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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와룡과 봉추의 궤변학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18.11.8

당신은 귀신을 믿습니까? 아니면 믿지 않습니까?

과거의 괴이한 사건 때문에 여동생을 잃은 현덕. 그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하지만 운명은 현덕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방과 후 학교 교실에서 현덕은 최근에 학교에서 소문난 괴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와 만나게 된다.
‘갓난아기를 본 사람은 7일 이내에 저승으로 끌려간다.’
남은 목숨이 7일 밖에 없는데다가 문득 문득 보이는 끔찍한 아기의 모습에 밤잠하나 못이루던 현덕. 그는 결국 ‘환상의 학생 와룡은 못푸는 난제 미스터리가 없다’라는 괴담을 따라 열리지 않는 ‘미스터리 부’의 교실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가 본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환상의 ‘와룡 진소미’와 학교의 아이돌 ‘봉추 방원혜’였다.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지 않아."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고 있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 두 사람.

과연 현덕은 무사히 저주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0화
작성일 : 18-11-30 06:28     조회 : 288     추천 : 1     분량 : 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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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은 이미 땅거미가 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6시가 훨씬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 이사장이 말한 금기의 시간.

  괴담이 나타나는 시간.

 

  그리고,

 

  서서걷는 갓난아기가 활동을 하는 시간.

 

  하지만 어째서 일까. 나는 처음 갓난아기를 만났을 때처럼 두렵지 않았다.

 

  앞서 걷고 있는 백발의 소녀. 그녀가 품고 있는 기이한 공기가, 내가 가진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고 있는 지도 몰랐다.

 

  “뭘 그렇게 봐? 내 뒷통수에 꿀이라도 묻었어?”

  “아, 아뇨. 그냥…….”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렸나? 갑작스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나. 나는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 뱉었다.

 

  “…그냥 이곳에 혼자 계시면 무섭지 않나 싶어서요.”

  “익숙해지면 딱히 무섭지도 않아.”

 

  짧은 답변. 대화가 광속으로 끊겼다. 그녀와 나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공기가 더욱 진해졌다.

 

  나는 그녀와 더 대화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와룡과 대화할 거리를 생각해냈다.

 

  “저, 선배는 혹시 이 학교에 세가지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그게 왜?”

 

  알고 있단 말투 일까? 아니면 알고 있지 않아도 그닥 상관없다는 것일까? 나는 잠깐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6시가 넘었을 텐데, 이 시간에 이렇게 학교를 돌아다녀도 되나 싶어서요.”

 

  처음 만날 때부터 궁금했었다. 이 머리카락이 하얀 선배는 어째서 이 시간에 학교를 돌아다닐 수 있는 걸까?

 

  이사장님이 세우신 규칙을 위반해도 좋다는 걸까?

 

  “그게 그렇게 궁금해?”

 

  백발의 소녀는 잠시 한 숨을 쉰 후 내 질문을 받아쳤다. 묘하게 날이선 듯한 그녀의 말에 나는 깨갱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냥 그렇다구요.”

 

  잘못 건드렸던 걸까?

 

  나는 조용히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보이는 것은 뒷모습 뿐 이여서, 그녀가 화가 났는지, 아님 짜증을 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이곳은 말이지, 나의 놀이터야.”

 

  문득 그녀가 말을 꺼냈다.

 

  “6시 이후, 학생, 교사, 심지어는 경비원이 없어졌을 때, 난 비로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내가 학교를 지배한다는 거지.”

 

  오만한 지배자의 발언이 그녀의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그럴리가요. 학교는 분명 이사장님의 것 아닌가요? 일개 학생이 가질 수 있을 만한게 아니에요.”

 

  그래 학교란 건 한 학생이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학교를 지은 사람의 몫이고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학교를 총괄하는 이사장만이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와룡의 발언은 한 거대 기업을 일개 사원이 혼자 독차지 한다는 말과 동일한 것이었다. 그럼 그 일개 사원이, 사장과 동일한 직책을 가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니까.

 

  “그건 일반 상식에 얽혀 매여 있는 너만의 생각이 아닐까?”

 

  일반 상식에 매인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 일반상식에 매이지 않는다는 뜻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우리 학교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하얀 백발의 붉은 눈을 가진 여학생. 와룡.

 

  낮에는 쥐죽은 듯이 교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저녁 6시만 지나면 자유롭게 교실을 나와, 교내를 돌아다닌다.

 

  마치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괴담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와룡은 어느사이엔가 도착한 자신의 집, [절대금지구역]이라는 이름의 교실문을 열었다.

 

  여전히 한 개인이 쓰는 모텔방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개인적인 물품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 커다란 교실을 혼자서 쓰다니, 무슨 이사장의 딸이라도 되는 건가?

 

  와룡은 자신의 침대에 앉아 근처에 있는 노트북을 끌어당겼다.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그녀는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마치 나 같은 건 관심도 없다는 듯한 그녀의 모습. 왠지 모르게 나 혼자 뚝 떨어뜨린 그런 느낌이었다. 어쩐지 외로워져 작게 그녀를 불러보았다.

 

  “저어… 와룡 선배님.”

  “왜.”

 

  칼 같이 자르는 단답형의 문답에 내 가슴이 싸늘해졌다.

 

  “저 그게…….”

 

  막상 말을 걸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인간처럼 대하는 게 좀 그래서 말을 걸어본건데, 나는 최대한 머리를 쥐어 쨔냈다.

 

  “…선배는 언제부터 원혜 선배와 아는 사이가 되셨어요?”

  “알아서 뭐하게?”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요…….”

 

  냉담한 와룡의 반응에 나는 그냥 얼버무려버렸다. 마치 사람과의 관계따윈 헌신짝처럼 생각되는 사람같았다.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혼자서 이러고 있는 걸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원혜 선배는 언제부터 이런 터무니없는 철벽녀랑 알고 지낸 걸까?

 

  “네가 생각한 것 보단 오래 됐어.”

 

  오래 됐다.

 

  애매모호한 답변에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진다. 답변하기 귀찮은걸까? 라고 생각에 잠겨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이대로 대화가 끊긴다는 것이었다.

 

  괜히 또 대화가 끊어져서 어색한 공기를 날릴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아까 원혜 선배좀 이상하지 않았어요? 페어 플레이라는 둥, 선배에게 도움되게 정보를 주다니, 역시 되게 착하셔서 그런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억지로 꺼내본다. 뭐 기억에 남는 거라곤, 원혜선배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한 사건밖에 없었기에, 혹시나 싶은 와룡 선배의 의견이나 들어볼 요량으로 입을 열었다.

 

  신경쓰였던 걸까? 홍옥의 눈동자가 노트북에서 내 쪽으로 향했다.

 

  “너 생각보다 멍청하구나. 너는 병아리가 나에게 정말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나는 얕잡아보는 그녀의 말투에 화를 내려 했지만 그 보다 더 와룡의 말이 빨랐다.

 

  “너 나와 병아리의 내기를 다시 한 번 더 고찰해 보는게 좋겠다. 내가 굳이 입으로 처음부터 설명해 주길 바랄 정도로 기억력이 형편없는게 아니라면.”

 

  그녀의 말에 자연스레 둘의 내기를 떠올렸다.

 

  원혜 선배는 분명 내가 본 것은 착각이니까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와룡 선배는 귀신과 괴담은 진짜로 존재하므로 내가 본게 진짜다. 라고 주장했다.

 

  “아!”

 

  내 입에서 짧막한 감탄사가 떨어졌다.

 

  “흥. 이제야 깨닫다니, 과연 새대가리의 꼬봉답군. 꼬봉 다워.”

 

  와룡 선배는 혀를 끌끌차며 다시 시선을 노트북으로 향했다.

 

  애초에 그 둘의 내기는 성립자체가 말이 안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완전히 틀려먹을 정도로, 그러니 원혜 선배가 아무리 정보 공유한답시고 자신의 정보를 끌여다가 알려줘도, 와룡 선배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페어 플레이라니, 당치도 않는다. 애초의 원혜 선배는 와룡 선배를 놀려먹기 위해 가지고 왔던 것이었다. 나는 이만큼 진행했으니, 너도 좀 분발해라. 이런식으로 말이다.

 

  “…죄송합니다…….”

  “네 잘못도 아닌데,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너 같은 바보 멍충이는 네 주인의 의도가 애초에 무엇인지도 몰랐으니까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거지.”

 

  뼈가 있는 말이었다.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타타타탁 치는 노트북 키보드 소리가 조용한 교실을 가볍게 울렸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키보드소리가 문득 멈추더니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해 올라왔다.

 

  “할 말있어?”

  “네?”

  “할 말있음 하고, 아니면 가던가. 신경쓰여서 작업을 못하고 있잖아.”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것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저기……. 내기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결국 말하고싶은건 이거였다.

 

  시작부터 삐걱거렸던 그녀들의 내기. 그리고 계속해서 원혜 쪽으로 기울던 나의 생각. 내 생각이 점점 더 현실쪽으로 둘수록, 내가 보고 들었던 것이 귀신이 아니라고 생각할수록, 이 내기는 처음부터 불공평한 내기가 아니었나라고 생각되었다.

 

  “왜? 병아리 꼬봉인 네가 왜 나를 신경쓰는거지?”

  “그건… 불공평한 내기였으니까요.”

  “그건 너에겐 딱히 고려대상이 아니지 않나? 너는 어떻게든 상관없이 해결되기만 하면 될텐데?”

 

  그녀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말해야 하나?

 

  나는 잠시 고민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저는 와룡 선배가 처음부터 신경쓰였으니까요.”

 

  그래 맞다. 나는 처음부터 와룡 선배라는 사람이 신경쓰였던 것이었다.

 

  되도 안하는 것을 증명한다는 그녀가 과거의 여동생을 찾았던 내 모습과 닮아 있어서 너무나도 안타깝고 신경쓰였다.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상식밖의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진짜라 해도,

  실제로 귀신이 해코지 했다 해도,

 

  과연 누가 믿어줄까.

 

  보통 사람들은 귀신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오로지 남들이 만들어준 상식 내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며, 그것이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범주 내에는 귀신이라는 허깨비는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어렸을 때부터 깨달았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려 하다니, 바보나 멍청이가 할 법한 상상이다. 오컬트 덕후들도 이렇게 까 하지 않을 것이다.

 와룡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운 아미를 찡그렸다.

 

  “동정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아. 뭐, 그만큼 내가 너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와룡은 자신의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는 칠판으로 다가가 분필을 하나 손에 들었다.

 

  “지금부터 너에게 친히 귀신은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해 설명해주도록 하지.”

  “네?”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지? 하지만 그녀는 내 반문은 받아 주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네놈의 텅 빈 머릿속을 감안해 최대한 쉽게 설명해줄테니 딴짓 말고 잘 듣도록.”

 

 *************************

 

 

  “귀신과 괴담은 떼려야 뗄수 없는 존재지. 그 이유를 알아?”

 

  어느새 칠판에는 커다란 글씨로 ‘귀신 = 괴담’이라고 적어놓은 상태였다.

 

  나는 영문도 모른체 고개를 열심히 가로 저었다.

 

  “그것은 말이지. 사연도 없는 귀신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말과 똑같다는거야.”

 

  와룡은 칠판에다가 ‘사연 없는 귀신’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리고 밑줄을 긋고 그 밑에다가 허구라고 써넣었다.

 

  “허구라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해. 사람의 기억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게 허구라는 존재거든. 그래서 허구는 언제나 사람들의 기억속에 숨어서 언제나 바깥을 빠져나갈 기회만 엿보고 있는 거지. 여기까지는 이해했지?”

 

  “허구?”

 

  허구와 귀신이 무슨 상관인거지? 내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와룡이 칠판을 탁탁 두드렸다.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했으니, 질문은 조금 있다가 받도록 하겠어. 여튼 이 허구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냥 무의식적인 놈이야. 아무것도 없이 사람의 기억속에 숨어서 바깥으로 표출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그 허구란 건 누구에게나 있는건가요?”

 

  와룡이 백발의 머리를 크게 출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허구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있어. 무의식의 존재하는 망상, 또는 허상처럼 가만히 잠들어있지.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거 자체를 인지를 못해.”

 

  그녀의 자그마한 검지 손가락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나도 가지고 있고,”

 

  그리고는 천천히 나에게도 검지 손가락을 가리켰다.

 

  “너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야.”

 

  붉은 입술 사이로 흐르는 긴장감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 그런데, 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허구에게 하나의 이야기가 끼어들어. 예를 들면 음…….”

 

  와룡이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뜸 하나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서서걷는 갓난아기]괴담”

 

  정신이 차가운 질소에라도 퍼부은 듯 삽시간에 차가워졌다.

 

  “이 괴담은 정말로 잘 만들어진 이야기였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였지.”

 

  공기가 삽시간에 차가워진다.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의 말에 따라 공기와 분위기가 현실이 아닌 다른 이 세상의 것처러 바뀌어갔다.

 

  “여기 학생들은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입에 올리고, 퍼뜨렸어. 마치 바이러스처럼 이야기가 퍼져나간거야.”

 

  와룡이 칠판에 분필을 탁탁하고 치더니 허구라는 단어를 동그라미를 그렸다.

 

  “사람들의 머릿속의 허구는 이야기가 나타나는 순간 성장을 시작해. 아무것도 아닌 그 어떤 것이, 이야기의 설정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그대로 학교내에서 퍼졌을 때, 동시에 ‘그것’이 되기 시작하지.”

 

  와룡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한 숨을 쉬듯이 내뱉었다.

 

  “허구는 바로 서서걷는 갓난아기가 된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바로 그것이 이야기가 아닌 실제 하는 귀신이 된다는 말과 똑같잖아요.”

 

  말이 안된다. 와룡이 하는 말이 맞다면 세상은 온통 허구와 이야기가 만들어진 귀신에게 농락당하고 있었어야 했다.

 

  “딱히 그렇게 된다고는 안했어.”

 

  그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와룡은 칠판에 쓰여진 허구 밑에 괴담의 조건이라고 썼다.

 

  “허구가 괴담으로 인해 실체를 얻으려면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어 있어야 해.”

 

  그녀가 손을 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꼽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 말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괴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된다.

  둘째 사람들은 그 괴담이 진짜로 있었던 사실처럼 믿고 있어야 한다.

  셋째 그것을 실제처럼 목격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면, 허구가 실체가 있는 귀신이 되는 일 따윈 존재하지 않아. 괴담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녀가 말한 조건은 꽤 어려워 보였다.

 

  괴담이 많이 퍼지는 것은 가능하다.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면, 적당히 자극이 존재한다면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 게 이야기니까.

 

  하지만 진짜로 사실처럼 인지하게 만든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우연하게 아무렇게나 떠다니던 이야기가 힘을 얻어 퍼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믿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같은 이야기에 똑같은 흥미를 보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중에서 의심에 의심을 더하여 괴담의 뿌리를 찾아나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세 번째 조건을 맞춘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될 것이다.

 

  나는 숨을 골랐다.

 

  만약 와룡의 말을 믿는다면, 나는 그 조건을 우연하게 성립시킨 그 상황에서 괴담을 학생 모두가 믿게되어, 실체가 되려고하는 서서걷는 갓난아기와 마주쳤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우연하게 내가 세 번째 조건을 충족시켜버려 괴담은 실체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었다.

 

  “그, 그럴리가 없잖아요. 아무리 제가 세 번째 조건을 충족시킨 인간이라도 해도, 그것이 우연하게 들어맞았을리 없어요.”

 

  그래. 내가 그곳에 갔던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체육복을 갈아입다가, 우연히 여동생의 유품을 잃어버려 다시 찾으러 간 것 뿐이었다.

 

  “그래 맞아. 우연이란게 그렇게 어느 순간 딱 들어맞게 나타날리는 없겠지.”

 

  와룡도 내 말에 긍정을 표해주었다.

 

  “그렇다면…….”

 

  와룡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할 때였다.

 

  -벌컥!

 

  열릴리 없는 교실문이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와룡과 나의 시선이 그 순간 그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건강미 넘치는 소녀가 자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증거가 나왔어! 현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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