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타락의 군주
작가 : 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18.11.28

한 때 용사였던 자, 한 때 성직자였던 자. 끝 없는 절망에 빠져 타락한 군주가 된다!

[ 영혼을 가진 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을 가진 자는 타락하기 쉽다. 그대는 그 어떠한 일에도 타락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선한 자는 악한 자가 될 수 있으며, 악한 자가 선한 자가 될 수 있다.

 
변질
작성일 : 18-11-30 22:28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71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토마는 집무실에서 기부금이 적힌 명세서를 쳐다봤다.

 

 “...부족해.”

 

 기부금 일부가 부족했다.

 아무리 재검토를 해도 이곳에 찾아온 어르신이 내신 금액의 일부, 아니, 절반 이상은 부족했다. 이건 누군가가 임의로 빼돌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설마 파론 수도사님이...?’

 

 토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닐 것이다. 그분께서 이번에도 이런 짓을 저지를 리 없었다.

 

 "...직접 확인해야겠어."

 

 토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예배당에 도착했을 무렵, 그곳에서는 예전에 봤던 광경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수도사와 수녀들이 한 명의 수도사를 감싸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빼돌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봤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했다고···? 헛소리! 난 네가 훔치는 걸 보고 말했을 뿐이야! 그런데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그 모습에 토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수녀들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속닥거렸다.

 

 “이번에도 파론 수도사님이...?”

 “제가 봤다니까요.”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토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저번과 같은 기부금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모양이다.

 

 ‘설마 파론 수도사님이 또 일을 저질렀다니···!’

 

 토마는 급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둘을 말리며 밀어냈다.

 

 “둘 다 그만 싸우십시오. 이번엔 뭡니까?”

 

 토마가 젊은 수도사를 쳐다보자, 젊은 수도사가 외쳤다.

 

 “파론 수도사가 돈을 훔쳤습니다! 기부금을 말이죠!”

 

 토마는 신음을 흘리며 파론을 쳐다봤다.

 파론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토마 수도사님! 오히려 목격한 것은 저입니다! 저 녀석이 기부금에 손을 대는 걸 보고 조용히 안 된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놈이 갑자기 저에게...!”

 

 토마는 눈을 깜빡거리며 파론을 쳐다봤다.

 당황해한다. 진심으로 애원하고 있다. 억울해하고 있다.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있으며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토마의 눈에 그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푸른색 영혼. 더러움, 거짓이 없는 영혼이다.

  이것은 ‘진실’이었다.

 토마는 놀란 눈빛을 보냈다.

 

 ‘...파론 수도사님은 아니야?’

 “그럼 누가...?”

 

 토마가 의아해할 때였다.

 

 “하, 네. 그래요! 제가 잘못 본 것이겠네요. 파론 수도사님이 또다시 그 일을 저질렀을 리 없죠.”

 

 젊은 수도사가 그렇게 말하며 화를 죽인다.

 토마는 그 목소리에 놀라며 젊은 수도사를 쳐다봤다.

 젊은 수도사의 호흡이 거칠었다. 혀가 말랐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눈동자마저 흔들리며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젊은 수도사의 영혼이...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파론은 젊은 수도사를 보다 토마에게 외쳤다.

 

 “아닙니다! 저 녀석이 돈에 손을 댄 것을 보고 제가 말렸단 말입니다! 저 녀석이 지금 연기를 하고 있어요! 토마 수도사님! 제발... 제발 저를 믿어주십시오!”

 

 토마는 파론의 목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살폈다.

 대부분 수도사와 수녀들이 고개를 틀었다.

 토마의 시선이 마주칠까 피한다. 모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젊은 수도사가 다가와 말했다.

 

 “하, 그래요. 네, 네! 알겠습니다. 쳇...! 토마 수도사님. 이번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시지요.”

 “네?”

 

 젊은 수도사는 토마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귀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이번에도 파론 수도사님이 잘못하신 것이니···. 말이죠. 저는 이번 일을 못 본 거로 하겠습니다. 괜히 큰 소란이 일어나면 곤란하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못 본 척하다니? 파론 수도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토마는 신자들을 쳐다봤다.

 

 “그래, 이번에도 파론 수도사님이 한 거야.”

 “그래, 그렇겠지.”

 “나도 봤어. 파론 수도사님이 한 거야.”

 

 그들 모두 ‘거짓’을 말하고 있다.

 토마는 혼돈에 빠져 그들을 쳐다봤다.

 

 “왜 모두가 ‘거짓말’을...?”

 

 토마의 중얼거림에 수도사들과 수녀들은 흠칫 놀란 채 굳어졌다.

 그들은 모두 시선을 피하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젊은 수도사는 다급한 듯 말했다.

 

 “이제 그만하죠!”

 “...”

 “모두 피곤해합니다. 그러니 이런 사소한 일 따위는···!”

 

 무엇이 피곤하다는 것일까? 무엇이 그리 불안한 것일까? 무엇이 그리...!

 

 “왜 다들 기부금을···!”

 ‘빼돌린 겁니까?’

 

 범인은 파론이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수도사와 수녀들이 공범으로 저지른 일이다.

 그것을 토마는 알 수 있었다.

 서로 짜고, 거짓을 말하며, 아무래도 불행한 사람을 따돌리면서까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잘못되었다! 이건 잘못된 일이야!`

 

 그가 그들에게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토마 수도사님!”

 

 수녀 한 명이 급히 예배당 문을 열고 달려와 말했다.

 

 “세, 셀롬 법황님께서···. 오셨습니다!”

 

 * * * * *

 

 법황 셀롬 갓슈란체는 집무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뿌연 먼지가 섞인 책장에 손가락으로 문질러보고 불길하다는 듯 손수건으로 닦아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그 모습을 탁자 앞에 앉아 바라보던 토마는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법황 폐하. 이런 누추한 곳에 어인 일로...?”

 

 셀롬은 토마를 힐끔 쳐다보더니 미소를 짓곤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용사님. 많이 늙으셨군요.”

 “법황님도 많이 드셨습니다.”

 

 셀롬은 토마의 맞은 편에 앉았다.

 딱딱한 의자에 앉는 게 불편한지 몇 번이나 자세를 바꾼다.

 

 “이거···. 예전에는 이처럼 편한 의자도 없었는데. 지금은 어색하군요. 법황이라는 직책을 맡고 너무 푹신한 의자만 앉았나 봅니다.”

 “그렇습니까?”

 “아, 존대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예전 용사님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성직자일 뿐입니다.”

 

 토마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도 지금은 한낱 성직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셀롬님은 이제 법황님이시고요.”

 “그래도 제가 편하니, 존대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법황 셀롬의 말에 토마는 눈치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 아니, 그렇게 하도록···. 으윽···. 할게.”

 “어색하시군요.”

 “뭐, 그렇지.”

 

 토마는 헛웃음을 터트렸고, 셀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긴, 차이가 크게 나기는 합니다. 누구는 한때 용사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변방의 성직자, 누구는 한때 성직자였지만 지금은 대륙을 지배하는 법황.”

 “...”

 “이렇게 보면 신은 있으신 거 같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셀롬은 미소를 지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지켜보시고 작은 기적을 일으켜주시지요. 그리고 그 기적은 선택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거 같습니다. 당신이 아닌, 저 같은 사람이요."

 

 토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셀롬, 지금 무슨 말...?”

 “그냥 늙어가는 아저씨의 헛소리입니다. 뭘 그리 진지하게 들으시는 겁니까?”

 

 셀롬은 집무실 창가를 바라봤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수도원에는 아이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

 

 말을 돌리는 것으로 보이자, 토마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8명이야.”

 “아, 많군요. 나이가 14살인 아이들은...?”

 “...이제 3명이 되었지.”

 “세금을 내야겠군요.”

 

 토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금과 기부금이 무려 4개월이나 밀린 듯합니다. 이거···. 이러면 곤란합니다. 다른 교회나 수도원은 모두 딱딱 맞게 내는데 유독 이곳만 그렇더군요. 곤란합니다. 곤란해요. 다른 성직자들이 본다면 용사님과 저의 관계를 의심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법황, 모든 이들에게 공평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원래 1, 2달 밀린 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있는지 시찰이 보내집니다. 그것을 일부러 미루고 있었는데···. 이래선 곤란하지요.”

 

 토마는 당황한 채 깍지를 끼고 초조한 듯 말했다.

 

 “셀룸, 현재 우리의 형편이 좋지 못해. 물론 세금을 내야 하는 건 알아. 기부금도 내야 하는 한다는 것도 알고. 그것이 우리를 위해 쓰인다는 것도 잘 알아. 하지만···. 역시 좀 무거워. 세율이 너무 높아. 기부금도 말이지. 우리 수도원은 수도와는 거리가 떨어진 숲 속이야. 산짐승도 많고, 어떨 때는 마물이 출현하기도 해. 그런 곳에 올 사람이 극히 적을뿐더러···. 찾으시는 어르신분들도 건강이 좋으신 분들이 없어. 그분들이 무거운 기부금을 낼 수 있을 리 가...”

 “참으로 건방지지 않습니까?”

 “뭐?”

 

 토마는 깜짝 놀란 얼굴로 셀롬을 쳐다봤다.

 

 “아, 용사님이 아닌, 다른 백성들을 말하는 겁니다. 국가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얻습니다. 기부금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그건 당연한 겁니다. 국가가 움직여야 하니까. 국가가 있기에 국민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도 말이지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

 

 셀롬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마물로부터 지켜주고 있습니다.”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눈만은 냉혈하게 토마를 노려보고 있다.

 

 “겨울 때는 배급을 나눠주지요. 따뜻한 잠자리를 주고, 죽지 않을 만큼 먹여줍니다. 마물로부터, 악인으로부터의 위협조차 막아주지요. 억울한 자는 법으로 다스리며 풀어줍니다. 그런 ‘종놈`들이 세금을 줄여달랍니다. 모두 자신들을 위해 들어가는 돈을 없애달라고 말하지요. 그놈들, 너무 양심이 없지 않습니까?”

 “그···. 없애달라는 게 아니라 낮춰달라고 하는 거야. 자네 힘이라면 세율이나 기부금 정도는...”

 “...하, 세율은 겨우 40%밖에 되지 않습니다. 번 돈의 절반을 달라는 게 아닌데, 뭐가 문제입니까?”

 “...”

 

 말이 40%다. 하루에 한 번, 교회에 기부를 해야 한다. 그것까지 따진다면 50%가 넘는다고 봐야 했다.

 

 “게다가 세금이 모두 어디로 가겠습니까? 기부금은요? 모두 나라를 위해 일하는 성직자와 귀족분들에게 갑니다. 또한,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입니다. 이 수도원을 보십시오! 세금도, 기부금도 내지 않아도 성황법국에서 매달 음식을 보냅니다. 불쌍한 이들이 굶지 말라고, 먹고 자고 편안케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니, 셀롬.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셀룸은 토마의 말을 끊으며 탁자를 내려찍었다.

 

 “... 토마!”

 

 그는 깍지를 끼며 빙그레 웃었다.

 미소 지은 그 표정은 온화해 보였지만, 눈 근육이 굳어 있는 것이 가식적인 웃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제가 예전에 애완동물을 기른 적이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것들을 말이죠.”

 

 토마는 갑자기 셀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는 그것들이 아주,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매일 같이 밥을 주고 쓰다듬어주며 길렀지요. 그랬더니 아주 잘 따르덥니다. 그 귀여운 녀석들이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기에 더욱 애정을 쏟아부었지요.”

 미소를 짓고 있던 셀롬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져갔다.

 “그런데 말이죠. 그런데 말이에요.”

 

 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토마를 쳐다봤다.

 

 “애정을 품고 길렀던 녀석들이 다른 사람도 따르덥니다. 왜인 줄 아시나요? 귀엽다며 먹이를 주더랍니다. 겨우 그 이유로 잘 따르덥니다. 그 멍청한 놈들이 주인을 헷갈리기 시작하여 저보다도 다른 이를 따르는 겁니다.”

 

 셀룸은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어떤 성기사가 가난한 이들을 안타까워 그들의 기부금을 줄이는 행위를 저질렀다. 또한, 성황법국에서 지급한 식량 중 일부를 빼돌려 나눠주기까지 했다.

 백성들은 그를 보며 말한 것을 법황 셀롬은 얼핏 들을 수 있었다.

 

 -아아, 자상하신 분! 이 썩어빠진 나라에도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입니다!

 

 셀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나라를 욕하는 것은 군주인 자신을 욕하는 것과 같았다.

 셀롬은 떨리는 입을 열었다.

 

 “주인은 나인데, 다른 사람을 따르네? 하, 열 받지 않습니까? 비싼 돈을 써가며 먹여주고, 재워주고 살려줬는데···. 이놈들은 미쳤는지 주인을 착각하더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한 줄 아십니까?”

 

 셀롬의 눈에는 광기로 얼룩졌다.

 

 “모두 때렸지요.”

 

 그는 웃는다.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법황으로서의 품위도 잊은 채, 기품을 버리고 광적인 웃음을 터트렸다.

 

 “발로 걷어차고, 때리고, 십자가에 매달고, 불에 지지고, 고문을 하고, 괴로움에 발버둥 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칠 때마다 저는 한 마디를 해주었습니다.”

 그는 웃음을 멈추며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느냐?`...라고.”

 “...”

 

 토마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알 수 있었다.

 법황은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 그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셀룸은 그런 토마의 표정을 보더니 손을 저었다.

 

 “...농담입니다. 뭘 그렇게 굳어져 있으십니까? 애완동물이 살려달라고 말할 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하하! 용사님, 오랜만에 만난 친우이기에 분위기를 풀고자 한 농담인데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아까부터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서는 저로서는 정말로 곤란합니다.”

 “그...렇군.”

 

 이게 거짓말이로군.

 토마는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눈앞의 법황의 성향이 소름 끼칠 정도로 변질되어 있다.

 그것을 알기에 토마는 그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도록 비위를 맞춰야 했다.

 대화가 끝난 듯 셀롬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참, 기부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뭐?”

 “용사님과 저 사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이 아주 작은 일을 하면 세금을 면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단순한 일이니...”

 “아니,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니야. 잠시 시간을...!”

 “용사님.”

 

 셀롬은 토마의 어깨를 잡았다.

 

 “저에게 맡기십시오.”

 “...”

 “그리고, 이거...”

 

 셀롬은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놨다.

 

 “기부금입니다. 기부금과 세율로 내주십시오. 지금까지 밀린 세금과 기부금을 충당할 정도는 될 겁니다. 조금 남을 테니 마음껏 쓰시기를···.”

 

 셀롬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왔으니 예배는 하고 가야겠지요.”

 “너무···. 많아. 받을 수 없어.”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사주십시오. 저 아이들은 저의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돈을 다른 데 쓰시지는 말아주십시오. 선물하는 저로서는 매우 마음이 아프니까요.”

 “그래도 이건···.”

 

 법황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미소를 지은 그가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 않았습니까? 주인은 기르는 애완동물들을 보살핀다고.”

 “...”

 “아아, 오해하지 마시길. 저는 성황법국의 법황입니다! 모든 이들을 보호할 관리가 있을 뿐이지요. 당신이나···. 당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이나···.”

 

 셀롬은 아이들을 ‘애완동물’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그것을 안 토마는 한숨을 내쉬며 셀롬을 노려봤다.

 

 “셀롬.”

 

 셀롬은 토마의 눈빛에 몸이 굳어졌다.

 황금색의 맑은 눈이 셀롬을 꿰뚫어보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지금 네 영혼의 색이 어떤지 알아? 먹구름보다 어둡고 탁한 색이야."

 

 셀룸은 이를 악물었다.

 저 눈빛, 정말로 싫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기도 하며, 굳은 의지가 담겨있기도 했다.

 셀롬은 저 눈빛만큼은 정말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영혼을 꿰뚫어 보며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아는 저 눈이 말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 엇갈림 2018 / 12 / 17 235 0 6800   
9 도플갱어 2018 / 12 / 17 227 0 3841   
8 도플갱어 2018 / 12 / 17 217 0 5269   
7 도플갱어 2018 / 12 / 2 213 0 6508   
6 변질 2018 / 12 / 2 215 0 8229   
5 변질 2018 / 11 / 30 209 0 7170   
4 변방의 어느 수도원 2018 / 11 / 29 208 0 8578   
3 변방의 어느 수도원 2018 / 11 / 29 213 0 6885   
2 변방의 어느 수도원 2018 / 11 / 28 196 0 6694   
1 제 1장 타락의 장 - <프롤로그> 2018 / 11 / 28 380 0 51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마신 유희
그림자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