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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평범한 근무자들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1.12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와 고찰

 
연극감독, 충실한 개와의 기억 13
작성일 : 18-12-03 11:33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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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관이 일터의 자문위원을 찾아간 것도 그즈음을 해서였다. 감독관이 찾아간 자문위원은 일터에 상주하면서, 근무자들과 감독관 사이의 분쟁이나, 물론 감독관도 엄연히 말하자면 모두 근무자이다. 법률적인 해석의 논쟁이 벌어졌을 때나, 행정상의 어떤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을 때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해결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 적절한 방향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치에 맞고 그 상황에 합당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 적절한 방향은 일터와 해당 근무자, 정치적인 관계와 법률적인 관계를 모두 고려하여 도출된 가장 적합한 결론을 뜻하는 것인 것이다. 감독관이 자문위원을 찾아간 이유는, 우선 감독관은 더 이상 자신의 의견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업무관련 규정을 충실하게 숙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뉴크는 감시감독관으로 지낸 경력이 있는 자였다. 이 경력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은 규정을 숙지하려고 노력했을 뿐이지만, 뉴크는 감시감독관으로서 지내며, 업무관련 규정과 법에 통달하고,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일을 해왔을 것이다.

 

 

 

 그런 뉴크가 법과 규정에 대한 해석의 기본원리라고 제안한 것에 흠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가? 어느새 감독관은 자신의 의견에 대한 확신조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감독관이 처음 결심하였던 것에는 의심이 없었지만, 뉴크의 회유가 담겨있는 거짓연설에 점점 휘말려가고 있었다. 뉴크의 말과 조소에 대해서 생각하고 기억해내면 할수록, 점점 그 말이 옳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감독관은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믿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법률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채로 무지하게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감독관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감독관은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음 또한 느꼈다. 자신의 위치는 과연 무엇인가? 감독관은 근무자들을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던가? 감독관이 충분히 근무했다고 하더라도, 여기 감독관 이상의 자리로 나아가려면, 쌓아올린 근무년수에 결정적인 한방이 무언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결정적인 한방은커녕 절망적인 한방을 만드려 하고 있지 않은가? 감독관은 아무렴 좋았다. 만약 자문위원을 찾아가서 처음 자신의 의견이 맞았다면, 그대로 그 의견을 고집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근거는 자문위원의 의견이었다고 주장하면 될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한결 책임에서 가벼워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만약 그럴 확률은 아주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문위원이 주장하기를 뉴크의 의견이 맞는 것이라고 한다면, 뒤늦게 자신의 의견이 틀렸음을 급하게나마 인정하고 뉴크의 발아래로 기어들어가 충성을 맹세해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자문위원에게 자문을 구했어야 하는데, 자신은 너무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법에 적혀있는 것에 그동안 얽매여 있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비굴하게 굽혀들어갈 생각이었다.

 

 

 

 자문위원실은 많은 근무자들이 있었지만 조용하였고, 각자 자신의 할 일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이 보였다. 자문위원실을 들어가자마자, 감독관의 코를 찌른 것은 싸구려 원두커피향이었다. 감독관은 그 싸구려 향기에 저도 모르게 긴장을 풀게 되었다. 감독관은 땀이 나고 있는 손에 쥐고 있느라 너덜너덜해진 규정과 종잇조각들을 앞뒤로 재배열하며 나름 정리를 하였다. 그런 후 투박한 발걸음으로 자문위원에게 다가갔다. 자문위원은 감독관이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감독관은 큰 몸집에서 우러나오는 카리스마 넘치는 중년남성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으나, 감독관 앞에 있는 자문위원의 모습은 오직 상체까지만 그러한 결단력이 넘치는 모습이었으며, 허리 밑으로는 다리가 매우 짧았다. 감독관은 원래 자문위원이 이렇게 키가 작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런 것이 중요한 순간은 절대로 아니었다. 감독관은 정치적으로 자신을 구제해줄 만한 핑곗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이가 자문위원임을 다시 상기하고 그 짤막한 몸뚱이를 소유한 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인사를 건냈다.

 

 

 

 자문위원은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자리이긴 하였지만, 자문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법률자격증과 같은 머리 아픈 자격들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문위원과 같은 사람을 존경스럽게 바라보거나 조금 더 조심스럽게 대하곤 하였다. 자문위원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딱히 없었지만, 자문위원이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복잡한 자격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문위원의 외모가 어떻든 아무렴 관심이 없었다. 자문위원은 키가 작은 것에 저도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어릴 적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자문위원과 같은 자리에 오려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문위원은 상당이 눈이 총명하게 생긴 이였는데, 맑고 투명한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 점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이 자문위원의 경우처럼 고도의 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자리에는 외모가 뛰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여기 우리 앞의 이 자문위원도 사실 외모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서 그토록 두뇌로 승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갔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관리부에서 왔습니다, 위원회 허가 문제로…"

 

 

 

 자문위원은 이미 다 알고있다는 표정이었다. 일터에서의 모든 일에는 비밀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이번 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문위원은 뭘 그런 일 가지고 자신에게 찾아오기까지 하는 것인지 하는 눈치였다. 자문위원도 어떤 해결 방향이 옳은 길인가 하는 것 까지도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옳은 길과 바람직한 길은 다른 것이다. 자문위원은 아마 바람직한 답을 해주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라니가 옳은 답을 추구했던 것과 다르게…

 

 

 

 "사실 말 그대로 진행한다면 안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감독관의 첫 의견과 일치하는 말이다. 위원회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결심한 자는 말그대로 자구를 해석해서 안해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지. 그와 또 다른 의견을 과연 어떻게 도출해 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억지를 통해서 해야만 가능한 것이었을까? 자문위원은 너무나도 듣는 이를 정확히 알고 싶게 만드는 말만 골라서 했기 때문에, 자문위원을 찾아가는 사람은 쉽게 자문위원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해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해지는 가를 설명해드리지요."

 

 

 

 "우리가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은 비스는 우리 지역의 정당인이며 현재 그 직책을 맡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역 그자체가 주체가 되어서 위원회 신청을 한다고 본다면은, 그러니까 우리는 거절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란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해결점을 찾을 수 있고, 그 다음으로는 비스가 하는 일은 엄밀히 말하면 정치 그 자체는 아닌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는 규정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또 정당법의 조항을 보면, 지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더 이상의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달라면 끝도 없이 만들 수 있습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영향력과 힘이다. 정의는 무엇이고 정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비스는 정치인이다. 정당인은 정치인이자, 비록 작은 도시일지라도 그 도시 운영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기 때문에 그 자리가 자신에게 지금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스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진보적이고 정의적인, 그리고 혁신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었다. 자신은 이 도시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야 말 것이라는 신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스가 그 자리에 오르고 나서 추구하고 있는 것은 과연 도시를 위한 정의와 혁신인가? 누가 그렇게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이가 자신이 만든 규정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아주 우스운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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