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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마에게 천사의 날개를
작가 : JHolic
작품등록일 : 2018.11.28

천사를 사랑해 날개가 잘려 인간계로 버려진 악마, 이안과 마녀사냥을 피해 숨어 사는 여린 소녀, 세나가 만난다. 옛날옛날에 마녀사냥이 판을 치던 그 옛날에, 악마와 천사로 태어났어야 했을 소녀가 만났데. 로맨스판타지. '악마에게 천사의 날개를'

 
02.
작성일 : 18-11-29 17:20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5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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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 소녀가 있었던 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녀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이안은 주위를 살폈다. 앞과 뒤, 양 옆을 두리번거렸지만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그녀는 검은 망토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왜 그랬을까? 왜, 그녀는 모습을 숨겨야만 했을까?

  이안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마차 때문에 생각을 금방 저버렸다. 머릿속에서 그녀를 지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상인들이 줄지어 물건과 음식을 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에 담은 그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 이 모습을 언제 봤던가? 낯선 인간에게 악마의 속삭임을 건네던 때였던 것 같다. 생전에 봤는지는 기억이 없다. 그 자신이 원숭이였는지 개였는지 조차 모를 일이었다. 그는 조금 몸을 움직여 상인이 내놓은 빛깔 좋은 사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조금 전, 저 건물에서 나오신 분 맞으시죠?”

 

  이안은 자신에게 물어오는 소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이라고 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아마, 주인의 아들인 듯 했다.

 

  “그렇다면 손에 들고 계신 사과는 선물로 드릴게요.”

  “왜지?”

  “사실, 제가 이 건물에 사는 형이랑 친하거든요.”

  “형?”

  “네.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형은 아주 큰 비밀을 가지고 있어요.”

  “뭐, 천사라는 거?”

 

  이안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먹었고 소년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꽤나 충격인 듯, 눈이 동그랗게 확장되었다. 그러다 이내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난 악마니까.”

  “네?”

 

  소년은 조금 전보다 더 놀란 눈치로 그를 훑어보았고,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꼽곤 사과를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소년의 얼굴에 약간은 경악이 서려있었다. 이안은 얇은 입 꼬리를 호선을 그리며 끌어올렸다.

 

  “왜? 사과를 준 것이 후회되나?”

  “음, 그다지요. 아니, 사실은 조금?”

  “그렇다면 사과 값은 외상으로 달아놔. 나중에 가져다 줄 테니.”

  “됐어요. 그냥 선물로 줄래요.”

 

  소년은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자신도 사과 하나를 들어 크게 베어 물었다. 과즙이 입안에 퍼지며 달달한 향을 풍겼고 그는 걸맞은 향긋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껏 기분이 들뜬 소년은 자신의 옆에 의자를 끌어다 놓았다.

 

  “잠시 앉았다 가요. 날씨도 좋아서 햇볕 쬐기 딱 좋아요.”

 

  소년의 선의에 이안은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말을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소년은 그의 옆에 다른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그리곤 사과 상자에 팔을 턱 얹곤 그에게 말했다.

 

  “저희 부모님은 지극한 기독교 신자에요. 그래서 아마 당신이 악마인 걸 안다면 펄펄 날뛰겠죠?”

  “이 도시 사람들은 거의 그래. 그래놓고 악마의 속삭임은 늘 달게 받지.”

  “오, 악마의 속삭임.”

 

  소년은 흥미로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운율을 타는 감탄사에 이안은 픽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설명을 덧붙였다.

 

  “보통 좋은 일이 아닌 나쁜 일을 하고 싶어질 때, 그때가 악마의 속삭임을 들은 거야. 그걸 실행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지.”

  “완전 나쁜 사람.”

  “완전 나쁜 악마지.”

  “그럼 형도 그런 일 하겠네요?”

  “형?”

  “저 건물에 사는 천사 씨도 형이라고 부르는 걸요?”

 

  소년의 당당함에 이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나쁜 마음은 전혀 없었다. 악마로써 인간들에게 속삭였던 속삭임도 일적으로 했던 일이지, 그가 흥미를 느끼며 행하지 않았다. 가끔 생각해보면, 그가 생전에 큰 잘못을 해 악마가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애초에 그런 본성을 타고 났다면, 그 일에 흥미를 느꼈을 것이고 천사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이안은 순간 씁쓸함이 입안에 맴돌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사과를 베어 물었고, 소년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몸의 방향을 그 쪽으로 한껏 돌려 앉았다.

 

  “그럼 형은 이곳에 악마의 속삭임을 주러 온 거에요? 설마, 나한테?”

  “너한테 흥미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일을 하지 않아.”

  “왜요?”

  “벌 받는 중이거든.”

  “에? 악마도 벌을 받아요? 악마가 벌을 받을 정도면 얼마나 큰 죄를 지어야 하는 거죠?”

 

  소년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탄성을 내뱉었고, 이안은 움찔 미간을 구겼다. 큰 죄. 천사를 사랑한 것이 큰 죄였다.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엔 큰 죄도 아니었고 천사를 사랑했다는 아름다운 그림에 검은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 들어가 봐야겠다.”

  “벌써요?”

  “아마, 이곳에 더 있으면 천사 씨가 날 죽이려 들 거야.”

  “천사가요? 푸흐, 그 말 진짜 웃긴 거 알죠?”

 

  소년은 수수하게 웃었고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너의 이름이 뭐니?”

  “제 이름이요? 왜요? 명부에 써놓고 나중에 악마의 속삭임으로 꾀려고요?”

  “나 지금 벌 받는 중이라니까.”

  “농담이요, 농담. 케인이에요. 저쪽으로 쭉 가면 과수원이 있는데, 그 집 아들. 과수원 집 아들로 불려요.”

  “그래, 과수원 집 아들.”

  “네.”

  “나중에 또 보자. 그땐 내가 사과를 사먹도록 하지.”

  “두 개 사 먹어요, 천사 씨랑.”

  “그래.”

 

  이안은 애써 입 꼬리를 끌어올려 웃어준 후, 건물로 향했다. 손에 들린 사과의 달콤한 향기가 그의 뒤를 졸졸 따랐다.

  케인은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조금 전, 황급하게 뛰어나오던 것은 왜였을까? 케인은 시선을 돌려 검은 망토를 두른 소녀를 보았다. 아무래도 너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소년은 아삭한 사과를 한 번 더 베어 물었다. 그의 초롱초롱 한 눈망울이 소녀의 움직임을 따랐다. 소녀는 골목길에서 주변을 살피다 더 깊은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늘 숨어 사는 아이. 마을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작은 꽃 같은 아이.

  케인은 고개를 들어 건물을 보았다. 왜 저 악마는 저 아이를 찾았던 거지? 혹시 악마의 속사임을 하기 위해? 소년은 후후하고 웃었다. 악마 씨는 나에게 혼나는 중이라고 했는데 악마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건가? 케인은 곧 어깨를 으쓱였다.

 

 

 ***

 

 

  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한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이웃들과 속삭이는 말들 뒤에 악마의 속삭임이 있는 것은 알고 있을까? 여인의 뒤에 붙어 키득거리는 악마의 웃음에 윤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광대를 움찔 거렸다. 저런 녀석을 그냥 두고, 하지 말라고 인간의 귀에 속삭여 주기만 해야 한다니.

  그는 천천히 걸어갔다. 걸음을 옮기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의 검은 의상이 하얗게 변하여 그의 하얀 피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그 빛에 악마는 미간을 구기며 여인에게서 멀어졌고 윤은 깊은 숨을 내뱉은 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여인이여, 내 생각엔 그에게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누군가를 마녀사냥으로 해하려는 것은 당신이 죽어서 편히 천당에 가지 못할 행동이야.”

 

  윤의 말에 그를 보던 악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누가 봐도 천사의 말투는 아니었다. 보통은 ‘그런 행동은 나쁘니 하지 말아요, 여인이여.'라든가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부인.'이 적합한 대답일터. 그런데 그는 그녀를 존중하지도, 딱히 그 행동을 막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악마는 자신이 승산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윤은 굴하지 않고 여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알기론, 신이 이런 행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지옥 불에 떨어지고 싶어?”

 

  그 순간 여인은 앞치마에 손을 슥슥 닦곤 이 얘기는 없던 걸로 하자며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악마는 당황한 듯 윤을 보았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끔은 자극적인 말이 통할 때가 있지. 너희들이 늘 사용하는 방법이잖아?”

 

  그는 억지로 입술 끝을 끌어올리려다 포기하고 뒤로 돌아 길을 걸었다. 그의 하얀 옷이 다시 검게 물들고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져 섞여 들어갔다. 악마는 허탕을 친 것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악마가 사라지는 것을 본 윤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보호해야하는 소녀가 있었다. 억울한 마녀사냥으로 부모를 잃고, 얼마 전엔 늙은 조모까지 여인 소녀였다. 그의 걸음이 소녀에게 가까워지자 자연스럽게 사과를 팔고 있는 케인이 눈에 들어왔다.

 

  “형.”

  “어, 그래.”

  “오늘도 사과 좀 드릴까요?”

 

  자연스럽게 사과를 들어 올려 물은 케인에 윤은 손을 내저었다.

 

  “오늘은 사과 안 사.”

  “그 아이에게 안 가져다주세요?”

 

  그 말에 윤은 잠시 멈칫 했다가 못 이긴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너 너무 많은 걸 알아. 그러다 위험해진다?”

  “형이랑 같이 사는 악마 형 때문에요?”

  “뭐?”

 

  윤은 제 귀를 의심했다. 케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악마'라는 단어가 맞는지 재차 물었다. 그러자 케인은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인가 싶어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 조금 전에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그 악마 새끼가 결국!”

  “아, 아니에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진짜로요.”

 

  케인은 곧장 집으로 가려는 윤의 앞을 막아섰다. 윤은 자신을 가로막은 작은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선량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손을 휘저었다. 하기야, 그가 이상한 짓을 했으면 당장 자신이 소환 되었을 터. 그런데 자신이 잠시 없었던 사이에 케인을 만났다는 것이 아이러니 했다. 그가 왜 밖으로 나온 것인가? 하지만 곧 그 생각은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악마의 생활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윤은 짧게 한숨을 내뱉곤 사과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소년의 아담한 손에 동전을 쥐여 주었다. 소년은 그것을 꼭 쥐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순한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소년은 눈을 껌뻑이다 이내 히쭉 웃어보였다.

 

  “이것 역시 비밀이라는 거 알아요.”

  “고맙다.”

  “저야말로 영광인 걸요? 선과 악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니!”

 

  케인은 양손을 마주잡곤 가슴 앞에 모았다. 윤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케인과 처음 만났을 때가 얼핏 생각났다. 그가 처음 이곳으로 발령 받은 후, 첫 출근 날이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머지 케인에게 그의 존재를 들키고야 말았다.

 

  천사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에 누군가와 마주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날 그는 기절초풍하며 놀라기는커녕 윤을 붙잡곤 다시 해보라며 호기심을 보였더랬다. 그리고 건넨 말이 '비밀로 간직하겠어요!'였다. 그리고 이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충실히 그것을 지켜오고 있었다.

 

  윤은 골목길로 들어서 사과 두 개를 한 집 창문틀에 올려두었다. 그리곤 주위를 잘 살펴보았다. 역시나 그녀의 주변에 얼씬 거리는 인간들 옆에 악마들이 기회를 보며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도 모자라 그녀까지 언제든 마녀 사냥으로 죽일 심상이었다.

 

  윤은 몇 달 전, 이 집에서 죽은 노파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홀로 남은 손녀를 걱정했다. 악마를 조심해야하는 운명을 타고난 아이. 운명적으로 만날 악마가 존재하는 아이라 했다. 그때는 노파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간절한 그녀의 부탁으로 소녀의 옆을 지키던 윤은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그녀의 곁엔 늘 악마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녀를 노렸다. 그 후, 얼마가지 않아 그녀가 천당에서도 유명한 소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천사와 똑 닮은 아이, 천사 같은 심성을 갖은, 인간으로 잘못 태어난 아이라 했다. 그렇기에 악마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싶어 하고 악마들의 기운을 끌어당긴다 하였다.

  노파의 부탁뿐만 아니라 천당에서도 그녀를 지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 지시를 받자마자 윤은 이게 무슨 운명인가 싶었다. 그녀는 악마를 끌어들이는 운명, 자신은 그녀를 지켜야하는 운명이었던 것이었다.

 

 
작가의 말
 

 다음화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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