 작정이십니까?"
" 일단 장단은 맞춰 들여야죠. 그래야 저희 일에도 눈 하나 덜지 않겠습니까"
" 그렇죠."
" 죄송하지만 정 의원 쪽도 그리고 그 둘째분........"
" 정시연입니다."
" 정시연....... 네. 그 분도 들리는 소문 정말 작은 거 하나도 놓치지 말고 알아봐 주세요."
" 알겠습니다."
' 혼외자라....... 어쩌면'
민영은 자신과 같은 입장의 그녀에게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긴다. 혹시 모를 적과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권 회장도 그리고 정 의원도 실수를 한 걸지 모른다.
손에 갖고 있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혹시 모를 쓸모에 대한 아쉬움.
' 그러니 더러운 짓들로 뭉쳐진 자기들만의 끈으로 붙여놓겠다는 건가?'
후회하게 해주겠다. 자신들이 뿌린 것들을 철저히 거두게 하겠다. 그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뼛속까지 느끼게 해주겠다. 민영은 온몸의 피가 타들어 가던 자신의 분노를 기억하며 이를 악문다.
*****
" 잤어? 괜히 전화했네. 더 잘래?"
" 치~ 더 잔다고 하면 그렇게 해줄 것도 아니면서"
" 응 그랬으면 삐지려고 그랬어. 후후후"
" 어디야? 아직도 촬영 중?"
" 아니 회사 갔다 이제 집이지요."
" 피곤하겠다."
" 응 피곤해 너~무 그래서 지금 누나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 .................."
" 왜 대답이 없어. 바보 농담이야 농담. 율이는?"
" 오늘 피곤했나 봐 완전히 뻗었어. 후후후"
" 어디 갔다 왔어?"
" 아니 율이가 계속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차도 고장 나고 해서 키즈카페로 대신했거든."
" 놀이공원?"
" 응 촬영도 초반에는 많아서 시간도 안 나고."
" 놀이공원이라......."
" 응?"
" 아니야 아무것도. 참....."
은석은 수현과 통화를 끝내고 무슨 생각에선지 노감독에게 전화를 건다.
" 어 리안씨."
" 아.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 아냐. 어차피 촬영 준비 중이었어. 무슨 일 있어?"
" 저 부탁드릴게 있어서요."
" 부탁?"
" 이번에 회상 신으로 놀러 가는 장면 있잖아요. 혹시 장소 섭외하셨어요?"
" 아니 아직 근데 영 마땅치가 않네."
" 그래서 말인데 혹시 놀이공원이 어떨까 해서요."
" 놀이공원?"
" 율이가 연기도 처음이고 저랑 호흡 맞춘지도 오래되지 않았는데 제일 아이답고 해맑은 표정을 담기기엔 그만한 곳이 없을 거 같아서요."
" 그렇긴 한데 섭외가 만만치 않을걸."
" 감독님만 괜찮으시다면 장소섭외는 제가 해도 되고요."
" 리안씨가 직접?(화색) 그럼 나야 좋지~ 내가 이렇게 신세 져도 되나 몰라."
" 별말씀을요. 그럼 촬영시간하고 날짜 저희 매니저한테 문자 주세요."
노감독과 전화를 끊고 은석은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 민아."
" 네 형 아직 안 주무셨어요?"
" 이번에 CF 찍자던 롯슈아랜드건 어떻게 됐지?"
" 아직 보류 중인 거로 알고 있어요. 형 촬영하실 때는 일체 다른 스케줄은......"
" 그 건 진행해. 대신 계약할 때 우리 촬영 협조하는 조건이면 오케이하는 쪽으로."
" 촬영이여?"
" 그래 노감독님 편으로 날짜 시간 연락 갈 거야. 아마 시간 얼마 없을 테니 최대한 빨리 알았지?"
" 네 그럴게요. 근데 형"
" 응?"
" 요즘 너무 변하신 거 같아서요. 혹시 율이어머니 때문이신가 싶어서."
" 야 율이어머니 하니까 너무 나이 들어 보이잖아. 나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 그럼 뭐라 불러요."
" 사람들 없을 때는........ 형수님?"
" 네?!!'
" 차차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은 내가 부탁한 일 먼저 알지?"
" 네 형."
" 그리고 대표님한테는 내가 따로 말할테니........."
" 형 저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 오~ 마이 컸는데 우리 민이. 후후후 너도 나 때문에 참 피곤하겠다."
"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꾸벅)"
" 뭐야! 이거 코 찔찔 할 때부터 키워놨더니."
" 하하하 형 벌써 십년이 다 돼가요!! 코 찔찔이라뇨."
" 그러게 벌써 십 년이 다 돼가네."
은석이 이 쪽일에 들어와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 하면 지 대표의 손을 잡은 것과 아마 지금의 매니저 민이를 만난 일 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갔다 와 서울로 상경한 열정 넘치는 민이를 만난 건 한창 모델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였다.
일도 힘들었지만 수현이 민영과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 은석은 외로움을 달래려 한창 같은 일을 하는 이들과 술자리가 잦았다.
" 사장님 어디까지 모실까요?"
" 신사역이요."
차 키를 넘기고 운전하는 민이를 보던 은석은 이내 그의 앳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실례가 안 된다면 나이가 어떻게 돼요? 어려 보이는데"
" 아 네 하하 23살이에요."
" 학생?"
" 아후 아니요 군대 갔다 와 바로 서울로 올라왔어요. 뭐 할까 생각 중인데 놀고 먹을순 없고 해서요."
"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술 취한 분들 상대라 쉽지 않을 텐데."
" 제가 넉살 하나는 타고 나서 그런지 괜찮아요. 벌이도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좋고 시골에 살아서 용달차를 잘 몰고 다녔거든요. 그래서 운전 하난 자신 있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쩌다 보니."
" 전화번호 줄 수 있어요? 나중에라도 또 대리부를 일 있으면 연락할게요."
" 아 물론 저야 감사하죠. (싱긋)"
한번 두번 계속 봐왔지만 구김 없이 싹싹하고 밝고 열정 넘치는 그의 눈빛에 은석은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보는듯했다. 그렇게 시작된 민이와의 인연. 지 대표 또한 리안의 선택에 두말하지 않고 민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지 대표도 사람 보는 안목은 이 바닥에서 타고난 사람이니 민이가 별 볼 일 없었다면 아무리 리안의 부탁이지만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 엄마가 그런 거야? 나 엄마 없어 외롭고 힘들까 봐 이렇게 좋은 사람들 내 옆에 보내주는 거야?"
인연이란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 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활률로 만나는게 인연이라고. 은석은 그 작은 밀 씨를 가끔 하늘에 계신 엄마가 내려주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