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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왜 다시 바뀌게 된 거지?
작성일 : 18-11-29 09:09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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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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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십 년도 넘었는데 제가 착각한 거겠죠.”

 

 세욱이 별 일 아니라는 듯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지만 착각일 리가 없었다.

 

 며칠 전에 의원회관 커피숍 앞에서도 마주쳤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효성과 2박3일, 아니 3박4일간 동거 아닌 동거를 한 다나는 어쩐지 정수리가 찌릿찌릿했다.

 

 “앗, 저기에요.”

 

 다나가 눈앞에 나타난 파란 간판을 가리켰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4인용 테이블 두 개와 2인용 테이블 세 개가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2인용 테이블은 다 차 있었다. 세욱과 다나는 어쩔 수 없이 4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여기 파스타도 맛있지만 라자냐도 정말 잘해요.”

 

 “그럼 전 라자냐 먹을게요.”

 

 “이 비서님, 음료수는요?”

 

 “전 오렌지에이드요.”

 

 “그럼 전 라임에이드.”

 

 다나는 라자냐와 까르보나라, 시저 샐러드, 에이드 두 개를 주문했다.

 

 

 

 “아,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오니 샐러드와 음료가 벌써 나와 있었다.

 

 다나는 양상추와 올리브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세욱과 어떤 대화를 할지 생각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의원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거리감 조정에 좋을 것 같았다.

 

 “이 비서님, 저희 의원실에서 일해보니 어때요?”

 

 “말씀드린 적 있지만 제가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서 힘들죠. 그래도 오 비서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아아, 또 시작이다. 이걸 의도했던 게 아닌데.

 

 “저번에 의원님 댁에 서류 갖다드린 날, 의원님이 별 말씀 안하셨어요?”

 

 “예, 뭐...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씀만 하시던데요.”

 

 역시 남자 직원이라서 집에 들어오라는 말은 안 하셨나보네.

 

 독신인 조인아 의원은 다나가 어쩌다 서류배달을 갈 때면 꼭 들어와서 저녁을 먹으라고 했다.

 

 함께 식사하기 불편해서 밥을 먹었다고 하면 간식이라도 먹고 가라고 붙잡는 바람에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앞으로도 서류배달은 집도 가까운 세욱이 하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근데 갑자기 목이 왜 이렇게 간지럽지?

 

 흠흠, 다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에이드를 마셨지만 증상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기침이 나고 손등에 빨간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 이거 참치 알레르기 증상이랑 똑같은데? 여기 참치가 어디 있다고?

 

 벌써 얼굴에도 발진이 돋아난 듯, 볼이 따갑고 가려웠다.

 

 “어? 오 비서님 얼굴이... 괜찮아요?”

 

 “제가 참치 알레르기가 있는데...”

 

 “참치요? 사장님, 시저 샐러드에 참치 들어갔나요?”

 

 “참치 안 들어갔는데요.”

 

 주방에 있던 젊은 남자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여기 무슨 재료 들어갔는지...”

 

 “괜찮아요. 주사 맞으면 되니까 일단 병원으로 가요.”

 

 놀란 사장이 주방에서 나와 119를 불렀다. 점점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졌다.

 

 의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다나의 머릿속에 왜인지 효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 주사 맞았으니 이제 괜찮아질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S병원 응급실에 실려와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은 다나는, 수액을 주렁주렁 매단 채 세욱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오 비서님. 저 때문에 이런 일 겪게 해서...”

 

 세욱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게 왜 이 비서님 때문이에요. 조심한다고 하는데 가끔가다 이런 일 생겨요. 걱정 말고 가세요. 저는 링거 맞고 집에 갈게요.”

 

 “아니에요. 링거 다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다 드릴게요.”

 

 세욱이 자연스럽게 침대 옆 보조 의자에 앉았다.

 

 저 거대한 수액을 다 맞으려면 못해도 두 세 시간은 걸릴 텐데, 그동안 내 옆에 붙어 있을 작정인가?

 

 “이 비서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한데...”

 

 세욱이 촉촉해진 눈으로 다나를 봤다.

 

 “정말 저 혼자 있어도 될 거 같아요.”

 

 “아... 제가 옆에 있어서 불편하세요?”

 

 네, 정말 불편합니다.

 

 “주말이라 쉬셔야 하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병원 응급실에 계시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요.”

 

 “괜찮아요. 저 어차피 오늘 오 비서님이랑 시간 보내려고 나온 건데요.”

 

 어허, 사람이 말을 돌려서 하는데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더 이상 실랑이를 할 기운도 없어서 눈을 감는데,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다.

 

 다나가 손을 뻗으려 하자 세욱이 얼른 핸드폰을 집어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주인아주머니였다. 다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다나씨, 정말 이럴 거야? 지금 어디야?

 

 “아주머니, 제가 지금 병원이거든요.”

 

 - 병원? 어디 아파?

 

 “네. 응급실이라 통화 길게 못해요.”

 

 - 응급실? 세상에, 단단히 노하셨네. 노하셨어.

 

 “네?”

 

 - 우리 신령님께서 노하셔서 다나씨가 아픈 거야. 그러니까 내일이라도 당장 짐 빼.

 

 아픈 사람한테 뭔 소리를 하는 거냐고 화를 버럭 내고 싶었지만, 정말 힘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일보 후퇴하는 수밖에.

 

 “생각해 볼게요.”

 

 - 그래, 몸조리 잘하고.

 

 아아, 전화를 끊고 저도 모르게 장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에요?”

 

 세욱이 조심스레 물었다.

 

 “별일 아니에요.”

 

 “저... 사실 다 들었어요. 아주머니 목소리가 하도 크셔서...”

 

 “아... 네.”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이 남자를 어쩌면 좋을꼬.

 

 “집주인하고 분쟁이 있으신가 봐요.”

 

 “네, 뭐 좀.”

 

 “제가 이래 봬도 법 전공이잖아요.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도와드릴게요.”

 

 “아니에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혹시 당장 들어갈 수 있는 방 구하기 힘들면...”

 

 “아니,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주인아줌마가 좀 이상하긴 한데요.”

 

 아,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관자놀이가 톡 쏘듯 두통이 왔다. 다나는 찌그러든 미간을 억지로 펴며 이마 위에 팔을 얹었다.

 

 “많이... 아파요?”

 

 보면 모르냐.

 

 “아뇨. 저, 정말 괜찮은데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더 못 참아. 나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할 거야.

 

 “오 비서님, 사실은 제가요.”

 

 응? 설마 고백은 아니겠지? 다나는 앞니로 바싹 마른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신림동에 오피스텔이 있는데...

 

 “네?”

 

 “거기가 지금 비어있거든요. 여의도에서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모님 댁보다는 가까울 것 같아서요. 이모님 댁이 판교... 라고 하셨죠?”

 

 어라, 내가 이모집이 판교라고 말한 적이 있었나? 혹시 이 남자 모든 걸 기억하는 사람인가?

 

 흐읍, 너무 당황스러워 숨을 삼키다가 침이 기도로 넘어가 사레가 걸렸다. 콜록콜록, 바튼 기침이 터져 나왔다.

 

 “오 비서님, 괜찮아요? 간호사 부를까요?”

 

 “아, 아뇨.”

 

 짓눌러진 목소리로 간신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 비서님 죄송한데 저 무, 물 좀 주세요.”

 

 “물이요? 매점 가서 사올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오피스텔? 지금 나더러 거기 들어와 살라는 건가?

 

 내가 내 돈 내고 정당히 살 곳에서는 임대인이 나가라고 난리인데, 효성은 자기 집에서 편하게 지내라고 하고, 이제 세욱까지 나서서 자기 오피스텔에 들어와 살라니, 이건 완전 뒤죽박죽 스크램블 에그였다.

 

 애당초 내가 너무 경솔한 소원을 빌었나봐.

 하지만 이제와 후회해봐야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니, 다나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는 것뿐이었다.

 

 “여기요, 빨대도 가져왔어요.”

 

 매점까지 뛰어갔다가 왔는지 세욱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래,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참 매력은 없단 말이지.

 

 다나는 그가 생수병에 꽂아준 빨대로 물을 조금 마셨다.

 

 “좀 괜찮아요?”

 

 “네.”

 

 “그럼 아까 하던 얘기를 마저 할게요.”

 

 오, 제발 하지 말라고.

 

 다나는 세욱의 목소리를 음소거로 설정하고 싶었다.

 

 “그 오피스텔이요. 고시 공부할 때 아버지가 제 명의로 주신 거라 그냥 빌려드려도 되는데요.”

 

 “아니에요. 정말 이 비서님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안 그래도 부담스러우실까 봐 보증금하고 월세하고, 지금 계시는 곳 정도는 받으려구요.”

 

 “말씀은 고맙지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세욱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다나는 들고 있던 생수병을 세욱에게 건네고 눈을 감았다.

 

 이마 위로 세욱의 시선이 따갑게 내려앉았다.

 

 일단 자는 척하자고 생각했는데 약 기운 때문인지 진짜로 잠이 쏟아졌다.

 

 

 

 “오 비서님, 오 비서님.”

 

 세욱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수액 거의 다 들어갔어요. 제가 간호사 불렀어요.”

 

 “그 불편한 의자에... 계속 앉아있었던 거예요?”

 

 “아뇨. 대기실이랑 왔다 갔다 했어요.”

 

 “지루했을 텐데...”

 

 “이게 있잖아요.”

 

 세욱이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오다나님?”

 

 간호사가 와서 다나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주삿바늘을 빼주고 갔다.

 

 시간을 보니 벌써 일곱 시가 넘어있었다.

 

 수액을 맞는데 두세 시간이 아니라 족히 네 시간 넘게 걸린 것 같았다.

 

 하긴 수액 주머니가 엄청 크긴 했지.

 

 응급실 수납을 하고 약국에 들러 약을 타기 위해 대기하는데,

 

 “저 차 좀 빼 올게요. 약 타서 응급실 입구로 나오세요.”

 

 세욱이 다나에게 말했다.

 

 “아, 맞다. 이 비서님 차, 주차장에...”

 

 “아니에요. 오 비서님 주무시는 동안 주차장에 가서 차 가져왔어요.”

 

 

 

 약을 탄 다나는 가벼운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보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현기증이 나는 바람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이러지? 보통 주사 맞고 나면 알레르기 증상은 말끔히 없어지는데?

 

 차분히 생각할 틈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효성의 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7시 30분이었다.

 

 뭐야? 키스해서 제대로 돌아온 게 아니었어? 왜 다시 바뀌게 된 거지? 그것보다 이런 꼴로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해?

 

 혼란스러움,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실망감에 다나는 울기 시작했다.

 

 여자 화장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리면 이상할까봐 흐느끼는 소리가 나지 않게 목소리를 잔뜩 죽여야 했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효성이었다.

 

 “의원니임... 저 지금 의원님 몸으로-”

 

 - 알아요. 다시 내 모습으로 변했죠?

 

 “의원님은요?”

 

 - 저도 마찬가집니다. 그보다 지금 어딥니까?

 

 “저 병원인데...”

 

 - 병원이요? 어디 아파요?

 

 “알레르기 때문에 응급실 왔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 네. 지금 몸 상태를 보니 괜찮은 거 같군요. 그건 그렇고, 바뀔 때 사람들이 봤습니까?

 

 “아뇨. 다행히 화장실에 있을 때라.”

 

 - 다행이네요. 내가 옷이랑 신발이랑 챙겨서 그쪽으로 갈게요. 어디 병원입니까?

 

 “S병원 응급실이요.”

 

 - 알았어요. 금방 갈 테니까 울지 말고 있어요.

 

 울지 말고 있으라는 단순한 말이 그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

 

 다나는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걸터앉아 효성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주차장에서 차를 뺀 세욱이 응급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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