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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스푸쿠스제로 : spookszero
작가 : 줄리앙
작품등록일 : 2018.11.14

미확인 범죄 집단에게 G20개국의 정부 청사와 군사요충지가 동시다발 테러를 당한다. 이후 세계는 점점 무정부 상태로 빠져드는데....... 이런 혼란의 시기에 지금까지 은둔해 오던 초인류 세력 [피오니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첨단 기계 기술을 전술에 활용하는 [마이터스]라는 연합이 결성된다. 게다가 다른 블록에서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를 이끄는 조직, [쉬켄]이 등장한다. 여기에 [트래시모리]라는 의문의 심령 집단도 출몰하게 된다. 혼돈의 세계에서 [피오니온][마이터스][쉬켄][트래시모리], 이 네 조직 간의 불협화음이 점점 고조되어 가는데.......

 
2. 연옥의 파수꾼 (4)
작성일 : 18-12-03 00:55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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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시모리의 최고위급 위원들은 대륙에서 발생한 위급한 사태에 대해 오랫동안 숙고했다. 샬롯이 샤오링 부인과 그 일행을 접견실로 데려왔을 때에도 위원들은 지독한 난상 토론 중이었다. 트래시모리 캠프에 새로 들어온 유체들과의 접견을 대충 끝내고, 위원들은 앉은 자리에서 잠시 끊어졌던 논의를 계속 이어갔다.

 

 “우리는 유일무이한 트래시모리를 어떠한 위험에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공아 위원이 근심어린 어조를 드러냈다.

 

 “우리 트래시모리 캠프는 세상이 모르는 절대적인 성역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어야만 합니다.”

 

 “공아님의 말씀, 잘 알죠. 하지만 고도로 지혜로운 그 피오니어들은 그걸 몰라서 세상에 자신들을 드러냈겠습니까?”

 

 공아 위원의 굽힐 줄 모르는 주장에 크리스티안 위원이 딴지를 대었다.

 

 “아뎅떼 아뎅떼. 피오니어는 자신들이 공격을 받았어요. 피오니어를 제거하는 게 테러의 시작이었다고 당신의 아드반트가 밝혔죠. 피오니어들은 자의로 이번 전란에 뛰어든 게 아니죠. 그들과 우리의 입장은 달라요. 압솔뤼멍!”

 

 앙드레 위원이 크리스티안의 혈맹단 아드반트까지 거론하며 틀린 부분을 짚었다.

 

 “모종의 테러 조직은 우리도 몰랐던 피오니어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우신 위원이 입속말처럼 중얼거렸다.

 

 “피오니어를 알고 있던 조직이라면 우리의 존재도 알고 있을 겁니다.”

 

 크리스티안이 수심에 찬 얼굴로 공아 위원을 바라보았다. 언제 저 여인과 사랑을 했던 적은 있었던가. 꿈결처럼 멀어진 기억이 크리스티안의 저린 가슴에 딱지로 남아있었다.

 

 “아닐 수도 있어요. 우리는 아직 어떠한 공격도 받지 않고 있잖아요. 테러 세력의 정체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줄곧 이어진 논의에서 위원들은 세계의 혼란에 대해 얼마간 방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혈맹단원들은 트래시모리 캠프에 실시간으로 테러 뉴스를 알렸다.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매번 시국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비보뿐이었다. 미확인 테러 세력은 날로 득세했다. 더불어 곳곳에서 기승하는 모방 테러도 세계의 망조에 기름을 부었다. 위기를 느낀 세계의 갑부들이 빈번하게 트래시모리에 접선을 시도했다. 대게가 세계 일 퍼센트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유명인들이었다. 그들도 자신들의 육체를 트래시모리에 보존하기를 원했다. 암암리에 트래시모리는 불로장생이라는 메타포로 변질되어 갔다. 위원들은 트래시모리가 점점 세상에 노출되고 있다는 위기를 직감했다. 트래시모리 위원들에게 그것은 불길한 징후였다. 그래서 새로운 유체를 받아들이는 것에 조심스러워졌다. 트래시모리는 운영과 확장을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지만, 더한 위험을 무릅쓸 필요까진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우리들의 미나 패거리는 세계가 돌아가는 형세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아직 테러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나 패거리는 편한 마음으로 며칠째 유체돌파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그들은 트래시모리 캠프의 반원형 투명 보호막 외부에 모여 있었다. 근처에서는 흰긴수염고래의 뼈 무덤이 형형한 인광을 내뿜고 있었다. 그곳이 자신들의 캡슐 속 육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나올 수 있는 지점이었다. 죽은 고래의 아홉 번째 척추 뼈마디 위에 대산의 유체가 서있었다. 패거리의 나머지는 대산의 성공을 기원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프!”

 

 샬롯이 출발 신호를 외쳤다.

 

 “얍!”

 

 대산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렸던 반동으로 자신의 유체를 퉁 튕겼다. 해수면 방향으로 대산의 유체가 고래의 백색 척추 뼈를 박차고 솟아올랐다.

 

 “으악!”

 

 잘 올라가는가 싶더니 수중의 한곳에서 대산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대산의 유체는 말린 오징어처럼 납작해졌다. 그리고 도약했던 원위치로 유체 입자가 유리알처럼 부서져 내렸다.

 

 “아파?”

 

 미나가 서서히 본모습으로 되돌아온 대산에게 물었다.

 

 “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힐 때마다 백만 볼트 전류에 감전되는 것과 같은 고통이 따랐다. 일행 모두가 성공한 바 있는 보이지 않는 끈 끊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육체와 연결되어 있던 보이지 않는 끈을 끊어버렸을 때 패거리는 진탕 파티를 벌였었다. 그때는 벽도 끈처럼 쉽게 통과할 줄 알았다. 보이지 않는 끈 끊기는 고통 같은 것도 없었다. 지금은 더 큰 고난이 그들의 유체돌파 성공을 가로막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끈 끊기는 보이지 않는 벽 뚫기에 비하면 진짜 조족지혈이었다.

 

 “거의 성공한 것 같은데?”

 

 아미르 노인이 아쉬워했다.

 

 “어디가? 징그럽게 찌그러지는 꼴을 나만 봤나 보네.”

 

 샤오링 부인이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짐짓 빼던 샤오링 부인은 유체돌파 첫 연습에 슬그머니 얼굴을 들이밀었었다. 그냥 심심해서 운동 삼아, 라고 말은 했으나, 친친과 차호와호가 무진장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집적대는 추 부인의 등쌀에 마지못해 나왔거나. 아무튼 샤오링 부인은 보이지 않는 끈 끊기를 일등으로 통과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었다. 다음 순서인 샤오링 부인이 아홉 번째 척추 뼈마디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갔다.

 

 “샬롯?”

 

 미나가 샬롯을 불렀다.

 

 “네?”

 

 “샬롯은 어떻게 사람을 홀리는 걸 배웠어?”

 

 며칠 전 미나를 필두로 미나 패거리가 샬롯에게 사람 홀리는 기술을 보여 달라며 졸랐었다. 샬롯은 부끄러워하며 주저하다가 도고타이에게 그 기술을 걸었다. 샬롯의 동공이 붉게 변했다. 도고타이를 쏘아보던 샬롯이 매혹이라고 속삭였다. 그 순간 도고타이의 눈동자가 샬롯과 같은 빛깔로 변했다. 그리고 도고타이는 묵묵히 그냥 눈동자만 붉히고 있었다. 미나 일행은 도고타이를 관찰하며 한참을 기다렸다. 도고타이는 빨간 토끼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샤오링 부인이 이게 뭐야?, 라며 오랜 침묵을 깼다. 그는 제게 적의가 전혀 없어요. 이게 샬롯의 답변이었다.

 

 “따로 배운 게 아니라 저절로 알게 됩니다.”

 

 “언제?”

 

 “유체돌파를 성공하고 나면 고래의 영혼들이 축하선물로 준답니다.”

 

 “나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그건 나도 몰라요. 선물은 포장지를 뜯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죠.”

 

 “끄아악!”

 

 멀리에서 샤오링 부인의 비명이 들려왔다. 샤오링 부인은 이번에도 고래 영혼의 선물을 받기에는 그른 모양이었다.

 파시 단원들이 트래시모리 캠프로 복귀하고 있었다. 파시는 트래시모리 최고 위원 중 하나인 정해수의 혈맹단이었다. 해수는 최고 위원들 중에서 가장 어렸고, 가장 말이 없었다. 파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유체 하나가 샬롯 근처로 헤엄쳐 왔다.

 

 “샬롯, 여기에서 뭘 하는 겁니까?”

 

 “아, 팰릭스. 이제 돌아오는구나. 여기 계신 분들을 도와주던 참이었어. 그래, 나갔던 일은 어땠어?”

 

 샬롯이 팰릭스라 부른 유체는 주위를 살폈다. 그러더니 샬롯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음량으로 말했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는 약육강식, 그 자체입니다. 인류의 본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피오니어들이 세계의 몰락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피오니어라도 그들의 인원만으로는 역부족일 겁니다. 현재, 살아남은 피오니어는 열 명도 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전란을 틈타 독보적으로 성장한 무기제조업체 카라는 안드로이드 전투병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카라는 다른 크고, 작은 군수 관련 업체들을 모두 인수, 합병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테러 세력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회의에서 보고서로 읽어보시죠.”

 

 “그래, 팰릭스 수고했어. 들어가.”

 

 파시 무리로 합류하려던 팰릭스가 유체돌파 준비를 하고 있던 미나를 발견했다. 미나는 실패할 고통에 겁을 잔뜩 집어먹고 유체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팰릭스는 자신이 유체돌파를 처음 도전할 때의 모습이 생각나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두려워 마. 세상에서 두려워할 것은 오직 죽음뿐이야. 너는 이미 죽었어,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뭘 두려워하는 거야. 고통? 그것은 환상이야. 때가 되면 사라지고 잊혀져. 고통의 기억을 너의 유체 속에 기생하도록 내버려두지 마. 긴장을 풀고 과감하게 뛰어.”

 

 팰릭스가 빙그레 웃으며 미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중에 미나는 우연히 듣게 됐다. 팰릭스가 세상에서 겪은 고통을, 고통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한 사연을. 그래서 어쩌면 팰릭스의 지금의 말들이 미나에게 설득력 있게 콕 들어와 박혔는지도 몰랐다. 팰릭스는 자신의 호리호리한 유체로 미나 주변의 물살을 부드럽게 갈랐다. 미나는 팰릭스의 조언을 무심결에 따랐다. 미나는 힘을 빼고 하얀 뼈를 냅다 찼다.

 

 “얏!”

 

 미나의 작은 유체가 사뿐히 솟구쳐 올랐다. 무념무상. 미나는 보이지 않는 벽을 뚫겠다는 욕망을 버렸다. 실패하면 따르던 고통에 대한 두려움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저 팰릭스의 말대로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두었다. 어느 높이에 이르니 미나는 자신의 유체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없이 가볍고 자유로웠다. 육체와 얽혀있던 모든 장애물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눈을 떠!”

 

 어디선가 팰릭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나는 두 눈을 슬며시 떴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용 꼬마전구들처럼 반짝이는 무수한 불빛들이 미나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까만 물속에서 발광하는 일억 마리의 심해 새우들의 군락 속으로 미나의 유체가 들어간 거였다. 미나의 유체 입자가 새우들의 빛을 눈부시게 반사했다. 샤오링 부인이 아, 하고 감탄을 토했다. 대산이 와아, 하고 주먹 쥔 팔을 힘껏 쳐들고 환호했다. 아미르 노인이 이야호, 하며 펄쩍펄쩍 신나서 뛰었다. 그리고 도고타이는 묵묵히 그냥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더니 미나의 유체는 새우 군락을 뚫고 계속해서 홀로 상승했다. 미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샬롯과 샤오링 부인, 대산과 아미르 노인, 그리고 도고타이가 희미하게 보였다가 어둠 뒤로 이내 사라졌다. 미나는 어두운 물속에 오롯이 혼자 있었다. 아직은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전만큼은 아니었다.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멈추기가 싫었다. 그래서 미나는 어두운 심해 안으로 솟구치고, 솟구쳐 올랐다. 그때, 멀리 어디선가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들은 들릴듯 말듯 아득했다.

 

 “성공이다! 성공이야!”

 

 “미나가 드디어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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