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우리는 정식 동아리로써 학교 뒤에 있는 건물 5층 꼭대기의 한 부실을 얻게 됐다. 처음 입학할 때 봤을 때는 엄청 커보였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니 학교 크기랑 비슷한 수준이었다. 우리가 얻은 부실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았지만 학기 중간에 만들어진 동아리기 때문에 작은 부실밖에 줄 수 없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애들아 미안해, 남은 부실이 이곳밖에 없구나.”
선생님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이렇게 부실을 얻어 주신 것만 해도 정말 감사드린걸요.”
우리는 입을 모아 감사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리자 선생님은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수고해.”
“네 선생님.”
작별인사를 하고 난 후 선생님은 전화를 하시며 복도를 걸어 나갔다. 선생님이 가시고 난 뒤 쭉 부실을 둘러보던 유미가 말했다.
“음, 일단 청소부터 해야겠네.”
“그러게 창고로 쓰였던 곳이다 보니 먼지도 많이 쌓였네.”
민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민서도 새로운 부실이 생긴다는 생각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현실은 먼지로 뒤덮인 작은 부실이라 적지 않은 실망을 한 모양이다.
나는 그런 민서에게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걱정 마. 다 같이 치우면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격려에 힘을 받았는지 민서는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그래, 일단 짐부터 정리하자.”
우리는 큰 짐부터 차근차근 정리를 시작했는데, 한 구석에 차례차례 크기 순서대로 물건을 쌓아 올렸고 몇몇 잡동사니들이나 쓰레기들은 한곳에 모아서 버렸다.
모아놓은 잡동사니들을 쓰레기봉투에 쑤셔 넣으니 4봉지 정도가 나왔다. 나는 민서와 함께 쓰레기 봉투를 2봉지씩 들며 말했다.
“우리는 쓰레기 버리고 올 테니까 그동안 바닥 좀 쓸고 있어줘.”
“그래, 수고해.”
유미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다휜이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민서랑 같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장으로 가면서 민서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응? 뭐가?”
의외였는지 민서는 놀라며 말했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민서에게 다시 말했다.
“기대했잖아, 부실. 이렇게 먼지 투성이인 작은 부실이여도 괜찮은 거야?”
민서는 걸어가면서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다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먼지는 우리가 지금 청소하고 있고, 문학 동아리인 만큼 그렇게 큰 부실도 필요 없고. 나는 너랑 다른 애들이 들어 와줘서 새롭게 동아리를 만든 걸로도 만족해.”
“그럼 다행이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쓰레기를 다 버리고 다시 부실로 돌아가자 마침 그녀랑 유미 또한 바닥 쓸기가 끝나있었다. 바닥 쓸기가 끝나고 닦으려고 하던 도중 문득 배고프다고 느낀 나는 모두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배고프기도 한데 어디서 시켜먹거나 할래?”
“오 그거 좋다. 어때? 다휜아.”
마침 배고팠다는 듯이 유미는 신나서 그녀에게 물어봤다.
“뭐, 괜찮지 않아? 마침 나도 배고팠고.”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민서가 핸드폰으로 배달 집을 검색하던 도중 얘기했다.
“근데 늦었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뭐 하나 사오는 건 어때? 핸드폰으로 보니까 지금 배달되는 곳이 다 먼 곳 뿐이네.”
“뭐야, 너치곤 괜찮은 생각인데?”
유미가 의외라는 듯이 반응했다.
“평소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넌..”
이렇게 민서와 유미가 서로 말싸움을 하던 도중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럼 누가 사가지고 올까?”
“그럼 내... 억”
민서가 손을 들고 말하려는 찰나에 유미가 팔꿈치로 민서의 배를 가격했다. 그러고 웃으며 얘기했다.
“마침 바닥 청소도 해야 하니까 나랑 얘는 끝까지 청소 하고 있을게. 너희 둘이 사오는 건 어때?”
“그래 알았어. 빨리 같다올게.”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는 유미의 말을 듣고는 심하게 동요하면서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말했다.
“야! 너..! 알았어. 빨리 갔다 올게.”
* * *
“혹시 하나 물어봐도 될까?”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던 도중 나는 그녀에게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보기로 결심하고 말했다.
“뭐, 물어보던지.”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이전에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혹시 우리 내가 처음 이 고등학교에 전학 오기 전에 만났던 적 있어? 그때 네가 했던 말이 신경 쓰여서 쭉 생각해봤는데 도저히 모르겠거든.”
그녀는 이런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라는 눈치였지만, 곧 답답하다는 듯이 눈을 한번 오래 감은 후 말문을 열었다.
“하, 너 정말 다 까먹은 거야?”
“응?”
“10년 전에 있었던 일 다 까먹은 거냐고.”
나는 얼빠진 듯 듣다가 10년 전이라는 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렸다.
“10년 전?”
“어, 10년 전. 아무리 그래도 그 때 네가 큰 사고를 당했다는 건 알잖아.”
“어? 그걸 네가 어떻게..”
나는 당황해서 말문이 턱 막혔다. 그때 확실히 내가 사고를 당한 것은 맞지만 그걸 그녀가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심한 듯 양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
“그래, 기억 안 나는 모양이니까 그냥 다 얘기해 줄게. 그때 말이야,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