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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오 비서님, 남자 향수 쓰세요?
작성일 : 18-11-28 10:00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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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햇살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손을 뻗어 자신의 손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작은 내 손. 이제 걱정할 일은 없었다.

 

 다나는 이불을 걷고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몸으로 일어난 아침이 너무나 개운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로 나왔다.

 

 효성은 아직 자는지 침실 문이 닫혀있었다.

 

 다나는 발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려 까치발로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해바라기 샤워 밑에서 따뜻한 물을 맞으면서 이런 욕실이 있는 집에서 언제쯤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쨌든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만 감사해야지.

 

 헤어드라이어로 천천히 머리를 말리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어느새 커피 향기가 가득 차 있었다.

 

 헐렁한 흰 티셔츠에 회색 바지를 입은 효성은 맨발이었다.

 

 아니 저 맨발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왜 또 심장이 내려앉는 거야.

 

 “일어났어요?”

 

 “네, 의원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덕분에요. 커피?”

 

 “좋아요.”

 

 효성이 하얀 머그컵에 커피를 따라 다나에게 건네며 물었다.

 

 “여전히 그 집으로 돌아갈 생각입니까?”

 

 “그럼요.”

 

 “알겠습니다. 다나씨 생각이 정 그렇다면야.”

 

 “이것만 마시고 갈게요.”

 

 “아니, 아침이라도 먹고 천천히 가는 편이...”

 

 “저 원래 아침 잘 안 먹잖아요.”

 

 “그럼 이따 저녁이라도 같이 먹는 걸로 하죠.”

 

 “아, 이따요? 걱정 마세요. 일곱시 반, 아니 일곱 시까지 여기로 올 테니까.”

 

 다나는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섰다.

 

 이번에도 효성이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어제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더욱 골치 아파질 것 같아 극구 사양했다.

 

 

 

 집에 돌아온 다나는 씻지도 않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효성의 집이 편하고 깔끔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집이 아니라 그런지 은근히 피로가 쌓여 있었던 것 같다.

 

 주인아주머니와 결투를 벌이는 건 오후로 미루자고 생각한 다나는 하아, 길게 한숨을 쉬며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역시 내 집이 최고야, 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향기가 나는 효성의 이불이 그립기도 했다.

 

 그 집에는 곰팡이도 없었는데...

 

 곰팡이가 군데군데 슬어 있는 천장을 보던 다나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곤하게 자던 다나는 핸드폰이 짧게 진동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보나마나 스팸 문자겠지만 의원이나 안 보좌관일 수도 있었다.

 

 다나는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에 손을 뻗었다. 메시지 발신인은 뜻밖에도 세욱이었다.

 

 [오 비서님, 통화가능하세요?]

 

 다나는 짧은 몇 초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통화가능하냐는 저 물음은 어쩐지 사적인 용건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모처럼 평화롭게 맞이한 토요일인데 사무실 사람들과 엮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못 본척하고 있다가 저녁때나 답장을 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세욱에게는 여러 가지로 갚을 빚이 있었다. 다나는 어쩔 수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 비서님, 저예요.”

 

 - 오 비서님, 주무시는데 깨운 건 아니죠?

 

 “네, 일어나 있었어요.”

 

 - 아, 네. 목소리가 가라앉았길래.

 

 “무슨 일로...”

 

 - 그게... 저기... 별 건 아니고 제가 공짜 영화표가 두 장 있는데 유효기간이 오늘까지더라구요.

 

 설마 지금 이 비서가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건가?

 

 - 시간 되시면 영화 같이 보실래요?

 

 설마, 라는 불길한 예감은 너무나 빨리 현실이 되곤 한다.

 

 “여, 영화요?”

 

 - 그니까... 지난번 그, 식사도 같이 할 겸.

 

 지난번 그 식사라니, 다나가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사야 하는 경우라 더욱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래, 언젠가 해야 할 숙제라면 말 나온 김에 후딱 해치우고 말자.

 

 “아, 네. 식사 해야죠. 근데 제가 오늘 오후에 일이 좀 있어서 영화는 못 볼 거 같아요. 점심식사만 해도 괜찮으시면...”

 

 - 괜찮습니다.

 

 “그럼 어디서 볼까요?”

 

 -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아, 이 비서님 댁이 강남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중간지점에서 봐요.”

 

 - 차가지고 가면 되니까요. 제가 그쪽으로 가서 연락드릴게요.

 

 “아, 그래요. 그럼 광흥창 역에 와서 연락주세요.”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다나는 샤워를 하며 오늘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일단 세욱을 만나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주인아주머니한테 가서 한번만 더 어제 같은 일이 생기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저녁에는 효성의 집으로 가고, 효성의 집 테이블 위에는 스테이크와 와인이 놓여있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나 무슨 생각하는 거라니. 아무래도 미쳤나봐.

 

 다나는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머리를 흔들며 욕실을 나왔다.

 

 

 

 [오 비서님, 도착 오분 전이요.]

 

 세욱에게서 문자가 온 건 1시 50분이었다.

 

 오렌지색 후드 티에 데님 스커트를 입은 다나는 스니커즈를 신은다음 광흥창역 앞으로 나갔다.

 

 갓길에는 BMW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었다.

 

 다른 차가 없나 둘러봤지만 역 주변에 정차되어 있는 차량은 BMW밖에 없었다.

 

 양복이나 넥타이 보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이 비서, 금수저였구나.

 

 “오 비서님 그렇게 입으니까 학생 같아요.”

 

 다나가 다가가자 BMW 창을 내리며 세욱이 말했다.

 

 “아, 토요일이라 편하게 입었는데... 좀 그런가요?”

 

 “아뇨. 정장보다 잘 어울려서 좋은 의미로... 일단 타세요.”

 

 다나는 큰 차의 기세에 약간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오 비서님, 아침은 드셨죠?”

 

 “네... 뭐... 커피?”

 

 “벌써 두시가 다됐는데, 배고프겠다. 뭐 드실래요?”

 

 “이 비서님 드시고 싶은 거 먹으러 가요.”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오 비서님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

 

 이러다간 밑도 끝도 없는 양보만 이어질 것 같았다.

 

 “그럼 파스타 먹으러 갈까요?”

 

 “좋아요. 어디 아는데 있어요?”

 

 “네, 상수역 근처에요.”

 

 “거기 주차장은 있겠죠?”

 

 “글쎄요. 작은 가게라서 잘 모르겠는데... 찾아 볼까요?”

 

 “네, 부탁드려요.”

 

 다나는 핸드폰으로 파스타집을 검색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 주차공간이 없었다.

 

 “거기 주차장 없다는데, 다른데 갈까요?”

 

 “아니에요. 근처에 주차하고 걸어가죠, 뭐.”

 

 근처에 있는 주차장을 검색, 차를 세워두고 상수역 앞의 파스타집으로 걸어갔다.

 

 그냥 주차장 있는 식당으로 가는 건데. 다나는 의원회관 지하통로도 아닌 곳을 세욱과 나란히 걷는 일이 얼마나 불편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십 분전의 자신에게 강펀치를 날리고 싶었다.

 

 오늘따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세욱은 뭐라도 말할라치면 얼굴에 가벼운 경련까지 일으켰다.

 

 정말이지 반대방향으로 돌아서 도망치고 싶었다.

 

 “근데 오 비서님, 남자 향수 쓰세요?”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 불이 켜지길 기다리는데 세욱이 불쑥 물었다.

 

 “네? 저 향수 안 쓰는데요?”

 

 “그래요? 아까 차에 탈 때 확 냄새가 났는데, 그게 남자 향수 냄새 같아서요.”

 

 나한테 이상한 냄새라도 나나?

 

 다나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몸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시원한 향기가 나는 것도 같았다.

 

 내가 이 향기를 어디서 맡았더라. 엇, 강효성의 향수냄새. 서로 몸이 오락가락하다보니 향수 냄새까지 배었나?

 

 “아아, 이거 방향제 냄새에요.”

 

 “아뇨, 그거 향수 냄샌데. 고등학교 삼년 내내 맡아서 잘 알아요.”

 

 “네?”

 

 “그거 효성이, 강효성 의원이 쓰는 향수거든요.”

 

 헉, 강효성이라는 말에 허를 찔린 듯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나는 재빨리 수습할 변명을 생각해냈다.

 

 “그래요? 그러고 보니 제가 이 옷에 향수를 뿌려 놨었나봐요.”

 

 “오 비서님이 그 향수를 갖고 있다구요?”

 

 “네, 누가 저한테 선물해 줬거든요.”

 

 “그럴 리가요. 그 향수, 강효성만 쓰는 건데요.”

 

 강효성만 쓰는 향수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마른침을 꼴깍 삼키던 다나는 신호등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 파란 불이다. 가요.”

 

 방정맞게 길을 건너며 딴 얘기를 하자 싶었는데 세욱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효성이 어머니가 조향사거든요. 자기 아들 위해서 일부러 만든 향수라고 했어요.”

 

 뭐? 그 향수가 강효성 1인 맞춤 향수였어? 가만, 근데 내가 선물 받았다고 했으니... 그럼 강효성이 나한테 향수를 선물해 준 게 되는 건가?

 

 “흐흐흐, 그 향수를 제가 어떻게 갖고 있겠어요. 그냥 비슷한 향이 나는 거겠죠.”

 

 “그렇겠죠? 오 비서님이 강 의원이랑 사귈 리도 없고.”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강효성 의원이랑 사귈 리가 없잖아요!”

 

 아차,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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