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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내 맘대로
작성일 : 18-12-01 22:02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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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화장실 안에서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던 다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효성이 벌써 왔나 했는데 세욱이었다.

 

 그제야 세욱이 응급실 입구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받을 수 없었다.

 

 남자 목소리인 것도 그렇지만, 세욱이라면 효성의 목소리라는 것까지 알아차릴 것이다.

 

 그냥 돌아가라고 문자라도 보내야 하나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볼 때 문자 하나에 순순히 돌아갈 세욱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

 

 효성과 통화하고 15분 정도 지났을 때,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효성이었다.

 

 - 다나씨, 나 지금 응급실 화장실 앞에 왔는데.

 

 “저 여자화장실에 있어요.”

 

 - 지금 여자화장실에 사람 없는 거 같으니까 어서 나와요. 내가 옷 가방 줄게요.

 

 다나는 화장실 앞으로 나와 효성에게서 옷 가방을 빼앗듯이 받아들고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변기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지만 뒤를 돌아보기 전에 후다닥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머리가 좀 아프긴 하군요.”

 

 효성이 다나를 보며 말했다. 효성은 헐렁한 맨투맨 티에 끝단을 둘둘 말아 올린 트레이닝바지를 입고 있었다.

 

 “오늘 알레르기 반응이 좀 심했거든요.”

 

 “집에 갑시다.”

 

 효성이 담담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사실 본인도 다나만큼이나 실망스럽고 속상할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다나는 그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사귀고 말고를 따지기 전에 일단은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자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두 사람은 주차장에 갈 때까지도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을 질투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둘 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효성이 리모컨 키를 누르자 랜드로버의 미등이 반짝 빛났다.

 

 “어? 의원님 차 에쿠우스 아니었어요?”

 

 “그건 업무용 차고, 평상시에는 이걸 몹니다.”

 

 SUV를 좋아하나 보지. 무거운 세단보다는 이런 쪽이 이미지에 더 맞긴 하네.

 

 랜드로버 조수석에 올라타던 다나가 갑자기 헉, 숨을 삼켰다.

 

 “의원님, 집에서 병원까지 제 몸으로 운전하고 오신 거예요?”

 

 “네.”

 

 “저 운전면허 없는데...”

 

 “그럴 줄 알았습니다. 몸이 제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더군요.”

 

 “그럼 운전을 하지 말았어야죠.”

 

 “다나씨가 병원에서 울고 있는데, 한가하게 택시 타고 올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 이 남자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있지. 이렇게 멋있게 굴면 자꾸 기대고 싶어지는데.

 

 “결국 안 좋은 예감이 맞아버렸군요.”

 

 “그러니까요. 애시당초 의원님이 안 좋은 예감 같은 거 가지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거 농담입니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 농담은 아니다. 그냥 뭐든 원망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쨌든 한 가지 사실은 알아냈으니, 일단 그걸로 만족해야죠.”

 

 “키스를 하면 다음날 일곱시 반이 되기 전까지는 제 몸으로 유지된다?”

 

 “역시 다나씨는 머리가 좋아요. 마음에 듭니다.”

 

 “그거 칭찬 아니죠?”

 

 “물론 칭찬입니다.”

 

 칫, 다나가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다나씨, 그럼 제가 슬슬 운전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효성이 조수석의 다나에게 몸을 기울였다.

 

 안전벨트를 매주려나?

 

 아담한 여자가 몸집이 자기 두 배는 되는 남자의 벨트를 매주다니 제3자가 보면 이상한 그림이겠네, 라고 생각하는데 효성의 입술이 다나의 입술을 쪽, 하고 덮었다.

 

 너무 놀라 어버버, 하는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고 곧 그 말도 그의 입술에 삼켜져 버렸다.

 

 기습키스였다.

 

 따뜻하고 도톰한 입술의 느낌... 은밀하게 파고드는 부드러운 혀...

 

 키스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은 없지만 다나의 입술이 그의 입술 사이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렸다.

 

 아니야, 키스에 너무 빠져들면 안 돼. 이건 생존을 위한 물리적인 행위일 뿐이야.

 

 “무면허 운전은 한 번 하는 것도 위험하죠.”

 

 그제야 효성이 왜 그렇게 헐렁한 옷을 입고 나타났는지 알았다.

 

 효성은 집을 나올 때부터 이런 상황을 내다보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 걸 실감할 틈도 없이 조수석에 멍하니 있던 다나는 모든 게 효성의 큰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도 모르게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알레르기라니 어떻게 된 겁니까? 뭘 먹었길래.”

 

 차를 출발시킨 효성이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물었다.

 

 “그게, 잘 모르겠어요. 시저 샐러드 먹었는데 거기는 원래 참치가 안 들어가거든요.”

 

 “흠, 그래도 별 탈 없어서 다행이군요. 혼자였습니까?”

 

 “아, 아뇨.”

 

 “그럼?”

 

 “저희 방 직원하고 같이 있었어요.”

 

 “의원실 직원하고?”

 

 이거 뭔가 효성의 말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흥분했나?

 

 “네.”

 

 “토요일에 의원실 직원을 만났단 말입니까?”

 

 다시 존댓말을 쓰는 걸 보니 냉정을 되찾으려 하고 있군.

 

 “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 직원, 혹시 남잡니까?”

 

 남자냐고? 효성의 말투가 제법 날카롭게 느껴졌다.

 

 오호라, 지금 이 남자 질투하는 건가?

 

 “네. 남자사람입니다. 아, 의원님도 아는 사람이에요. 이세욱이라고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던데.”

 

 “뭐? 이세욱? 다나씨, 이세욱하고 같은 방에서 일합니까?”

 

 뭐야, 이 반응은. 별로 안 친한 정도가 아니라 몹시 싫어하는 사람한테나 나오는 반응인데.

 

 “네.”

 

 “근데 주말에도 만나는 사이에요?”

 

 “만나는 사이라고 말할 순 없는데요. 가만, 만난다고 해도 안 될 건 없잖아요.”

 

 “안 됩니다.”

 

 “네?”

 

 “다나씨의 몸을 50% 공유하는 사람으로써 이세욱하고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지내는 걸 반대하겠습니다.”

 

 “누구 맘대로요?”

 

 “내 맘대로.”

 

 “네에?”

 

 다나가 놀라자 효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더니, 금세 무슨 일이 있었냐는 얼굴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 인간이 잘도 사람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아니. 이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물어봐야겠어.

 

 “의원님 저 어제부터 궁금했는데요.”

 

 다나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운전 중입니다.”

 

 “헐.”

 

 “할 얘기 있으면 집에 들어가서 차라도 마시면서 얘기합시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차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지금 제가 왜 의원님 집에 가야 하죠?”

 

 “나한테 궁금한 거 있다면서요.”

 

 가만, 이거 또 효성의 큰 그림에 말리는 거 같은데.

 

 “천천히 쉬면서 저녁도 먹고, 앞으로 어찌할지 계획도 다시 세우고, 몸 상태 좀 괜찮을 거 같으면 이따 밤에 점집도 가보고 해야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 번의 키스로 몸이 제대로 돌아온 게 아니라면, 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다음날 저녁 7시 반까지라면, 앞으로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키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복잡하고 꼬인 상황이었는데, 왜 그런지 효성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다.

 

 

 

 “뭐 마실래요?”

 

 집에 들어온 효성이 다나를 보며 물었다.

 

 “전 그냥, 물이요.”

 

 효성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컵에 따라 주었다.

 

 “배는 안 고파요?”

 

 “약간 고픈 거 같은데, 얘기부터 하구요.”

 

 “그래요. 말해 봐요.”

 

 아까는 확실히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생각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찬물을 마시면서, 의원님 혹시 나 좋아해요? 내가 누구를 만나든지 말든지 왜 의원님이 참견해요? 따위의 질문은 할 수가 없단 말이다.

 

 효성은 다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궁금한 거 있다면서요?”

 

 “그게... 까먹었어요.”

 

 “네?”

 

 “나중에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요.”

 

 하, 효성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 나도 아까 내 맘대로니 뭐니 할 때 코웃음을 쳤어야 하는 건데.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뭐 먹고 싶어요?”

 

 “음... 참치 안 들어간거요.”

 

 “그래요. 갑시다.”

 

 “또 나가요? 그냥 시켜 먹어요.”

 

 “배달음식 속에 안 좋을 것 같은데... 아, 그럼 기다려요. 내가 사 올테니.”

 

 “아니, 그냥 아무거나 시켜먹어도 괜찮은데.”

 

 “근처에 전복죽 잘하는 집이 있는데 그 집이 배달이 안 되거든요.”

 

 죽 안 좋아한다고 말할 틈도 없이 효성이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해주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다나는 효성이 들고 왔던 가방에서 자신의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

 

 처음부터 빈집 수색을 벌일 생각은 아니었다.

 

 소파에 얌전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효성이 돌아오길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가만, 이럴 게 아니라 집이나 좀 구경해볼까?

 

 주인도 없는 집을 둘러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한번 일어난 호기심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사실 지난 3박4일 동안 이 집에 있으면서도 거실, 화장실, 손님방 밖에 보지 못했다.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방의 용도는 대략 알고 있었다.

 

 옷방, 서재, 침실.

 

 다나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일어났다.

 

 가장 처음 가볼 방은 서재였다.

 

 은밀한 공간인 침실은 맨 나중에 볼 생각이었다.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처럼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다나는 거실을 가로질러 서재 문을 열었다.

 

 으헉, 서재를 본 다나의 눈이 두배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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