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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실험해 볼까요?
작성일 : 18-11-26 19:24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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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 일찍 좀 다닙시다.”

 

 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벨을 누르자마자 현관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오늘은 칼퇴했는데 어디 좀 들렀다 오느라구요.”

 

 “어디요?”

 

 “원룸 주인아줌마 만나고 왔어요. 저보고 방 빼래요.”

 

 “혹시 어제 일 때문입니까?”

 

 “네, 사이비 종교 같은 거 믿나봐요. 남녀가 유별한데 우리 때문에 신령님이 노하셨다는 둥, 안 나가면 나쁜 일이 생길 거라는 둥 난리도 아니었어요.”

 

 “잘 됐네요.”

 

 “네? 잘 되긴 뭐가 잘 돼요?”

 

 “어제 보니 짐도 많지 않던데 짐 빼서 여기서 살면 되죠.”

 

 누추하더라도 내 집이 있는 거랑 남의 집에 얹혀사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아니, 그것보다 내가 짐을 빼긴 왜 빼는데?

 

 “그건 곤란해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지내고 있지만 이 문제만 해결되면 제가 의원님한테 신세질 이유는 없죠. 그리고 지금이 어느 시댄데 임차인이 부당한 갑질을 합니까?”

 

 “갑질은 말도 안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소한 일로 신경 쓰는 거 보다 우리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이니까요.”

 

 “걱정 마세요. 전 멀티 가능이라 이것저것 다 처리할 수 있어요.”

 

 “알았어요. 생각해봅시다. 그보다 먼저.”

 

 “네?”

 

 “그 옷 찢어지게 하고 싶지 않으면 옷부터 갈아입으세요.”

 

 하긴 효성은 몸집이 작아지니 상관없지만, 다나의 경우는 반대로 몸집이 커지니 입고 있던 옷이 두 번이나 찢어져버린 것이다.

 

 “옷은 화장실에 있습니다.”

 

 다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입고 있던 옷을 신속하게 벗고 볼일을 본 후에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절대로 물을 먹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며.

 

 효성의 욕실에는 하늘색 벽시계가 붙어있었다.

 

 시계바늘이 7시 29분을 가리켰다. 유난히 빠르게 움직이는 듯한 초침을 보다가 초침이 11에 갔을 때 눈을 꽉 감았다.

 

 5, 4, 3...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하며 바뀌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또다시, 남자가 되고 말았다. 다나는 힘없이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발등에 화상 입은 겁니까?”

 

 다나의 몸으로 바뀐 효성이 발등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조금 전에 뜨거운 차를 쏟아서.”

 

 “조심해야죠. 다나씨가 다치면 저도 아픕니다.”

 

 크크, 다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웃어요?”

 

 “아프냐? 너도 아프다. 생각나서요.”

 

 “그게 뭡니까?”

 

 “의원님, 진짜 드라마 안 보시는구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군요.”

 

 “네, 옛날에 엄청 유명했던 거예요.”

 

 흐응, 효성도 코웃음을 쳤다.

 

 “많이 아픈가요?”

 

 “많이 아프진 않은데 은근 화끈거리네요.”

 

 “급하게 오느라고 잘 몰랐는데 화상 입었나봐요. 냉장고에 아이스팩 같은 거 없어요?”

 

 “아이스팩은 없고, 얼음은 있을 겁니다.”

 

 다나는 냉장고로 가서 얼음통을 꺼내고 싱크대 서랍에서 얼음을 담을 지퍼백을 찾았다.

 

 촤라락, 지퍼백에 겨냥한다고 했는데 얼음들이 바닥에 사정없이 쏟아졌다.

 

 다나는 허둥대며 바닥에 흩어진 얼음을 지퍼백에 쓸어 담았다.

 

 “여기요. 일단 발등에 대요.”

 

 얼음이 든 지퍼백을 효성에게 건네는데 바닥에 떨어져 있던 얼음을 밟은 발이 쭉 미끄러졌다.

 

 다나는 바닥에서 5센티미터쯤 떴다가 효성이 앉아있는 소파 위로 엎어졌다.

 

 “아야!”

 

 다나의 밑에 깔린 효성이 아프다고 소리쳤다.

 

 안 돼, 내 소중한 몸이!

 

 다나는 얼른 효성의 양손을 잡으며 물었다.

 

 “움직일 수 있어요? 어디 부러진 건 아니죠?”

 

 “네... 괜찮은 것 같습니다.”

 

 휴우, 다행이다. 하마터면 나보다 두 배는 큰 남자한테 압사당할 뻔했네. 그런데 왜 이렇게 심장이 뛰지?

 

 그제야 다나는 그와 손을 꼭 맞잡고 있다는 걸 알았다. 손끝에서 고압전류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내가 다른 건 안 해봤어도 남자들이랑 손은 몇 번 잡아봤지만 이렇게 찌릿찌릿한 적은 없었는데?

 

 다나의 얼굴이 낮에 계단참에서 그랬던 것처럼 확 뜨거워졌다.

 

 슬그머니 잡았던 손을 놓으려는데 이번에는 효성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효성과 다나 주변에 강한 자기장이 형성된 것 같았다.

 

 그가 검은 눈동자로 다나를 보자, 몸이 굳어버린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분명 다나 자신의 얼굴인데도 ‘그의 얼굴’이라고 느껴지는 게 신기하긴 했다.)

 

 심장은 폭발할 것처럼 콱콱 조였다.

 

 계속 보고 있다가는 그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입술이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다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몸을 틀어 일어났다. 흠흠, 효성이 괜히 목을 가다듬는 척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다나가 잰걸음으로 손님방을 향해 가며 말했다.

 

 “벌써 자는 겁니까?”

 

 “아, 저 손님방에 계속 있을 거라 미리 인사드리는 거예요.”

 

 “밥은?”

 

 “배 안 고파요.”

 

 손님방에 들어온 다나는 방문이 잘 닫혔는지 두 번 확인한 다음에야 휴우,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아, 위험했어. 방심하지 말아야지. 낮에도 무방비 상태로 안겼는데, 자칫하다가는 키스도 아차하는 순간에 당하겠는 걸.

 

 위기상황에 잘 대처했다고 몇 번이나 자기 자신에게 되뇌었지만 어째서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붕 뜬 기분인지는 알지 못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자 여러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강효성 의원이 키스하려는 건 정말 몸이 바뀌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서일까? 혹시 강효성 의원도 내 생물학적 아버지처럼 타고난 바람둥이인 게 아닐까?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다나의 엄마는 11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냈다.

 

 교통사고로 서른세 살에 식물인간이 된 것이다. 다나가 겨우 세 살 때였다.

 

 꼬마 오다나는 긴 잠을 자고 있는 엄마가 언젠가는 깨어날 거라 믿으며 병원 침대 옆에서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읽고 나서는 아빠에게 졸라댔다.

 

 아빠, 빨리 엄마한테 뽀뽀해 줘. 그래야 엄마가 잠에서 깨어나지.

 

 다나가 조를 때마다 아빠는 난처한 얼굴로 헛웃음만 웃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다나는 엄마가 마녀의 사악한 저주에 걸린 공주가 아니라 식물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나가 14살 되던 해, 엄마는 깨어나지 않는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아빠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른 여자와 재혼을 했다.

 

 49제도 지나기 전에 결혼식까지 버젓이 올린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여자는 이미 아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해야 할 시기를 분노와 증오로 보냈다. 매일매일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더 이상 내게 아빠 따위는 없어. 다나는 그때부터 엄마도 아빠도 없는 고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을 나와 이모와 살기 시작했다.

 

 

 

 옛날 생각을 했더니 눈물이 나왔다. 청승맞게 침대 끝에 걸터앉아 훌쩍이고 있는데,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나씨, 식사합시다.”

 

 배 안 고프다고 말하려는데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저녁 시간인데 배가 고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중국집에 시킬 건데, 뭐 먹을래요?”

 

 다나는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을 열며

 

 “짬뽕이요.”

 

 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효성이 다나를 보며 피식 웃더니 찬장 안쪽에 붙어 있던 중국집 스티커를 보며 전화를 걸었다.

 

 “여기 104동 1402혼데요. 짜장면 두 개하고 탕수육 갖다 주세요.”

 

 “저 짬뽕이라니까요, 짬뽕.”

 

 다나는 통화 중인 그의 앞에서 입 모양으로 짬뽕거렸다. 그가 성가시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전화를 끊었다.

 

 “저 짬뽕 먹는다니까요.”

 

 “저는 짬뽕을 매우 싫어합니다.”

 

 “헐. 저는 매우 좋아하거든요. 주문을 수정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좋으실 대로.”

 

 훗, 효성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전화를 걸어 짬뽕을 추가했다.

 

 “짜장면 하나는 취소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다나의 물음에도 효성은 그냥 웃기만 했다.

 

 뭐야, 나 짬뽕만 먹을 건데.

 

 

 

 따끈따끈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도착했고 다나는 군침을 삼키며 짬뽕을 한입 가득 넣었다.

 

 맵고, 짜고... 이 맛이 아닌데.

 

 다나는 짬뽕 면발을 간신히 삼켰다.

 

 “여기 짬뽕 너무 맛이 없는데요.”

 

 다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짬뽕이 문제가 아니라 제 입맛이 문제죠. 그래서 제가 짜장면 주문했던 겁니다.”

 

 “그럼 의원님이 짬뽕 드시면 되겠네요.”

 

 “왜요?”

 

 “저는 짬뽕 좋아하니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먹겠습니다만.”

 

 “그럼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요?”

 

 “그게 왜 불공평하죠?”

 

 “저는 의원님 입맛 때문에 짜장을 먹어야 하는데, 의원님은 의원님이 좋아하는 짜장을 먹는 거잖아요.”

 

 “다나씨는 짜장면, 싫어합니까?”

 

 “아뇨. 좋아하지만, 짬뽕이 더 좋다는 거죠.”

 

 말을 끝마치자마자 다나는 ‘불공평’이라는 단어의 모순을 깨달았다.

 

 따지고 보면 다나는 짜장면도 짬뽕도 좋아하니까 어느 쪽을 먹더라도 손해날 건 없었다.

 

 “드시죠.”

 

 효성이 빙긋이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괜한 투정을 부렸다 싶어 머쓱해진 다나도 젓가락을 들어 탕수육 하나를 입에 넣었다.

 

 “맥주?”

 

 효성이 다나를 보며 물었다. 그동안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뒷목이 다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오늘은 금요일 밤이고, 내일은 쉬니까 조금은 긴장을 풀어도 괜찮겠지.

 

 “좋아요.”

 

 엊그제 치맥을 했고, 그 바람에 효성의 몸으로 화장실에 가야 했던 건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다나였다.

 

 

 

 탕수육도 맛있고, 시원한 맥주도 맛있고, 기분이 좋아진 다나는 효성과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가벼운 얘기를 했다.

 

 소파가 아니라 거실 바닥의 폭신한 러그 위에 앉아 얘기하니 엠티를 온 것 같은 분위기도 났다.

 

 화면에서 보거나 가끔씩 상임위원회 회의장이나 의원회관에서 효성을 마주칠 때는 인간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인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철두철미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인간적이었다.

 

 취미가 뭔지,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있는지,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대화하면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었다.

 

 “다나씨, 부모님은 지방에 사십니까?”

 

 효성이 물었다. 혼자 자취하고 있으니 의례적으로 묻는 질문인 것 같았지만 다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아뇨. 엄마는 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아... 내가 괜한 질문을...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아버님은요?”

 

 “아빠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다나가 너무 차갑게 말하는 바람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식어버렸다.

 

 의외의 반응에 놀란 효성도 맥주만 부지런히 들이켰다.

 

 다나도 마찬가지여서 조용한 거실에는 한동안 맥주 마시는 소리만 들렸다.

 

 대화를 하지 않고 맥주만 마시니까 술이 더 빨리 취하는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 음악이라도 틀어볼까 하는데, 효성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다나씨, 제가 비밀 접선 장소를 생각해 봤습니다.”

 

 “접선 장소요?”

 

 “네, 저녁 일곱시 반 이후에도 사무실에서 일을 할 경우가 생길 때를 대비해서요.”

 

 “아, 서로 상대방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던 거요? 의원님도 동의하시는 거예요?”

 

 “지금 상황에서는 대안이 없으니까 일단 계획을 세워놓는 편이 좋겠죠.”

 

 “맞아요. 그래서 접선장소는요?”

 

 “도서관 앞에 있는 야외 화장실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 앞에 야외 화장실이 있어요?”

 

 “다나씨도 모르셨죠?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쪽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기 때문에 거기가 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접선해서...”

 

 “먼저 옷을 갈아입어야죠.”

 

 다나는 머릿속으로 효성이 말한 상황을 그려봤다.

 

 일곱시 반이 되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몸이 바뀌고 나면 - 아니 그러면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질 테니까 - 여벌로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내가 입던 옷을 효성에게 주고 효성의 양복을 내가 입으면... 너무 복잡하잖아!

 

 “아무래도 화장실에서 만나서 옷을 갈아입는 건 무리일 것 같아요.”

 

 “그럼 이번 주말에 똑같은 옷을 두 벌씩 삽시다.”

 

 “그보다 이번 주말에 점집 할머니를 찾아내는 건 어떨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야.”

 

 효성이 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다나도 효성을 따라 턱을 쓰다듬는데 효성의 시선이 다나의 턱에 꽂혔다.

 

 “다나씨, 턱에...”

 

 효성이 그녀의 턱을 가리켰다. 짜장이 묻었나 싶어 다나는 손으로 턱을 문질렀다.

 

 다나가 짬뽕을 더 좋아하는 건, 이런 이유도 있었다.

 

 짜장면을 먹으면 옷이든 얼굴이든 꼭 어딘가에 묻히기 때문에.

 

 “거기 말고...”

 

 효성이 입술 옆을 가리켰다. 다나는 손끝으로 입술 옆을 문질렀다.

 

 그러자 효성이 다가와 반대쪽 입술을 닦아주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말이다.

 

 다나는 흠칫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등 뒤에는 소파가 버티고 있었다.

 

 그의 숨결이 다나의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

 

 입술이... 너무 가깝잖아.

 

 머릿속에서 위험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꼴깍, 마른침이 넘어갔다. 이번에는 어쩐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험해 볼까요?”

 

 효성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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