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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평범한 근무자들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1.12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와 고찰

 
연극감독, 충실한 개와의 기억 12
작성일 : 18-12-01 09:4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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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는 늦게까지 홀로 일터에 남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마 자신은 크나큰 위험에 빠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라니는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숙고와 사색, 읽었던 책들이 모두 쓸모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자신이 생각해 보았을 때, 분명히 철학과 책은 많은 도움이 되어왔었다. 그러나 라니는 지금같은 상황해서 그것들이 라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또 그와 동시에 라니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은 어려움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후임 근무자가 이러한 곤경에 처해있는데, 그것에 관해 묻는 근무자조차 없었다. 라니는 시간이 갈수록 인간에 대해 점점 더 실망을 했다.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의 걱정에 더하여 저산과 관련도 없는 일터의 근무자에게 참견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조금도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던가 하는 근무자는 없었고, 관리부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싸늘하게 느껴졌다. 라니가 딱히 이 일에 남을 끌어들이고 싶지도, 남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근무자들이 보여준 것은 기대 이하의 것이었다. 근무자들은 자신의 안전이 우선인 사람들이었다. 평소에 달갑게 이야기를 하던 근무자들도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라니와 살갑게 지내지 않았다. 왕따라고 말하기에는 아무 일이 없었고 평소와 같았다고 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달라졌다. 라니는 이런 것에 흔들릴 사람은 아니었지만, 다른 감정에 의해서 자신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은근히 시기했던 여성 근무자는 비웃듯이 자신을 쳐다보기도 하였고, 다른 동료들은 라니를 모르는 듯이 지냈다. 인사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라니에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상급자의 힘이었다. 상급자의 영향력은 라니 자체를 움직일 수 없더라도, 다른 근무자들은 움직일 수 있는 법이었다. 특히 그 일과 관련이 없을수록 더더욱 말이다. 라니는 일터의 밖이 어두웠지만,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음을 느꼈고, 동료들이 먹다가 남긴 파이를 오물오물 씹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약간 측은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인기척이 있었다. 라니는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움직이는 동물들처럼 자신도 인기척이 났던 방향을 응시하였다. 라니는 어두운 곳에서 걸어나오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고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평소에 라니를 딸처럼 대해주었던 시설을 관리하는 근무자였던 것이다. 근무자는 라니에게 무슨 일로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고 있냐며 웃음을

 

 

 

 자신과의 거리가 별로 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라니는 생각하였다. 근무자도 라니를 보며 반갑고 귀여운 마음과 약간의 측은함이 있었던 것 같다. 라니가 약간 의아하게 느꼈던 것은, 근무자가 자신에세 다섯걸음 이상 가까이오지 않았던 것이다. 라니는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그래서 라니는 이 오래된 근무자의 생각이 궁금하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고 있으시겠죠,.. 제가 요즘 어떤 일을…"

 

 

 

 라니는 말끝을 흐렸다. 어떤 일이라는 것은 비스사무실의 일을 이야기 하는 것과 동시에 그로 인한 일터에서의 갈등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라니가 이 일을 가지고 근무자에게 말을 걸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근무자에게 말을 해봤자, 무슨 대답을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자. 과연 누가 어느 말이나 할 수 있을텐가? 허가를 내주라고 한다면, 라니를 위법행위에 떠미는 것이 되어버리고, 허가를 내주지말라고 하면, 상급자와의 사이가 위태로워진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상급자가 위법행위를 맡는 것이 아닌가? 어디까지나 이상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라니는 근무자들과 현재 알게모르게 불편해졌던 것이다. 근무자들이 라니를 불편해 했다.

 

 

 

 "알고는 있다만, 별 수가 있겠느냐만 말이지, 자네 권력이 있는가? 힘이 있느냐고…"

 

 

 

 근무자는 따뜻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라니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라니는 별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라고 근무자는 조언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라니는 자꾸만 반발심이 생겼다. 더이상 이 싸움은 허가 여부에 따른 문제가 아닌, 누가 더 고집이 세고 오래 버틸 수 있는지의 시합이 되었다.

 

 

 

 "어쩔 수 없어…"

 

 

 

 이 근무자는 라니만한 자식이 있는 중년 남성이었지만, 이 근무자의 눈은 참으로 호수처럼 맑았다. 눈동자가 크고 깨끗하였다. 라니는 근무자의 눈을 볼 때마다 눈이 맑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근무자는 아니라는 듯이 웃어보이곤 하였다. 라니는 크나큰 감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 어쩔 수 없다는 한마디 때문이었던 것일까? 라니는 이제 자신도 어쩌자고 자신이 이러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라니는 자신이 규정에 맞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믿고 있었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지만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기도 단단히 잘못되고 있었다. 라니는 일터에서 죽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만나고 싶지 않더라도 우리는 내일을 만나야 한다. 이 사실에 라니는 예외가 아니다. 라니는 결국 비스 사무실과 통화를 하였다. 라니는 이 상황이 이상한 이유가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가장 이상했던 사실은, 왜 비스 사무실에서 더이상 문의가 오지 않는데 자신이 어째서 연락을 취해서 중간중간 말을 해주어야하는 것이다. 라니가 일반적으로 요청을 받았을 때는, 그 요청을 한 사람이 또 다시 이것저것을 확인하곤 하였는데, 이번 비스 사무실의 사안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였다. 왜 허가를 내주는 측에서 때때로 연락을 먼저 해주어서 다시한번 불가하다고 사과를 하는 것인지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라니는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또 비스 사무실에 연락을 취했다. 라니는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어떠한 규칙이 라니에게 느껴지는 듯하였다. 라니가 비스 사무실에 연락을 하여 자신의 결정을 조심스럽게 설명하면 비스 사무실의 비서는 별말을 하지 않고 알겠다고 친절하게 대답한다. 그런 후 라니는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는 상급자가 비스 사무실에 연락을 해서 말을 하라고 지시를 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라니가 모르는 어떤 단계가 있는 것이 확실하였다.

 

 

 

 라니가 관여하지 않고, 모르고 있는 그 어떤 단계는 과연 무엇일까. 라니가 예상하기로는 자신이 비스 사무실에 불가능함을 통보하고 나면, 내부적으로 어떠어떠한 이야기를 한 후에, 자신을 통해 이의를 제기를 한다던가, 다시 연락하여 우리는 정치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을 한다던가 그러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항상 라니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일단은 알겠다'거나 '알겠습니다.'였다.라니는 항상 비서의 말을 듣고 홀가분한 기분에 빠질 수 있었다.

 

 

 

 그 홀가분한 기분은 홀가분할 수 없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비스 사무실의 비서는 바로 그 일을 동료와 상의하고, 결론으로는 또 다시 라니를 압박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라니가 그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 자꾸자꾸 빠질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근무자들은 때론 라니를 보면, 특별한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라니가 처음 추구하고 있었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라니는 자신이 신성한 일념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믿음. 믿음 말이다.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을 하느냐와 내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느냐이다. 행동과 목표는 미지근하지만, 믿음과 종교애는 뜨겁다. 믿음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주는 것이다. 믿음은 사상보다 무섭다. 믿음보다 무서운 것은 종교다. 라니는 착각에 빠져있다. 나의 신성한 신념에 따라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러나거 처음부터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 뜻을 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라니에게 떠올랐던 것은, 자신에게 딱히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니, 차갑고 객관적인 규정을 토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라니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처리에 있어서 일관성도 지킬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때문이었다. 라니는 자신의 그런 생각에 동의 해주는 감독관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라니가 감독관에게 약간의 신뢰를 가졌던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감독관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듯이 보였다. 라니는 깨끗하고 신성한 의미에 맞춰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어 자부심을 느꼈다. 라니는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굴레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도 라니의 생각일 뿐이었다. 빠져나올 길은 라니 자신만 어떻게 마음을 바꾸어 먹는다면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굴레였다. 그런데 도대체 그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을 그것 외에는 모두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라니는 아마 그런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니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나치게 그것에 빠져들어 버리는 것이다. 라니는 신념 수호를 위해서 광적으로 예민해져있는 상태였다. 라니는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적대감이 생겼다. 라니도 이제는 비스 사무실의 요청을 허가하느냐, 마느냐를 넘어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수호할 수 있는 것이냐, 아나면 현실에 굴복하느냐를 고민하는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누구나에게 너무도 커져버린 것이어서, 이 문제가 원래 어디에서 나왔던 것인지 모두 가물가물 해질 지경이었다. 갈등은 커져있었으나, 왜 이렇게 갈등이 커져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후 비스 사무실이 또 다른 조치를 취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얍삽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어느 한 사람의 숨통을 조여가는 것은, 처음에는 당사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하는 방법이 아닌,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니도 대다수와 다르지 않게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에는 어리둥절해버리고만 것이다. 그 어리둥절이 소름끼침으로 변해갈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아있었다. 아니, 이제 막 라니는 점점 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총괄감독관이 라니가 없을 때 관리부로 찾아와, 위원회 허가 담당자는 누구냐고 확인을 하고 갔다는 것이다. 라니는 이 말을 듣고 머리가 탁 깨이는 듯 하였다. 얼마 전 부터는 최고감독관이 자신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비스 사무실에서는 최고감독관이 일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자 이제 총괄감독관에게 접근한 것이다. 만약 총괄감독관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음은 총감독관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다. 라니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발끝이 간지러워졌다. 라니는 이제서야 알아버린 것이다. 비스 사무실은 왜 그렇게 자신에게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던 것인지, 그들이 그렇게 여유로웠던 이유는 무엇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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