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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랑 나랑 너
작가 : 우루루
작품등록일 : 2018.11.8

 
너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작성일 : 18-12-03 12:31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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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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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수선이 집으로 들어가고 난 이후에도 주변을 계속 돌아다녔다.

 

 ‘대체 이수선네 집 쪽도 아니면 새벽시간에 처음 보는 골목길로 이수선이 들어올 리가 없지 않은가?’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이번 꿈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아직 불꽃놀이가 시작하기 전 까지는 시간이 많이 있었기에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볼 생각이었다. 쓰레기가 쌓여있는 골목, 길 잃은 들고양이들이 쉴새없이 울고 있는 골목, 여러 곳을 한 시도 빠짐없이 돌아다녔지만 결국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했다. 나는 힘 없이 이수선의 집 앞쪽에 있는 정자에 털썩 앉았다. 어느새 해는 다 지고 밖에는 어두운 그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 신발을 벗은 채 시원한 바람에 발을 식혔다. 발바닥은 온통 물집 투성이였다.

 

 “하아.. 이게 뭐하는 짓이냐 진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가 꿈을 피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였다.

 그때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가 세차게 울렸다.

 어차피 내게 전화할 사람이라고는 할머니와 이수선 밖에 없었겠지만 나는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가 누군지 확인했다. 역시나 벨소리의 주인공은 이수선이였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나는 요란스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응, 나야, 너 지금 어디야? 준비 다 했어?”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이수선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좀 더 기운차 보이는 목소리였다.

 

 “나, 너네집 앞에 있어.”

 

 “뭐?!”

 

 “그냥 할 게 없어서 조금 돌아다니다가 다시 왔어.”

 

 “아씨, 너 정말 미친 거 아냐? 금방 나갈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말을 하자 이수선은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정말 이수선이 집 밖으로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수선이 보이자 재빨리 신발을 다시 신고 아는 체를 했다.

 

 “나 여깄어.”

 

 이수선은 한숨을 푹 쉬고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하아, 너 요즘 진짜 이상한 거 알아?”

 

 나는 이수선의 말에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굳이 저런 말로 확인을 안 해줘도 내가 지금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진짜.. 아, 됐다. 빨리 가기나 하자. 한강 인근 공원에서 터뜨린다고 했으니까 지금부터 걸어가면 늦지 않게 도착 할 수 있을거야.”

 

 이 곳에서 한강 근처까지 가려면 족히 한 시간은 걸어야 한다. 멀다면 멀고 가까우면 가깝다고 생각 할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 다녀 지쳐있던 나는 이수선의 말에 절망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앞장서서 걷고 있는 이수선에게 바로 물어봤다.

 

 “넌 근데 언제부터 대중교통을 싫어하게 된 거야?”

 

 이수선은 내 질문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답했다.

 

 “나 대중교통 싫어한 적 없는데?”

 

 “너, 지금까지 버스 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킥, 아아, 그거 그냥 걸어 다니는 게 좋아서 그래. 버스를 타면은 같이 가는 사람과 이야기가 금방 끝나잖아. 그게 그냥 아쉬워서.”

 

 이수선은 말을 하고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회피했다.

 이수선의 말 뜻을 이해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끼던 감정들을 머릿속에서 바로 이해하기 까지는 무리가 있었다.

 

 ‘굳이 이수선 같은 애가 나를..?’

 

 이수선은 내가 눈을 피하고 아무대답도 안하자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표정을 숨기고는 어느 때와 같이 소소한 얘깃거리들을 재미있게 풀어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수선이 하는 얘기들은 재미있었다. 내가 별 호응을 안 해도 이수선은 얘기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능력이 있었고, 나는 이수선과 함께 걸어가는 동안 다리가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이수선의 이야기 속에 빠져 들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자 어느덧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한강 둔치까지 와있었다.

 그렇게 유명한 불꽃축제라 하니 아직 입구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도 북적거리는 사람들 탓에 발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이수선과 나는 몇 번인가 시도를 해봤지만 도저히 진전 없는 제자리걸음에 마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조금 높이가 있는 한산한 언덕에 자리를 잡았다.

 

 “후아~ 답답해서 혼났네, 저기 들어갔으면 사람들한테 끼여서 죽었다.”

 

 “그러게, 불꽃놀이가 뭐 그리 좋다고 이렇게 많이 오냐.”

 

 이수선은 나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나, 너는 그럼 불꽃놀이 안 볼 거면 뭣 하러 왔냐?”

 

 “니가 같이 가자며?”

 

 “에.. 맞다, 헤헤, 그나저나 혜선이는 언제쯤 올려나. 이 근처에 있다 그랬었는데 하하..”

 

 이수선의 어색한 미소에 나는 입술이 귀 밑까지 치솟아 오르려는 것을 참아야만 했다.

 

 펑! 퍼펑!

 

 우리들의 생각은 짧게 끝났다.

 때마침 터지는 불꽃들의 향연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비록 사람들에 밀려 이 언덕까지 올라오게 되었지만, 그것에 상관없이 아름답게 퍼지는 불꽃들은 내 눈 안에 가득 들어왔다.

 

 “예쁘다..”

 

 옆을 쳐다보니 이수선은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불빛도 불빛이었지만 내 시선을 계속 잡아 끈 것은 불빛이 터질 때마다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이수선의 모습이었다.

 뭔가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가슴이 찌를 듯이 아파왔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게, 예쁘네..”

 

 어느덧 불꽃놀이는 막을 내렸다.

 점점 사그라드는 불꽃들에 의해 여운이 아직 남은 듯한 사람들,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이수선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몽롱한 듯한 눈빛으로 돌아본 이수선은 내게 말을 걸었다.

 

 “우와,, 짱이다,,”

 

 나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불꽃놀이도 나름 볼만하네.”

 

 “우리 반 애들도 이걸 봤어야 하는데.. 어라?”

 

 이수선은 갑자기 정신을 똑바로 차리더니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혜선이, 혜선이 깜박했다. 이 근처에 있다 그랬었는데, 나 잠깐 좀 둘러보고 올게.”

 

 그렇게 순식간에 언덕 너머에 있는 큰길로 뛰쳐가는 이수선 이었다. 내가 하도 대답을 안 하다 보니, 이제는 혼잣말의 귀재가 된 것 같다.

 나는 큰 길로 뛰어가는 이수선을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표정을 굳혔다. 심장이 덜컥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수선이 뛰어갔던 큰 길, 그 풍경은 분명 낯이 익었다.

 

 ‘젠장..!’

 

 나는 속으로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그곳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금방 큰길에 도착한 나는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이수선이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큰길 옆에 있는, 불빛에 의해 어렴풋이 보이는 골목길,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골목길 안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설마 아니길 바랬다. 내가 잘못 본 것이길 기도했다. 하지만 은은히 비춰지는 골목길 안의 풍경은 꿈에서 자신이 도망쳤던 길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제길!”

 

 이수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이곳으로 들어갔나?’

 

 나는 머리가 차갑게 식어갔다. 만약 그 꿈이 오늘 벌어지는 일이라면 이수선과 내가 골목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자연스럽게 피해 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꿈도 다른 것으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꿈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이수선이다.

 내가 아니라 이수선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만약, 이수선이 이 골목으로 들어갔다면?’

 

 나는 골목 입구에 서서 망설였다. 그 꿈을 꿨기 때문일까 외관상으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골목길이 너무나 오싹했다. 정말로 들어가기 싫었다. 머릿속에서 수십 번은 생각을 되뇌었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전화를 해보니 이수선은 계속 통화중이었고, 아까 이 골목에 들어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움직이지 않는 내 발을 억지로 떼게 해준 것은 아직 새벽시간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이였다.

 나는 골목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골목길 안은 역시 꿈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걸리적거리는 환풍구와 수명이 다 했는지 희미하게 켜져 있는 가로등, 그리고 전봇대 옆의 쓰레기들까지 모든 게 똑같았다. 그런데 나는 왜 인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분명 똑같은 풍경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이 온 몸을 잠식해 갔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나..’

 

 그런 찜찜한 기분에 계속 걷다보니 이제 서서히 골목길의 끝이 보였다. 이수선은 이 골목으로 들어온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골목길 끝에 가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봤다.

 그리고 나는 골목길을 지나오면서 계속해서 느껴졌던 위화감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골목길을 지나서 고개를 내민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주택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집들 중에서 어떠한 집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꿈에서와 똑같이 완벽한 어둠이었다.

 계속 느껴졌던 위화감의 정체는 이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꿈에서도 골목길을 들어갈 때는 희미하게나마 가로등이 켜져 있었지만, 내가 쫒겨서 도망칠 때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흑세계였다. 그리고 현재 내 눈에 보이는 이 상황.

 

 ‘정전!..정전이다!!’

 

 으득, 입술을 질끈 깨어 물어, 입 언저리에 핏방울이 맺혔다. 나는 부들거리는 고개를 서서히 옆으로 움직였다.

 

 역시, 꿈에서와 같은 모습, 같은 장소에 어두운 그림자가 곧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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