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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열일곱, 네가 싫다.
작가 : 나투루
작품등록일 : 2018.12.1

평범한 스물 일곱이었던 주인공은 어느 날 열 일곱살로 돌아가게 되었다.
열 일곱, 주인공의 삶을 쥐고 흔들었던 불안한 사춘기. 그 때로.
정말 좋아했고, 그만큼 싫었던 그 아이를 피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과거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예전의 자신을 발견하고, 점점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흔한 성장물.

 
001.
작성일 : 18-12-01 12:01     조회 : 393     추천 : 1     분량 : 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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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르르

 

 매캐한 매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자극적인 향에 더 이상 잠에 취해있을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이려니 온 몸이 끈적였다.

 땀 투성이의 손만을 간신이 들어 코를 막아본다.

 그러나 이미 코 속에선 아찔한 고통이 느껴진다.

 

 익숙한 느낌이다.

 분명히 익숙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낯선 느낌이다.

 이미 잊은지 오래 된 그런 낯선 느낌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기억 속 저편으로 밀어넣은 적 있는 그때의 그 냄새.

 어떻게 잊을 수 있겠고, 어떻게 잊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랬다.

 나는 17살로 돌아왔다.

 

 ----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빚을 갚으러 오늘도 여기 저기 친구들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새벽 일찍 일을 하러 나가셨다.

 오빠는 타지역에 있는 대학의 기숙사에 살고 있다.

 혼자가 익숙하다.

 열일곱의 나는.

 그렇지만 성인인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열여섯 이후로 나는 정말 필사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섞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나는 곤란하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연기하려 하든, 사람들은 내게서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무엇보다 열일곱의 내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땐, 좀 더 솔직했다.

 그리고 '나'다웠다.

 그러나 지금은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역시,

 곤란하다.

 일단은 곤란한 것은 곤란한 것이고, 지금은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

 어른이 되어서 달라진 것, 나아진 것이 있다고 하면, 무슨 상황이 와도 무뎌졌단 것이다.

 어차피 내가 울고 매달리고 화를 내봤자,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나를 이렇게 만든 상황은, 나를 더욱 더 가혹하게 채찍질 할 것이다.

 그러니, 벗어나고 싶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밖에.

 

 "지금은, 8월 3일인가? 그럼 보충수업 개학까지 일주일 남았네."

 

 가장 먼저 한 것은 날짜의 확인이었다.

 온 몸에서 풍겨오는 불쾌한 땀 냄새, 살갗을 빨갛게 데우는 온도 등으로 여름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17살이면, 학교도 가야하고, 보충수업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 애와 만나야 해."

 

 나를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

 나는 오로지 그 애와의 만남을 피하려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찼다.

 --------------------

 

 그 애는 친구였다.

 굳이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어른이 되며 차츰 연락하지 않게 된 고향 친구."란 미적지근한 의미는 아니었다.

 그 애와는 그런 편한 관계로 말할 수 없다.

 그 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자꾸만 나를 그 시절에 갇혀서, 자꾸 그 때로 되돌리는 트라우마.

 그 이후 나는 관계에 집착하고 모두에게 맞추며 순응하는 "예스형" 인간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 애가 나쁜 애는 아니었다.

 사실 그게 더 큰 문제였다.

 나는 맘 편히 그 아이를 미워하지도 잊지도 못한 채,

 그저 상대가 준 상처만을 온전히 떠안고 산 만신창이 어른이 되었다.

 하필이면 열일곱으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꿈에서조차 그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다음 날 아침 펑펑 울어 부은 눈으로 출근하고 싶진 않다.

 나는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건'을,

 '그 아이'를

 회피하겠다!

 

 -------------------------------------------------------

 

 일주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새 나는 벌써 교실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심스레 교탁을 어슬렁거려 내 자리를 알아냈다.

 

 '그러고보니 복도 자리라서 시끄럽다고 짜증냈었지.'

 

 오랜만에 앉아보는 학교 책상이 낯설었다.

 매일 보던 매끈한 화이트 책상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나무무늬를 넣은 플라스틱 책상이 낯설다.

 

 '그나저나, 되게 할 거 없네.'

 

 자리나 사물함 위치 등 이것저것 알아둬야 할 게 많아서 일부러 일찍 등교했다.

 생각보다 그 모든 게 일찍 끝났을뿐.

 하긴 미리 학교 홈페이지에서 지도를 찾아 최단루트를 짜고, 시뮬레이션했다.

 

 "그래도, 시간 계산 미스는 아쉽다."

 

 "응? 뭐가 아쉽다고?"

 

 "응?"

 

 아뿔싸. 누가 왔었나보다.

 친근하게 말을 거는 것보니 아는 사람인가보다.

 누구인지는...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얼굴은 가물가물하게 기억날 것 같은데...

 

 말을 건 아이는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그러고보니 이런 녀석, 친했던 것 같기도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피부에 숨구멍 하나 안 보이고 잡티도 거의 없다.

 더불어 약간 분홍색으로 물든 뺨이 생기있는 인상을 만들고 있었다.

 깔금하게 자른 단발머리는 목 위로 찰랑찰랑한다.

 

 '아...이 녀석...쿨톤인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렇지.

 학생이니까 명찰을 하고 있을 거다.

 나는 시선을 그녀의 가슴께로 옮겼다.

 

 "맞다. 우리 학교 명찰 카드 목걸이식이었지."

 

 가슴에 다는 명찰은 중학교 때 교복이었다.

 그녀는 목걸이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이런 뼈 아픈 실수를 하다니.

 분명 그녀는 기분이 나쁘겠지?

 자기 이름을 잊어버리다니.

 

 "푸하하하. 야, 너 원래 어리버리한 건 알고 있었는데. 방학 지나니까 사람 이름을 다 까먹냐?"

 

 '어?'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너무하네."

 

 타박하는 말투였지만 알 수 있었다.

 농담이었다.

 말투, 어조, 표정 등을 보면 농담이 확실했다.

 

 "어, 응. 와하하하. 내가 워낙에 바보여야 말이지. 미안. 미안."

 

 그제서야 그녀는 주머니에서 명찰을 뒤적였다.

 그렇게 들고다니면 분명 어딘가에서 잃어버릴 것 같은데.

 음. 참 적당히 사는 친구네.

 

 "짠!"

 

 명찰을 목에 걸고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보여주었다.

 마치 상이라도 받은 마냥 의기양양했다.

 

 "어. 맞다. 이정연!"

 

 그랬다.

 있었다.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마치 길에서 십수년만에 은사라도 만난 냥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어..응..야, 너 왜 그래ㅋㅋㅋㅋㅋ."

 

 "앗! 아니, 너보니까 좋아서 그렇지. 여름 방학은 잘 지냈어?"

 

 퀴즈 프로그램 우승자라도 된 마냥 떠들었단 걸 깨달은 나는 급속도로 부끄러워졌다.

 손을 공손히 모으고, 수줍게 안부를 묻는다.

 

 "야, 이. 너무.."

 

 "너무?"

 

 "잘 지냈지! 너무 잘 지내서 탈이었어. 아, 왜 고등학생은 방학이 일주일인 거야."

 

 "어차피 대학교 가면 쉴 거라서 그렇다."

 

 정연이의 높은 목소리가 아니라 둔탁하고 낮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 목소리는 확실히 아는 사람이다.

 담임이다.

 

 "아, 쌤. 왜 소리도 없이 막 들어와요."

 

 "야, 그러면 내가 내 교실 들어오는데 허락받고 들어와야 하냐?"

 

 "여기가 왜 쌤 교실이에요. 우리 반이지. 쌤은 교무실에 쌤 자리 있잖아요. 거기로 가요."

 

 "아휴. 드럽고 치사한 기지배. 알았다, 야. 그나저나 너 오늘 주번이지? 빨리 환기 좀 해라. 이런 교실에서 수업하면 폐암 걸리겠다."

 

 "으~유난은.넵~넵~"

 

 "대답은?"

 

 "짧고 굵게!"

 

 그러고보니 정연이는 담임과 친했다.

 담임은 대학 빌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는데, 근본은 유쾌한 사람이었다.

 하도, '대학 가면~'이라는 말을 해대서 좀 짜증나긴 했었도.

 특히 똑같이 유쾌한 정연이와 사이가 굉장히 좋았다.

 너무...좋았다.

 그랬다.

 나는 선생님이 나간 앞문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정연이를 바라보았다.

 

 '선생님하고 너무 가까이 지내지마.'

 

 목이 차올랐다.

 그리고 턱하니 막혔다.

 

 [결국 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래, 말한들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설사 앞으로 일어난다 하는 일이라도, 그건 '남'의 일이다.

 나는 끼어들 권리도 의무도 없다.

 오지랖을 부려도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일 것이다.

 그리고 그게 상대에 대한 호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던 열일곱의 '나'는 없다.

 

 여기 있는 '나'의 알맹이는 그저 지칠대로 지친 '스물 일곱의 나'다.

 

 ----------------------------

 

 정연이는 어느새 청소를 하겠다며 나가고 없다.

 그 사이 몇 명 학생들이 더 등교했다.

 그 중에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혼자가 된 나는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이 시기'에 나랑 친했던 사람이 몇 명인지, 누구였는지로.

 기억이 맞다면, '정연'이는 그렇게까지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성격이 워낙 밝고 좋은 아이라서 인사는 꾸준히 했고, 말도 몇 마디 나누었다.

 그러나 그저 그 뿐. 흔히 생각하는 그냥 '반 친구'였다.

 그럼 정말 친했던 사람들은 누구지? 누구였더라?

 수면 아래 잠들어있던 기억을 조심스레 깨워낸다.

 고통스러워서 보지 않으려 했던 조각들을 조심히 다듬어낸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원체 이름을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기도 했고, 듣기 괴롭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한 결과이기도 했다.

 노력을 좀 덜 할 걸 그랬나?

 아니다. 그랬다면, 지난 10년간 더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대강의 생김새와 성격이 기억이 났다는 점이다.

 

 '별명을 지어보는 건 어떨까?'

 

 나는 가방을 뒤적여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필통에서 흔한 삼색 볼펜을 꺼내서 기억난 것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화통>

 이 그룹에서 제일 목소리가 큰 사람.

 실세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비위를 맞춰주었다.

 성격이 맞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접점은 많이 없었다.

 

 화통 나와 함께 같은 그룹에 있었지만, 솔직히 서로 어색한 사이었다.

 나중엔 오히려 그런 점때문에 더 편했지만.

 

 <기린>

 화통의 절친, 이성적임.

 항상 자기 이득과 실리를 우선으로 놓음.

 사이는 화통과 비슷했으나 좀 더 이야기 함.

 토끼와 갈등이 있었음.

 

 기린은 항상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저렇게 살 수 있나 싶지만, 대체적으로 예상 내에서 행동해주는 편이라 지금 상황에선 대하기는 제일 편할 것이다.

 

 <호빵>

 평화주의자, 모든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보려고 함. 남 이야기에 쉽게 휩쓸리고 의존적.

 남에게 공감을 잘 하나, 자기가 처해 본 상황이 아니면 자기 식으로 판단함.

 나와 토끼와 셋이 친했음.

 

 이 사람은, 토끼 다음으로 불편한 사람이다.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토끼>

 그룹의 관리자.

 관계를 조율하는 일을 많이 함. 엄청 스트레스 받아 했음.

 스트레스 받는 일을 나에게 자주 이야기했었음. 원칙주의자.

 나와 가장 친했던 사람.

 

 "너무 부정적으로 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들과는 직간접적으로 밑바닥을 본 사이다.

 더군다나 그 끝이 최악이었다.

 당연히 안 좋은 면이 먼저 떠오른다.

 

 어쨌든 정리하자는 건 좋은 생각이었다.

 

 '좋아, 됐어.'

 

 나는 망설임없이 글자들을 볼펜으로 까맣게 칠한 후 종이를 좌악좌악 찢어버렸다.

 혹시 몰라서 찣은 종이는 가방 속에 넣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냐구?

 데인 적이 있으니까다.

 소설이나 만화나 영화를 보면, 악당들이 망하는 이유의 80퍼는 방심이다.

 나는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살아남기로 결정했으니까.

 

 "어, 일찍 왔네?"

 

 가방 문을 닫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십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었던 그 목소리가.

 맑고, 카랑카랑 한 게 여전하구나.

 그 목소리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호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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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나 19-05-12 07:46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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