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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16화
작성일 : 18-11-30 23:26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4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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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일찍 체칠리아는 스케리브를 흔들어 깨웠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뜬 그는 눈앞의 낯선 남자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가 어제 체칠리아가 카일의 모습으로 변장한 것을 떠올리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잠이 덜 깬 상태로 스케리브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를 돌면서 새 영주인 다니엘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을 좀 알아봐줘. 그에게 불만이 있다거나 부당한 처사를 당한 사람들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그것을 증명할 증거가 있는 지 등등. 최대한 많이 알아봐.”

 

  체칠리아의 심부름이 쉽지 않았지만 스케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따가운 영주의 눈초리를 받으며 성에 남아있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언제까지 알아보면 되는 거야?”

 

  “오늘 밤까지.”

 

  체칠리아와 스케리브는 간단히 씻고 어제 식사를 했던 식당으로 갔다. 이미 말끔한 차림을 한 영주가 식탁에 앉아 그들을 맞이했다. 그의 인사에 적당히 대꾸한 둘은 자리에 앉아 어제 저녁보다는 간단하지만 아침이라기엔 호화스러운 음식들을 배불리 먹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그런데 마법사님. 간밤에 제가 참으로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길게 찢어진 눈을 한껏 가늘게 뜨며 영주 다니엘이 체칠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뜻을 간파하진 못했지만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 체칠리아는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다니엘은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의 비서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소개하지요. 여기는 제 보좌관 한스입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이 발로우 영지의 영주들을 보필해왔지요.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까 넘어가고, 그가 어젯밤 제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습니다. 한스. 어젯밤 자네가 해준 이야기를 이분들께도 들려주게나.”

 

  한스라는 남자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떼었다.

 

  “안녕하십니까. 전 한스 라우디입니다. 앞서 영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랑스런 라우디 가문은 대대로 발로우 영주님들을 보필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영지에 아는 사람들이 많지요. 흠흠. 그래서 제게는 여러 많은 소식들이 들어옵니다. 그중에 꽤 흥미진진한 소식이 있었는데, 새 국왕전하께서 서북쪽 전방지역에 군대를 파견하다는 소식이었지요. 다들 전쟁이 날 거라며 수군거리더군요. 그 군대의 지휘자가 바로 대마법사 카일 세르지오이기 때문이지요. 대마법사를 전방에 보냈다는 의미는 많을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죠.”

 

  한스 라우디의 말에 스케리브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것을 저도 모르게 멈추었다. 한스의 말이 끝난 뒤 다니엘의 태도는 더욱 냉랭했다.

 

  “전방으로 간 대마법사 카일 세르지오님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입니까?”

 

  스케리브는 마른침을 삼키고 흘끗 체칠리아를 바라보았다. 체칠리아는 침묵을 유지했다.

 

  “정말 대마법사라면 전하의 어명을 어기지 않았겠지요.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대체 누구기에 대마법사 행세를 하는 겁니까?! 사실 당신은 대마법사라고 칭했지 내 앞에서 마법을 쓴 적이 없습니다.”

 

  다니엘은 이제 체칠리아가 가짜 카일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삽시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체칠리아는 불쾌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난 체칠리아는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날씨 한 번 더럽게 춥군.”

 

  그렇게 말하며 체칠리아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자 벽난로에서 꺼져가던 불이 크게 타올랐다. 보란 듯이 체칠리아는 다니엘 앞에서 마법을 선보였지만 다니엘은 만족하지 않는 눈치였다. 체칠리아는 이번에는 벽면에 있는 창을 활짝 열었다. 식당은 성의 외벽 쪽에 위치했기에 창 너머로 바로 황량해진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에 장미를 심었었는지 장미 넝쿨로 보이는 거뭇거뭇한 줄기가 눈 속에 파묻혀있는 형체가 희미하게 보였다.

 

  “아주 형편없는 정원이구만.”

 

  체칠리아는 활짝 열린 창 앞에 서서 팔을 양쪽으로 펼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영문을 모른 채 체칠리아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스케리브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필름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눈 속에 파묻혀 있던 장미 넝쿨이 점차 자라나더니 이윽고 싱그러운 초록빛을 띠며 줄기 마다 잎사귀가 자라나고 꽃봉오리가 달렸다. 꽃봉오리는 점차 커지더니 곳곳에서 탐스러운 장미가 피어났다. 눈 깜짝할 새에 눈 덮인 하얀 정원은 색색의 장미들로 뒤 덮였다. 눈이 소복이 쌓인 정원 위에 피어난 장미란 화창한 봄날의 싱그러운 장미와는 또 다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순간 스케리브는 창문 앞에 서있는 체칠리아에게서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스케리브가 리엔 왕국의 왕자였던 시절,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어머니가 달빛을 받은 창백한 장미 사이를 거닐며 춤을 추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발걸음과 손길이 닿을 때마다 장미는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렸다. 물론 잠결에 보아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되었지만 그 장면은 그의 머릿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순간 떠오른 옛날의 추억은 다시 사라지고 대마법사 카일로 변한 체칠리아의 등이 스케리브의 눈에 보였다. 주문을 마친 체칠리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가짜가 아니라서 유감이군.”

 

  이번에 얼어붙은 것은 다니엘이었다. 자신의 눈으로 마법을 쓰는 것을 봤으니 체칠리아가 가짜 카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괜한 불똥은 한스 라우디에게로 튀었다.

 

  “감히 내게 신빙성 없는 소식을 가져와서 혼란을 주다니!”

 

  다니엘의 고함소리에 한스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쩔쩔맸다.

 

  “그것이 아니오라…. 이 소식은 왕궁에서 각 영지마다….”

 

  “시끄럽다! 네 놈의 세치 혀 때문에 마법사님께 큰 결례를 범했다. 썩 꺼지거라!”

 

  불같은 다니엘의 기세에 한스는 입을 다물고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식당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너무 나무라지 말게. 내 전하의 명을 받고 전방으로 가는 것은 맞으나, 가는 길에 은밀하게 서쪽의 각 영지들을 돌고 가기 위함이었으니 어찌 한낱 필부가 그 깊은 속내를 알 수 있었겠는가?”

 

  체칠리아는 흥분한 다니엘을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정시켰다. 다니엘은 그런 체칠리아의 호의에 거듭 허리를 굽히며 아까의 일에 대해 사죄를 했다. 그런 틈을 타 스케리브는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와 성을 나섰다. 아침에 체칠리아가 시킨 심부름을 하기 위함이었다.

 

 

 

  끼니도 걸러 가며 스케리브는 부지런히 영지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 다니엘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예상대로 다니엘에 대한 나쁜 평판이 훨씬 많았다. 주민들은 다니엘이 부과한 과중한 세금을 충당하느라 겨우내 먹을 곡식을 거의 모아두지 못했고, 그렇기에 하루에 한 끼를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먹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스케리브는 주민들에게 지금 영지에 수도에서 온 귀인이 있다는 말을 흘렸다. 그리고 그 귀인은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헤이든 같은 악행을 저지르는 자를 끔찍이 증오하며 백성의 안위를 항상 걱정하는 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주민들은 처음엔 스케리브의 허무맹랑한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케리브가 사실 자신이 그 분의 수행원이며 그분은 자신처럼 부모없는 고아나 가난한 사람들을 뽑아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닌다고 말하자 그제야 몇몇 주민들은 스케리브의 말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스케리브는 하루종일 영지 곳곳을 돌아다닌 후 해가 저물고 달이 높이 떠올랐을 때 스케리브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성으로 돌아갔다. 성으로 돌아가니 식당에는 그를 위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체칠리아는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스케리브는 자리에 앉았으나 바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차려진 호화로운 음식이 이 영지의 주민들의 피땀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았다. 들판에서 만난 어린 소녀의 퀭한 얼굴, 굶주림으로 쉴 새 없이 울어대던 갓난아기, 제대로 먹지 못해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은 노인들의 얼굴이 음식이 차려진 식탁과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스케리브는 침으로 입을 한 번 축이고는 나이프와 포크를 외면한 채 체칠리아에게 자신이 오늘 보고 들었던 것들을 털어놓았다.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장작불의 소리를 배경삼아 한동안 스케리브의 말은 이어졌다. 스케리브의 말이 끝나자, 체칠리아는 수고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일 아침에 다니엘을 영주자리에서 끌어내려야겠어.”

 

  그 말과 함께 체칠리아는 오늘 자신의 일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스케리브가 성을 나간 후 다니엘은 체칠리아의 눈치를 보면서 안절부절 못 하면서 어떻게든 체칠리아의 기분을 맞추려고 애를 썼다. 그의 모든 노력에도 체칠리아는 뚱한 반응으로 일관했고, 다니엘은 눈물을 머금으며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석들을 꺼내 체칠리아에게 바쳤다. 체칠리아가 보석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흥미를 보이자 다니엘은 본격적으로 체칠리아에게 뇌물 공세를 시작했다. 전날 보다도 호화로운 저녁식사가 끝나고 체칠리아는 다니엘에게 그의 성의에 대한 보답으로 그의 서재에 보안마법을 걸어주겠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크게 기뻐하며 체칠리아를 자신의 서재로 데려갔고 체칠리아는 보안마법 대신 다른 곳에서 서재로 이동하기 위한 이동마법을 걸어두었다. 체칠리아는 오늘 밤 다니엘이 잠든 사이 미리 설치해둔 이동마법을 이용하여 서재에서 그가 영지의 세금을 부당하게 과징한 문서와 그 세금을 빼돌린 문서를 손에 넣을 계획이었다. 체칠리아의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엔 이미 시간이 많이 늦은 후였다. 체칠리아는 바로 다니엘의 서재로 갈 차비를 했고 스케리브는 피곤함이 몰려와 하품을 길게 늘어뜨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바로 쓰러져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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