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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괴수를 위한 시간
작가 : ONNokka
작품등록일 : 2018.11.28

'끝없는 세계'에서 넘어온 이세계의 주민 '리현'과 '이윤'은 불법으로 세계를 넘어온 이주민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놓는 것을 목적으로 모였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는 중에 만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브릿G 작가와 동일인물입니다.

 
+2
작성일 : 18-11-28 00:28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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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날이 얼마나 지났다고 습기가 가득하고 뜨거운 바람들이 종적을 감추고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거리를 스치고 있었다. 날이 풀렸다고 표정이 덜 썩은 사람들은 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리현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를 정면으로 때리고 있었으며, 리현이 입은 건 반팔 셔츠와 여름용 수트재킷이었다.

 계절 바뀌었으니 옷장도 한 번 털 때가 왔다. 아마 크게 변동이 없다면 서아는 금요일에 공강을 만들었을 테니, 서아를 불러 옷을 정리해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꽉 잡는 작은 손의 존재를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 아니야. 아래.”

 

 안녕?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갔을 만한 키의 어린 아이였다. 눈부실 정도로 흰 금발을 제 등 중간까지 긴 전형적인 서양 백인 여성의 모습을 한 여자아이와 눈을 마주친 리현은 당황했는지 그녀를 끌어당겨 높게 안아들고 후다닥 번화가를 탈출했다. 아이는 당황했을 법도 한데, 놀란 표정 하나 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인간목마를 즐겼다. 인적이 드문드문한 거리에 들어서고 나서야 리현은 아이를 제 손에서 내려줬다.

 

 “아니, 온다는 말씀 하나 없이 오면 어떡해요?”

 “난 온다고 말 했어. 아침에 편지 도착했을 텐데 안 봤어?”

 “아……. 이번에도 그냥 안부 차 보내주신 줄 알았죠.”

 

 열어보지도 않은 내가 잘못했네. 고개를 크게 뒤로 홱 꺾었다 돌려놓은 리현은 자신의 바지가 상하는 걸 신경 쓰지도 않고 무릎을 꿇어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날씨에 맞게 케이프가 달린 코트를 단정하게 입은 아이의 초록빛 시선은 리현의 오른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리현은 제 커다란 손을 들어 아이에게 맡기듯 아이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아이샤, 자세한 건 집에 가서 하면 안 될까요?”

 “나도 대충 확인만 하려는 거야. 병원에서는 뭐라 그래?”

 “좋아지고 있대요. “

 “오, 그럼 나야 좋지.”

 

 이 시대 와서야 좀 말이 통하기 시작했네. 자신의 성장 시기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마구잡이로 내뱉는 어린 아이, 아이샤는 리현의 오른손을 이리저리 살피고 나서야 그에게 일어나라는 듯 무릎을 손으로 툭툭 쳤다. 리현은 그 몸짓을 알아채곤 몸을 일으켜 세웠다. 헤어질 생각인지 아이샤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고 있었다.

 

 

 “…길 가다가 어떤 아저씨가 가자 그래도 따라가면 안 돼요.”

 “아저씨가 위험하니까?”

 “솔직히 말해서,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런저런 말씀 드리고 싶은데 처신 잘 하겠다 싶어서 안 드리는 거예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 시대가 네 시대기도 하지만, 내 시대기도 해.”

 

 이 근처 시대에서면 남들의 몇 백 곱절은 더 살았을 거야. 걱정 마,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아. 아이샤는 작게 손 인사를 하고는 리현이 갈 곳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난 것이 있는지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리현을 향해 던졌다.

 

 “직접 만나면 주려 그랬는데, 네가 주는 게 낫겠다. 나 그럼 간다!”

 “잠깐, 어디 가시게요!”

 “데이트!”

 

 확실히 미취학 아동이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리현은 아쉬운지 입술이며 눈썹이며 죄다 아래로 꾸기작 꾸기작 내려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샤는 이미 저 멀리 떨어져 그의 표정을 볼 수 있는지도 몰랐다. 아이샤와 자신의 시간은 다르게 지나갔다는 걸 알았기에 리현은 쭉 내려갔던 입술을 애써 올려 웃었다. 씁쓸한 아련함만이 울리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있음을 알아챈 건 한참 뒤의 이야기였다. 맞다 저녁약속. 리현은 자신의 옷에 뭍은 먼지들을 털어내곤 조급히 아이샤가 사라진 곳과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요즘 왜 이리 정신이 없는 건지. 수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구불구불한 뱀 골목을 이리 번쩍, 저리 번쩍 움직인 다음에야 건널목에 수많은 식물들이 진열된 화원 겸 카페가 보였다. 크게 자란 벚나무 옆에는 리현을 기다렸다는 듯 갈색 앞치마를 단정하게 입은 남자가 손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평소랑 다르게 조금 늦으셨네요!”

 “알아. 미안, 중간에 예기치 못한 사람을 만났어.”

 

 그래요? 리현을 웃도는 신장에 서글서글하니 둥그런 눈매, 호리호리하지만 잔 근육이 잘 받쳐주는 건지 탄탄한 몸을 가진 에이프런의 남자는 리현을 구석진 창가로 안내했다. 미리 준비한 건지 자신의 자리에는 미적지근하게 식은 허브티가 놓여 있었다. 리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한 마디 건넸다.

 

 “전보다 더 커진 거 같네.”

 “저요, 아니면 여기요?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제가 여기 일하고 난 뒤에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다고 했어요. 저는 아저씨가 못 본 사이에 3센티 정도 더 자랐고요.”

 “매장이 커졌단 소리였어. 그리고 네 성장도 그쯤이면 된 거 같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아빠도 그 말씀하시던데.”

 

 눈동자를 위 아래로 크게 굴린 리현은 눈썹과 어깨를 으쓱였다. 이정도 살다보면 보고 듣는 게 있다 보니 그런 거라고 대충 답했다. 그제야 리현은 제 허브차에서 상큼한 향이 휙 올라옴을 느꼈다. 반대편 남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제야 이 붉은 차에 대해 설명했다.

 

 “히비스커스에요. 거래처에서 품질 좋다면서 한 박스 찔러줬거든요. 마침 오신다고 들어서 타 봤어요. 어때요?”

 “좋네, 근데 메뉴에다가 놓기에는 좀 비쌀 듯. “

 “그래서 아는 사람만 주문받아요. 아저씨는 특별 손님이니까 챙기는 거고요.”

 “눈물 나게 고맙네.”

 

 몇 달 만에 만난 주인 보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분홍빛 눈동자를 반짝이는 남자를 본 리현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하면서 봐왔더니 이렇게 사람 좋아하는 애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닌가, 부모가 이렇게 키웠겠지. 그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을 테니.

 

 “이루야, 너 눈 풀렸다.”

 “앗, 정말요? 자, 잠깐만요. 레, 렌즈 어딨지?”

 

 당황해서 에이프런 주머니와 바지 주머니를 뒤져도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나오지 않아 당황한 이루라는 남자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고, 리현은 손을 뻗어 이루의 어깨를 꾹 잡아 앉으라는 듯 어깨를 툭툭 쳤다. 괜히 당황해서 돌아다니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눈 색을 들키는 것 보다야.

 

 “이번 한 번 만이야. 매일매일 눈 상태 확인하고 다녀.”

 

 손을 들어 이루의 눈이 있는 높이까지 올린 그는 그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슥, 선을 긋는 듯 이루의 눈을 스쳤다. 분홍색 눈동자는 평범히 갈색의 눈동자로 바뀌어 있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셀프 카메라 모드를 켜 그의 눈 상태를 보여준 리현은 식어버린 히비스커스 차를 집었다.

 

 갈색으로 바뀐 눈동자를 이리저리 살피고, 자신의 연둣빛 머리칼을 하나하나 정리한 이루는 그의 휴대전화를 단정하게 꺼서 리현에게 돌려줬다.

 

 “요즘은 그래도 세상 좋은 거 같아요. 다들 머리카락 자연산인줄 모르고 염색했다고 생각하니까요. 조만간에는 컬러렌즈라고 속일 수 있을 거 같기도 해요.”

 “그렇게 풀고 다니다가 걸리면 다시는 여기서 살기 힘들 걸?”

 “알아요. 먼 미래가 되면요. 어쩌면 제가 죽을지도 모르죠.”

 

 있잖아요. 리현은 시선을 밖으로 돌려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가로등, 차의 전조등, 후미등, 건물의 네온사인 간판 가릴 거 없이 빛나고 있고, 리현은 시꺼멓기만 했다. 그 진한 초록빛의 눈은 어느 곳도 응시하지 않았다. 자신이 제일 답하기 힘든 질문이 올 것이었다.

 

 “있잖아요. 아저씨, 수명이 긴 삶은 어때요?”

 “글쎄, 사실 일정 주기로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야.”

 “엥? 기억이 너무 많아서요? 그냥 좋은 거 아닌가, 그런 거.”

 “예전에 네가 애지중지 키우던 산세베리아 하나 있었지. 물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죽은 그 친구.”

 

 맑고 붉은 차에는 몇 번의 파문이 일어났는지. 리현이 무슨 말을 꺼낼지 대강은 알아차린 얼굴이었다. 아직 어린아이니까 천천히 알아가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거야, 기억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산세베리아들이 수없이 많아져. 같이 수명이 긴 친구들이 좀 있음 괜찮긴 한데 걔네들이랑 친구의 연이 계속 되리라는 장담도 없지.”

 “저도 그래요?”

 

 어차피 자신은 그런 게 아니란 걸 아니까. 인간보다 수명이 살짝 길었을 뿐이고, 어쩌면 인간과 많은 차이가 나진 않았으니까. 이루는 양 손으로 깍지를 끼고 턱을 괴어 리현을 바라봤다. 붉은 차를 목으로 넘기는 그 손의 주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저도 그런 산세베리아일까요?”

 “넌 이제야 담 좀 탈 수 있게 자란 담쟁이야, 이 녀석아. 아예 종도 다른 게.”

 “너무해요!”

 “됐고, 윤이는 언제 온대?”

 “아 맞다. 오늘 꽃 말린 거에 곰팡이가 갑자기 생겼다고 그거 좀 처리한대서 못 온다 그랬어요. 정기적으로 만나는 거니 큰 일 없을 거라면서 이야기 좀 전달해 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 놈 말마따나 큰일은 아닌데, 슬슬 채비를 해야 할 거 같아서. 전달 좀 해 줄래?”

 

 미간을 홱 좁혀 혀를 두어 번 찬 리현은 품에 있던 작은 카드를 그의 손 위에 딱 올려 줬다. 봉투에 스티커까지 단정하게 붙은 카드를 받은 이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실 거예요? 이루의 질문에 리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달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해서, 뭔 사고를 치기 전에 일찍 가 봐야 해.”

 

 그 답에 이루는 크게 몇 번 웃고는 리현을 따라 일어나 그를 배웅해 줬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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