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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녹살라
작가 : 정인수
작품등록일 : 2016.9.19

먼 옛날 신이 이 땅에 내려와 인간을 사랑하여 자식을 낳으니 반인반신이었다.
반인반신의 자식들이 본래 그 땅에 살던 인간들을 핍박하니, 신의 반려가 신에게 애원하였다.
결국 신은 인간 4명에게 강한 힘을, 인간 모두에게는 신의 반려를 빗댄 아름다움을 내려주었고, 인간은 북쪽 설산으로 숨어들었다.
시간이 흘러 반인반신들 사이에서 분란과 균열이 생겨 세 나라로 나뉘게 되었다.
그 즈음 많은 인간들이 남쪽으로 나타났지만 아직도 북쪽 설산에서 숨어 사는 인간들이 있었으니,
북쪽의 인간이 다시 나타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였다.

 
2. 북쪽 설산 (2)
작성일 : 16-09-19 02:38     조회 : 451     추천 : 0     분량 : 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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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

 

 운감 아저씨 댁에서 받은 약재를 품에 소중히 품고 나오는 자호에게 살라가 비웃듯 소리쳤다.

 

 “더럽게, 넌 씻지도 않는구나?”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씻기 위해서는 먹을 물외에 더 길러 와야 할 뿐만 아니라 물을 끓이기 위해 땔감도 더 필요했다. 하루하루가 힘든 자호에게는 지금이 최선이었다.

 

 “그러니 태유 아저씨가 다 도와주시는 거겠지!”

 

 신의 각인이 있는 태유 아저씨의 딸인 살라는 마을 내 아이들의 실세였다. 살라를 쫓아다니면 육포 한 조각이라도 떨어졌으니까 날로 그 유난이 심해졌다.

 

 “거지래요!”

 

 어른들이 없을 때면 심해지는 장난과 괴롭힘이었지만 이제는 이 마저도 익숙한 자호였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자호의 등에 몇 개의 눈덩이가 꽂혔지만 아픈 것 보다 빨리 범이의 약을 집에 가져다 두고, 아저씨에게 갚을 물을 길러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제 밤 땔감을 충분히 넣어 공기가 따뜻해서 인지 범이의 상태도 많이 나아졌다. 태유 아저씨가 선심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도 범이가 기침을 계속 했을지도 몰랐다.

 

 “다녀왔습니다.”

 “넌 아침부터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태유 아저씨가 범이 약을 구해주셨어요. 그래서 운감 아저씨댁에….”

 “쓰…. 네 아비를 그렇게 챙겨봐라. 사내새끼가 쓸데없이 허약해선.”

 

 술이 덜 깬 것도 아닌데 말이 꼬이는 자호의 아버지, 송익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저 어린 것들을 어찌해야하나 갑갑한 마음 뿐이었다.

 

 “너, 아래 땅으로 가고 싶으냐?”

 “예?”

 

 외지인이 방문한 이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며 입 밖으로 행여나 아래 땅에 대해 이야기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겁에 질린 아이 몇을 눈물 바람이었고, 나머지는 부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 속에서 지우려 했다.

 그런데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아침 댓바람부터 그 이야기를 꺼내는 아버지를 자호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가고 싶으냐 물었다.”

 “예…. 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아래 땅은 햇빛이 잘 들어 하루 종일 땔감을 떼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어요. 공기가 따뜻하니 범이 몸도 더 좋아질 거고…. 또, 사람이 많으면 심부름 할 것도 많을 테니까요….”

 

 이리저리 고민한 듯 조심스럽게 말하는 딸의 대답에 송익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아니라 네 어미를 찾고 싶은 거겠지.”

 “….”

 

 차마 아니라고는 말 못하는 자호가 겁에 질려 고개를 푹 숙였다.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시게 된 이후, 아버지 입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 손에 맞지 않은 적이 없었다.

 

 “됐다.”

 

 하지만 오늘 만은 달랐다. 송익은 자리에 누운 채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혹여 맞을까 몸을 잔뜩 움츠렸던 자호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범이에게 발을 옮겼다.

 

 “누나.”

 “범아, 일어나봐. 물 마시자.”

 

 갈라진 범이의 목소리에 자호는 준비한 물을 조금씩 흘려주었다. 열기에 데우지 못한 물이라 차갑기 그지없었다.

 

 “춥지?”

 “으응. 괜찮아.”

 “불을 더 피울게. 조금만 더 기다려.”

 

 8살 난 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자호는 동생을 끔찍이 아꼈다. 자신의 입에 들어갈 것 두 개가 있으면 무조건 하나는 동생 범이 몫이었다. 그 마저도 아픈 동생이 배고파하면 굶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누나. 오늘 어디가?”

 “물 길러 가야 해. 일찍 올 테니 걱정 말고 누워 있어. 알겠지?”

 “오늘 안 가면 안 돼?”

 “왜?”

 “그냥….”

 “태유 아저씨께 물을 가져다 드려야 해서 오늘 꼭 다녀와야 해. 자, 누워있어.”

 

 작은 손이 자호의 옷소매를 잡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호는 이불 끝을 목까지 덮어주고는 집을 나섰다.

 아직 해가 떠 있어 추위는 견딜만했다. 자호는 한참 큰 모자를 야무지게 묶고 계곡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저런 말을 하시다니, 우리도 아래 땅으로 갈 수도 있을까?’

 

 워낙 아래 땅에 대한 소식을 접할 길이 없다보니 어른들의 추측과 가끔씩 태유 아저씨가 흘려주는 이야기로 상상할 뿐이었다.

 

 ‘아래 땅은 옛날부터 신님이 축복을 내려서 농사도 짓고, 물고기도 팔뚝 만하다던데.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때 그 외지인처럼 머리카락이 환하고 눈동자가 신기한 색이라지.’

 

 서둘러 움직이던 작은 발이 큰 개울에 도착하자 멈췄다.

 

 ‘하지만 화가 난 신님이 강을 검게 변하게 했다고 했어.’

 

 신의 강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다. 먼 옛날 마을사람 중 몇 명이 이 강물에 빠졌는데 정신을 놓아 미쳐버린 사람도 있었고, 이유도 없이 살이 곪는 병에 걸려 괴로워하다 죽은 사람도 있었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한 참을 기침만 하다 피를 토해 죽은 사람도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신의 강을 건널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어렸을 적부터 듣고 자랐다.

 

 “읏차.”

 

 하지만 먹을 물을 기르기 위해선 이 검은 강을 꼭 건너야 했다. 자호가 큰 나무 통을 먼저 옮기고 발을 옮겼다.

 

 ‘아래 땅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도 많다고 하던데. 만약 내려가 살게 되면 물을 기르는 것 대신 여기저기 심부름을 해서 값을 받으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신난 자호가 키득키득 웃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얼른 다녀와 범이 약을 다려줘야지.”

 

 

 **

 

 

 “이런 야만적인 설산에 인간이 살긴 한단 말이냐?”

 “예. 이 봉우리만 건너면 된다 합니다.”

 “확실한 정보겠지?”

 “틀림없습니다.”

 “그 ‘둘째’를 데려가면 국왕폐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날렵하게 다듬은 콧수염을 연신 손끝으로 손질하던 사내가 앞서 나갈수록 그의 수족들은 그의 걸음 앞에 쌓여 있는 눈을 쓸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방한복과 목이 긴 장화가 무색할 정도였다.

 

 “백작님. 그나저나 얼마 전 데메크사 쪽에서 접촉을 했다던데 저희가 이렇게 가는 것이 괜찮을까요?”

 “이 북쪽 설산은 엄연히 인간의 땅이다. 데메크사의 땅도 아닌데 우리라고 못 올 이유가 없지.”

 “하지만… 그 ‘첫째’ 인간이 알았다가는….”

 “쓸데없는 소리! 자네는 다 좋은데 겁이 많아 탈이야.”

 

 백작의 일갈에 나무에 앉아있던 새들이 후두둑, 하늘로 날아갔다.

 

 “그래. 요즘 인간 여자들의 씨가 말라 값이 하늘같이 솟았다지?”

 “예. 저택에 인간 여자 하나쯤은 있어야 귀족이라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합니다.”

 “흠. 그래? 나는 혼혈뿐이 본 적이 없어 그처럼 찬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만.”

 “워낙 귀하다보니 서로 꽁꽁 숨겨두는 터라, ‘셋째’의 영토에라도 가지 않는 이상 순수 인간을 보기는 힘들다 합니다.”

 “카악, 퉤! 그 놈 이야기는 왜 꺼내느냐?!”

 

 이번에야말로 고함에 가까운 호통에 일순 조용해졌다. 괜한 이야기를 꺼낸 남자는 연신 사죄의 말을 올렸다.

 

 “신의 각인 인지 뭔지, 그 것만 믿고 설쳐대는 그 놈 꼴을 안 보려면 오늘 무슨 짓을 해서든 ‘둘째’를 데려가야만 한다.”

 “예. 예에.”

 “어서 가자.”

 “예. 자, 모두 서두르거라!”

 

 가파른 설산 행렬에 로주오의 백작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병사들도 함께 했다. 그들의 역할은 인간의 마을에 다다르자 금세 드러났다.

 

 “인간 여자와 남자, 어린아이들을 나누어 포박하라!”

 “예!”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외지인이라 궁금증으로 나가왔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병사들의 손에 의해 잡혔다. 놀란 아이들이 자지러지는 비명소리를 내자 집 안에 있던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벌어진 상황에 놀라 고함을 치며 마을 사내 중 한 명이 백작에게 다가왔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만 두십시오!”

 “흠. 그래. 초반에 기를 꺾어야 조금 더 수월하지.”

 

 여전히 수염을 매만지던 백작은 옆 병사의 검을 빌려 손에 쥐었다.

 

 “이 무슨…!”

 “자, 조용히 따르지 않으면….”

 

 ‘촤악!’

 

 “억. 커헉.”

 “이렇게들 된다는 것을 명심해 두거라.”

 

 목줄기에서 피를 뿜어내며 힘없이 꺾이는 인간 남자의 모습에 아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예상했다는 듯, 백작은 수염 아래로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호쾌하게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지금부터 도망가고 숨어있는 인간들을 모조리 잡아다 내 앞에 묶어 두거라. 한 놈도 놓쳐선 안 된다!”

 “예!”

 “꺄아악!”

 “엄마아!”

 “태유, 태유는 어딨어!”

 

 한 순간에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방금 벌어진 상황을 모르던 사람들은 집 안으로 쳐들어온 외지인 병사에 의해 집 밖으로 끌려 나왔다. 노인, 남, 녀, 아이들 모두 빠질 것 없이 순식간에 제압되어 마을 공통터로 줄줄이 묶여 나왔다.

 

 “오늘 너무 고생하였더니 목이 다 아프다. 지금부터는 네놈이 지시하거라.”

 “예. 백작님. 여기에 ‘둘째’가 있느냐?”

 “어, 없습니다. 그 이는 사냥을 나갔어요.”

 “언제쯤 돌아오느냐?”

 “해, 해가지기 전 돌아옵니다.”

 “그럼 네 놈들은 그 때까지 이 곳에 있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이 곳을 이탈했다간 저 놈처럼 목이 베일 줄 알아라.”

 

 백작 수하의 잔인한 말에 마을 사람들 모두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다.

 눈을 감고 하늘에 비는 사람도 있었고, 한시라도 빨리 태유가 돌아와 이 사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새끼들아! 이것 놔!”

 “웬 소란이냐?”

 “술주정뱅이 하나가 있나 봅니다. 처리하라 하겠습니다.”

 

 끌려오던 송익이 병사들에게 거칠게 반항했다. 먼발치에서도 풍기는 술 냄새에 병사들 중 한명이 백작 수하의 손짓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네놈들이 감히 이 곳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느냐! 네놈들 왕이 시켰느냐? 하지만 우리 들은 이 곳에서 나고 자라 어디라도 가지 않을…!”

 

 그 때였다. 큰 목소리로 산을 울리던 송익의 말이 멈췄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향하던 검의 칼날도 멈추었다.

 

 “커헉….”

 “아…아!”

 

 침대에서 억지로 끌려나와 정신이 없던 범이도 눈앞의 광경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아이들은 저 쪽에 몰아두어라. 나중에 내려갈 때 끌고 갈 것이니.”

 “예.”

 

 빠진 칼날과 함께 후두둑, 피를 내 뿜는 송익의 몸이 힘없이 앞으로 꺾어 내렸다.

 

 “범아, 범아! 이리 오거라. 아무것도 보지 말고….”

 

 마을 아주머니 한 명이 멍하니 자신의 아버지의 시체를 바라보는 범이의 두 눈을 가려 품에 끌어 당겼다. 그녀의 몸도, 두 손도 공포감에 덜덜 떨렸다.

 

 “누, 누나. 누나.”

 “자호, 자호는 어디 있지?”

 “여, 여기는 없나보오.”

 “아이고. 자호가 여기에 오면 안 되는데.”

 “태유….”

 “아버지가 곧 오셔서 저희를 구해주실 거예요.”

 

 다 큰 어른들도 덜덜 떠는 와중에 살라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도망간 인간들을 잡느라 주위가 소란스러웠기에 망정이었다. 다른 마을 어른들이 살라에게 조용히 하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어린 살라는 마치 자신이 신의 각인을 갖고 인양 당당했다.

 

 “꼭 구해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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