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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의원님, 울어요?
작성일 : 18-12-04 00:11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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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모를 괴물에게 쫓겨다니는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깼다.

 

 목이 말랐다.

 

  아직 새벽인 것 같은데.

 

 물을 마시려고 일어나는데 옆에 따뜻하고 탄력 있는 뭔가가 잡혔다.

 

 “아아아악!”

 

 다나는 꿈속의 괴물인 줄 알고 소리를 질렀다.

 

 “나에요. 다나씨, 놀라지 마요.”

 

 효성의 목소리였다.

 

 괴물이 아니라니 안심이 되는... 게 아니라, 이 남자가 왜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거야? 게다가 나 지금... 알몸이잖아?

 

 다나는 이불을 얼른 끌어당겨 가슴을 가렸다. 티셔츠만 벗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야, 당신, 나한테 무슨 짓 한 거야!”

 

 “무슨 짓을 하다뇨?”

 

 “도대체 니가 왜 내 침대에 와 있냐구요!”

 

 풋, 효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요? 이 심각한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만한 일은 없었으니 마음 놓으시구요. 끙끙거리는 신음소리가 들려서 와봤다가 옆에서 깜박 잠이 들었나봅니다. 지금 기세로 봐서는 멀쩡한 거 같으니 저는 이만 제 방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효성이 이마를 덮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일어났다.

 

 “의원님!”

 

 다나가 효성을 불러 세웠다.

 

 행여 효성이 무슨 짓을 했더라면 다나가 잠에서 깨어났을 테니 그의 말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었다.

 

 “봐, 봤어요?”

 

 “뭘요?”

 

 “저 티셔츠 벗고 있었잖아요.”

 

 “못 봤습니다. 그리고 다나씨의 가슴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이미 많이 봤습니다만.”

 

 효성이 씨익 웃고는 다나의 방을 나갔다.

 

 하긴 나도 저 남자의 알몸을 많이 보긴 했지.

 

 다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방바닥에 떨어져있는 티셔츠를 주워 입었다.

 

 *

 

 “다나씨, 일어나요.”

 

 다음 날 아침, 문밖에서 들리는 효성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벽시계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네. 일어났어요.”

 

 “빨리 준비하고 짐 빼러 갑시다.”

 

 다나는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야 깜빡하고 파우치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일단 효성의 로션이라도 바르려고 욕실장을 열었더니 네모난 향수병이 보였다.

 

 안에는 연한 하늘색 액체가 들어있었다.

 

 다나는 꽤 묵직한 향수병을 들어 살짝 뿌려봤다.

 

 은은한 향기가 공기 중에 퍼져나갔다.

 

 이 좋은 향기를 강효성 의원 어머님이 직접 만드셨단 말이지.

 

 나도 나만의 향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나는 네모난 향수병을 조심스레 제자리에 놓았다.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식탁 위에 시리얼과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다.

 

 “저 아침 잘 안 먹는데.”

 

 “저도 잘 안 먹긴 합니다만 힘쓰러 가려면 좀 먹어두는 게 낫겠죠.”

 

 사실 짐이 별로 없기 때문에 힘쓸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다나는 효성의 말 대로 식탁에 앉아 시리얼을 먹었다.

 

 그와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하며 함께 아침을 먹는 게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여전히 침실에 있던 사진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확실히 봤던 것도 아니고 초점이 잘 맞았던 것도 아니고 자신과 비슷한 여중생은 어디에나 있지 않을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라던가 - 동생의 사진을 침실에 놓아두는 것도 이상하긴 했지만 - 여하튼 효성이 스토커라니, 그 대상이 오다나라니 생각할수록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다.

 

 다음 번 침실을 염탐할 기회가 온다면 사진을 꼭 확인해야지.

 

 다나는 머릿속에 할 일목록을 새겨 넣으며 우적우적 시리얼을 씹었다.

 

 

 

 “그럼 출발할까요?”

 

 효성이 씽크대 아랫 서랍에서 빨간 고무가 코팅된 목장갑을 꺼내며 말했다.

 

 “그 장갑 저도 주세요.”

 

 “아니, 다나씨는 어제 알레르기 쇼크도 겪었으니 손 하나 까딱하지 마세요.”

 

 “어차피 의원님도 별로 힘쓸 일 없을 거예요. 옷만 캐리어에 넣고 나머지는 중고가게 아저씨 불러서 처분하기로 했거든요.”

 

 흐응, 효성이 대답하며 서랍에서 목장갑을 하나 더 꺼냈다.

 

 “이쪽으로 던져주세요.”

 

 다나의 말에 효성은 장난스러운 얼굴로 장갑을 손에 쥔 채 흔들었다.

 

 “정 원하면 와서 가져가시죠.”

 

 뭐에요, 다나는 뾰로통해진 얼굴로 효성에게 다가가 장갑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효성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자신의 품에 안았다.

 

 “이, 이건 또 뭔데요?”

 

 “물론 실험이죠.”

 

 “무, 무슨 실험이요?”

 

 “우리가 자신의 몸인 상태로 키스를 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는 실험.”

 

 “그런 실험을 왜 해요?”

 

 “그럼 우리는 키스 시간만 조절해도 몸이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번거로운 일을 막을 수 있겠죠. 말하자면 예방주사.”

 

 “아...”

 

 실험이니, 조절이니, 예방이니, 뭔가 과학자나 심리학자가 된 기분이지만 키스란 말만 들으면 무조건반사처럼 뛰는 내 심장부터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은데.

 

 “예방주사?”

 

 “네.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몸이 바뀌지 않도록 미리 키스를 하는 거죠.”

 

 그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다나의 눈을 바라봤다.

 

 다나는 대답 대신 눈을 살포시 감았다.

 

 입술 위에 내려앉는 야릇한 감촉...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온몸의 피가 한순간 정수리로 모였다가 빠르게 손끝까지 내달리는 것 같고.. 실험... 이건 너무나 맛있는 실험이지...

 

 *

 

 효성과 함께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차에 싣고 원룸으로 향했다. 중고가게 아저씨의 파란 트럭이 벌써 골목 입구에 와 있었다.

 

 “미니 냉장고랑, 전자렌지랑 책상, 세탁기, 침대, 간이 옷장까지 다 가져가시면 돼요.”

 

 “알겠수.”

 

 아저씨가 말없이 짐을 싣기 시작했다.

 

 전문가라 이골이 나서 그런지 커다란 통돌이 세탁기까지 번쩍 들어 등에 짊어졌다.

 

 그동안 효성과 다나는 여행 가방에 책과 옷가지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그럼 갑니다.”

 

 짐을 다 실은 아저씨가 트럭에 올라타서는 큰 소리로 말했다.

 

 잠깐, 그냥 간다고?

 

 “잠깐만요, 아저씨. 그래도 냉장고랑 렌지는 새 건데... 그리고 지난번에 세탁기는 5만 원 주고 산 거잖아요.”

 

 “그래서?”

 

 “그러니까 제 말은 단돈 얼마라도 주고 가셔야...”

 

 “이거 가지고 가봤자 얼마 받지도 못해.”

 

 “그래도 그냥 가져가시는 건 너무하잖아요.”

 

 “놓고 갈까?”

 

 “네?”

 

 “도로 놓고 가냐고.”

 

 “아, 아니에요. 그냥 가져가세요.”

 

 아저씨는 다나가 큰 잘못이라도 했다는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렌지를 툭 쳤다. 그때 효성이 앞으로 나섰다.

 

 “도로 놓고 가십시오.”

 

 “뭐여?”

 

 “냉장고랑 렌지 놓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허, 알겠수다.”

 

 아저씨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미니 냉장고와 전자렌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가만, 당신 민국당 국회의원 아니야? 국회의원씩이나 돼서 지금 놓고 가라마라 하는 거야?”

 

 “맞아요. 저 국회의원 맞습니다. 근데 지금은 아저씨가 제 여자 친구한테 부당하게 대했기 때문에 제가 나선 겁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여자친구라고? 다나는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걸 억지로 참아야 했다.

 

 “하여간 말은 잘하지.”

 

 쯧, 아저씨는 혀를 차며 트럭에 올라탔다.

 

 효성은 냉장고를, 다나는 렌지를 들고 차에 실었다.

 

 “편 들어줘서 고마워요.”

 

 “당연한 일이죠. 내가 다나씨고 다나씨가 난데.”

 

 우리 상황을 희화한 실없는 농담일 뿐인데 이렇게 멋지게 들릴 줄이야.

 

 

 

 “제가 이쪽 정리할 테니까 의원님은 책상 위에 있는 것들만 넣어주시면 돼요.”

 

 효성과 다나는 원룸으로 돌아와 나머지 짐정리를 시작했다.

 

 속옷을 챙겨 넣던 다나는 문득 효성이 너무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나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효성을 봤다.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은 그는 다나의 책상 위에 있던 액자를 무릎에 올려놓고는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고 나기 며칠 전의 엄마와 다나의 모습이 나란히 찍힌, 다나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진이었다.

 

 세 살배기 다나는 쭉 뻗은 한 손으로 엄마 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열심히 코를 파고 있었다.

 

 “아니, 남의 사진을 왜 멋대로 보고 그래요?”

 

 민망해진 다나는 효성의 손에서 사진을 뺏으려다 그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효성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의원님, 울어요?”

 

 “어? 아, 아니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봅니다.”

 

 그는 낮게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도망치듯 화장실로 들어갔다.

 

 “저 인공 누액 있는데, 드릴까요?”

 

 다나가 화장실 문에 대고 소리쳤다.

 

 “괜찮습니다.”

 

 그가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저러지? 내가 코딱지 파는 모습에 실망했나? 겨우 세 살짜리가 코 좀 판다고 실망할 리는 없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효성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구석에 있던 강력한 먼지가 눈에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는 건가?

 

 “안과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는 괜찮다는 듯 한 손을 저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나는 문득 그 아래 자리 잡은 그의 흉터를 떠올렸고, 어쩐 일인지 마음이 쓰려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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