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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2
작성일 : 18-12-03 18:59     조회 : 299     추천 : 2     분량 : 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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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강승아 (3)

 

  비는 한참을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창 밖을 잠시 멍하니 보다가 휴대폰을 잡는다. 고아 씨에게서 어떤 반응은 없다. 뭔갈 기대하고 본 건 아니다. 정말로.

 

 

 

 - 옛날 일 (1)

 

  고아 씨를 실제로 처음 만난 것도 딱 4년 전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아 씨는 팬 미팅을 하거나 그럴 성격이 아니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사람을 모았다. 당시 고아 씨의 그림에 한창 빠져있던 승아는 홀린듯이 지원하고는, 다음 날 오후에 고아 씨를 처음 보았다. 인스타건 어디서건 자기 사진을 올리지 않아 의문만 가득했던 그녀가 처음 드러난 순간이었다.

 

  팬 모임은 여자가 하나 없이 승아를 포함 다섯 명의 남자가 다였다. 고아 씨는 본인의 그림과 많이 닮은 사람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아주 예쁜 편이었다. 승아를 제외한 다른 남자들은 고아 씨에게 쉼 없이 질문하고 웃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마흔이 넘은 아저씨 하나, 고아 씨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 하나, 잘생긴 대학생 하나, 작은 안경을 쓴 뚱뚱한 남자 하나. 돌아보면 껄떡댄다고 보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가까웠던 것 같다. 고아 씨가 항상 무표정한 얼굴인지는 몰랐어도, 자기 팬들을 만나면서도 그 날 내내 고아 씨는 한 번도 웃질 않았다. 승아는 그 야생적인 공간 맨 끝 자리에서 뻘쭘히 앉아있었다.

 

  한참 뒤에 그 중 셋 정도가 흡연하고 온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 대학생은 이때다 싶었는지 고아 씨에게 몇 가지를 더 질문하더니, 자기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찍어달라며 고아 씨에게 들이밀었다. 찰나의 순간이라 확실하진 않았지만 고아 씨의 눈썹이 살짝 꿈틀댄 걸 봤던 것 같다. 고아 씨는 바로 반응하진 않았다. 시선을 위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한번 굴렸다가, 아주 작은 한숨과 함께 번호를 찍어줬다. 그 대학생은 애써 담담한 척하며 받은 휴대폰 화면을 몇 번 툭툭 건드렸다. 그러더니 어디선가 괴상한 고양이 소리 같은게 시끄럽게 울려댔다. 고아 씨 쪽이었다.

 

  그녀는 경기를 일으키듯이 눈을 퍼뜩 뜨고는, 허겁지겁 휴대폰을 찾아 전화를 껐다. 당장 전화를 걸어서 확인할 줄은 예상 못 했던 모양이다. 그놈은 눈치가 없는 건지 눈치가 없는 척 하는지, 벨 소리가 귀엽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고아 씨는 입술을 살짝 짓씹고 테이블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아 승아는 살짝 손을 들었다가, 고아 씨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얼굴이 확 뜨거워졌다. 그다음에 무슨 말을 했었는지 지금도 잘 기억나질 않는다. 새하얘진 머리에 눈동자만 죽어라 굴리다가, 어버버 하며 그 남자에게 뭐라 뭐라 말 했던 것 같다. 그놈은 대답 없이 똥 씹은 표정으로 날 처다봤다. 몇 초간 서로 기 싸움을 벌이다, 슬슬 승아의 얼굴이 더 이상 달아오를 수 없을때 쯤, 고아 씨가 입을 열었다.

 

  "승아씨도 휴대폰 줘요. 번호 찍어줄게요."

 

  심장이 덜컹했다. 그 한마디가 그 날 고아 씨가 승아에게 던진 처음이자 마지막 말이었다.

 

 

 - 고아 씨 (4)

 

  얼핏 보면 간단한 문제지만, 고아 씨에겐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오늘 안에 보내준다고 말 한 이상 더 미룰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나올 구석이 없다. 그리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워낙에 까칠한 고아 씨 주변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구멍 난 돈을 빌릴 사람이 없다. 갚을 기간을 한참 넘기고는 돈이 없다며 부족한 돈을 보낼 순 없다. 고아 씨의 선천적인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질 않았다. 소액을 빌리기 위해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것 역시 정말이지 피하고 싶었다. 예쁘다며 접근하는 남자들은 당장 두 손을 넘길 정도로 많지만 그 남자들에게 돈을 빌리느니 혀 깨물고 죽는 게 나을 거라고 고아 씨는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오늘 저녁까지 마땅한 해결책이 안 나온다면, 정말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의연한 척만 잘하는 고아 씨가 겪기엔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이럴 땐 정말로,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길 기대하게 된다. 제아무리 현실적인 고아 씨라도 그렇다.

 

 

 - 강승아 (4)

 

  대학동기에게서 전화가 왔다. 드디어 미쳤구나 전공을 빠지고라며. 승아는 속도 없이 킥킥대다 대답한다. 언제는 내가 제정신이었냐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 얘기가 나왔다.

 

  "아니 그건 각도문제가 아니라 니 얼굴이 썩어서 그래"

 

  푸학하는 경박한 웃음소리가 작은 방 사방에 부딪친다.

 

  "근데 나도 셀카는 정말 못 찍겠더라."

 

  지금 걸어놓은 프로필 사진은 꽤 오래됐다. 언제부턴가 살이 조금씩 쪘는지 셀카를 찍을 때마다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사진을 안 찍은 지 몇 달은 넘어갔다. 남이 보기에 큰 차이는 없을 걸 알지만 본인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동기에게 프로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가, 욕이나 진탕 먹고는 욕으로 맞대응한다.

 

 

 - 고아 씨 (5)

 

  집을 한창 뒤져도 7백 원 밖에 나오질 않았다. 비상금 하나 마련해두지 않은 자신이 이보다 더 멍청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없었다. 절망적이다. 이젠 멍청이들에게 숙이고 빚을 지거나, 친구에게 한 번 더 실례를 저지르는 것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적금을 깨던가.

 

  머리를 싸매고 담배만 끊임없이 태우던 고아 씨는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든다. 누군가에게 도움은 못 받아도 조언 정도는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급하게 담배를 짓이겨 끄고 노트북을 열었다. 그녀가 이따금 심심할 때 찾던 익명사이트로 들어가 처음으로 글을 쓴다. 정말 현실적인 표현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기로 한다. 자신은 스물 후반이며,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가슴 아프지만 부탁할 사람 하나 없는 속사정도 같이. 뭔가를 크게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달렸다. 여자라고 밝혀서인지 본인이 돈을 대주겠다는 쪽지도 두어 개 정도 왔다. 쪽지는 가볍게 차단하고 조언부터 알아본다.

 

  막노동이라도 뛰시죠. 말라 빠진 자신을 받아 줄 만한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뭘 하고 살았길래 부탁할 사람 하나 없으신지.. 내가 필요한건 조언이다. 비웃음이 아니라.

 

  사진이랑 같이 쪽지 해요 돈 보내줌. 눈이 썩어들어가는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시면 커미션 받으시면 되지 않을까요?

 

  커미션. 개인 대 개인으로 그림을 그려주고 돈을 받는 것. 회사를 대하는 것보다 규모가 작아 당장에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돈을 받을 수 있다. 왜 이걸 생각 못 했는지. 너무 당황하니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모양이다.

 

  간단한 답을 두고 패닉에 빠진 5분 전의 자신이 병신으로 보이는 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주위에 누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챙기는 자신을 애써 외면했다.

 

  사람은 딱 한 명만. 5만 원 정도만 받자.

 

 

 - 강승아 (5)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진을 포기하고 자화상이라도 그려보려 했지만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태블릿이 따라주질 않는다. 고아 씨처럼 느낌 있게 그려보고 싶은데, 이 그림은 적어도 승아가 보기에는 잘 쳐줘야 고등학생 수준이다. 몇 번을 더 수정하고 아예 다시 그려봐도 맘에 들지 않는다. 승아는 늘 그랬듯 해결책을 찾는다. 태블릿을 옆으로 밀어두고 침대위에 엎어지기로 한다.

 

  승아는 그림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승아 본인에게 소질이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아 씨처럼은 못 될 것 같다. 승아가 보기에 고아 씨는 정말이지 독보적인 감성을 가진 천재다. 벌써 2년 정도 작품을 연재하는 걸 못 본 것 같지만, 그 점은 승아의 속내에서도 쉬쉬하는 혼잣말거리다. 결국 고아 씨는 항상 승아의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자,

 

  "작가님 뭐 하고 있을까"

 

  애매한 감정의 집합체 같은 것이다.

 

  4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고아 씨와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정말 단 한 번도. 딴에 용기 내서 메시지를 날린 적은 꽤 많지만, 그때마다 고아 씨는 예의상의 단답으로 받거나 그나마도 얘기가 길어지면 무시하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 같으면 그 정도까지 가기 전에 기분이 나빠서라도 연락을 끊었을 텐데 고아 씨에겐 그게 잘 안 된다.

 

  고아 씨를 좋아해서 그런 건지 뭔지, 이젠 본인도 잘 모른다. 아니,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걸 알 수 없었다. 좋아한다고 인정하긴 부족한데 아니라고도 못 한다. 고아 씨와 만나고 싶다. 어떤 주제든 괜찮으니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당장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호감 있는 상대에게 어떤 식이든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 어쩌면 대단한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다 인 것 같지는 않다. 짜증이 날 만큼 엉켜있는 감정 줄기들은 풀어내기엔 심하게 엉켜있다. 그 애매한, 정말 애매한 마음을 집어내기엔 승아의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다. 덕분에 승아는 괜히 4년 동안이나 연애를 못 하는 중이다.

 

  본인의 찌질함에 잠시 몸서리 한 번 쳤다가, 싱숭생숭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 들었다. 생각해보면 고아 씨가 담배를 핀다는걸 알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승아도 담배를 시작했다. 거기에 고아 씨의 영향이 없다는 걸 본인도 부인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승아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괜히 고아 씨 생각이 난다. 불을 붙이기 전 손끝의 담배를 응시한다. 본인도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그냥 깊게 생각하기 싫은 기분. 불을 붙이고 아주 크게 들이마셨다가 콜록거리며 숨이란 숨은 다 토해낸다. 아무리 콜록거려도 답답한 게 가시질 않는다. 가슴 속에 뱀 같은게 눌러앉아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냥 느닷없이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펑펑 울고 나면 가슴이 시원해질 것 같다. 억지로 슬픈 생각을 하며 눈물을 쥐어짜 보려 한다. 반의반 방울도 맺히지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이라도 할 작정으로 휴대폰을 켰다.

 

  꺼두지 않은 인스타그램이 열려있다. 새로운 피드가 있다는 알림. 맨 위의 그림은 고아 씨 것이다. 딱 방금 전에 올라온 그림. 그림 자체는 여느 때와 비슷했지만 적혀있는 글은 평소와 다르다. 눈을 살짝 치켜뜨고 천천히 글을 읽는다. 선착순 1명이라는 문장이 눈에 박히듯이 선명하다. 이번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없어 보인다.

 

  5만 원도 그림도 별 상관없다. 당장은 저지르고 봐야겠다. 처음 작가님을 본 날 처럼.

 

 

 - 메세지 (1)

 

 오랜만이에요 작가님.

 

 .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8-12-07 06:37
 
진작 글도 자랑하시지 그랬어요. 여간 재미 있지 않은데.... 낮에 시간 내서 나머지 보겠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바울 18-12-07 17:06
 
제 소설에 처음으로 달린 댓글이 과분한 칭찬이라 기분이 너무 좋네요 고맙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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