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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스푸쿠스제로 : spookszero
작가 : 줄리앙
작품등록일 : 2018.11.14

미확인 범죄 집단에게 G20개국의 정부 청사와 군사요충지가 동시다발 테러를 당한다. 이후 세계는 점점 무정부 상태로 빠져드는데....... 이런 혼란의 시기에 지금까지 은둔해 오던 초인류 세력 [피오니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첨단 기계 기술을 전술에 활용하는 [마이터스]라는 연합이 결성된다. 게다가 다른 블록에서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를 이끄는 조직, [쉬켄]이 등장한다. 여기에 [트래시모리]라는 의문의 심령 집단도 출몰하게 된다. 혼돈의 세계에서 [피오니온][마이터스][쉬켄][트래시모리], 이 네 조직 간의 불협화음이 점점 고조되어 가는데.......

 
2. 연옥의 파수꾼 (5)
작성일 : 18-12-04 02:35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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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막으로 흐릿하게 들리던 그들의 소리가 이제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미나는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의 어둠은 완벽한 깜깜이었고, 순수한 검정이자, 농밀한 암흑의 결정체였다. 그곳에서 미나의 유체는 해류의 흐름에 따라 자잘하게 흔들렸다. 그런 유동과 생물처럼 꼬리를 무는 머릿속 연상들이 어둠 속에서 지워지려는 미나 자신의 존재를 가까스로 자각하게 만들었다. 절대 고독. 그러나 혼자가 아닌 것 같았다. 가까운 곳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무언가의 거대한 움직임이 있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통째 이동하고 있다. 그것의 힘차고 부드러운 파워! 그래, 혼자가 아니었다.

 미나는 어두운 물속을 한참 동안 종단했다. 미나는 어둠에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어둠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상층부의 어둠이 얄팍하게 허물을 벗기 시작했다. 어둠을 도려내는 빛살들은 면도날보다 날카로웠다. 용왕제 이후로 처음 쬐는 태양빛이었다. 미나는 조급해졌다. 죽었던 욕망이 부활했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았다. 미나의 유체가 쫘악 해수면을 찢고 튀어 올랐다. 환하다. 눈부시게 환한 태양이 저기 있었다. 일시에 보이지 않던 대왕고래의 유체가 난데없이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그것은 내내 미나와 함께 한 것처럼 미나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헤엄쳤다. 푸! 대왕고래는 숨구멍으로 어마어마한 물보라를 내뿜었다. 그리고 곡선을 그리며 바다 속으로 도로 입수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미나의 고래였다. 미나의 힘이었다. 미나는 숨구멍을 걸머쥐고 고래의 등판에 매달렸다.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대왕고래는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한 스피드였다. 고래는 미나를 함부로 털어 내려 했다. 수시로 미나의 손가락이 고래의 매끄러운 숨구멍을 놓쳤다. 미나는 고쳐 잡은 손가락에 힘을 꽉 주었다. 고래가 나사못처럼 빙빙 회전하며 해저로 강하했다. 빛이 사라지고 있었고, 미나는 익숙한 어둠에 다시 휩싸였다. 고래 유체가 부서지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고래의 유체 입자가 바람에 흩날리는 불티처럼 미나의 뺨으로 날아와 붙었다. 처음에 하나였던 빛나는 고래 유체의 입자가 금세 셀 수 없이 미나에게 쏟아져 들었다. 대가리가 부서져 내리는 데도 고래는 멈추지 않고 더욱 가속하여 떨어졌다.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고래의 입자들은 미나의 유체 알맹이가 흡수하고 있었다. 하나도 흘리지 않고 전부. 대가리에서 시작한 분열은 꼬리지느러미가 해체될 때까지 계속이었다. 대왕고래는 완전히 사라졌다. 미나는 어둠 속에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하나야.”

 

 미나의 가슴에서 부서져 사라진 고래가 말을 걸었다. 든든했다. 그래, 혼자가 아니었다. 멀리에서 다시 희미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트래시모리 캠프의 꼭대기가 내려다보였다. 흰긴수염고래의 뼈 무덤 위에 그들이 있었다. 그래, 우리는 하나야.

 

 “저기 있다!”

 

 아미르 노인이 돌아오는 미나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디?”

 

 샤오링 부인의 시선이 물속을 더듬었다.

 

 “저기 있잖아!”

 

 “아하, 정말 있네.”

 

 샤오링 부인 일행은 내려앉은 미나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맴돌았다. 미나는 어지러웠다. 자꾸만 터져 나오는 웃음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미나와 아미르 노인은 트래시모리 캠프의 파티 홀에서 두 번째 탱고를 추었다.

 시간 차이가 있었지만 마침내 모두들 보이지 않는 벽을 뚫었다. 그들도 미나가 체험한 것과 대동소이한 경험을 침을 튀겨가며 자랑했다. 하나의 유체가 유체돌파를 성공할 때마다 그들은 파티 홀로 달려갔고, 그때마다 미나와 아미르 노인은 탱고를 추었다.

 

 “샬롯?”

 

 미나가 파티 홀에서 샬롯을 불렀다.

 

 “네?”

 

 “샬롯도 바다 위에서 고래를 보았어요?”

 

 “우리들 모두 보았어요.”

 

 “고래가 내게 들어온 것 같아요. 여기에요.”

 

 미나는 제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게 고래의 선물인가요?”

 

 “네.”

 

 “근데, 뭘 선물 받은 건지 아직 모르겠어요.”

 

 “아직 선물을 뜯지 않았잖아요, 미나 양.”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미나 양이 보고 싶어 할 때요. 그것도 궁금하겠지만 세상에 다시 나가보고 싶지는 않나요?”

 

 “아, 그럴 수 있나요? 당장 가고 싶어요.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그래요. 곧 미나 양이 궁금해 하던 모든 걸 할 수 있을 거예요.”

 

 샬롯의 말에 미나가 방방 뛰며 비명을 질러댔다.

 샬롯은 약속을 지켰다. 블루파피가 파견 명령을 받고 세상 속으로 출발하는 날, 샤오링 부인 일행도 동행을 하기로 했다. 최고 위원들은 이르다고 만류했지만, 샬롯이 적극 밀어붙인 결과였다.

 

 “샬롯? 정말 괜찮을까요?”

 

 우신 위원은 샤오링 부인 일행이 세상으로 처음 나가는 일에 대해 염려했다.

 

 “걱정 마세요, 우신. 해야 할 일을 조금 서두르는 것뿐이에요.”

 

 “들려오는 소문이 심상치 않아요. 우리들의 안전도 예전처럼 장담할 수만은 없어요.”

 

 “그들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 주었어요. 지금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우신? 당신도 아시잖아요. 잊으신 거예요? 우리도 처음 유체돌파를 성공한 후에 얼마나 절박하게 세상에 나가길 원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여건은 아주 다릅니다.”

 

 “우리는 감당해야 해요, 우신. 두렵다고 마냥 숨어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우신에게 소속된 혈맹단, 블루파피는 이번 파견에 보낼 다섯 명의 단원을 선별하였다. 혈맹단은 유체돌파에 성공한 유체들 중에서 지원을 받아 구성했다. 유체돌파를 통과 했더라도 혈맹단을 선택하지 않은 유체들도 있었다. 최고 위원은 그 혈맹 단원들 가운데 신망 받은 인물을 추대하여 단원들이 뽑았다. 우신이 그런 최고 위원 다섯 명 중에 하나였다. 곰돌이 푸를 닮은 인상의 우신은 오십 중반의 신중한 성격이었다. 우신은 샤오링 부인 일행이 아무 혈맹단이라도 선택하여 트래시모리를 위해 일조해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샤오링 부인과 그 패거리들은 아직 어느 혈맹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신은 그런 그들의 안전이 염려되었다.

 

 “여러분의 유체는 불안정합니다. 개별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샬롯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세요. 부탁드립니다.”

 

 블루파피 대원 다섯과 미나 패거리 다섯, 모두 열 명이 세계 원정길에 올랐다. 수평선 너머로 빨간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열 개의 유체는 바다를 뚫고 나와 붉게 물든 수면 위를 타고 날았다. 하늘과 바다, 태양과 자신들뿐인 망망대해였다. 샬롯이 고개만 돌려 미나 패거리의 동정을 살폈다. 조금 버거워하는 눈치지만 그들은 곧잘 따라붙고 있었다. 모두들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로 잔뜩 상기한 얼굴들이었다. 태양이 하늘의 중앙에 결려서야 인류의 흔적이 처음 보였다. 샬롯은 석유시추기지 상부에서 일행을 세웠다.

 

 “여기에서 우리는 헤어집니다. 티모시와 레이, 퐁은 계획대로 중앙정보국에 가서 정보를 채집하세요. 임무를 마치고 약속한 시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면 됩니다.”

 

 샬롯의 지시에 따라 티모시, 레이, 그리고 퐁은 가벼운 인사를 하고 먼저 떠났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일정을 확인합니다. 저와 사무엘은 여러분과 동행합니다. 여러분의 요청대로 먼저 대산 씨와 미나 양의 고향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샤오링 부인의 저택을 들를 것입니다. 다음에 아미르 선생님의 사원을 거쳐서 도고타이 선생님의 초원을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좀 전에 헤어진 일행과 합류하여 트래시모리 캠프로 복귀할 것입니다. 뭐, 새로운 의문 사항이 있나요?”

 

 “없습니다.”

 

 대산이 대표로 서둘러 대답했다. 어서 빨리 출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마음을 이미 알기에 샬롯은 곧바로 출발했다.

 수면 위를 한참 동안 날아가니 대산과 미나의 눈에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용포항의 앞바다에 파수꾼처럼 늘 있던 무인도였다. 머지않아 미나와 대산이 빠져 죽은 바다 자리가 내려다보였다.

 

 “여기 어디쯤 아니었어?”

 

 물속에 있던 샤오링 부인도 대강 그때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응. 바로 여기야.”

 

 미나가 울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서 죽었다고? 감회가 남다르겠어.”

 

 아미르 노인이 미나가 가리킨 자리에서 두어 번 공중제비를 돌았다. 모두들 웃었지만 샬롯과 사무엘의 얼굴은 무거웠다. 귀향했다는 그들의 설렘이 곧 사라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곶이 보였다. 곶의 끄트머리에 세워진 등대의 허리는 부서져 반절 꺾여 있었다. 돌탑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매캐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코를 찔렀다. 방파제에는 화약 타는 냄새와 동물 썩는 냄새가 한데 뭉쳐 고여 있었다. 마을 어귀부터 온전한 가옥이 없었다. 반파된 건물들 사이로 비루먹어 앙상한 들개 하나가 쩔뚝이며 지나갔다. 미나가 샬롯을 앞질러 나갔다. 그리고 대산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나가 할머니와 살던 집으로 뛰었다. 대산은 부모님과 동거하던 집으로 내달렸다. 지붕이 날아가고 벽이 허물어진 건물 앞에서 미나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내 통곡을 터뜨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처절하게 절규하는 대산의 비명이 들렸다.

 

 “아......, 이게, 무슨 일이야.......”

 

 샤오링 부인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전쟁을 경험했던 아미르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전쟁의 처참한 광경은 언제나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도고타이는 묵묵히 그냥 뒤편에서 눈물을 참고 있었다.

 

 “테러 조직이 세상의 모든 도시와 마을들을 파괴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정도로 잔인한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작은 마을까지 초토화하다니.......”

 

 샬롯도 말을 흐렸다. 샬롯은 트래시모리 캠프에서 다른 혈맹단의 보고서로 대충 파악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폐허의 현장을 직접 보고나니 사태의 심각을 사무치게 느끼고 있었다. 미나는 상처 입은 작은 새처럼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샤오링 부인이 다가가 훌쩍이며 들썩대는 미나의 등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꺽꺽거리며 울부짖던 대산을 아미르 노인이 등을 토닥거려 달랬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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