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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요정의 날개
작가 : 주능
작품등록일 : 2018.12.3

한 인간을 사랑한 요정은 90번의 시간을 돌려 사랑하는 인간을 되살렸고, 인간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인간을 지키려다 세계를 멸망시켰다.

그리고 천년 후, 세계를 망하게 한 죄로 벌을 받던, 기억을 잃고 인간이 된 요정은 꿈을 꾼다. 벌거벗은 마왕이 나오는 꿈이었다.

그녀는 대체 이게 무슨 개꿈인가 싶었지만, 결국 벌거벗은 마왕님과 그가 있는 꽃동산이 현실이길 바라게 된다. 꿈임에도 불구하고, 마왕님과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려던 그때, 전생의 기억을 찾고 요정이었던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

#남주는 누굴까 #전 요정 현 인간 여주 #똑똑여주 #죽기전에죄를씻어야하는여주 #남주후보1다정한마왕 #남주후보2차가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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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03 22:47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5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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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요정은 리온이 피를 토하자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라서 어? 어? 어? 머뭇거리는 순간에도 리온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안돼!!! 리온!!!”

 

 요정은 소리 질렀다. 급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피를 멈추게 하려고 애썼지만 요정의 손은 그에게 닫지 않았다.

 

 날개를, 지금이라도 날개를 줘야 하는데! 요정의 날개는 받는 사람이 수락해야만 줄 수 있다. 요정은 그가 차라리 빨리 정신을 잃길 바랐다. 그래야 무의식에라도 들어가 다시 날개를 줄 수 있었다.

 

 그의 눈이 감기자 재빨리 요정은 그의 의식 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요정은 그의 무의식에서 그를 만나기도 전에 튕겨 나와 버렸다. 그의 영혼은 이미 그의 몸에 없었다.

 

 

 ---

 

 

 요정은 울부짖으며 요정계를 날아다녔다. 요정은 자신의 손톱보다 큰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신전을 찾아다녔다. 간절한 요정에게 생에 딱 한번만 나타난다는 요정의 신전에 빌어 볼 생각이었다. 그것이 요정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희망 없는 희망을 간절히 바라며 몇 년을 하염없이 요정계를 날아다니던 요정은 지쳐 쓰러져버렸다. 요정의 눈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요정은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눈물방울은 줄기가 되어 흘렀다. 어느새 주변에 생긴 가느다랗고 흰 얇은 선들이 웅크러져 있는 요정을 감쌌다.

 

 요정이란 종족은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다. 번데기가 된 요정의 육체는 새로 태어날 요정의 자양분이 된다. 요정의 영혼으로 선택된 다음 순번의 영혼이 죽은 요정이 버리고 간 육체를 자양분으로 새로 태어난다.

 

 죽음 위에 누워있으니 평안했다. 요정은 포근한 기분을 느꼈다. 온 세상이 따뜻했다. 리온도 죽음의 경계에선 평안했기를 바랐다. 죽음을 택한 순간에도 요정은 리온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얘야. 얘야!”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요정은 번쩍 눈을 떴다. 눈앞의 눈부신 무언가가 요정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요정은 그 빛을 유심히 보다가 자연스럽게 눈앞의 존재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어머니.”

 

 신전에 산다는 요정들의 어머니였다.

 

 “슬프니?”

 

 “네.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슬퍼요.”

 

 요정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했다. 어머니는 다정하게 요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엽구나. 네 정체성은 찾지도 못하고 그 아이의 생을 89번이나 쫒아 다녔구나. 고작 구해진 것이 뭐라고. 그 때 그 아이가 널 구해주지 않았어도 어차피 넌 괜찮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잖니.”

 

 어머니 말씀이 맞았다. 당시에 요정은 그저 영원한 삶에 지쳐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가 구해줬지만 그날의 상황은 요정에겐 위험한 순간이 아니었다.

 

 “처음엔 그냥 ‘아, 저 인간이 날 구해줬구나, 좋은 사람이네 나도 나중에 한 번 도와줘야겠다’ 하는 마음뿐이었어요. 도움 받았으니까 위험할 때 한 번 구해주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와 함께하다보니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무엇이?”

 

 “긴 세월을 살면서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 인간들의 삶이요. 인간들의 삶이 신기했어요.”

 

 형체 없는 빛무리일 뿐이었지만, 요정은 어머니가 미소 짓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요정은 디알리온의 미소를 떠올렸다. 참아야겠다고 생각할 순간도 없이 다시 또 눈물이 흘렀다.

 

 “그와 대화하는 것도, 그가 겪는 모든 것들을 함께하는 것도 제 정체성을 찾는 것보다 즐거웠어요. 그저 그를 지켜보는 것뿐인데도 좋았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어쩌다보니까, 어느새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는 어쩌다가 우연히, 다 죽어가는 것 같은 요정을 한 번 살렸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가 그의 삶 내내 저를 구원해주고 있었어요.”

 

 요정은 담담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저려왔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암담했다. 그가 웃는 모습을 떠올리자 자꾸만 피를 토하던 그의 모습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요정은 울면서 어머니께 빌었다.

 

 “살려주세요. 어머니. 제발 그를 살려주세요. 요정은 죽으면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된다고 들었어요. 신의 영혼을 받칠게요. 제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소멸시켜도 좋으니 그가 다시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네 덕에 그 아이가 다시 살았는데 또 같은 방식으로 죽어버리면 어떡하니? 그 아이는 공주를 사랑해서 공주가 술에 독을 타지 않고 그저 죽어달라고 말만 해도 죽어줄 사람이란다. 내 아이의 영혼의 대가가 그런 어리석은 인간의 삶을 다시 지속시키는 거라니, 난 받아드릴 수가 없단다.”

 

 “어머니. 전 89번의 시간을 겪으면서 인간이 참 신기하다고 느꼈어요. 항상 미세하지만 작은 변화가 있었어요. 89번의 시간이 항상 같은 방식으로 흐르진 않더라고요. 결과는 같았지만, 역행을 거듭할수록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시작했어요.”

 

 “…”

 

 “그 역시 그랬어요. 전에 보냈던 시간을 기억하지도 못하는데도,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불행했다는 것을 기억하지도 못하는데도, 불행했던 선택들을 점점 피해 가더라고요. 마치 전의 시간을 안다는 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그에게 또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요. 제 영혼을 받쳐서 라도요. 그는 적어도 이전의 89번의 시간과는 다른 더 나은 선택을 할 거예요.”

 

 요정의 말을 들은 요정들의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를 위해서라면 네 영혼까지 바칠 마음이구나.”

 

 “네.”

 

 “그 어리석은 인간을 살려 주마, 허나 내가 준 영혼을 그런 인간에게 바친 네가 원망스러워서 네게 벌을 내려야겠구나.”

 

 “달게 받겠습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그래. 그 동안 내 아이로 있어줘서 고마웠다.”

 

 이마에 따뜻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날개를 찢는 것 같은 심각한 고통이 찾아왔다.

 

 어머니! 너무 아파요!

 

 고통은 계속 되었다. 리온도 이 만큼 아팠을까? 요정은 고통 속에서도 그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고통의 압박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은 고통으로 인해 요정은 다시 한 번 소리 질렀다.

 

 “으아아아아앙!!!!!!”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

 

 -천 년 후-

 

 

 추위에 떨며 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낡다 못해 허물어져 가는 집에는 우풍이 들어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아야 하는데, 따뜻한 봄바람 같은 것이 얼굴을 스쳐갔다.

 

 그 이질감에 다흰은 눈을 떴다. 새파랗고 선명한 하늘이었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고, 이름 모를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었다. 지금까지 고단했던 일들이 전부 씻겨 내려지는 기분이었다.

 

 이곳은 봄날의 정취와 닮아있었다. 햇빛이 밝아 하늘부터 지상의 모든 자연물들이 선명해 보였다.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이 천을 깔고 누워있는 다흰의 눈앞에 살포시 이름 모를 꽃잎을 얹어주었다. 정말 꿈만 같은 곳이어서, 마치 천사들만 사는 그런 곳 같아서 다흰은 문득 깨달아 버렸다. 꿈이구나.

 

 꿈인 걸 깨닫고 다시 바라보니 무수히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 너머의 경계선이 그저 하얗게만 되어있음을 보았다. 다흰은 이것은 꿈이라 그저 자신이 꽃들 속에서 안정을 받고 싶어서 이곳 밖으로는 창조하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맨 살 위로 느껴지는 따뜻함에 다흰은 어차피 꿈이니 즐기기로 했다. 하나하나 꽃향기도 났다. 꿈에 후각도 포함된다니 처음 꿔보는 신기하고 낯선 꿈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현실에서는 살아있어도 이런 곳에 한번 가보지도 못 할 것 같았다. 아니, 현실에 이런 곳이 있을지 조차 의문이었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꽃구경을 하려던 다흰은 자신의 등 뒤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다흰 쪽을 바라보며 잠들어있다. 다흰이 벌거벗고 있는 것처럼 남자 역시 벌거벗고 있었다, 다흰은 아연실색하여 급하게 남자의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담요를 남자의 목까지 덮어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면 다흰의 몸을 가릴 천이 없었다. 다흰은 남자 위에 덮인 천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대신 남자의 맨몸을 그대로 볼 것인지, 아니면 남자의 몸을 가려 자신의 눈을 보호하고 제 몸은 그대로 드러낼지 고민했다.

 

 사실 남자의 몸은 남자의 맨몸은 실제로 본적 없는 다흰이라도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촘촘하게 잘 짜여 진 근육이 조각상 같았다. 다흰의 눈을 보호 한다기보다는 남자의 알몸을 보고 부끄러워 빨개질 제 얼굴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결국 다흰은 남자가 깨기 전에 어딘가로 도망가려고 했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꽃만 가득하고 몸을 조금이라도 숨길 수 있는 커다란 나무는 하나도 없었다. 온통 꽃 천지였다.

 

 다흰은 고민하다가 애벌레처럼 자신과 남자의 밑에 깔린 천으로 몸을 대충 감쌌다. 밑에 깔린 천의 나머지는 남자가 깔고 누워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애벌레처럼 몸을 천으로 돌돌만 다흰은 꿈에서 깰 때까지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아담과 이브도 아니고, 자신은 욕구불만도 아니었다.

 

 욕구불만이라니, 갑자기 철없고 생각 없던 남자애들이 중학생 때 학급컴퓨터로 몰래 야동을 보던 것이 생각났다. 자기들 딴에는 비밀이었겠지만, 모르고 티비를 켜버린 바람에 컴퓨터와 연결된 티비에는 살색의 향연이 펼쳐졌고 여자애들도 다 어쩔 수 없이 그 모습들을 눈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눈을 감고 있자고 생각하면서도 다흰은 자꾸 힐끔힐끔 남자를 돌아보았다. 눈을 감고 편안한 듯 자고 있는 남자는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햇빛이 이렇게 환하게 비춰지는 데도 신기하게 눈이 부시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의 얼굴에 눈이 부셨다.

 

 인형처럼 긴 속눈썹은 눈 밑에 그림자를 만들었고, 높은 코 역시 얼굴 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단단하고 강인해 보이는 턱 선은 부드러운 머리와 달리 남자다워 보였다. 하얗고 뚜렷한 얼굴이 그를 인형이나 마네킹처럼 보이게 했다. 누가봐도 신이 정성스럽게 다듬어 놓은 얼굴이라 할 만한 얼굴이었다. 게다가 어깨도 넓었고 팔뚝은 딱딱해 보일정도로 근육질이었다. 나, 이런 취향이구나…. 다흰은 깨달았다.

 

 눈은 무슨 색일까, 목소리는 어떨까. 남자를 궁금해 하며 힐끔힐끔 보다가 저도 모르게 대놓고 남자만 보고 있던 다흰은 긴 속눈썹이 움직여 올라가고 들어난 빨간 눈동자를 보았다. 하늘에 지는 노을보다 진한 깊은 루비색 같은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깨려는 기색도 없이 갑작스레 눈을 뜬 남자 때문에 놀라 다흰은 몸을 말고 있던 천 안으로 얼굴까지 숨겨 완전한 애벌레가 되었다.

 

 남자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친절하게도 자신의 밑에 깔려있던 천을 전부 다흰의 몸에 둘러주었다.

 

 “얼굴 좀 보여주지?”

 

 남자의 낮은 목소리는 예상보다 더 좋았지만, 다흰을 이미 아는 사람처럼 건네는 말이 의아했다. 다흰은 천을 눈까지만 내려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옆으로 팔을 괴고 누워 다흰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넌 100번 태어나면 100번 다 예쁠 거야.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네?”

 

 농담하자는 건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칭찬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무튼 갑작스러운 말이 당황스러웠다. 남자는 처음 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고도 그저 미소 띤 얼굴로 다흰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어때? 행복해?”

 

 “저기, 이봐요. 무슨 소리를…”

 

 “시간이…. 난 마왕이다. 곧 보자. 나의 요정님.”

 

 다흰이 뭐라 할 새도 없이 갑작스레 조급해진 표정을 지었던 남자는 순식간에 증발되어 사라져 버렸다. 분명 내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내 꿈인데, 마왕이라니 다흰은 자신이 우스웠다. 중고등학교 때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된 모양이었다.

 

 빨간 눈의 마왕이라니 지독히도 클레식인 설정이었다. 뭐, 저렇게 좋은 말만 해주는 다정한 마왕이라는 건 좀 참신하긴 했다. 보통 소설에서 마왕은 제 여자에게만 나중에 다정하거나, 츤데레니까 말이다. 다흰은 남자가 있던 자리를 보며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곧 꿈에서 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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