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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저 전직하면 안될까요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아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스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그러니? 그레이스?"

"있잖아요. 아빠. 혹시... 혹시말이예요.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에요?"

그레이스에게 '죽음'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운명같은 존재였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

"그레이스, 그거 아니? 세상에는말이야. 정말 많은 언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단어가 있단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단다. "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래. 그건 바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부르는 호칭이란다.
세상 그 어떤 단어도, 그 어떤 소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단다.
그 슬픔의 깊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메인 크리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 아빠가 널 보고있을테니. 아빠가 말 했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거라고..."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레이스의 옆에 있던 그레이스의 모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모자를 향해 손을 뻗은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라져가는 손을 흔들며 그레이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흑기사와 파랑의 마법사
작성일 : 18-12-03 20:43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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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랑의 첨탑 2층 ]

 

 

 

 서재에 꽂힌 책들을 보며 새로 들어온 신기한 실험체를 어떤식으로 연구할지 고민하던 세루리안이 책 한권을 펼쳤다.

 

 [ 사람의 신체와 두뇌를 이용한 골렘의 연성 ]

 

 "오랜만에 이걸 다시 시도해볼까?

  실험 소재가 지금껏 써왔던 녀석들과 다르니 분명 재밌는 결과가 나오겠지?"

 

 세루리안이 손가락 끝으로 책에 적힌 글자를 싹 훓고는 그대로 옆으로 드레그하듯 크게 휘두르자 책에 적힌 글자들이 그대로 책 밖으로 빠져나와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그나저나 그 망할놈에 반지가 없으니 정말 편하군."

 

 세루리안이 자신의 반지가 껴 있던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손으로 버릴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진작에 널 없애버렸을텐데, 안그래? 아하하하하~!!!"

 

 세루리안에 반지가 있던 약시 손가락을 다른 한손으로 감싸 쥐며 광적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하늘에 떠 있는 책을 다시 손으로 집어 들었다.

 

 "후~ 좋아 이걸로 하지. 그럼 다시 내려가볼까나?

 실험체가 조금이라도 더 싱싱할때 해야 성공률이 올라가니"

 

 세루리안이 보던 책을 덮자 공중에 떠다니던 글자들이 비눗방울이 터지듯 사라져갔다.

 

 

 "그럼. 나와함께 내려가주실까?"

 

 갑작스럽게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처음듣는 남성의 목소리

 

 게다가 이렇게 가까이서 느껴지는 섬뜩할 정도의 뒤틀린 마력

 

 세루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력을 두른 손으로 자신이 서 있던 바닥을 때려부쉈다.

 

 

 

 

 쿠왕~!

 

 2층으로 떨어진 세루리안의 곁으로 푸른 구슬들이 모여들었다.

 

 '이 대마법사님이 침입자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세루리안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넌 대체 뭐하는 놈이지?!"

 

 세루리안이 자신이 떨어진 3층 바닥에 뻥 뚫린 구명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그곳에는 검은 갑옷을 온몸에 두르고 붉은 빛이 혈관을따라 흐르는 피처럼 흘러나가는 검은 창을 든 흑기사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신님의 뜻에 복종하라. 미천한자여.

 여신님께서 천한 네놈과의 만남을 원하신다."

 

 3층에서 아랫쪽을 내려다보며 폰틴이 소리쳤다.

 

 권위적이면서도 자신만만한 폰틴의 굵고 낮은 음성

 

 그레이스 앞에서 보였던 그동안의 폰틴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포스 있는 흑기사의 모습이었다.

 

 폰틴의 검은 갑옷에서는 검은 연기가 군데군데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신이라고?"

 

 세루리안이 눈을 찡그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3층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흑기사가 순간 눈 앞에서 사라지는걸 세루리안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세루리안이 사라진 흑기사의 모습을 찾으려고 고개를 내리려던 그때 등 뒤에서 차갑게 내려앉는 저음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이걸로 두번째. 내가 너에게 배푼 자비의 무게를 파악하거라. 미천한자여. "

 

 검은 증기가 흘러나오는 흑기사는 지금 세루리안과 불과 30cm의 거리를 두고 등 뒤에 서 있었다.

 

 "마지막 기회다. 미천한자여. 순순히 나를 따라 오거라"

 

 

 

 - 큭

 

 두번이나 무기력하게 뒤를 빼앗긴 세루리안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파랑'이라는 칭호까지 부여받은 그녀에게 이만한 치욕은 또 없었다.

 

 등을 빼앗긴 세루리안 두 손을 위로 올렸다.

 

 흔히 말하는 항복의 자세였다.

 

 

 

 "이게 뭐하는짓이지? 죽고 싶은가? 미천한 마법사"

 

 하지만 세루리안의 자세에 폰틴은 마음을 놓기는 커녕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세루리안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폰틴 정도의 실력자가 모를리가 없었다.

 

 

 "파랑의 마법사를 우습게 보지 말란말이다. 명예도 모르는 더러운 기사"

 

 그렇게 말한 세루리안의 몸이 마치 거품처럼 방울방울 흩어졌다.

 

 타겟을 놓친 폰틴은 곧바로 마법사의 자취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는 움직임

 

 순식간에 난간을 넘어 1층으로 몸을 던진 폰틴의 눈에 5열 종대로 정돈된 움직이는 갑옷들로 구성된 병사들이 보였다.

 

 병사들의 가장 뒤쪽에는 커다란 수정구 위에 꼿꼿하게 서 있는 세루리안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폰틴을 노려보고 있었다.

 

 

 "니 그 잘난 여신님한테 전해주겠어? 나가 디지라고

 아~ 물론 여기서 살아서 돌아간다면 말이야"

 

 세루리안이 손짓하자 5열 종대의 가장 앞줄에 있는 갑옷들이 아직 땅에 착지하지도 못한 폰틴을 향해 검을 빼들며 나아갔다.

 

 

 

 

 쾅! 차라라랑~!!!

 

 거대한 광음과 함께 땅에 떨어진 검은갑옷의 기사

 

 그 주변에는 검을 빼들고 달려가던 하얀갑옷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채 여기저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하얀 갑옷들과 함께 바닥에는 붉은 피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폰틴의 검은 갑옷이 붉은 웅덩이를 밟고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갑옷의 투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사람을 이용한 골렘인가? 재미없는 짓을 하는구나. 미천한 마법사여"

 

 투구의 뚜껑을 열어본 폰틴이 투구를 뒤쪽으로 휙 던지며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투구의 안쪽에는....

 

 

 

 사람의 머리가 들어있었다.

 

 

 

 

 

 철컥,,, 철컥...

 

 폰틴이 세루리안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폰틴의 발바닥에 묻어있던 붉은 피가 바닥에 그 자취를 남기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입 밖으로 내뱉은 그 불온한 발언. 만 번 죽어 마땅하다.

 그 발언의 대가는 네 목으로 받아가겠다."

 

 폰틴의 투구에서 흘러나오던 붉은 안광이 한층 맹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녀석 대체 뭐야.... 뭐냐고 '

 

 붉은 안광을 본 세루리안은 뼛속부터 전해지는 불길한 기운에 치를 떨었다.

 

 눈 앞에 기사는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세루리안이 손짓하자 세루리안 주변을 떠다니던 구슬들이 5열 종대로 집결해 있는 갑옷들의 정수리부분에 마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박혀들어갔다.

 

 비명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투구에서부터 뚝뚝 흘러내리는 붉은 물결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폰틴이 밟고 있던 1층 바닥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부서져나갔다.

 

 스타팅 블록을 밟고 폭발적인 가속도를 내는 육성선수처럼 1층 로비바닥을 지지대 삼아 가속도를 받은 폰틴은 순식간에 병사들을 향해 파고들었다.

 

 

 

 "편히 잠들어라. 가련한 이들이여"

 

 우직하면서도 날카로운 폰틴의 돌진

 

 폰틴을 마주한 세루리안의 갑옷병사들은 단 3초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폰틴이 지나가면 갑옷들이 스스로 흩어지는 그런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30기... 40기...

 

 세루리안이 가진 갑옷병사들이 힘없이 계속 쓰러져나갔다.

 

 

 

 

 세루리안의 앞을 지키던 병사들의 약 절반정도가 사라진 그 순간

 

 휘익~! 하는 세루리안의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 팅...티리리링... 철컥...

 

 전진하던 폰틴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

 

 폰틴은 진행방향을 바꿔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이건....'

 

 공중에서 바닥을 바라본 폰틴의 눈 앞에 들어온 것은

 

 등 뒤에 있던 자신이 쓰러뜨린 갑옷병사들이 다시 원레의 모습을 하고 자신을 향해 검을 빼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방금 전 들었던 소리는 갑옷들이 다시 이어붙는 소리였던 것이다.

 

 

 

 '방금 전 머릿속에 박아 넣은 구슬에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 모양이군'

 

 첨탑 중앙에 있는 나선형 계단에 착지한 폰틴이 아래를 내려다 보며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처음에 격파했던 5기의 갑옷들은 여전히 작동을 정지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상황 분석을 마친 폰틴이 다시 1층 로비로 뛰어내렸다.

 

 몸에서 끓어오르던 검은 증기가 마치 선녀옷처럼 폰틴의 등 뒤를 수놓고 있었다.

 

 

 

 땅으로 착지하기 직전 폰틴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갑옷병사 하나의 머리를 한순으로 움켜 쥐고는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러자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병사의 머리가 부딪친 바닥이 부서져나갔다.

 

 "원망하지 말거라. 가련한자여. 잠깐이면 된다."

 

 병사의 머리를 움켜쥔 폰틴의 손을 따라 갑옷에서 끓어 오르던 검은 연기가 마치 그림자처럼 갑옷병사를 향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얀 갑옷을 두르고 있던 병사는 점점 검게.. 검게 물들어갔다.

 

 불과 5초만에 완전히 검게 잠식된 갑옷 병사를 폰틴이 놓아주자, 몸을 일으킨 검은 갑옷의 병사가 옆에 있던 다른 갑옷병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야...? 내 골렘의 소유권을 빼앗아갔다고? 멍청한 기사주제에 대체 어떻게?"

 

 수정구 위에 올라 전황을 지켜보던 세루리안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루리안의 병사들은 지금 점점 더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지?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나를 헤하려고 드는거지? 대답해!!"

 

 표정이 상당히 일그러진 세루리안이 소리쳤다.

 

 

 

 "그 모자란 머리에 잘 새겨넣거라 미천한 마법사"

 

 하얀 갑옷을 걸친 마지막 병사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린 폰틴이 붉은 안광을 보이며 세루리안을 노려보았다.

 

 "과거 아틀리케의 4 마법사 중 한사람이었던 마법사이자 전쟁의 여신 아카네님의 첫번째 창.... 이 정도면 미천한 네놈도 내가 누군지 알겠지? '파랑'의 마법사여"

 

 

 

 "아카네의 창..? 아틀리케의 마법사라고...? 그렇다면 설마...."

 

 검붉게 불타오르는 흑기사의 두 눈을 바라보던 파랑의 마법사의 눈에 공포가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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