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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괴수를 위한 시간
작가 : ONNokka
작품등록일 : 2018.11.28

'끝없는 세계'에서 넘어온 이세계의 주민 '리현'과 '이윤'은 불법으로 세계를 넘어온 이주민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놓는 것을 목적으로 모였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는 중에 만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브릿G 작가와 동일인물입니다.

 
+1
작성일 : 18-11-28 00:26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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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갈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섞인 고등어 망토를 예쁘게 두른 고양이는 성인의 주먹 세 개를 합친 것만한 크기에 겁도 없는 건지 빛 하나 없는 새까만 방을 이리저리 배회했다. 그런 고양이의 이마를 툭툭 건드는 거대한 기둥 하나, 어린 고양이는 그 기둥의 끝자락을 잡고는 무슨 힘인지도 모르게 높은 벽을 기어올라왔다. 안간힘을 다 쓰고 올라온 뒤 정상을 정복한 고양이에게 하사되는 보상은, 온기가 느껴지는 거대한 지붕이 고양이의 이마를 쓸어주는 것이었다.

 

 “롬이 잘 잤어?”

 

 미약한 목소리로 삐약거리기만 하는 고양이와 달리 대화를 시도하려 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한 손으로 아기 고양이를 담아낸 남자는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 시꺼먼 커튼을 홱 젖혔다. 제 눈을 향해 폭포처럼 쏟아지는 아침햇살에 그는 눈을 살짝 찌푸리더니 진한 청색 가운을 대충 어깨에 걸쳤다.

 남자의 방은 평범했다. 이불이 어질러진 침대, 맞은편에는 붙박이 옷장이 주르르 달려있었고, 한 편에는 화장실로 연결된 드레스룸 하나. 나이트스탠드가 침대 양옆에 있는 정도. 말 그대로 침실의 역할만 충실히 하는 방이었다. 그는 창문을 활짝 열고는 거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롬이 데려다가 아침 자명종 대신하는 건 그만해줬음 좋겠어. 내가 실수로 밟으면 어쩌려고.”

 “형은 내가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롬이가 침실 문 열어달라고 곡소리 하는 건 모르지?”

 

 전자레인지 앞에 선 여자가 하는 말을 들은 남자는 침묵으로 답했다. 손에 꼭 붙들고 있던 고양이를 내려놓고 고양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체크했다. 물은 좀 더 넣고, 사료는 눅눅해졌으니 교체. 중얼거리며 찬장 안쪽의 사료봉지를 뜯어 새 밥그릇에 쏟아 넣어줬다. 고양이가 제 끼니를 챙기고 있을 사이, 남자의 등을 꾹 누르는 따듯한 컵이 있었다.

 

 “형도 빨리 마셔, 오늘 일정은?”

 “병원 정기검진, 선약도 있어.”

 “그럼 형이 오는 길에 우유 사들고 와, 다 마셨네.”

 “그래, 그리고 형이라고 그만 불러줄래?”

 

 이 나이에 오빠라고 부르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여자한테 형 소리 안 들은 지 한참 됐다고. 떨떠름한 표정의 그의 외모는 아무리 높게 쳐도 20대 중후반의 모습이었다. 여자는 눈썹을 살짝 씰룩이더니 빈 머그잔을 싱크대에 넣어 놨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 사이로 남자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조금 늦을 거 같으니까 롬이랑 놀아주다가 일찍 퇴근해도 돼.”

 “얼마나 늦는데?”

 “글쎄, 그놈이 나를 얼마나 잡고 늘어지는지에 따라 달라.”

 “여기서 저녁 먹고 가도 돼?”

 “그럼 우유는 네가 사와라.”

 

 좋아. 커피테이블 위에 있는 지갑을 열어 카드를 여자에게 건네준 남자는 지갑 옆에 있었던 여러 편지무더기를 쥐었다. 어제 밤만 해도 없었던 편지들이었다.

 

 “서아야, 이건 무슨 편지야?”

 “아, 형 앞으로 온 명세서들이랑 누구더라. 산호언니랑, 아이샤라는 사람 앞으로 온 편지.”

 

 그 사람들, 이메일 안 쓰나, 아 리현이 형이 안 쓰지. 서아라는 이름으로 지목된 여자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다 자신의 지갑에 카드를 집어넣고는 싱글벙글 이었다. 리현이라 지목된 남자는 가만히 있다가 서아에게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한 느낌이었지만 딱히 화나, 역정을 내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 일이 매번 있는 일이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소파에 앉아 편지봉투를 뜯어 읽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어제 밤사이에 있던 여러 사건을 정리해서 안내하고 있었다.

 

 “교수님께서 언제 한번 자기 보러 오라던데?”

 “이번 주는 안 되는데.”

 “그냥 형식적인 말씀이겠지. 요즘 사건도 있고 하니 형이 잘 살고 있나 걱정되기도 한대.”

 “걱정은 감사하지만 괜찮다고 전해줘. 넌 슬슬 나갈 준비 되지 않았어? 오늘 11시 수업이라며.”

 “아 자퇴하고 싶네.”

 

 완전 연쇄 과제마 같으니라고. 저 나이대의 평범한 대학생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걸 보면 단순 업무관계보단 나이 차 조금 나는 친구관계로 보였다. 리현은 눈썹을 씰룩이곤 편지를 내려놨다. 서아뿐만 아니라 자신도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큰 거인국 나라에 사는 작은 고양이는 벌써 그릇을 비운건지 자신의 옆으로 보송보송한 다리를 뽐내며 자신의 위에 올라와 나른히 하품을 했다. 리현은 검지로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어줬다. 털 날리기 시작했네.

 

 -경찰은 이 계획된 범죄를 수사 중에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간밤에 일어난 연쇄 실종사건에 대해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리고 있었다. 사건 현장에 있던 혈흔들과, 피해를 입은 걸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연기처럼 훅 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이 남녀노소,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적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범인 못 잡을 거라 그러더라.”

 “누가?”

 “교수님이? 묻지마 범죄인 데다가 범인이 특정될만한 단서도 별로 없대. 고작 추측할만한 게 3월쯤 일어난 실종사건에서 찍힌 남자 신발자국 하나뿐인데, 저 신발은 집 하나 건너 남자만 있으면 다 질질 끌고 다닐 사이즈의 삼선슬리퍼였다고 하더라고.”

 

 리현은 서아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몸을 살짝 움찔거렸다. 고양이는 고로롱고로롱 제 목에서 모터소리를 내며 잘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 안 돼, 병원 가야해. 몽롱하게 감기는 눈의 고양이를 고양이 쿠션에 폭 담아줬다.

 

 “근데 교수님이 그건 어떻게 아시는 거야?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개인 상담 갔을 때 말씀 주셨어. 식당서 같이 밥 먹는 중이었는데 라디오로 저 이야기 들리더라.”

 

 과가 과다 보니 알고 계시는 거지. 알잖아 우리 교수님 가끔 자문도 받는 거. 충전기에 꽂아뒀던 휴대전화를 뽑아 가방 안에 넣은 서아는 아직도 옷 갈아입을 준비를 안 한 리현을 바라보고는 현관 앞에 섰다.

 

 “형도 조심해, 며칠 전에 실종된 남자는 신체 건장한 20대 남자라더라. 형은 한쪽 팔이 멀쩡해 보이기만 한 상태니까 더더욱 노리기 쉬울 거 아니야?”

 “음…….”

 

 맞는 말이었다. 아까 전부터 그는 왼쪽 손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른손은 자잘하지만 눈에 보일 정도의 흉터자국이 보였고, 그 중의 일부는 몇 번의 수술을 거쳐 흉터자국이 작아진 모습이었다. 서아는 손을 움직여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리현은 팔을 들어 손가락을 이리저리 꿈틀거려봤지만 주먹을 꼭 쥘 수는 없었다. 그도 이것이 한계라는 걸 아는지 대충 힘없이 흔들어보였다. 서아는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의 집을 나섰다. 제 멋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손을 툭 내려놓은 그는 예약 시간에 늦지 않게 나갈 채비를 했다. 창 밖에서는 새들이 짹짹, 아침이라며 잔뜩 홍보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가까워져 있었지만 이 엉덩이가 무거운 의사는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요즘 왜 이리 환자가 많은지 모르겠다. 다음 환자 들어와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의사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보지도 않고 의자에 앉으라는 듯 손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번듯한 정장을 입은 환자는 테이블 위에 그의 몫이라는 듯 커피를 올려놨다.

 

 “환자가 많아 힘드신가보네요.”

 “아, 현 씨군요. 정기검진 날이었죠?”

 “네.”

 

 짧게 대답한 그는 의자에 앉아 제 손을 책상 위로 올려놨다. 가슴팍에 ‘신경외과의 오정연’이라는 이름이 적힌 그는 리현의 손을 들고 몇 자리를 꾹꾹 눌렀다.

 

 “좋아요, 약간의 진전은 있네요.”

 “그래요. 듣던 중 다행이네요.”

 “하지만 여전히 무리는 안돼요.”

 

 40대 초반의 의사는 키보드로 무어라 두들기고는 모니터로 그의 오른손 엑스레이 사진을 불러냈다. 리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신발을 바라보고 있었고, 집중하라는 듯 의사의 헛기침이 이어지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회복은 원만하게 됐고, 재활도 열심히 해주셔서 이정도 오신 거예요. 몸도 받쳐 주실 시기였고요.”

 

 몇 번의 형식적인 말이 오가고, 검진 끝났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정연은 싱글벙글 웃음을 지은 듯 했다. 리현은 틈틈이 자신의 신발을 보다가 다시 남자의 말에 집중하는 듯 시선을 옮기고 끄덕거렸다.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자꾸만 바닥을 보는 건지 참.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역시 잠옷 바람으로 밤 산책 다니는 건 자제해야겠다 싶어서요.”

 

 딴에 진지한 생각이었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제 구두코를 툭툭 바닥에 찧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중한 목소리로 오늘 정기 검진은 끝난 거 같으니, 먼저 가보겠다는 등의 말을 한 리현은 진료실 문을 홱 열고 나간 거였다.

 정연은 저렇게 나사 빠진 생각을 할 사람인 줄 몰랐는지 리현이 사라진 자리를 한참 바라보고 난 뒤 자신의 바퀴달린 의자를 한 바퀴 빙 돌리고, 리현이 책상 위에 두고 간 커피를 잡았다. 얼음이 적당히 녹은 커피는 딱 그의 취향에 맞는 커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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