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유미야.”
다휜이는 울먹거리며 유미에게 물었다.
“그래서, 최준영이 널 의심하다는 거지?”
유미는 그림을 그리던 붓을 부러트리며 대답했다.
“응..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을까?”
“아니, 넌 잘못한 거 없어. 근데 너희들 평소에 친하지 않았어? 데이트도 하고, 데. 이. 트!”
유미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몸을 떨며 말하자 다휜이는 붉어진 얼굴을 한 채 몸을 배배 꼬며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데, 데이트라니! 아직 우리 사귀는 사이는 아니야!”
“아직?”
유미는 불만인 듯이 재차 말을 확인하다가 한숨을 쉰 후 말을 이어갔다.
“하 그건 됐고, 뭐 짐작이 가는 건 없어? 갑자기 널 의심하다니, 수상하잖아.”
다휜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딱히 없는 것 같은데. 평소와 다른 점이라고 하기에는 뭐한데 오늘 반장이 점심시간에 준영이랑 대화하는 걸 봤어. 원래 준영이 민서랑 밖에 말을 안 하거든. 이거 말고는 평소랑 다름이 없었는데, 역시 내가 실수라도 한 걸까?”
유미는 혀를 차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안드라스 짓인가..”
“응?”
“아 아냐, 그나저나 잘 됐네. 너희 둘이 싸운 탓에 오랜만에 이렇게 너랑 같이 잘 수도 있고 헤헤”
유미는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 뭐야~ 나 지금 진지하다고!”
다휜이는 못 말린다는 듯이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아, 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할게. 걱정 말고 오늘은 나랑 재밌게 놀자. 와앙!”
유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한 뒤 다휜이의 팔을 살짝 물었다.
“아아! 너!”
다휜이는 응석을 부리는 유미를 떼어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난 진짜 고민이란 말이야.. 이제야 비로소 준영이랑 얘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는데.. 이렇게 멀어지는건 싫어.”
유미는 그런 다휜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내일 반장한테 물어볼게. 그러니까 오늘은 기분 풀자.”
그리고 나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어. 다휜아.”
* * *
“반장, 할 얘기가 있는데.”
그 다음날 점심시간, 유미가 형민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렀다.
“응? 무슨 일이야.”
“잠시만 나와 줄 수 있어? 여기서 말하면 곤란할 거 같아서 물론 네가.”
유미는 웃으며 반장에게 말했지만, 말에 가시가 돋아 있는 것 같았다.
반장은 그 말을 듣더니 잠시 동안 생각한 후 역시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이지.”
유미는 빠른 걸음으로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매우 화가 난 모양이지 발을 쿵쿵 거리며 올라갔고, 반장은 머리에 양 손을 올리며 태평한 듯 천천히 걸어갔다.
둘 다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유미는 옥상 문을 쾅 닫고 반장에게 말했다.
“그래서? 무슨 속셈이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형민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유미를 약 올렸다. 그러자 유미는 헛웃음을 내며 말을 이어갔다.
“하, 모르는 척 해봐야 소용없어. 다른 건 몰라도 누가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네가 한 짓 맞잖아, 안드라스.”
유미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몰아붙였지만, 반장 형민이는 능청스러운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런 하찮은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대천사님.”
그러자 유미가 분하다는 듯 말했다.
“잊을 수 없잖아. ‘그 때’ 너를 살려 보내지만 않았어도..”
“그렇죠. 그때 대천사님의 그 방자한 마음이 10년 전 ‘그 사건’을 일으킨 거라고도 할 수 있죠.”
비웃으며 말하는 반장의 대답을 들은 유미는 울컥해서 형민이에게 다가가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다가와 봤자 절 죽일 순 없으시잖아요? 10년 전에도 그렇게 ‘인간의 일’에 개입했다가 미카엘에게 된통 혼나셔놓고.”
그러자 유미는 형민이의 배를 쌔게 때렸고, 맞은 형민이는 멀리 날라 가서 반대편 벽에 부딪혔다.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넌 인간도 아니고.”
형민이는 당황한 듯 피를 토하며 말했다.
“10년 전 대 전쟁 이후 천사와 악마 간 맺은 조약 몰라? 무슨 이유에서든지 서로는 건들이지 않기로 했잖아! 이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아니, 대천사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유미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숨을 내쉬며 진정한 후 형민이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다휜이를 위해서라면 그깟 조약 깨 부시고 다시 전쟁을 일으켜도 상관없어.”
형민이는 비웃으며 말했다.
“역시 대천사님도 마음에 걸리시는군요? 10년 전 ‘그 일’에 대해. 그래서 유독 그 여자..”
유미는 순식간에 형민이 쪽으로 이동해 형민이 옆에 있는 벽을 쾅 치며 말했다.
“더 이상 말하면 진짜로 죽인다. 그리고 앞으로 다휜이랑 준영이 둘 다 건들지 마.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알고 있겠지?”
“최준영, 그는 왜죠? 대천사님도 눈엣가시잖아요 그가.”
그러자 유미는 형민이를 째려보며 말했다.
“상관없어. 그게 다휜이의 바람이라면 난 들어줄 거야.”
그리고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를 지킬 의무가 있어. 내 잘못으로 10년 전 ‘그 사건’이 일어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