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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안을 먹는 괴물
작가 : 신주
작품등록일 : 2018.11.1

흥신소를 운영하는 준월은 조직폭력배 두목의 의뢰로 실종된 여성을 찾아 나선다.

 
3. 임대호 (1)
작성일 : 18-11-29 23:21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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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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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일을 하는 이들의 시계는 새벽부터 움직인다. 아침 일찍 나간 그들은 초저녁에 들어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호는 늦은 밤에 인천 앞에 있는 저수항에 도착했다. 이 시간에는 개발되지 않은 이곳에 오는 이는 없기 때문이었다. 대호가 맡은 작업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적합한 장소였다.

 

  대호는 시계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부하들도 슬슬 일을 끝내고 돌아왔을 것이다. 담배에 불을 피운 대호는 주변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저멀리서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덩치들이 걸어들어왔다.

 

 "다 잘 끝냈냐?"

 

  덩치들이 자신의 부하인 것을 확인한 대호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전라도 억양이 강하게 묻어있는 그의 말씨는 위협적이었다.

 

 "그람요."

 

  그의 부하들 역시 전라도 억양이 강하게 베어있었다. 대호는 부하의 대답을 듣고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이동주가 죽었다. 방금, 이 바다에서. 마지막으로 대호가 본 동주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일 정도로 탱탱 부은 얼굴인 상태에서도 자신들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멍청한 짓이었다. 그정도나 되는 돈을 가지고 사기쳐놓고 살려달라고 빌다니. 그 모습을 보면서 대호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동주가 불쾌하게 느껴졌다.

 

  담배 연기를 깊게 마신 대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부하 둘을 쳐다봤다. 방금 자신에게 대답을 했던 천호는 긴장하고 있음이 분명했지만 적어도 표정만큼은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 뒤에 있는 유천을 달랐다. 식은 땀은 흘리면서도, 묘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이전에 부산에서 많이 봤던 뽕쟁이와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분명 천호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처음이었던가. 대호는 잔득 업된 유천의 모습이 납득 갔다.

 

 "가자잉. 큰일도 해부렀응께, 서울가서 고기라도 묵자."

 

  대호는 긴장한 부하들의 모습을 느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그들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들은 동주를 죽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동주를 굳이 죽일 필요까진 없었다. 돈은 이미 받을 수 있는 최대한 받아냈고, 여기서 죽인다고 할지라도 시체를 처리하는 데에 돈이 더 들 뿐이지, 이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굳이 동주를 죽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동주를 죽인다고 경찰이나 검찰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일도 없었고, 동주의 뒤를 봐주는 조직도 따로 없었다. 대호에게 있어서 동주의 사인(死因)은 굳이 살려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담배를 다 피운 대호는 남은 꽁초를 바닥에 튕겼다. 그리고 죽은 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저는 성님만 믿고 가겠다니께요. 그니까, 성님도 저를 꼭 좀 믿어주쇼."

 

  혀가 꼬일 대로 꼬인 유천이 천호에게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자리에서 막내인 유천에게 있어서 대호도 형이고 천호도 형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믿어달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비록 천호가 술에 잔득 취해 테이블 위에서 자고 있는 지 오래지만 말이다. 대호는 술을 한 잔 더 마시며 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죽이면 대게 흥분해서 업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더 냉정해지고 차분해지는 이들이 있다. 천호는 명백히도 흥분하는 타입이었다. 대호는 그런 천호의 모습이 어렸을 적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싫지만은 않았다. 자신도 사람을 처음 죽였을 때, 남훈과 이렇게 술자리를 하면서 결속 의식을 다졌기 때문이다.

 

  대호는 그때의 남훈은 정말로 멋있었다고 생각했다. 광주의 패권을 두고 목포파와 한참 다투고 있었을 때, 남훈은 자신을 따르는 소수의 부하로 이루어진 특공대를 이끌어서 목포파를 습격했다. 습격은 남훈의 활약으로 광주국제파의 압승이었다. 남훈은 연장 하나를 메고 목포의 행동대장을 두들겨 패 반죽여놨고, 그 기세를 몰아 목포의 두목까지 때려눕혔다. 대호는 그 광경을 눈으로 보고 압도적인 폭력에 의한 경배심이 생겼다. 덕분에 대호도 그 습격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사람을 처음 죽인 것이었지만 그날 대호는 죄책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자신이 죽인 사람도 자신과 같은 건달이었고, 연장을 들고 싸우는 와중에 죽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신들에 비해 한참 약한 주제에 싸움을 건 목포파 사람들이 어리석고 가소롭게 느껴졌다. 그와 반대로 자신들을 이끈 남훈은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남훈은 어떨까. 대호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의 남훈은 멋있지 않았다. 조직의 두목이 된 남훈은 자신의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싸움이 나면 항상 선봉에 서서 압도적 폭력을 선보였던 남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돈을 벌기 위해 강자는 물론이고 약자에게도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종종봤기 때문이었다. 강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가 갔지만,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은 대호로선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폭력으로 철저히 짓밟으면 알아서 복종할 텐데 말이다.

 

  그 남자, 준월인가 뭔가 하는 남자도 그렇다. 예전의 남훈이었다면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고 반항적인 눈빛을 보인 준월은 죽도록 맞아서 복종을 하던가, 아니면 정말로 죽던가 할 때까지 두들겨 팼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남훈은 어떠했던가. 자신의 여자를 찾아달라고 준월에게 어린애처럼 떼를 썼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진서연인가 하는 그 여자는 또 어떤가. 대호였으면 애초에 도망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두들겨 패서 교육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남훈은 만날 때부터 지극정성으로 아끼더니 도망간 지금도 사랑한다면서 흥신소를 통해 행방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없었다. 대호였다면 그 여자를 발견한 즉시 폭력으로 구속했을 것이다.

 

  어느 새 유천도 술에 뻗어 테이블 위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대호는 혀를 찼다. 건달이란 것들이 술을 이렇게 못 마셔서 형님 앞에서 잠이나 쳐자빠져자고 있다니. 순간 짜증이 났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거사를 치룬 유천을 생각하며 조용히 혼자 술을 마셨다.

 

  바로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준월이었다.

 

 "여보세요."

 

  대호는 최대한 위협적인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전화기 스피커 건너로 깍쟁이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흥신소 사무실의 준월입니다. 다름 아니라 진서연씨 건으로...."

 

 "아니 시방, 지금 몇 시인데 전화를 쳐하고 자빠졌냐?"

 

  말을 마친 대호는 곧바로 시계를 쳐다봤다. 시침을 열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그, 구남훈 사장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씨불, 우리 성님을 니 맘대로 사장님으로 부르고 있냐? 잉? 아주 거시기 돌아버렸어?"

 

  괜히 짜증이 난 대호는 큰 소리로 전화기에 소리쳤다. 덕분에 조용하게 술을 마시고 있던 포차에도 대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곧바로 포차 안에 있는 시선이 대호에게 몰렸다. 그러나 대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상을 쓰며 자신에게 향한 시선에게 눈빛을 쐈다. 대호와 눈빛을 마주친 이들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죄송합니다. 중요한 정보라서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혹시 지금 통화가 불편하시면 내일 다시 전화할까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여전히 공손했다. 대호는 반항적인 준월이 싹싹 빌며 통화하고 있을 모습이 눈에 보였다.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뭔데 전화를 해쌌냐?"

 

  감정이 조금 풀린 대호는 차분에게 물었다.

 

 "서연 씨의 이번 실종이 대한영생회라는 조직하고 관련이 있어서요. 혹시 아시나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대한영생회?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 같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게 뭔데 그러냐?"

 

 "대한영생회라고 기독교입니다. 사이비 종교."

 

 대호는 그제서야 진서연이 예수쟁이였다는 걸 생각해낼 수 있었다. 괜히 교회를 다니면서 남훈에게 도도한 척, 순순한 척 다하곤 했었다. 실상은 몸 팔다가 남훈과 만났던 주제에 말이다.

 

 "근데?"

 

 "거기에 빠지면서 실종하게 된 것 같습니다."

 

 대호는 혀를 찼다. 그년이 제정신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사이비 종교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정도 정신 나간 여자라는 걸 알게 되면 남훈이 이제 그 여자에게 신경을 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전화했쌌는데?"

 

 "그래서 당장 내일 거기에 한번 예비교원으로 잠입해서 서연씨가 어디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볼까합니다."

 

 대호는 또 다시 혀를 찼다. 생각해보면 이 인간, 준월도 정상적인 놈은 아니었다. 고작 흥신소 똘마니 주제에 쓸데없는 이유로 검사랑 싸웠으니 말다한 셈이다

 

 "그래서 오늘까지 조사한 중간보고서를 내일 제 조수를 통해 건네드리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선 제가 직접 보여드리면서 설명하고 싶은데, 잠입할 기회가 내일밖에 없을 것 같아서.... 그래도 저희 조수가 잘 설명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월의 말에 대호는 그 겁이 많아보이던 젊은 남자를 떠올릴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밟아주고 싶은 남자애였다. 대호는 입맛을 다시며 준월에게 알겠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면 말 좀 잘 전달해주시길 바랍니다."

 

 준월은 마지막까지 점잖게 말을 끝냈다. 대호는 그런 준월의 태도도 묘하게 거슬렸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작가의 말
 

 출장 끝내고 오랜만에 글을 쓰니 무척 힘드네요.... 앞으로는 공모전 기한을 맞추기 위해 연재빈도를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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