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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사냥
작가 : 어들
작품등록일 : 2018.12.1

마녀사냥으로 마녀가 다 죽고, 마법사들만 살아남은 그 날.
마법사 사냥 령이 떨어진다.

 
2화
작성일 : 18-12-01 19:03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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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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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유는 미연의 외침에 재빨리 반응하며 지팡이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죽음을 아주 조금 느꼈다. 그들이 후유가 지팡이를 들자마자 특수 총을 소년을 향해 쏜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피해 베란다 창가에 올려둔, 미연이가 애지중지하던 화분을 깨 버렸지만.

 덕분에 미연이는 화가 나서 난리를 치고 있었고, 그 난리를 오빠가 간신히 막고 있었다.

 

 "다시 말한다. 베란다에 서 있는 마법사. 지팡이를 버리고 순순히 잡혀라."

 

 이렇게 된 이상, 오기로도 안 잡힐 거야.

 후유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들이 총을 쏘기도 전에 지팡이를 그들을 향하게 들고는 마력을 흘려보냈다. 딱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지팡이는 지금 상황에 알맞은 파괴 마법을 사용했다. 단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파괴 마법으로 인해 헬리콥터는 아파트 17층 높이에서 공중분해가 되었고, 무방비 상태였던 사람들은 그대로 떨어지게 되었다.

 

 "헉!"

 

 후유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시며 얼른 그들을 구해냈다. 이번에는 지팡이를 잡지도 않았는데 생각한 대로 지팡이가 움직여주어 구할 수 있었다.

 

 "…… 이제 어떡하지."

 

 후유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베란다에서 나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다 뻥 뚫려 있어서 집 안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듯했다.

 

 "미연 누나…? 이제 어떡해…?"

 

 후유가 물었다.

 

 "으음…. 그게 말이야……. 그냥…. 튈까?"

 "이 좁은 데에서 튈 곳이 어디 있다고……."

 "어디로든 말이야…. 하하하!"

 

 미연이는 후유가 날려 보낸 집 때문에 여전히 정신이 안드로메다였다. 그때 그녀의 오빠가 나서 말했다.

 

 "어어, 일단 저 사람들은 보내야 하지 않을까? 너를 잡으려는 사람 아니야?"

 "아…. 그런가요…?"

 

 후유는 그녀의 오빠에게 깍듯이 존대를 사용하며 대답하고는 자신에 의해 살아있는 사냥꾼들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이 마법사들을 거의 다 죽였다. 잔인하게. 무슨 짓을 했던, 숨쉬기만 해도 죽였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후유는 갑자기 구역질할 것 같았다. 바로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참았다. 안 그래도 인간들이 생각하는 마법사는 미치광이에 인육을 좋아하는 살인자 같은 부정적인 인식인데 여기서 정말로 죽여버린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뭐, 아무도 돌이킬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후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하나는 확실했다. 이 사람들은 죽여선 안 됐다. 후유는 짜증이 치밀었지만, 욕 대신 고개를 떨궜다. 왜 마법사들은 이렇게…… 숨 막히게 살아가는 걸까. 사람이고 뭐고 그냥 다 같이 맞섰으면 어떻게든 살았을 텐데. 왜 초기의 마법사들은 인간들에게 선행을 베풀었을까...

 후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운 탓이었다.

 

 "……결국, 모두 제 잘못인가 봐요."

 "어…?"

 

 후유의 나지막한 한숨과 섞인 말에 그녀의 오빠는 당황해 되묻듯이 내뱉었다. 후유는 이제 분노로 인해 차분해졌다. 모든 걸 다 내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뭐든지 다. 그리고 이제는 미연이가 떠올랐다.

 후유는 갑자기 떠나고 싶어졌다.

 그렇게 큰 이유는 아니지만, 왠지 정말로 떠나고 싶어졌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라는 걸 깨달은 아이처럼 소년은 한숨을 또 내쉬었다. 몇 분 전의 일이 후유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긴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후유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건 미연이 가족에게 준 피해였다.

 마법사 신분인 이상, 후유는 인간세계에서 정상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미연의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그 생각까지 미치자, 후유는 이들을 떠나야겠다고 판단했다. 갈 곳도 없겠지만, 이곳이라고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제가 떠나는 게 맞을까요?"

 "뭐? 콜록콜록…. 후유 너는…. 갈 곳도 없잖아!"

 

 미연이의 오빠가 기침을 심하게 하며 소년에게 말했다. 잠시 후유는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생각해보니 참 많은 민폐를 끼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 보면……."

 

 소년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어차피 뒤에 올 말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는 후유를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많은 민폐를 끼쳤지. 6년 동안이나. 거기에다 이제는 집까지 날려버리다니, 떠나는 게 맞을까요? 고 뭐고 그냥 가야지."

 "미연아?"

 

 침묵을 지키던 그녀의 오빠가 갑자기 놀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미연이가 눈곱만큼의 흔들림도 없이 후유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녀의 오빠가 옆에서 "야, 왜 그래……." 라고 속삭였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소년을 노려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후유는 눈을 깜빡였다.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뭘 바란 건 아니었지만 막상 닥쳐오니 속상했다. 그러나 지금의 후유는 그럴 어리광을 부릴 수 없었다.

 

 "…. 맞는 말이에요. 저 사람들은 제가 잘 처리 할게요. 이 집값도 제가 어떻게든 낼게요.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했어요."

 

 후유가 미연이에게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존댓말을 사용하며 마지막 인사말을 했다. 미연이는 소년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더 대답이며 말은 꺼내지 않고 그냥 소년을 보냈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끝났다.

 

 

 

 

 

 끝이 아니었다.

 

 

 

 

 

 후유는 그들에게 진짜로 집값을 주었다. 소년이 떠나고 이틀 후 그들의 집 앞에 현금 상자가 쌓여있었다. 그걸 옮기느라 옆집과 윗집 사람들까지 불러야 했다.

 미연이는 문득 소년에게 이런 큰돈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는지에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이내 얼른 지웠다. 이제 더 그 소년, 후유는 미연이에게는 지워진 사람이었다. 지우고 싶은 사람이었다.

 미연이는, 어렸을 때의 후유를 살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갔다. 그녀는 항상 평범했다. 마법사 사냥꾼이었다는 그녀의 과거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고, 거기에다 그녀까지 마법사와는 연관성이 없도록 행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는 항상 아팠다. 어릴 적 그녀를 구해내다가 어떤 병에 걸렸다. 그게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10년 동안 유지되는 걸 보면 죽을병인 건 분명하다.

 이후, 그들은 천천히 후유를 잊고 있었다. 그렇게 다 잊을 즈음.

 예전과 같은 상황이 그들을 세게 치고 지나갔다. 그 상황은 다름 아닌…….

 

 콰과광--!!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망할 이 집은 쏟아부은 돈이 무색할 만큼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뚫린 곳 옆으로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아주 살짝 예상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연…. 누나……. 안녕하세요."

 

 하하하. 이런 재수 없는 날이 있나.

 미연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눈앞으로 검은 물체가 아주 빠른 속도로 샥 지나가더니 거실에 있던 TV 한가운데에 박혔다.

 

 "이런 ㅅㅂ…. "

 

 미연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베란다로 척척 걸어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 위엔 저번 그 일 때처럼 검은색 헬리콥터가 또 있었다. 미연이는 심호흡하고 그곳을 향해 소리쳤다.

 

 "야!! 너희 마법사 잡는 건 뭐라 안 하겠는데, 제발 피해만 주지 마라! 우리 집 벌써 두 번이나 박살 났다고!"

 

 와르르르…. 콰직. 부스럭.

 미연의 뒤에서 무언가가 쏟아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온갖 짜증을 다 느끼며 뒤를 돌았다. 뒤에는 파란색 옷을 털고 있는 후유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소년은 머리카락 위에 올려진 벽의 잔해들도 열심히 털고 있었다. 그리고 미연이가 자신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다시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늘 쪽에서 쾅- 콰앙 하는 재앙이 일어날 법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쿵

 

 소리의 위치로 봐서 그녀의 오빠 방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오……."

 "미연아? 무슨 일이야?!"

 

 그는 몸이 성치 않은데도 미연이에게 뛰어오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나 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린 그는 탄식을 내뱉었다.

 

 "……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가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이내 기침을 작게 했다.

 

 "그게…. 후유가 다시 온 것 같아."

 "후유……후유가?!"

 

 그는 매우 놀라 얼른 창가로 다시 뛰어갔다. 도중에 심하게 기침을 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후유!!"

 

 그가 외쳤다. 후유는 공중에서 헬리콥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목소리에 잠시 한눈을 팔았다.

 

 탕-!

 

 "커 헉……."

 "세상에, 후유!!"

 

 후유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그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것 때문인지 소년에게 신경을 쓰지 말려던 미연이도 하는 수 없이 창가에 섰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바닥에 떨어지는 소년을 보고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아아!"

 

 미연이는 한껏 걱정스러운 눈으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소년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떨어진 것인지. 나무 속? 혹시, 그들이 데려간 걸까!

 미연이는 입을 틀어막으며 뒷걸음질 치더니,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현관문을 비틀어 열었다. 그리곤 계단을 다급히 내려갔다.

 그녀는 이윽고 1층에 도착했다. 총알처럼 빠르게 튀어나온 그녀는 딱 두 번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왼쪽으로 냅다 뛰었다. 아파트 반대쪽으로 가야 했다. 마침내 코너를 돌아서 펼쳐진 광경은….

 헬기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타고 차례대로 내려오는 광경이었다.

 미연이는 얼른 소년을 찾아 뛰었다. 그들보다 소년을 더 빨리 발견해야 했다. 그녀는 6년 전 소녀처럼 발을 내디뎠다. 그때의 무심하지 않았던 생명에 관한 생각을 다시 찾아내기 위해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도 중요한 소년을 찾아 풀 속을 헤집었다.

 그리고 마침내….

 

 "후유!"

 

 그녀는 자신의 손에 소년이 닿자마자 바로 끌어안았다. 의식은 미약하게 있었다. 소년은 눈을 뜨자마자 들려오는 한 여성의 울음소리에 놀라며 자신을 끌어안은 여자를 꼭 안아주었다. 소년의 그리 크지 않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을 때, 그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울음을 그쳤다.

 

 "후유……."

 

 미연이는 소년의 이름을 작게 속삭이듯이 부르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년에게로 손을 뻗었다. 소년도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비로소 모든 게 다시 돌아왔다. 고 생각했다.

 소년이 갑자기 비틀거렸다.

 

 "후유? 무슨 일이야?!"

 "으윽…. 총알이……."

 

 후유는 의식이 없었던 동안 아프지 않았던 상처를 만질 듯 말 듯 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왼쪽 어깨 쪽에 총알이 박혀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으아, 후유! 괜찮아?"

 "흐윽…. 후…. 아마도…. 괜찮을 거예요…. 다만 문제가…. 총알을 빼야 하는데……."

 "마법! 마법으로……."

 

 그러나 후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힘겹게 입을 뗐다.

 

 "지금….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벌써 헬기에서 내린 자들이 이쪽 주변을 수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짧으면 1분 이내. 길어봐야 3분. 미연이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떡하지……."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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