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고 자그마치 1년이 지났다. 원래 널널하게 잡고 몇 개월 안에 실행을 하려 했는데, 중간 중간에 파티도 생기고 저들도 가족들을 보살펴야 하니 그 기간도 빼고 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일단 커피가 중요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거라 작업을 먼저 해나갔다. 원두는 고르고 골라 대륙 바다를 건너가 외각 쪽에 위치한 원두를 발견하여 그것으로 하였다.
품질도 품질인데 내 개인 과수원에서 재배도 가능하며, 재배되는 양도 압도하여서 그것으로 하였다. 이름이야 새로 발견한 종인데 그냥 귀찮아서 세로아 원두로 내이름 ‘세’하고 ‘아’를 섞고 셀로나에 ‘로’를 섞어서 지어놨다. 아버지에게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셀로나가 엉엉 울면서 나가서 몹시 당황했다. 그게 그렇게 싫나 싶기도 해서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며 얼버무리는데, 도통 맘을 모르겠다.
과일이야 뭐, 따로 할 거도 없고 그냥 잘 말리기만 하면 되니 별 어려움 없이 잘 진행되었다.
근데 왜 이렇게 늦었나 싶었더니 중간중간에 전문인들이 집이랑 왔다 갔다 거리고 가족도 챙겨야 돼서 시간이 많이 소모가 되다 싶으니깐 내가 걍 가족도 데려오라고 말했다.
거주지야 황실 안에는 손님방이며 남아도는 방들이 많다보니 가족들의 인원수만큼 분배하여 거주지로 정해놨고, 그들의 안좋아보이는 행색도 맘에 안들어 챙겨주고 식사도 챙겨주다보니 늦어졌다. 또한 말수가 극히 적던 소녀의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리셔서 치료에 전념하느라 늦어졌다. 내가 해줄 순 있다만, 불치병이래도 돈하고 치료사만 있으면 되어서 안정적으로 재발 가능성이 없게끔 꼼꼼히 치료하다보니 더 늦어졌다.
내가 하고 싶다고 쭉 밀기보단, 내 성격에는 주변인들도 신경 쓰면서 같이 밀고 싶다. 그러면 늦어지지 않냐? 실행이 안되지않냐? 라고 할 수 있다만, 나는 주변인들도 신경 쓰면서 보필하면서 같이 나아가고 싶다. 저들도 내가 도움을 주고 심성이 악으로 치우쳐있지만 않는다면, 훗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소녀도 말수가 많아지고 밝아졌고, 여성분도 헬쑥하고 의기소침했던 모습도 사라졌다. 남성은 어떻게 됐냐고? 뭐, 원래부터 밝으시고 집안도 불화가 없으셔서 그냥 잘 적응하셨다.
내가 데려온 저들이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게 내가 챙겨준다 하여도 자신들이 벌 금전은 꼬박꼬박 밖으로 나가서 벌어오며, 아무 불평, 불만도 없이 내가 지시한 사항들도 열심히 해왔다. 식사도 데려온 사람이 10명 이상이 넘어가니깐 자기들이 죄송하였는지 어느 날 나에게 와서 주에 며칠은 밖에 나가서 번 돈으로 먹고 오겠단다. 저들 먹인다고 타격이 오는 것도 아닌데도.
각박한 이 세상에 남이 베풀어준 호의도 권리로 아는 사람이 허다한데, 저런 모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데려온 사람들이 얼마나 착한지 알 수 있다. 물론 1년밖에 안지난 시점이라고는 하지만 1년이나 지났다고 생각하면 어떤지 알 수 있다.
과일, 커피는 중년 여성하고 남성이 한다고 쳐도 소녀는 뭘 하느냐? 다 할 수 있단다. 근데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어중간할 줄 알았는데 여성이랑 남성만큼 한다.
여성이랑 남성을 빼도 된다고는 하지만 재료 수급하고 일손이 많을수록 좋은게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같이 병행해왔다.
”셀로나 이제 곧 마무리되는데 실행해볼까??“
”재료들은 문제없습니다. 이제 다른 재료를 가져올까요?“
”응 일단.. 최대한 좋으거면 좋겠어“
”예 알겠습니다.“
재료는 품질이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셀로나하고는 자주 이야기를 하여서 그런지 몰라도 어느 순간 내가 반말로 물어보게 되었다. 셀로나 말로는 이게 당연한거라 뭐라나..
위화감도 안 느껴지고 셀로나랑도 많이 친해져서 이제는 그러려니 할 뿐이다.
”여러분들, 이제 내일이면 만들어질 거에여“
”오오! 내일이면 황녀님이 말씀하신걸 볼 수 있습니까?!“
”네, 내일부터 만들어보려구여 헤헤..“
저 전문인들이랑도 같이 땀 흘리고 같이 고생을 하다 보니 친근감도 생기긴 생겼다. 물론 나는 육체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땀도 고생도 안했지만.
”황녀님 혹시.. 제가 먼저 먹어봐도 될까요..?“
”여기 있는 분들 다 드실 수 있게끔 만들 테니 걱정 마세요 히히“
”가..감사합니다..!“
소녀는 여전히 숫기는 없다만, 말수가 많아졌으니 뭐 그러려니 할 뿐이다.
옛날과는 달리 몸에 살도 오르고 창백했던 피부도 발그레하다 보니 저런 모습도 매력이랄까?
중년에 여성은 아이들 셋을 둔 어머님이다 보니 1년이란 기간 동안 마치 자기 일인 듯이 애지중지 더 열심히 해주셨다. 내가 도중에 왜 이렇게 열심히 해주시냐 물어보니, 애들도 먹여 살려야 되는데 전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하셨다. 아이들은 불평불만이 없는데 자기는 그게 더 가슴이 아팠다고, 버텨주는 아이들을 보는게 더 슬펐다고 말해왔다.
그 일 이후로 저들에게 자신과 10년 동안 좋은 대우로 일을 할 수 있게끔 계약을 했다. 바뀔 수도 있다고 아직은 모르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바뀔 사람이 있고 바뀌지 않을 사람이 있다. 그건 내가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