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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White Black Magician
작가 : 박티티
작품등록일 : 2018.11.26

약초꾼 소녀 이든은 산에서 조난당한 동생 유리를 찾으러 갔다가 백발의 마법사 쟝을 만난다. 그의 정체는 금지된 마법에 손을 댄 흑마법사이자 위험한 범죄자라고 하지만, 이든은 이상하게도 이 남자를 포기할 수 없다. 순수한 소녀와 츤데레 흑마법사가 겪는 음모와 사건, 그리고 로맨스.

 
#5-악령(5)
작성일 : 18-11-29 09:02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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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쟝은 자신의 팔 안에서 축 늘어지는 몸뚱이를 보고 욕지기를 뱉었다.

 ​

 "젠장..."​

 ​​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쟝은 망토로 가려진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번쩍이는 칼날이 잠시 쟝의 얼굴을 비추는가 싶더니 곧장 그의 왼손으로 달려들었고, 무방비한 생살이 예리한 쇠붙이에 찣겨 붉은 피가 뭉글뭉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꽤 많은 피가 솟아나와 손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게 되자 쟝은 손을 비스듬히 기울였고, 그러자 그 피가 아래에 누운 이든을 향해서 뚝뚝 떨어졌다. 누가 본다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쟝의 손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이든의 목덜미에 닿은 순간 목 전체에 가득 퍼져있던 검은 핏줄들이 단 냄새를 맡은 개미처럼 우르르 그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

 이든을 괴롭히던 독기는 마치 검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피와 엉겨붙어 마침내 하나의 검붉은 덩어리가 되었다. 쟝은 보기만해도 찐득한 불길함이 가득히 느껴지는 그것을 향해서 왼손을 뻗는다. 강에 미끼를 던지듯 자신의 피로 녀석을 유인하자, 그 냄새를 맡은 독기가 격렬히 꿈틀대며 동요하더니 열대우림에 사는 식인물고기처럼 쟝의 손을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

 "큭...!"

 ​

 시커먼 독기가 상처를 비집고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지자 차마 잡아두지 못한 신음소리가 잇새로 흘러나갔다. 육체적 아픔도 아픔이지만 몸 안을 휘젓는듯한 이물감이 쟝을 훨씬 더 힘들게 한다. 그 고통을 견뎌내느라 힘이 잔뜩 들어간 팔이 떨려오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쟝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지그시 눈을 감았고, 결국 시커먼 덩어리의 꼬리가 완전히 제 몸 안으로 모습을 감출때까지 버텨냈다.

 ​

 "후우..."

 ​

 긴장감이 사라지자 저절로 밀려나오는 깊은 한숨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눈을 뜨고 확인해보니 이든의 목덜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말끔해져 있었다. 그 때 마침 정신을 차린 이든이 눈을 뜬다. 눈을 뜬 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는 훨씬 편해보이는 듯 했으나 곧 쟝을 알아보고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자신이 그의 팔 안에 안겨있다는 것을 알고는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그 짧은 사이에 격렬한 표정 변화를 거친 이든이 잠시 어버버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멀쩡하게-라기에는 많이 더듬거렸지만- 말했다.

 ​

 "어... 아... 안녕하세요...?"

 ​

 이유는 다르지만 방에 들어오기 전처럼 말문이 막힌 쟝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이든을 쳐다본다. 하마터면 목숨이 위험할뻔 해놓고 고작 하는 말이 안녕하냐는 안부인사라니. 그렇지만 이든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잠에서 깼더니 느닷없이 코 앞에 있는 낯선 남자의 얼굴. 거기다 그냥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팔 안에 쏙 안겨있는 채로 정신을 차렸다면 어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잠시나마 걱정스러움이 차지하고 있었던 쟝의 얼굴에는 어느새 평소의 신경질적인 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는 말없이 이든을 내려놓고는 그녀의 안부 인사에 대답하는 대신 침대 옆에 늘어진 벨을 가리켰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쟝의 손 끝을 따라갔던 이든의 시선이 방금 전과 다름없이 의아한 모습으로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쟝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

 "어째서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날 부르지 않았지? 분명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을텐데?"

 "네?"

 "네 몸 말이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악령의 독기에 완전히 오염될뻔했어."

 "독기요...?"

 ​

 이든은 아직도 어리둥절해서 쟝의 말을 곱씹기만 할 뿐이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던 듯 보였다. 그런 태평한 이든의 반응에 쟝의 표정이 더욱 엉망으로 구겨지고 말았다.

 

 "악령에게 잠식됐을때 몸이 썩어들어가게 만드는게 바로 네 목을 졸랐던 그 독기다. 분명 이상증세가 느껴졌을텐데 어째서 아무 말 하지 않았지?"

 ​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쟝의 말에 이든의 어깨는 이미 잔뜩 움츠러 들어있다. 그녀는 난처한 듯 입술을 꿈틀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슬쩍 항변을 해본다.

 ​

 "죄송해요. 전 그냥 몸살인줄 알고... 좀 쉬면 나을줄 알았어요."

 "좀 쉬어서 나을지 아닌지 그 정도도 구별할 줄 모르는건가?"

 ​"...그렇지만 괜히 귀찮게 할까봐요."

 ​

 이어지는 비아냥거림에 이든 역시 슬슬 아니꼬왔는지 소심하게나마 발끈해서 답하자 쟝은 더 이상 아무말하지 않는다. 그러고나자 둘 사이에 감도는 어색한 분위기가 묘한 압박이 되어 고개를 짓누른다. 막상 투덜대기는 했는데 실수했다는 후회가 뒤늦게나마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던 것이다.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어 어중간한 높이에서 맴돌던 시선이 쟝의 허리춤 근처 닿았을 때, 이든은 그의 손이 피에 흥건히 젖은 것을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

 "세상에, 무슨 일이에요? 다친거에요?"

 "그런게 아니..."

 ​

 쟝은 자기 손을 낚아채는 이든의 손길을 거절하려 했지만 찌릿하고 느껴지는 통증에 그러지 못했다. 이든은 방금 전 자신의 목숨이 위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훨씬 더 겁에 질려 있었다.

 ​

 "맙소사, 피가..."

 ​

 상처를 보고 사색이 된 이든이 급한대로 제 상의의 아랫부분을 길게 찢어 감싸더니 야무진 손놀림으로 매듭을 짓는다. 그리고 후다닥 방 한쪽 구석으로 달려가 자신의 배낭을 뒤지기 시작하는 그 모습을 본 쟝이 뭐하는 거냐고 물으려는 순간, 그녀는 양 손에 이것저것 챙겨들고 이미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이든이 가져온 것은 다름아닌 약과 붕대 등 응급처치를 위한 것들이었다.

 ​

 "여기 앉아봐요."

 "...지금 뭐하는거지?"

 "뭐하는거냐니. 당연히 치료해야죠!"

 "시간이 지나면 나을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

 "안 괜찮아요. 빨리 앉아보라니까요?"

 ​

 쟝은 자신의 소매를 끌어당기는 완고한 이든의 태도에 결국 시키는대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 틈에 이든은 수건을 물에 적셔와 상처 주변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내었다. 어느 정도 출혈이 멎은듯하자 지혈을 위해 묶어두었던 천을 풀어내더니 가져온 약 중 하나를 바르며 설명했다.

 ​

 "이건 상처를 소독하는 거에요.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근데 어쩌다가 이렇게 다친거에요? 보니까 뭐에 베인것 같은데..."

 "다친게 아니다. 내가 스스로 상처를 낸거지."

 "네?"

 ​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소리에 이든이 고개를 번쩍들고 쟝을 쳐다봤더니,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턱 끝으로 바닥에 내던졌던 단도를 가리켰다.

 ​

 "독기를 유인하기 위해서 피가 필요했으니까. 피냄새만큼 녀석들을 유혹하기 좋은 것은 없다."

 ​

 쟝은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이든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피묻은 칼날을 응시한다. 잠시 단도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머리를 가볍게 털면서 원래 하던 일에 집중하려 했지만, 다른 연고를 집어드는 그녀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이든은 복잡한 표정으로 초조한듯 어쩔줄 모르더니 괜히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 딴에는 어떻게든 치료에 집중하고자 하는 노력의 발로였다.

 ​

 "이건 저희 마을에서만 옛날부터 전해지는 비법으로 만든 연고인데 상처에 효과가 좋아요. 꾸준히 바르면 어지간한 상처는 흉터도 안 남더라구요."

 "......"

 ​

 그렇지만 쟝은 입술을 꾹 다문채 아무말도 없었고, 그런 쟝의 침묵은 이든을 더욱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든은 쟝의 표정을 살피며 말한다.

 ​

 "혹시 너무 따가우면 말해줘요."

 ​

 하지만 쟝은 이든의 질문에 좌우로 고개를 저을뿐이다. 괜찮다는 뜻이겠지만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한걸까. 이든은 침울한 손길로 붕대를 집어든다.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자꾸만 쟝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면목이 없었다.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

 ​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뿐이다. 이든은 차라리 쟝이 화를 내는 것이 더 편할 거 같았다. 이제 질려서 화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걸까. 무리도 아니다. 막말로 쟝은 지금 생판 남인 자신 때문에 이런 생고생을 하고 있었다. 얼어죽을 뻔한 사람을 구해주고 돌봐줬더니 하지 말란 짓만 골라서 하고 거기다 이젠 자해까지 하게 만들다니. 다시 되짚어보니 정말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쟝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고작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는 것 뿐이다. 이든은 여태까지 자기 자신이 이렇게 한심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

 "많이 해본 것 같군."

 ​

 이든이 붕대를 다 감았을 때쯤 비로소 쟝이 입을 열었다. 생각지 못한 반응에 이든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들어보니 쟝은 붕대가 감긴 자신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든은 그 무덤덤한 칭찬에 힘입어 마저 꼼꼼한 손길로 치료를 마무리 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썩 밝지 않았다.

 ​

 "어릴 때 동생이 워낙 잘 다쳤어요. 유리는 아파서 울다가도 붕대를 감아주면 뚝 그치곤 했었죠. 그러면 안 아프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붕대 감는거엔 이골이 났어요."

 ​

 잠시나마 잊고 있던 유리에 대해 떠올리자 이든은 시든 화초처럼 침울해진다. 쟝은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뜨린 단도를 줍는다. 무뚝뚝한 그의 뒷모습을 보자 이든은 자기가 너무 징징댄 것 같아서 뒤늦게 후회스럽다. 그런데 그대로 방에서 떠날 줄 알았던 그가 갑자기 다시 돌아서서는 이든에게 말한다.

 ​

 "네게 줄 것이 있다."

 ​

 그리고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는 그. 이든은 그 시선의 의미를 몰라 물끄러미 쟝을 마주본다. 그러자 쟝의 미간이 움찔거리며 찌푸려질듯 하다가 작은 한숨과 함께 다시 평평해졌다. 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한다.

 ​

 "줄 것이 있으니까 따라오라는 소리다."

 "네...?"

 "움직이기가 힘들다면 여기로 가져오지."

 "예?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

 이든이 얼른 손사레를 치며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자 쟝이 뒤를 돌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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